스스로 가르쳐야 스스로 배운다



  하루하루 살면서 어제를 돌아보고 오늘을 헤아리며 모레를 내다보노라면, 늘 한 가지를 가만히 깨닫는다. 언제나 스스로 가르쳐야 스스로 배운다. 내가 나를 스스로 가르치지 않으면, 나는 아무것도 못 배운다. 둘레에서 내 마음을 건드린다든지 내 생각을 움직이도록 이끌 수 있으나, ‘움직이는 사람’은 바로 나이다. 내가 스스로 마음을 기울이거나 생각을 해야 비로소 바꾸거나 바뀐다.


  곁님을 만나서 아이를 낳기 앞서까지는 예방주사가 무엇인가를 제대로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동안 주사를 맞을 일도 없었으니 예방주사를 놓고 스스로 배우지 않았다가, 우리 집에 아이가 찾아오기 앞서 비로소 뒤늦게 스스로 배워서 하나하나 익혔다. 책도 찾아서 읽고, 예방주사를 안 놓고 아이를 돌보는 이웃 어버이한테서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다만, 책을 읽든 이야기를 듣든, 내가 스스로 이 삶을 누려 보아야 제대로 안다.


  아이들하고 여덟 해를 복닥인 나날은 내가 늘 스스로 새롭게 거듭난 삶이었다고 느낀다. 곁님하고 아홉 해를 북적인 나날도 내가 늘 스스로 새롭게 태어난 삶이었다고 느낀다.


  혼자서도 배우고, 함께 있으면서도 배운다. 배우지 않는다면 나한테 새 아침이 찾아오지 않는다. 배우기에 새 아침이 찾아오고, 배우려는 마음이기에 새롭게 한 해를 누리고, 겨울도 봄도 기쁘게 맞이한다. 나도 곁님도 아이들도 모두 스스로 가르치면서 스스로 배우는 하루를 고즈넉히 지을 때에 참말 스스로 웃고 노래한다. 4348.11.4.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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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으로 삶을 읽는가



  인천문화재단에서 ‘인천 달동네’를 다루는 책을 읽으며 한숨이 절로 나왔다. 글을 쓴 분은 인천에서 태어났을는지 모르나, 막상 인천에 스스로 뿌리를 내려서 사는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서울에서 신문기자로 일하면서 서울에서 사는 일에 익숙할 뿐, 정작 인천을 두루 살피면서 ‘달동네’나 ‘골목마을’이 어떠한 곳인가를 살피려고 하는 몸짓이 책에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책을 덮으며 생각해 본다. 골목집 사람을 이웃으로 여기는가? 그러니까, 나 스스로도 골목집 사람이라고 여기는가? 골목집 사람을 ‘어쩌다가 보는 사이’가 아니라, 또는 ‘관광객이나 여행객으로 스쳐 지나가는 사이’로 마주하지 않고, 스스로 골목사람이 되어 골목이웃을 사귈 수 있을 때라야 비로소 달동네 이야기를 쓸 수 있다고 느낀다.


  바다를 온몸으로 껴안지 않고서 바다 이야기를 쓰지 못 한다. 숲에서 지내지 않고서 숲 이야기를 쓰지 못 한다. 아이를 낳아서 돌보지 않고서 아이키우기 이야기를 쓰지 못 한다. 인천 달동네를 이야기하려 한다면, 스스로 인천 달동네 ‘마을사람’으로서 마을을 제대로 밟고 살피고 사랑하고 돌보는 손길이 된 뒤에라야 쓸 노릇이 아닌가? 그러고 보면, 인천문화재단 일꾼도 ‘아파트 주민’이기만 할 뿐, ‘골목마을 주민’이 아니기 때문에, 무척 아쉬운 책만 쏟아내는구나 싶다. 4348.11.1.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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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만화책을 두 권이나 사다니



  지난달이었나 지지난달에는 《강철의 연금술사》 만화책을 똑같은 권수로 다섯 권쯤 사고서 뒤늦게 알아챘다. 오늘은 두 가지 만화책을 따로따로 한 권씩 똑같이 산 줄 뒤늦게 알아챈다. 한 가지는 《목소리의 형태》인데, 책상맡에 버젓이 5권하고 6권을 얹었는데, 5권을 또 주문해서 받았다. 오늘 똑같이 산 다른 만화책은 《일단 지구가 멸망하기 전에》 2권이다. 1권 느낌글만 쓰고 2권 느낌글은 안 썼기에 2권은 안 샀나 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느낌글만 안 썼을 뿐, 이태 앞서 사서 읽은 만화책이었다.


  뜬금없이 다시 사고 만 만화책 두 권을 어찌해야 하나 생각하다가, 만화를 좋아하는 이웃님한테 선물로 부치자는 생각이 든다. 그래, 선물로 보내면 되겠네. 1권도 아니고, 모든 권수도 아닌 중간 권수인 두 권이지만, 부디 기쁘게 받아 주시기를 바라면서, 이튿날 낮에 우체국에 다녀와야겠다. 4348.10.27.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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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는재로 2015-10-28 00:44   좋아요 0 | URL
이웃분이좋아하시겠네요근데책시리즈는 중간만있음이상 하죠저도책있는데중간권만있고앞권을잃어버려서 그냥두었는데계속신경쓰여 결국샀죠책이란게빠지면못참겠더라구요같은책은뭐소장용열람용이라고생간하면되니까요

숲노래 2015-10-28 08:07   좋아요 0 | URL
아마 이참에 나머지 권을 즐겁게 사시리라... 하고 생각해야지요 ^^;;
아무튼, 이 책이 있으신지 쪽글로 여쭈고 부치려고 생각해요 ^^
 

책도 함께 보면서 놀기



  책도 함께 보면서 논다. 책만 보면서 놀지는 못하지. 온몸에 땀이 송글송글 맺도록 뛰놀다가 살짝 쉴 적에 책도 함께 보면서 놀지. 밥을 맛있게 먹고, 잠은 달게 자며, 꿈을 푸르게 꾸는 하루를 누리면서 우리 곁에 종이책이랑 숲책이랑 사랑책이랑 노래책을 두자. 숲에서 온 나무로 빚은 책을 만지면서 숲을 그리고, 숲을 바람과 볕으로 맞이하면서 새롭게 삶을 그리며, 너와 내가 이루는 살림을 곱게 가꾸는 사랑을 노래하는 이야기를 그리자. 4348.10.22.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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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2015-10-22 20:37   좋아요 0 | URL
아기자기해 우리 아이들도 참 재밌게 읽은 책이네요~^

숲노래 2015-10-22 22:24   좋아요 0 | URL
시리즈가 훨씬 많은 줄 아는데
한국에서는 몇 권 번역이 안 되어 아쉬워요..
 

왜 ‘산업’이 되어야 할까?



  오늘날은 온갖 곳에 ‘사업’이나 ‘산업’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이를테면 ‘문화사업’이나 ‘예술사업’이나 ‘교육사업’이라고도 하는데, ‘문화산업·예술산업·교육산업’처럼 되기도 한다. 사회는 ‘농업·공업·서비스업’으로 가르면서 농사조차도 ‘산업’이 되도록 하고, 서비스라고 하는 일도 그저 ‘산업’으로 바라보도록 한다. 이리하여 시골에서는 농약이랑 비닐이랑 비료를 안 써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내몰기도 하고, 돈이 되는 농사를 해야 한다고 밀어붙이기도 한다. 도시를 떠나서 시골로 가려는 사람들조차 ‘돈 되는 농사’를 귀촌학교(귀농학교)에서 배운다. 서비스가 산업이 되었기에 도시에서 그 많은 사람들이 감정노동에 시달리고야 만다.


  돈을 버는 일은 나쁘지 않다. 그리고, 돈을 버는 일은 좋지 않다. 나쁘지도 좋지도 않다. 돈벌이는 그저 돈벌이일 뿐이다. 돈을 벌어야 한다면 벌되, ‘사업’이나 ‘산업’으로 뒤바뀌어서는 안 될 노릇이다. 사업이 되기에 오로지 돈만 바라보고야 말고, 산업이 되기에 오직 돈이 되느냐 안 되느냐에 따라 뚝 자르고야 만다.


  요즈음은 과학도 ‘산업’이다. 전쟁무기를 만드는 일조차 ‘군수산업’이라고 한다. 전쟁무기를 누가 만들까? 바로 과학자하고 기술자가 만든다. 내로라하는 똑똑한 사람들이 전쟁무기를 만든다. 왜 전쟁무기를 만들까? 그야말로 돈이 잘 되기 때문이다. 과학 연구는 무엇을 할까? 기업과 정부한테서 연구기금을 받을 만한 연구를 한다. 돈이 될 만할 뿐 아니라 돈이 잘 될 만한 과학 연구로만 치닫는다. 바로 ‘과학산업’이다.


  돈을 잘 버는 글을 쓰거나 돈을 잘 벌 만한 책을 내는 일은 나쁘지 않다. 다만, 한쪽으로 기울어질 적에는 언제나 망가지지. 돈을 벌어야 한다면 ‘돈을 잘 쓰기’도 해야 하는데, 돈을 제대로 잘 쓸 줄 모르는 채 돈만 번다면 어떻게 될까? 어디에 어떤 돈을 쓰려는가 하고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면서 돈만 번다면 어떻게 될까?


  스스로 삶을 아름답게 짓고 싶은 꿈이 있기에, 이 꿈을 이루는 길에 돈을 벌 수 있어야 한다. 그저 많이 그러모으는 돈이 아니라, 스스로 지으려는 꿈을 가꾸는 돈을 벌 수 있어야 한다.


  문화도, 예술도, 교육도, 문학도, 과학도, 농사도, 여느 일자리 여느 일(노동)도 모두 사업이나 산업이 아닌 ‘삶’을 사랑하는 길이 될 수 있기를 비는 마음이다. 돈이 될 글이 아니라 ‘글이 될 글’을 쓰고, 돈이 될 사진이 아니라 ‘사진이 될 사진’을 찍을 수 있어야 한다. 4348.10.20.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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