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길



  선물을 받으러 서울마실을 합니다. 오늘(11/9)은 누리신문 오마이뉴스에서 주는 선물(이달 시민기자상)을 받으러 가고, 하루 묵고 금요일(11//11)에는 서점인대회에서 주는 선물(올해책)을 받으러 갑니다. 수요일하고 금요일 사이에도 신나는 선물이 있다면 서울마실 사흘 동안 내내 선물길이 되겠네 하고 생각합니다. 2016.11.9.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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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음말 새로 쓰기



  이달에 내놓을 책 하나가 있어서 3교를 본다. 글은 다 살폈고, 고칠 곳도 다 찾았다. 나로서는 3교가 끝일 수 있고, 4교를 볼는지 안 볼는지 모른다. 아마 차례와 쪽수를 살피는 4교를 보아야 할 수 있다. 이제 ‘맺음말’을 쓰면 내가 책 한 권에 바칠 수 있는 손길은 거의 끝이라고 할 만하다. 겉그림이나 책값이나 여러 대목은 출판사에서 슬기롭고 아름답게 잘 하리라 본다. 두 아이를 재우고 나서 오늘 3교를 끝내려고 세 시간 가까이 글을 들여다보면서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을 새삼스레 헤아린다. 더 많은 책이 아니라 즐거운 책을 읽기에 즐겁다. 더 뛰어난 책이 아니라 참말로 즐거운 책을 읽으니 즐겁다. 더 훌륭하거나 더 놀라운 책이나 더 값진 책이 아니라 그예 즐거운 책을 읽으니 즐겁다. 나를 아는 이웃을 비롯해서 나를 모르는 이웃들이 부디 내 새로운 책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이라는 책이 나온 뒤에 즐겁게 이 책을 장만해서 그야말로 즐거운 손길과 눈길과 마음길과 사랑길로 바라보아 줄 수 있기를 비는 마음이다. 2016.11.8.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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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밑씻개’란 풀은 없으나



  ‘며느리밑씻개’라는 풀은 없습니다. 그러나 사회나 문학이나 국어학에서는 아직 ‘며느리밑씻개’라는 풀이 있는 듯이 이야기하거나 글을 쓰곤 합니다. 아무래도 며느리가 한 집안에서 어떤 몫을 맡는 사람인가를 제대로 살피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얄궂은 이름을 쓰고 엉뚱한 이야기를 퍼뜨리지 싶어요. 《우리 음식의 언어》(어크로스,2016)라는 책에서도 38∼40쪽에 ‘며느리밑씻개’라는 풀이름을 놓고 꽤 길게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런 며느리를 예쁘게 보고 꽃 이름을 지을 리가 없다. ‘며느리’가 이름에 들어가 있는 또 다른 풀꽃 ‘며느리밑씻개’를 보면 궁금증이 풀린다 … 그런 풀을 며느리의 밑씻개로 쓴다니 … 갈고리 같은 가시가 잔뜩 돋은 이 잎으로 밑을 닦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며느리에 대한 원천적 증옥가 이 풀꽃의 이름에 녹아 있는 것이다. (39쪽)


  《한국 식물 생태 보감》(자연과생태,2013) 1권을 살피면 ‘며느리밑씻개’라는 풀이름은 없다는 대목을 잘 알 수 있습니다. 한국 풀이름은 ‘사광이아재비’입니다. 이 식물도감을 장만해서 집에 들여놓지 않아도, 요새는 인터넷에서 풀이름을 넣어 보면 두 가지 이름하고 얽힌 이야기를 무척 쉽게 찾아볼 수 있기도 해요(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2430539&cid=46686&categoryId=46694). 부디 잘잘못을 제대로 가릴 수 있기를 빌고, 엉뚱하거나 얄궂거나 잘못된 이야기를 뜬금없이 퍼뜨리지 않을 수 있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2016.11.1.불.ㅅㄴㄹ


+ + +


(인터넷을 안 찾아볼 분을 헤아려, <한국 식물 생태 보감> 줄거리를 옮겨 붙입니다)

한글명 ‘며누리밑싳개’, ‘며누리밑씻개’, ‘며누리밑싯개’, ‘며느리밑씻개’ 따위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간의 갈등을 나타내는 옛이야기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정말로 그렇다면 이게 무슨 말인가! 종소명 센티코자(senticosa)는 아래로 향한 날카로운 가시가 있다는 뜻인데, 이런 식물체로 궁둥이를 닦거나 문지른다는 발상이 아닌가! 비열한 짓이고, 상상하기조차도 역겹고, 이성과 지성의 부재다. 그런데 이런 한글명의 유래가 일본명을 참고했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


일본명 마마꼬노시리누구이(子の尻拭い)는 ‘계모에게 학대를 받는 아들(子, 계자)의 궁둥이(尻) 닦기(拭) 또는 의붓자식(子, 계자)을 왕따 하기’ 정도로 번역되는 얄궂은 의미를 가진 명칭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배다른 자식에 대한 인간의 저열함을 잘 나타내는 하나의 야만성이기도 하다. 최초 한글명 ‘며누리밑싳개’란 이름은 마마꼬노시리누구이란 일본명의 본질적 의미에 빗대서 의붓자식을 며느리로 대신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때에 ‘며누리배꼽’이란 한글명도 함께 명명했다. 모두 1937년의 일이다.


그런데 『조선식물명휘(朝鮮植物名彙)』(1921)에서 그리고 「경성부근식물소지(京城附近植物小誌)」(1932)에서 며느리배꼽과 며느리밑씻개란 한글명은 여전히 나타나지 않는다. 1921년의 『조선식물명휘(朝鮮植物名彙)』에서 며느리배꼽에 해당하는 옛 이름 ‘사광이풀’이란 한글명만이 또렷하게 기재되어 있다.


며느리밑씻개의 경우는 한글명 없이 ‘마마꼬노시리누구이(子の尻拭い)’만이 기재되어 있었다. 따라서 1921년에 사광이풀이란 명칭이 기재될 때에는 며느리배꼽이란 이름은 없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런데 느닷없이 1937년에 사광이풀이란 한글명을 무시하고, 며느리배꼽이란 이름이 생겨났으며, 동시에 며느리밑씻개란 명칭도 함께 생겨난 것이다.


며느리밑씻개란 이름은 일본명 마마꼬노시리누구이(子の尻拭い)가 힌트가 되어 생겨난 이름이지, ‘며느리의 ‘거시기’를 씻는 데에 효험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은 아닐 것이다. 식물명에 도입되어 있는 ‘며느리’라는 단어의 뉘앙스는 결코 온유하면서 생명적인 것이 아니다. 반생명적이고 거친 야만성을 함의한다.


며느리밑씻개와 며느리배꼽은 결코 당당한 이름이 아니다. 일본어를 알고, 식물을 아는 지식으로부터 생겨난 부끄럽고 비루한 명칭이다. 며느리라는 명칭은 결코 그런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며느리는 생명을 잉태하고 보살피는 절대자의 대리인인 지엄한 어머니다. 자연 속에서 며느리밑씻개도 며느리배꼽도 결코 미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들은 엄연한 자연의 구성원이며, 보존되어야 할 풀숲이 있다면, 그것을 지키기 위한 첨병부대, 소매식물군락(Saumgesellschaft)을 만든다. 며느리배꼽은 사광이풀이었으며, 이것을 닮은 며느리밑씻개는 ‘사광이아재비’이었다.


며느리밑씻개 [Prickle tearthumb, ママコノシリヌグイ, 刺蓼] (한국식물생태보감 1, 2013. 12. 30., 자연과생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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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를 읽는다



  비는 언제 오는가 하고 생각해 봅니다. 구름이 낀다고 늘 비가 오지는 않기에, 비가 오는 날씨는 어떠한가 하고 헤아려 봅니다. 우리가 비를 부를 수 있는지, 비구름은 우리 힘으로는 다스릴 수 없는지 곱씹어 봅니다. 비야 비야 오렴 하고 부를 수 있는 비인지, 비야 비야 오지 말아라 하고 손사래칠 수 있는 비인지 가만히 돌아봅니다. 예전에는 비를 우리 힘으로는 어쩌지 못한다고 여겼으나, 시골에서 살림을 지으며 ‘아니야, 우리 마음이 비를 부르기도 하고 그치게 하기도 하네’ 하고 곧잘 느낍니다. 땅에 씨앗을 심어서 돌보듯, 하늘바라기를 하면서 구름을 부를 수도 쫓을 수도 있구나 하고 느껴요. 그래서 깊은 밤에 지붕을 힘차게 때리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잠에서 깨고, 이 비가 언제까지 올 만한가 하고 생각에 잠기다가, 새벽을 지나 아침까지 신나게 내린 뒤에 멎어 보렴 하고 마음속으로 빕니다. 빗소리를 읽을 수 있으면, 빗소리를 마음에 담을 수 있으면, 빗소리를 내 삶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면, 참말 비를 결 고운 동무로 삼아서 함께 살 수 있으리라 느낍니다. 2016.10.25.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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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한 번 돌리고



  10월 24일 월요일 아침에 일찍 집을 나서야 합니다. 10월 25일 아침하고 낮에 인천에서 골목마실 이끄는 일을 하기에 이 일을 하자면 하루 먼저 인천에 가서 있어야 해요. 어차피 하루 일찍 인천까지 간다면, 서울에서 두어 군데 출판사에 들러서 이야기를 나누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이러자면 빠듯할 테니 고흥에서 떠나는 첫 버스를 타야겠지요. 마감글을 보내야 하는데 안 보낸 곳이 있는가 돌아보고, 오늘 아닌 어제(일요일)까지 보내기로 한 ‘11월에 나올 책 원고 1교’를 마무리짓습니다. 조금 더 손질하고픈 대목이 있으나, 이 대목은 2교에서 하기로 하고 얼른 띄워야겠어요. 벌써 밤 1시 36분이거든요. 인천·서울마실을 하기 앞서 밑반찬을 몇 가지 해 놓으려 했는데 아직 멸치볶음은 못했네요. 살짝 누워 등허리를 편 뒤, 새벽에 일찌감치 다시 일어나서 멸치볶음은 해 놓을 수 있을까요. 2016.10.24.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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