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기울이기에 읽는 책



  그냥 손에 쥐어서 들여다보는 책이라 하면, 마음으로 아무것도 스미기 어려우리라 느낍니다. 그냥 손에 쥐었으니까요. 그냥 밥상맡에 앉아서 그냥 수저를 들면, 밥상에 아무리 맛나거나 멋진 밥이 놓였어도 밥맛을 제대로 못 느끼거나 안 느끼리라 봅니다. 딱히 마음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니까요.


  마음을 기울이면서 밥술을 떠야 밥맛을 제대로 느낍니다. 마음을 기울이면서 책을 읽어야 책맛을 제대로 보아요. 이리하여,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우리는 모두 이웃이요 동무이리라 느낄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책을 읽든 밥을 먹든 이웃을 사귀든, 저마다 ‘깊이 마음을 기울여서’ 어깨를 겯는 몸짓이 될 수 있어야지 싶어요.


  왜냐하면, 마음을 기울여서 책을 읽을 때에 즐겁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기울여서 밥을 짓고, 밥을 함께 먹으며, 밥상을 함께 치울 적에 노래가 흐르면서 즐겁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기울여서 삶을 짓고 살림을 가꿀 적에 언제나 고운 웃음이 퍼지면서 즐겁기 때문입니다. 4348.12.10.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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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대로 산다는 하루



  누구나 스스로 생각하는 대로 하루를 산다. 어김없이 들어맞는 말이다. 그런데 바로 이런 말을 제대로 돌아보는 사람이 드물다. 너무 바쁘기 때문이고,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스스로 바쁘고 힘들어서 삶을 돌아볼 겨를이 없기에, 어떻게 내 삶을 새롭게 지어서 새롭게 살 때에 즐거울까 같은 대목을 그만 ‘하나도 생각하지 못하기’ 일쑤이다.


  정치나 사회나 교육은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도록’ 길들인다. 마치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톱니바퀴 구실만 하도록 길들인다고 할 만하다. 스스로 생각하지 못할 적에는 정치나 사회나 교육이 시키는 대로 할 테니까 이러한 굴레로 자꾸 나아가고 만다. 슬기로운 사람을 바라지 않는 정치나 사회나 교육인 셈이다.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슬기로운 사람이 되면, 바보스러운 정치나 사회나 교육을 뒤엎을 터이니까.


  함석헌 같은 분들이 ‘생각하는 사람이라야 산다’는 말을 괜히 하지 않는다. 생각을 해야 비로소 삶다운 삶이 되고, 삶다운 삶을 누려야 비로소 사람다운 사람이 되어, 사람다운 사람일 때에 비로소 사랑다운 사랑을 나눈다. 생각이 삶이 되고, 삶이 사람으로 드러나며, 사람이 사랑을 나눈다. 생각이 없을 때에는 삶도 없고, 삶이 없으니 사람다움을 잃으면서 사랑을 잊는다.


  아침저녁으로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 언제나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 꿈을 생각해야 한다. 사랑을 생각하여 삶을 지어야 한다. 그저 책만 많이 읽어서는 안 되고, 한 권이나 한 줄을 읽더라도 늘 생각하고 생각하며 생각을 거듭할 수 있어야 한다. 4348.11.25.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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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에 하늘을 읽는다



  철마다 하늘빛이나 구름빛이 모두 다르다. 철마다 들빛이나 바람빛이 모두 다르다. 구름빛은 다른 줄 느낀다고 하더라도, 바람빛은 어떻게 느낄 만할까? 바람빛은 눈을 감고서 바람을 부르면 느낄 수 있다. 바람빛은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본다.


  구름은 비를 머금기도 하지만, 시원한 기운을 머금기도 한다. 구름은 비를 뿌려서 흙을 북돋우기도 하지만, 그저 시원한 기운을 머금으며 흐르는 동안 그늘을 드리울 적에도 흙을 보듬기도 한다.


  따사로운 볕은 온누리에 새로운 숨결이 싹트도록 돕고, 싱그러운 바람은 온누리에 새로운 숨결이 자라도록 도우며, 시원한 구름은 온누리에 새로운 숨결이 눈을 뜨고 씩씩하게 일어서도록 돕는다. 늦가을에 이 하늘을 읽으면서 내 가슴으로 스며드는 기운을 가만히 어루만진다. 4348.11.15.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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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이틀에 걸쳐서 ‘방송 찍기’를 했다. 이틀에 걸쳐서 하는 방송 찍기는 기운을 몹시 짜내야 했다. 나는 나대로 했지만, 아이들이 몹시 애써 주었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씩씩하게 뛰놀면서 찍히도록 하하하 깔깔깔 웃으면서 노래하면서 이 일을 했다. ‘방송에 찍히는 모습’으로 꾸민 내 삶이 아니라, 언제나처럼 아이들하고 노는 삶을 지으려고 씩씩하게 웃고 노래했다.


  엊저녁에 방송 찍기를 마친 뒤 그야말로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어제 저녁에 밥을 차려야 하기는 한데 팔에 힘이 하나도 없어서 밥을 새로 짓지도 못했다. 그나마 동글배추를 썰려고 하는데 손이며 팔이며 덜덜 떨려서 ‘안 되겠어. 도무지 칼질조차 못 하겠어’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괜찮아. 이만큼은 할 수 있어. 하면 돼.’ 하고 나한테 자꾸 말을 걸었다. 동글배추를 조금 써는 동안에도 온힘을 쏟아서 가까스로 손가락을 안 베고 마무리를 지었다.


  이제 다시 조용한 내 삶으로 돌아간다. 다시 아이들하고 호젓하게 노는 내 삶으로 돌아간다. 모두 아름다운 이웃이요 벗님이라는 생각을 다시 마음에 품는다. 자, 나도 다시 기운을 차리고, 다시 글을 쓰고, 다시 마당을 쓸고, 다시 밥을 짓고, 다시 노래를 불러야지. 4348.11.13.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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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길에서, 길에서



  나는 길에서 책을 읽는다. 길을 거닐며 책을 손에 쥐면서 읽기도 하지만, 이 길에 흐르는 바람을 읽기도 하고, 이 길에 드리우는 구름 그림자나 햇볕을 읽기도 한다.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출 때에는 햇살을 읽고, 새가 날면 새를 읽는다. 아이들과 함께 거닐면서 까르르 터지는 웃음소리가 들리면 나도 곁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읽는다. 길에서, 길에서, 길에서, 언제나 즐거운 삶을 읽는다. 4348.11.12.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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