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람이 한국말을 쓸 적에 '-들(복수형)'을 잘못 쓰는 보기를 살피느라

한창 골머리를 앓는데,

서울에 있는 출판사에서 전화가 온다.

전화를 건 출판사 책지기님은

목소리에 들뜨고 설레는 기운이 서린다.

무슨 일일까?


문화체육관광부와 이런저런 곳에서(어떤 곳인지 나는 잘 모르니)

무슨무슨 책을 뽑아서 지원사업을 하는 듯한데(이 또한 나는 잘 모르니)

이번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이 

이 지원사업에 뽑혔다고 한다.


전화를 끊고 마당을 쓴다.

늦가을 비가 내리는 마당은

초피나무 노란 가랑잎이 그득하다.

빗물과 잎을 쓰레받기에 담아

나무 둘레에 뿌린다.


한참 일을 마치고 땀을 식히면서

인터넷을 뒤적이니

알라딘서재 이웃님(다락방 님)도 이 지원사업에

이녁 책이 뽑혔다는 글이 보인다.

이웃님 책도 꾸준히 사랑받으면서 읽히기를 바라고,

내 책도 한결같이 사랑받으면서 읽히기를 꿈꾼다.


내 책,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이 앞으로도 한결같이 사랑받으면서 읽혀서,

이 책이 읽히면서 버는 글삯으로

이곳 전남 고흥에 연 '사진책도서관'이 한결 튼튼히 뿌리내릴 수 있기를...

두 손을 모아 빈다.


'한국말(우리말)'을 다루는 책이 잘 안 읽히는 한국 사회에서

아무쪼록 이 책들이 두루 사랑받기를 다시금 빌면서...

'-들'을 바르게 쓰는 이야기를 얼른 갈무리해야겠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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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8 1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1-28 1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극곰 2014-11-28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숲노래 2014-11-28 15:0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순오기 2014-11-28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잘됐네요. 축하드립니다~~^^

숲노래 2014-11-28 22:00   좋아요 0 | URL
넵, 고맙습니다~~
 

경향신문에서 <책빛숲>을 소개하는 글을 써 주었습니다.

잘 살펴 주어서 참 고맙다고 느낍니다.

이 작은 책이

우리 책마을에 사랑스러운 씨앗이 될 수 있도록

예쁜 징검돌을 놓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


[책과 삶]헌책방 단골 23년 ‘시간의 풍경화’
문학수 선임기자 sachimo@kyunghyang.com

▲ 책빛숲, 아벨서점과 배다리 헌책방거리…최종규 | 숲속여우비 | 384쪽 | 1만5000원


개인적 일기는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기록으로 남을 수 있다. 이 책이 그렇다. 저자 최종규가 군에서 제대한 직후인 1998년부터 두 아이의 아빠로 살고 있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인천 배다리 헌책방거리를 드나들며 남겨놓은 개인의 기록이다. 글과 더불어 직접 촬영한 사진들도 수록했다. 책은 하나의 공간을 오래도록 지켜본 사람이 그려놓은 ‘시간의 풍경화’라고 할 수 있다. 짧은 단편들을 모아놓은 옴니버스 소설, 혹은 영화의 분위기를 풍기기도 한다.

저자는 이제 마흔 살이다. 그는 인천 배다리에 자리한 여러 헌책방 중에서도 특히 아벨서점의 단골이다. 이 책방에 처음 발을 디딘 것은 1992년 7월, 저자가 고등학교 2학년이었을 때다. 교보문고 같은 대형서점에서 살 수 없었던 독일어 교재가 물어 물어 찾아간 아벨서점에 있었다. 그때부터 주마다 두세 차례씩 아벨서점을 드나들었다. 말하자면 그는 ‘아벨서점 키드’였다. 군에서 제대해 PC통신 ‘나우누리’에서 ‘헌책방 사랑누리’라는 모임을 만든 것이 헌책방 거리에 대해 글을 쓴 계기였다. 카메라 조리개와 초점을 간신히 맞출 정도의 아마추어였지만 사진도 찍기 시작했다. 그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책은 내레이션이 풍성한 한 편의 흑백영화를 보는 듯하다. 저자는 일기를 쓰듯이 헌책방거리에서 만난 책들과 그곳의 풍경을 묘사한다. 명절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찾아간 아벨서점의 책시렁에는 대하소설 <임꺽정>과 <객주>가 얹혀 있었다. 주머니 사정을 걱정하다 <객주>를 집어든 그는 “열 권에 1만5000원, 신문 배달을 해서 한 달 버는 일삯 32만원 가운데 1만5000원이 한꺼번에 빠져나간다”고 푸념을 늘어놓기도 한다. 자신보다 어린 고등학교 여학생들이 소설책을 사는 모습을 빙그레 웃으며 바라보기도 하고, 서점을 나가는 여학생들의 뒷모습을 향해 “예쁘기도 하지!”라며 중얼거리는 주인 아주머니의 모습을 묘사하기도 한다. 

이런 유의 책이 대개 그렇듯,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따뜻하면서도 쓸쓸하다. 저자는 2001년부터 기획·편집자로 일하다 지금은 전남 고흥 동백마을에서 ‘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라는 모임을 꾸리고 있다. 그의 손을 거쳐간 책 중에는 <보리 국어사전>도 있다. 그의 배다리 헌책방거리 나들이는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차츰 뜸해진다. 일과가 바쁘고, 전남 고흥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23년간의 헌책방거리 나들이는 올해 6월3일의 일기로 마무리된다. 저자는 두 아이를 데리고 배다리의 대창서림을 찾아가 이번에도 역시 몇 권의 헌책을 산다. 검은 비닐봉지에 담긴 책을 들고 서점 문을 나서는 순간, 거리에는 비가 내리고 아이들은 비를 맞으며 깔깔거린다. 책의 마지막 미장센마저도 흑백영화의 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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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방송 라디오에서 만나보기를 했습니다.

오는 2014년 7월 12일 토요일 아침 여덟 시에 나올 듯합니다.

저는 듣지 못하지만,

들을 수 있는 분들은 즐겁게 들어 주셔요~


http://www.ifm.kr/program/book/

토요일 아침에 못 들어도

다시듣기를 할 수 있나 봐요.

FM 90.7 인 듯합니다~


미리 쓴 대답인데

녹음할 적에는

이 대답과 많이 다른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


..


라디오 책방

― 일흔여덟 번째 : 책빛숲, 아벨서점과 배다리 헌책방 거리



녹음 : 2014년 7월 10일 목요일 14시

방송 : 2014년 7월 12일 토요일 08시


진   행 : 이영철 보도국장 / PD : 김유리 / 작가 : 김유리, 황지선

출연자 :  최종규 저자 

질문내용 : (사전 질문 내용은 방송 흐름과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이영철] 먼저 《책빛숲, 아벨서점과 배다리 헌책방거리》는 어떤 책인지 청취자 분들에게 소개를 해 주시죠.  

[최종규] 책이름처럼 ‘책’과 ‘빛’과 ‘숲’이라고 할 수 있는, 헌책방 〈아벨서점〉과 ‘배다리 헌책방거리’를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책과 빛과 숲은 서로 다른 낱말이라고 여길 만하면서 서로 같은 낱말입니다. 책이기에 빛이고, 빛이기에 숲이며, 숲이기에 책이에요. 헌책방 한 곳이 있어서 마을에 푸른 숨결이 흐르고, 헌책방 한 곳 두 곳 모여서 거리나 골목을 이루면, 이곳은 고장이나 고을, 이를테면 도시를 살리는 숲이요 빛이면서 책이 된다는 이야기를 담는다고 할 수 있어요.




[이영철] 책을 쓰게 된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소중한 추억을 독자들과 공유해야겠다 결심한 계기라든지)

[최종규] 헌책방이라는 곳에 처음 눈을 뜨던 열여덟 살에 생각했어요. 내가 즐기는 이 책처럼 나도 앞으로 어떤 책을 하나 써서 내 이웃들과 나눌 때가 온다면, 어느 책보다 ‘헌책방’을 말하는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고, 헌책방 가운데 나한테 처음으로 다가온 ‘아벨서점’을 이야기하는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다만, 열여덟 살에는 어렴풋하게 꿈처럼 생각씨앗을 심었고, 헌책방 단골로 다섯 해를 지나고 열 해를 지나면서 이러한 생각이 솔솔 피어나서 뭉게구름이 되었어요. 그러니까, 헌책방 〈아벨서점〉 단골로 스물세 해가 된 올해에 이 책은 소나기처럼 제 고향마을에 선물처럼 내놓는 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영철] ‘책빛숲’ 이라는 책 제목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져 있는 건가요? 

[최종규] ‘헌책방’이라는 곳은 그저 헌책방이에요. 그런데, 헌책방을 제대로 바라보지 않거나 느끼지 못하는 분이 생각보다 참 많아요. 저로서는 아주 많이 놀랐어요. 왜 헌책방을 헌책방으로 바라보지 못할까요? 왜 책을 책으로 바라보지 못할까요? 오늘 나온 책도 오늘 누군가 읽고 나서 헌책방에 내놓으면 바로 ‘헌책’이 돼요. 지난해에 나온 책도 아직 아무도 안 읽었으면 ‘새책’이에요. 스무 해 앞서 나온 책도 오늘 내가 읽기 앞서까지는 그냥 ‘새책’이에요. 내가 읽고 나면 모든 책은 ‘헌책’이 되고, 새책이 헌책으로 겉모습을 바꾸면서 비로소 ‘책’으로 거듭나요. 책으로 거듭난 이야기는 우리 삶을 살찌우는 빛을 담지요. 그리고, 이 빛이란, 삶을 살찌우는 빛이란, 지구별을 푸르게 이루면서 싱그러운 바람을 나누어 주는 나무가 우거진 숲과 같아요. 그러니, 책과 빛과 숲은 한 낱말이면서 다른 낱말이고, 헌책방을 밝히는 세 가지 낱말인 셈이에요.




[이영철] 처음 배다리 헌책방 거리를 방문하게 된 것은 언제였습니까? 당시 얘기를 들려주세요.

[최종규] 열여덟 살인 고등학교 2학년에 배다리 헌책방거리에 눈을 떴어요. 그렇지만, 그곳을 처음 간 때는 여덟아홉 살 무렵이지 싶어요. 다만, 어릴 적에는 동무들하고 놀던 놀이터 가운데 하나로 여겼을 테고, 제대로 책을 알아보는 헌책방거리로 찾아간 때는 열여덟 살이 처음이라고 할 수 있어요. 1994년 대입시험부터 연합고사가 사라지고 본고사와 수능시험이 처음 생기면서, 저는 제가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독일말로 제2외국어 본고사를 치러야 하는 딱 둘’뿐인 학생이었어요. 그 고등학교에서는 딱 둘만 치를 본고사 시험 과목을 가르칠 수 없다면서, 정규과목에 있는 독일말 수업을 아예 안 했어요. 어이없는 일이었지만 입시지옥 현실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할 만한데, 그 때문에 독일말을 배우려고 인천 주안에 있는 한샘학원을 다녀야 했고, 학원에서 독일말을 배울 적에 쓸 교재를 찾으려고 〈아벨서점〉 문을 두드렸어요.




[이영철] 열여덟 살부터 이십년이 넘게 헌책방 거리를 드나드셨어요. 아무래도 무언가 좋았으니까 그렇게 오랜 기간을 함께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배다리 헌책방을 드나들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최종규] 저는 국민학생 적에는 하루 내내 놀았어요. 집에서도 동네에서도 학교에서도 놀았어요. 중학교에 들어가니 1학년 때부터 밤 열 시까지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을 시키며 입시수험생으로 만들어요. 고등학교에서는 밤 열한 시까지 이렇게 돌아야 했어요. 그때에는 학교에 도서관이란 곳이 없었고, 교과서와 참고서 아니면 ‘책’이 아니라고 했어요. 그렇지만 교과서와 참고서는 책이 아니고 교과서와 참고서잖아요? 저는 참다운 ‘책’을 읽고 싶었어요. 그리고 이렇게 책에 배고픈 제 마음을 배다리 헌책방거리에서 그득 채워 주었어요. 고3 수험생이던 때에도 주마다 두 차례씩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을 몰래 빠져나와서 헌책방거리가 문을 닫을 때까지, 짧으면 너덧 시간 길면 여덟 시간 동안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 않고 오직 책만 읽었어요. 헌책방에서는 아무도 무어라 하지 않고, 여덟 시간 동안 책만 읽어도 나무라지 않아요. 저는 헌책방에서 읽은 책을 늘 셈을 해서 장만했어요. 즐겁게 읽은 책이니 다시 읽으려고요. 공공도서관에서조차 느긋하게 책을 읽지 못하는 환경이었지만, 헌책방은 더없이 아름다운 책쉼터였다고 느꼈어요.




[이영철] 그동안 책방을 운영해 온 분들도 잘 아시겠어요. 요즘은 워낙 작은 서점을 찾아보기 힘드니.. 어떤 사람들이 서점을 운영하고 있을까? 궁금해 할 청취자 여러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특별히 기억 남는 분이나 청취자 분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최종규] 처음부터 헌책방 나들이를 즐기려 하지 않았지만, 우리 사회를 헤아릴 적에, 헌책방처럼 책이 책대로 드리우면서 아름답게 흐르는 터전은 없다고 느꼈어요. 요즈음은 예쁜 북카페가 곳곳에 생기는데, 열 해 앞서까지만 해도 제대로 된 북카페는 거의 없었다 할 만해요. 헌책방은 예전부터 요즈음까지도 ‘북카페’라고 할 수 있어요. 어느 헌책방이든, 커피 한 잔쯤 마시면서 책을 볼 수 있거든요. 머그잔이나 클래식 노래가 흐르지는 않지만, 종이잔에 담은 1회용 커피를 홀짝이면서 책을 누리는 아주 재미난 곳이었어요. 북카페가 달리 북카페가 아닐 테니까요. 《책빛숲》에서 다루는 〈아벨서점〉이라든지 배다리 헌책방거리는 모두 자그마한 책방이에요. 교보문고라든지 영풍문고를 생각하면 그야말로 아주 작아요. 그런데, 책방은 크기로 따질 수 없어요. 어떤 책을 품느냐로 따져요. 크기가 작고, 몇 만 권에 이르는 책만 건사한 헌책방이라 하더라도, 몇 시간 동안 책누리를 즐길 수 있다면, 이곳에서 내 마음을 움직이는 빛을 만날 수 있어요. 어느 헌책방이든 다 좋아요. 작든 크든 좋아요. 알려진 곳이든 안 알려진 곳이든 좋아요. 늘 가까이 두면서 자주 찾아갈 수 있는 곳이라면, 우리한테 아름다운 책을 베풀어 줍니다.




[이영철] 저자께서 국어사전을 만드는데 배다리의 헌책방에서 나눈 이야기, 추억 들이 큰 밑거름이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책에 실린 관련 에피소드를 몇 가지 들려주신다면?

[최종규] 저는 처음부터 한국말사전 만드는 일을 할 생각은 아니었어요. 통역과 번역 일을 하고 싶어서, 한국외대에 들어가서 네덜란드말을 배우려 했어요. 그런데 1994년 그무렵에는 학과에 네덜란드말 사전조차 제대로 없고, 교재도 복사한 책이었어요. 외국말을 익힐 적에 사전이 없으니 참 아리송했는데, 여러 헌책방을 살펴서 네덜란드말 사전을 세 권 찾아냈고, 네덜란드에서 나온 문학책과 동화책도 여러 권 만났어요. 외국말을 익힐 적에는 외국말뿐 아니라 한국말도 함께 익혀야 해요. 외국말을 한국말로 제대로 옮겨야 하니까요. 그래서, 외국말을 배우면서 한국말도 제대로 새롭게 익히려고 여러 대학교 국문과에서 쓰는 교재와 책을 모두 헌책방에서 찾아내어 읽었고, 이렇게 읽다가 ‘한국말 공부가 참 재미있네.’ 하고 느꼈어요. 이러다 보니 한국말과 얽힌 책과 사전을 자꾸 찾아서 읽는 삶이 되었고, 대학교에서는 도무지 빛이나 꿈이 안 보이는구나 싶어 그만두고 나니, 저한테 남은 것은 ‘외국말 공부’가 아니라 ‘한국말 공부’였어요.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헌책방은 제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넌지시 밝혀서 시나브로 알려주는 밑돌 구실을 했구나 싶어요. 배다리 헌책방거리와 얽힌 이야기 가운데에는, 오늘도 그곳을 씩씩하게 지키는 〈삼성서림〉 할배 이야기가 있는데요, 제가 고 2∼3이던 때에 자꾸 저한테 술을 먹으라고 술잔을 내미셔요. 그때 제 둘레 동무들은 다 술을 마셨지만, 저는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술을 마실 생각이 없었어요. 헌책방 한쪽에서 양주동 님이 쓴 《고가연구》를 찾아서 읽으면서 한손으로는 손사래를 쳤어요. 나중에 고등학교를 마치고 한참 뒤에 〈삼성서림〉 할배가 건넨 술잔을 받았습니다.




[이영철] 현재 배다리 책방거리는 어떻습니까? 예전과 비교했을 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최종규] 지난 2006년 겨울에 배다리에 크나큰 일이 터졌어요. 이른바 ‘배다리 산업도로 사건’이에요. 인천시에서 배다리를 가로지르는 너비 70미터짜리 산업도로를 왕복 16차선으로 뚫으려고 했어요. 참 무서운 개발 계획인데요, 배다리에 산업도로를 놓으면서 그 마을을 통째로 들어내어 한쪽은 아파트 다른 한쪽은 쇼핑센터로 만들려고 했대요. 2020년 인천 재개발계획이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인천시는 이러한 내막을 숨기고 몰래 밑공사를 했고, 송현동 주공아파트 밑에 작은 터널 두 곳을 20억을 들여 몰래 파기까지 했어요. 배다리는 헌책방이 줄어들면서 어려웠다기보다, 이런 갑작스럽고 끔찍한 막개발 때문에 어려웠어요. 그런데, 이러한 어려움을 맞닥뜨린 뒤 똘똘 뭉쳐서 다섯 해를 싸운 끝에 ‘배다리 산업도로 백지화’를 얻었고, 이제 2014년 ‘세계 책의 해’에서 인천이 주빈국이 된다고 하잖아요? ‘책의 해’에서 인천이 무엇으로 책을 말할 수 있을까요? 바로 책방거리이고, 배다리 헌책방거리예요. 작은 동네 작은 헌책방 사람들이 작은 힘으로 작은 책을 가슴에 품고 살아온 나날이 비로소 ‘책의 해’로 꽃피울 수 있구나 하고 느껴요. 예전과 견주어 달라진 모습이라면, 이제 헌책방거리는 한국에서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아름답고 값진 ‘책 문화유산’일는 대목을 사람들이 천천히 알거나 느낀다는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이영철] 아벨서점이 금토일에만 문을 연다고 하던데요. 그만큼 평일에는 배다리 헌책방 거리를 찾는 사람이 적다고요..  그 얘기는 곧 인천시민들의 관심이 적다는 뜻이기도 할 텐데요. 바라는 점이나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십시오. 

[최종규] 헌책방 〈아벨서점〉은 칠월까지만 금·토·일 사흘만 열기로 했어요. 그만큼 배다리를 찾는 사람이 적다는 뜻이 아니에요. 〈아벨서점〉 책방지기 분들이 그동안 책방 일과 배다리 지키기와 책문화 돌보기 같은 여러 일을 하면서 몸이 많이 힘드셔요. 아픈 곳투성이예요. 그렇다고 책방을 닫을 수도 없고요. 그런데 몸이 너무 아파 쓰러지면 책방도 죽고 사람도 죽어요. 그래서 내린 생각이, 몇 달 동안 몸을 쉬고 달래는 ‘안식일’이라고 할까요, 몇 달쯤 사흘만 책방을 열고 나흘은 몸이 힘을 되찾도록 쉬자는 뜻이에요. 이렇게 몇 달쯤 몸을 되살리고 나면 다시 씩씩하게 일하시면서 책손님한테 아름다운 빛을 베풀 수 있으리라 생각하셔요. 다만, 인터넷책방이 커지면서 매장책방으로 찾아오는 발걸음은 많이 줄었어요. 인천뿐 아니라 다른 지역도 엇비슷해요. 한 가지 덧붙인다면, 안타깝게도 인천이 전국에서 ‘책을 가장 안 읽는 도시’예요. 바로 옆에 서울이 있는 탓이 몹시 크기는 할 테지만, 인천시가 스스로 우뚝 서는 아름다운 삶터로 거듭난다면, 배다리 헌책방거리는 새롭게 북적일 테고, 배다리뿐 아니라 인천 곳곳에 작은 책방과 북카페가 차츰 늘어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이영철] 저자께서는 현재 국어사전 만드는 일과 전남 고흥에서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를 운영 중이시라고 들었습니다. 국어사전 만드는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최종규] 저는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를 2007년부터 열었어요. 제가 어릴 적부터 읽고 갈무리한 책으로 내 서재이면서 개인도서관이 될 곳을 열었습니다. 2007년에 배다리에서 이 도서관을 처음 열었어요. 배다리 산업도로 계획에 반대하는 힘을 모으려고 배다리에서 열었고, 아이가 태어나면서 이 아이와 함께 앞으로 살아갈 터를 헤아리다가 전남 고흥이라는 시골로 자리를 옮겼어요. 앞서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외국말 공부를 그만두고 저한테 남은 한국말 공부를 그대로 이었고, 이렇게 이은 한국말 공부는 1999년에 들어간 보리 출판사에서 처음 빛을 보았어요. 보리 출판사에 들어갈 때 이곳 대표인 윤구병 님이 저한테 ‘새 국어사전 편집자’를 맡길 생각이었다고 하시더군요. 2001년에 보리 출판사가 국어사전을 전담할 출판사를 토박이 출판사라는 이름으로 따로 열었을 적에 제가 편집장이면서 자료조사원으로 일했어요. 《보리 국어사전》 1대 편집장이었지요. 이 일을 하다가 2003년 8월에 이오덕 님이 돌아가셨어요. 저는 이오덕 님하고 아는 사이가 아니었는데, 이오덕 님이 돌아가신 뒤 선생님 유고를 갈무리하는 일을 누군가 맡아야 했어요. 저는 토박이 출판사에서 새로운 국어사전 만드는 일을 하다가, 이오덕 님을 기리는 글을 다섯 꼭지 썼어요. 그런데 이 추모글이 원고지로 치면 600장을 웃돌았어요. 엄청난 글을 썼지요. 이 글을 이오덕 님 유족이 보았고, 이런 인연으로 2003년 9월부터는 충북 충주로 삶터를 옮겨 2007년 2월까지 이오덕 님 유고를 갈무리하는 일을 맡았어요. 2013년에 나온 《이오덕 일기》도 이때에 제가 찾아내어 정리해서 비로소 나올 수 있던 책이에요. 그리고 저는 곁님을 만나 아이 둘을 낳았는데, 큰아이가 무럭무럭 자라면서 이 아이한테 참으로 새로운 말을 제대로 알려주어야겠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그동안 배운 모든 슬기를 모아서 아주 새로운 한국말사전을 만들자고 생각했어요.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이라는 책을 올해 3월에 선보였는데, 이 책이 한국말사전을 새로 만드는 실마리예요. 앞으로 일고여덟 살 어린이가 읽을 ‘첫 한국말사전’을 만들 생각이고, 우리 아이가 자라는 흐름에 맞추어 차근차근 새로운 사전을 만들려고 해요.




[이영철]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의 소개도 해 주시죠. 

[최종규] 2007년에 고향인 인천으로 돌아와서 도서관을 열기로 했을 때에, 어떤 주제로 도서관을 삼을까 한참 생각했어요. 그냥 도서관이 아닌 전문 도서관이 되어야 한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사람들한테 가장 도움이 될 도서관은 어떤 주제일까 하고 생각했고, 곰곰이 살피니 사람들이 사진기는 한 대쯤 다 갖추지만, 정작 사진책은 안 사고 안 읽는다고 깨달았어요. 사진책으로 전문 도서관이 되자고, 사진을 말하고 사진책을 알려주며 사진길을 걸을 적에 어떤 책을 이웃으로 삼아서 마음을 살찌우면 아름다우면서 즐거울까 하고 보여주는 도서관이 되자고 생각했어요.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는 사진책이 중심이면서, 사진을 살찌우는 그림책과 만화책과 어린이책과 문학책과 인문책과 환경책과 갖가지 국어사전 자료 들을 골고루 갖춘 곳입니다.




[이영철] 출간 후 소감이랄까요? 책을 마무리하고 아쉬웠던 부분이나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해 주시고 인터뷰 맺겠습니다.  

[최종규] 숲속여우비 출판사에서 책을 예쁘게 만들어 주셨어요. 아주 적은 돈으로 무척 아름답게 책을 빛내었습니다. 아마 큰 출판사에서 이 책을 만들었으면 사진을 넉넉히 넣고, 줄간격도 넉넉히 하면서 만들었으리라 생각해요. 그러나, 아직 한국 출판문화에서는 큰 출판사가 작은 마을책방을 눈여겨보는 마음결을 갖추기 힘들지 않나 하고 느껴요. 영국에 있는 헤이온와이라든지 일본에 있는 책방이라든지 세계 여러 나라 멋진 도서관을 다루는 책은 곧잘 큰 출판사에서 나오잖아요? 그런데, 막상 한국에 있는 작은 책방이나 헌책방 이야기는 어떤 출판사에서도 다루려 하지 않아요. 왜 우리는 우리한테 있는 빛을 아름답게 바라보지 못할까요? 이 실마리를 푸는 열쇠로 《책빛숲》이 길동무가 될 수 있으면 참으로 즐거우리라 생각해요. 《책빛숲》을 징검돌로 삼아서, 앞으로 한국에서 조용히 빛나는 작고 예쁜 헌책방 이야기를 이와 같이 고운 책으로 선보여서 이야기 씨앗을 뿌릴 수 있기를 빕니다. 인천에 있는 헌책방거리를 비롯해서, 부산 보수동 헌책방골목, 서울 청계천 헌책방거리, 대전 원동 헌책방거리, 전주 홍지서림 책방거리, 광주 계림동 헌책방거리, 대구 시청 둘레 헌책방거리, 그리고 마을마다 반짝반짝 빛나는 작은 책방을 지키는 분들한테 구수한 밥 한 그릇 같은 책이 되기를 빌어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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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방에 배본된 제 책으로는 21번째 책인 <책빛숲>이 나왔습니다. 지난 2013년 9월에 나온 <책빛마실,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은 새책방에 배본되지 않았습니다. 1인잡지 <우리말과 헌책방>은 11호까지 냈지만 7호까지만 새책방에 배본되었습니다. 1인잡지 일곱 권을 뺀다면 열다섯 번째 책이라고 하겠습니다. 아무쪼록 즐겁게 장만해서 기쁘게 읽으시고 널리 나누어 주셔서, 이 책이 오래도록 사랑받으면서 새로운 빛이 태어나도록 이끄는 밑힘이 되도록 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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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살리는 책빛, 도시 살리는 책숲



  책방은 책방이기에 책숲이다. 책은 책이기에 책빛이다. 책숲이 되는 책방 한 곳이 마을에 있어 마을이 빛난다. 책빛이 되는 책이 책방에 깃들 수 있기에 도시가 환하다.


  교보문고나 영풍문고 같은 커다란 책방이 있어서 도시가 빛나지 않는다. 사람들이 커다란 책방에서 더 많은 책을 살펴보거나 장만해서 읽는다 하더라도 도시가 빛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사람들이 커다란 학교에서 더 많은 교재와 교과서로 학문을 익히더라도 도시가 빛나거나 나라가 빛나지는 않는다. 왜 그럴까?


  책은 더 많이 팔려야 책이 되지 않는다. 책방은 더 크거나 더 넓어야 책방이 되지 않는다. 책은 제대로 읽힐 수 있을 때에 책이다. 책방은 사람들한테 제대로 책숲이 될 수 있는 터전이어야 책방이다. 더 커다란 건물로 지어야 학교가 아니라, 사랑스러운 넋으로 아름다운 꿈을 가르치고 배울 수 있어야 학교이다. 건물이 없어도 사랑과 꿈을 가르치면서 배운다. 건물이 작아도 사랑과 꿈을 나누면서 가꾼다.


  먼 옛날부터 아무런 책이 없었어도 사람들은 밥짓기와 옷짓기와 집짓기를 가르치면서 배웠다. 먼 옛날부터 아무런 교사도 학자도 없었지만 사람들은 풀을 뜯어서 밥을 먹고 풀잎으로 바구니와 돗자리를 짰으며 풀잎(짚)으로 지붕을 얹었다. 그리고, 풀잎에서 실을 뽑아서 옷을 지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사람들이 학교를 수십 년에 걸쳐 다니지만, 스스로 밥을 짓지 못하고 옷을 짓지 못하며 집을 짓지 못한다. 오늘날에는 사람들이 돈을 버는 직장인이 될 뿐이고, 오늘날에는 사람들이 지식을 쌓으려고 책을 손에 쥘 뿐이다.


  작은 헌책방 〈아벨서점〉이 있다. 작은 헌책방은 그야말로 작다. 이 작은 헌책방에도 책은 10만 권 20만 권 30만 권, 이럭저럭 갖춘다. 그런데, 이 작은 헌책방에 책이 몇 만 권, 또는 수십만 권쯤 있다고 하더라도 대수롭지 않다. 이 작은 헌책방은 더 많은 사람들한테 더 많은 책을 팔 생각이 없다. 이 작은 헌책방은 한 사람이라도 가슴에 빛을 품기를 바란다. 책에 서린 빛을 사람들이 알아보고는, 책손 스스로 ‘빛나는 새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시중 새책방에서 절판되어 사라진 책을 우리한테 잇는 징검다리인 헌책방이다. 도서관에서 안 갖추거나 도서관에서 대출실적이 없다면서 버린 책을 그러모아 새롭게 숨을 불어넣는 헌책방이다.


  작은 헌책방 〈아벨서점〉은 인천 배다리에 있다. 인천 배다리는 헌책방거리이다. 〈아벨서점〉을 비롯해서 여러 헌책방이 있다. 〈아벨서점〉 한 곳이 있어 배다리 헌책방거리가 살아나지 않는다. 그리고, 〈아벨서점〉 한 곳이 없으면 배다리는 살아나지 않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배다리에 있는 〈집현전〉과 〈대창서림〉과 〈한미서점〉과 〈삼성서림〉과 〈나비날다〉는 저마다 제 빛을 가꾸거나 보듬으면서 어깨동무를 한다. 더 돋보이는 책터가 아니고, 더 나은 책마당이 아니다. 함께 살아가면서 함께 웃고 노래하는 책잔치이다.


  커다란 자리에서 으리으리한 연출을 할 때에 ‘국제도서전’을 이루기도 할 텐데, 따로 며칠쯤 날을 잡아서 벌여야 책잔치를 이루지 않는다. 작은 헌책방 한 곳에서 작은 헌책 하나를 찾아내어 손에 쥘 적에도 언제나 책잔치이다. 책을 손에 쥔 사람들 가슴에 두근두근 설레며 기쁜 마음이 샘솟을 때에 비로소 책잔치이다. 헌책방 〈아벨서점〉은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한테, 또 인천 배다리 헌책방거리로 책 하나 찾으려고 나들이를 하는 사람들한테, 빛과 숨결과 노래와 꿈과 사랑을 들려주고 싶다. 함께 빛을 보고, 함께 숨을 쉬며, 함께 노래를 부르고, 함께 꿈을 꾸며, 함께 사랑을 하고 싶다.


  국어사전 만드는 일을 하는 최종규는 2014년에 마흔 살이다. 최종규는 열여덟 살부터 〈아벨서점〉과 배다리 헌책방거리를 드나들었다. 작은 헌책방 한 곳을 스물세 해째 단골이 되어 드나든다. 헌책방에서 만난 작은 책이 발판이 되어 국어사전을 만드는 밑힘을 얻는다. 헌책방에서 듣고 나눈 이야기를 씨앗으로 삼아 국어사전을 가꾸는 밑거름으로 쓴다.





  참으로 작은 헌책방에 무엇이 있기에 스물세 해를 단골로 드나들 수 있을까? 인천광역시는 2015년 ‘세계 책의 도시’로 뽑혔다고 하는데, 왜 인천은 ‘책도시’로 뽑힐 수 있었을까? 인천에는 책방이 몇 군데나 있으며, 인천에 있는 크고작은 새책방과 헌책방은 저마다 어떤 빛과 숨결이 있을까?


  마을 살리는 책빛이요, 도시 살리는 책숲이다. 마을 살리는 작은 책방이요, 도시 살리는 책방거리이다. 책은 돈으로 읽지 않는다. 책은 마음으로 읽는다. 책은 돈으로 만들지 못한다. 책은 사랑으로 만든다.


  《책빛숲, 아벨서점과 배다리 헌책방거리》는 책·빛·숲 세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과 빛과 숲은 같은 말이다. 책과 빛과 숲은 서로 같으면서 서로 다르다. 책과 빛과 숲은 언제나 하나가 되어 흐른다. 책은 빛이 되고, 빛은 숲이 되며, 숲은 책이 된다. 책은 빛에서 태어나고, 빛은 숲에서 태어나며, 숲은 책에서 태어난다.


  작은 책방지기가 작은 책방을 일구며 살아온 작은 이야기를, 작은 책손이 작은 발걸음으로 찾아온 스물세 해 이야기를 《책빛숲》에 살포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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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소개

: 글을 쓰고 사진을 찍은 최종규(40)는 국어사전 만드는 일을 하고, 전남 고흥에서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를 운영한다. 사진비평 《사진책과 함께 살기》를 썼고, 인천 골목동네 사진이야기 《골목빛, 골목동네에 피어난 꽃》을 썼다. 한국말 슬기롭게 쓰는 길을 밝히고 싶어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사자성어 한국말로 번역하기》,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뿌리깊은 글쓰기》, 《사랑하는 글쓰기》, 《생각하는 글쓰기》 같은 책을 썼고, 청소년이 나아갈 길 밝히려는 뜻으로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책 홀림길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같은 책을 썼다. 헌책방 책삶을 북돋우려고 《책빛마실,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 《헌책방에서 보낸 1년》, 《모든 책은 헌책이다》 같은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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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최종규가 들려주는 이야기



ㄱ. 책방은 책방이기에 책숲이겠지요. 사람은 사람이기에 사람숲일 테지요.



ㄴ. 책방에서 책을 만납니다. 책방에서 책을 읽습니다. 책방에서 책을 삽니다. 책방에서는 물건을 사고팔지 않습니다. 책방에서는 싸구려 물건을 도맷값으로 함부로 넘기지 않습니다. 마음을 밝히거나 살찌우는 책 하나를 알뜰히 건사해서 알맞춤한 책손이 찾아오면 알맞다 싶은 값으로 팝니다.



ㄷ. 헌책방으로 찾아오는 중·고등학교 아이들은 거의 모두 교과서와 참고서밖에 볼 줄 모릅니다. 이 아이들은 교과서와 참고서를 보는 데에도 벅찹니다. 교과서와 참고서에 둘러싸인 채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교에 간대서, 이 아이들이‘책’을 손에 쥐려고 하지 않습니다. 책으로 삶을 일굴 줄 아는 중·고등학교 아이들이 드뭅니다. 곧, 책으로 삶을 가꿀 줄 아는 중·고등학교 교사부터 드물겠지요. 책 하나로 삶길 열며, 책 하나에서 사랑길 헤아리는 어른이 매우 드물어요. 우리 아이들이 모두 책을 많이 읽거나 눈이 높아야 하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아이들 스스로 이녁 삶을 들여다볼 줄 모른다면 바보가 되겠지요. 아이들을 둘러싼 수많은 사람들 삶자락을 돌아볼 줄 모른다면 멍텅구리가 되겠지요. 나를 보지 못하니, 내 이웃을 보지 못해요. 나를 느끼지 못하니, 내 동무를 느끼지 못해요. 무엇보다 내 삶을 느껴야, 내 밥을 느끼고, 내 옷과 내 집과 내 마을을 느껴요.





ㄹ. 작은 사람이 작은 꿈으로 작은 책터를 보살핍니다. 작은 사람이 작은 책을 만지며 작은 사랑을 나눕니다. 천천히 이루는 꿈입니다. 하나씩 이루는 꿈입니다. 아름답습니다. 따사롭습니다. 책 문화는 바로 삶 문화입니다. 삶 문화는 곧 책 문화입니다. 사람이 살아온 발자국이 문화요, 문화는 곧 사람이 살아온 발자국이에요.



ㅁ. 우리가 헌책방 나들이를 하면서‘싼 물건’을 찾거나‘아주 드문 자료’를 캐낸다는 마음을 넘어서서‘내 마음 움직이는 이야기 하나’를 만나려는 매무새라면, 덧붙여‘지은이 삶을 고이 돌아보면서 내 삶 차곡차곡 일굴 슬기와 빛줄기’를 얻는 길동무나 스승이라고 받아들인다면 달라집니다. 헌책방은 앞으로도 목숨 줄 길이길이 이어 갈 책삶터, 책누림터, 책만남터, 책즐김터입니다.



ㅂ. 헌책방에서 마주하는 헌책은‘내가 이 책을 사서 읽기 바란다’해서 짠 하고 나타나지 않을 뿐더러, 어디에서“이 책 좀 보내 주셔요.”하고 바라지 못합니다. 기다려야 합니다. 책이 들어오기를 기다려야 하고, 미리 여럿 갖추어 놓으며 책손이 알아보고 사 가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ㅅ. 골목동네 삶을 글이나 사진으로 담으려 한다면, 마땅히 골목동네 한 자락에 내 살림집이나 일방을 얻어야 합니다. 이렇게 하지 않고서야 골목동네 삶을 알아보지 못해요. 왜냐하면, 아침부터 낮과 저녁과 밤과 새벽을 두루 골목동네에서 지내면서 봄여름 가을 겨울 네 철을 날씨와 흐름과 기운을 고스란히 받아안아야‘골목동네 맛을 조금 보았다’할 만하기 때문입니다. 동네 사람 아닌 구경꾼으로서는, 제아무리 뻔질나게 찾아든다 해서 골목동네를 알거나 읽을 수 없어요. 헌책방을 읽을 때에도 언제나 똑같습니다. 어쩌다 한두 번 찾아갔대서 인천 배다리를 안다 할 수 없습니다. 인천 배다리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배다리 헌책방거리에 한 주에 몇 차례씩 드나들지 않는다면 주민등록으로는 배다리 사람일 테지만,‘ 헌책방거리 이웃’은 되지 못해요. 헌책방 일꾼 이름을 알거나 얼굴을 안다고 헌책방을 알 수 없을 뿐더러, 헌책방 헌책을 알 턱이 없습니다.



ㅇ. 나는 고향 인천을 떠나 전라도 사람이 되었습니다. 우리 집 아이들은 어버이를 따라 인천사람이 되었다가 음성 사람도 되었다가 이제는 고흥 사람이 됩니다. 우리한테 삶이란 무엇일까요. 인천에서 나고 자라면서 살아가는‘아벨서점’책지기 한 분은 어떤 마음으로 하루하루 책을 만질까요. 춘천을 떠나 인천에서 뿌리를 내리는‘아벨서점’책지기 한 분은 또 어떤 넋으로 날마다 책을 보살필까요. 책에서 읽는 빛은 삶빛입니다. 삶을 사랑하는 빛이 책마다 깃듭니다. 책에서 누리는 빛은 사랑빛입니다. 사랑하며 살아가는 빛이 책마다 서립니다. 책을 쓰는 사람이 빚은 고운 넋을 책방지기가 알뜰살뜰 보듬어 책시렁을 튼튼하게 짭니다. 책을 읽는 사람은 책시렁이 아름다운 헌책방으로 나들이를 하면서 오래오래 되읽을 만한 사랑스러운 책을 찾거나 살핍니다. 오늘 하루 만난 책들을 한데 그러모아 가슴에 폭 안은 뒤 가방에 담습니다.



ㅈ. 읽고 삭히고 살아갑니다. 읽고 생각하고 사랑합니다. 읽고 어깨동무하고 웃습니다. 책을 읽는 까닭은 머리에 지식을 담고 싶기 때문이 아니에요. 책을 읽는 까닭은 착하게 살고, 즐겁게 살며, 아름답게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학교를 다녀야 학교가 아니에요. 스스로 배우고 가르쳐야 합니다. 졸업장을 따야 학교를 다닌 셈 아니에요. 부엌에서 부엌일 하고, 아이들과 복닥이며 아이 돌보았어도 학교를 다닌 셈입니다. 책방이 곧 학교입니다. 도서관도 학교가 될 수 있습니다. 시골 논밭도 학교가 되며, 공장이나 회사도 학교가 됩니다. 어디나 학교가 되지요.




ㅊ. 책을 더 많이 읽어야 하지 않아요. 삶을 제대로 사랑해야지요. 책을 더 가까이해야 하지 않아요. 삶을 아름답게 일구어야지요. 삶을 제대로 사랑할 때에 책을 제대로 사랑합니다. 삶을 아름답게 일굴 때에 책을 아름답게 다룹니다. 삶을 제대로 모르면서 책을 제대로 읽을 수 없습니다. 삶을 알뜰살뜰 사랑하지 못하면서 책을 슬기롭게 사랑하지 못합니다.



ㅋ. 책을 더 읽었기에 더 훌륭하지 않습니다. 책을 덜 읽었기에 안 훌륭하거나 바보스럽지 않습니다.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람이 아름답습니다. 사랑스레 살아가는 사람이 사랑스럽습니다. 책을 읽는 사람은 그저‘책을 읽은’사람입니다.



ㅌ. 해와 바람뿐이 아닙니다. 빗물과 냇물이 없으면 지구별 모든 도시는 하루아침에 말라비틀어집니다. 흙과 풀과 나무가 없으면 지구별 모든 도시는 곧장 무너집니다. 풀벌레와 새와 물고기가 없으면 지구별은 어찌될까요? 생각해 볼 수 있을까요? 핵발전소나 공장이나 골프장이 없대서 지구별이 무너지지 않아요. 손전화를 못 쓰거나 인터넷이 막히거나 학교가 문을 닫는대서 지구별이 흔들리지 않아요. 삶을 바라볼 수 있을 때에 삶을 누립니다. 삶을 바라볼 때에 삶을 즐깁니다. 삶을 누리거나 즐길 때에 책을 손에 쥡니다. 책을 손에 쥐어 삶을 깨달을 수 있다면, 저마다 스스로 어떤 보금자리를 가꾸면서 하루를 빛낼 때에 웃음꽃이 피어나는지 알아채리라 생각합니다.



ㅍ. 똑같은 책 한 권이더라도 책방마다 매무새가 다릅니다. 똑같은 책 한 권이라 하더라도 책방지기마다 다르게 건사합니다. 한결 마음을 쏟는 책방이 있고, 대수롭지 않게 꽂는 책방이 있어요. 모두 아름다운 책입니다. 모두 아름다운 책방입니다. 갓 문을 연 책방도 아름답고, 마흔 해를 씩씩하게 살아온 책방도 아름답습니다. 헌책방 할머니도 아름답고, 헌책방 언니도 아름답지요. 헌책방 아저씨도, 헌책방 오빠도, 헌책방 아지매도, 헌책방 누나도 모두 아름답습니다.



ㅎ. 책에는 빛을 담습니다. 책에 담긴 빛은 숲내음이 납니다. 빛은 숲에서 곱게 퍼집니다. 빛이 곱게 퍼지는 숲에서‘책으로 태어날 이야기’가 무럭무럭 자랍니다. 숲은 나무를 품습니다. 숲이 품은 나무를 베어 책을 만듭니다. 잘린 나무는 종이가 되는데, 종이가 되는 나무는 오래도록 숲에서 살아오며 누린 빛이 서립니다. 종이에 글과 그림과 사진을 앉힐 적에 숲내음이 고운 빛으로 퍼지고, 책 한 권 손에 쥔 사람들은 책과 빛과 숲을 함께 누립니다. 책·빛·숲, 이 세 가지는‘삶’을 나타내는 다 다른 낱말이자 다 같은 말마디로구나 하고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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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아벨서점〉 책지기 이야기



ㄱ. “내가 바로 신이에요. 신은 바로 자기 자신이에요. 책을 보는 일은 바로 신을 찾는 일이죠.”



ㄴ. “사람들이 책을 귀하게 여길 줄 알도록 이끌며 쉴 수 있는 북카페, 쉼터 하나 만들고 싶어요. 책 하나에 깃든 깊은 얼을 깨닫도록 하고 싶어요.”



ㄷ. “헌책방 오래 하니 좋은 사진 보는 눈도 높아져.”



ㄹ. “새로운 책이 매일매일 나오잖아요. 우리가 책방 안 했으면, 이런 책 어떻게 봤겠어요? 매일매일 충만한 삶인 거예요.”



ㅁ. “책이라는 거는 길이에요.”




ㅂ. “사람은 있잖아요, 가슴이 있어야 해요.”



ㅅ. “…… 책방이라는 것도 사실 책방 자체가 책이잖아요. 그런 것들을, 사실은 지금 우리나라 상황으로선, 뭐야 못 배운 사람들이 하는 거잖아, 책방을. 배운 사람들 안 하잖아. 뭐가 안 배워져서 못 하냐 하면은 생각을 못 배워서 못 하는 거예요. 아세요? 그렇게 수없이 책들을 봤는데 멋은 배웠는지 모르지만 지식나부랭이들은 입으로 쫑알거리는지는 모르지만은 생명을 못 배웠기 때문에 헌책방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없는 거예요. 이게 우리 사회의 폐단이고 우리가 끊임없이 뭐가 되는지 알아요? 음? 한쪽으로? 응? 미개한 지국으로 가고 있잖아요, 지금. 지식나부랭이 그렇게 많이 아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렇게 세상을 못 바꿀 수가 있어? 그렇지 않아요? 그건 아니라고…….”



ㅇ. “헌책방에서 일할 사람은, 책방에서 살고 싶다는 사람이면 돼.”



ㅈ. “손노동이 없는 사회가 사람의 사회이겠어? 귀신의 사회이겠지. 그래서, 애들도 몸소 행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행하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해.”




ㅊ. “우리는 카드도 안 해요. 정성껏 돈 가져와서 책 사 가기를 바라지. …… 책을 사람으로 받아들이라는 거야. 지식으로 만들지 말고. …… 헌책방이 나한테 학교가 된 거라. …… 이제는 책방들이 모여서 얘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 책과 책방에 대한 예우…… 책방을 물건을 사고팔고 하는 곳으로 보는 것은 아니고, 책은 역사가 담긴 것인데, 이런 생각을 잃어버리면 밀려날밖에 없는 것이고.”



ㅋ. “참고서로 책방이 움직이는 시대가 나타나서, 20∼30% 할인해서 파는 데가 있으며, 책방이 한꺼번에 30군데씩 사라지게 하는 폭력이 나타나면서, 이런 시대에 지식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건 책장사인지 무슨 장사인지……, 우린 그렇게까지 가지 말자……, 다 자신들이 갖고 있는 양심을 살게 하고, 정까지 지키고, 정직하게 팔면, 동네마다 서점이 살아나지 않겠는가. 자기들도 죽겠으니까 그렇게 하겠지만.”



ㅌ. “책을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책은 바로 우리 가슴이에요. 책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해요? 책은 바로 우리 가슴에 있어요.”


(최종규 . 2014)





뿌듯하고 즐겁습니다 ^^

여러 고운 이웃들

사랑을 받아서

책이 예쁘게 나왔어요.


글씨는 참 작답니다.

아주 적은 돈으로

아주 야무지게 만드느라

글씨가 작으니

널리 헤아려 주셔요~



5쇄쯤 찍을 수 있으면, 그때에는 글씨를 키우고

사진을 넉넉하게 실어서

'수정 증보판'을 내놓을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

수정 증보판을 내놓아

넉넉하게 큰 글씨와 여러 사진을 담아서

새로 선보일 수 있도록 힘을 보태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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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30 2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01 0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다리는 마음


  새로운 책을 선보입니다. 책은 지난주에 나온 듯하지만, 아직 책방에 들어가지 않은 듯하고, 나한테도 오지 않았습니다. 지난주에 오겠거니 하고 잔뜩 꿈꾸며 기다렸으나, 또 지난주에 받으면 곧바로 우체국으로 가져가서 하나하나 부치려 했으나, 한 주를 넘겨 새 월요일을 맞이합니다. 오늘은 꼭 올 테지요. 얼른 내 새로운 책을 받아쥐고 싶으며, 얼른 이 새로운 책을 내 아름다운 이웃과 고마운 분들한테 선물하고 싶습니다. 4347.6.30.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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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름 : 책빛숲, 아벨서점과 배다리 헌책방거리
- 펴낸곳 : 숲속여우비
- 글과 사진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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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다 1000권씩 팔아서 즐거이 읽힐 수 있도록 모두 힘을 모아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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