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치고 가네



  서울 경복궁 전철역에서 이래저래 전철을 갈아타고서 경기광주역까지 가는 길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지쳐서 전철 바닥에 주저앉기도 하지만, 새로 갈아타면 한동안 서서 갑니다. 이러다 어디였더라, 제법 덩치가 있는 아저씨가 사람들을 툭툭 치면서 지나갑니다. 이러면서 큰아이까지 뒤에서 밀치면서 지나가는군요. 이 사람은 여느 어른도 아이도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그저 툭툭 치면서 말도 없이 지나가네요. 우리 큰아이를 밀치고 지나가는 아저씨를 가볍게 붙잡았습니다. 어쩐지 저는 ‘사람 급소’가 어디인가를 느끼고는, 덩치 좋은 아저씨 어깻죽지 안쪽에 제 오른손을 숙 넣고 더 못 가도록 막고서 나즈막히 한마디 했어요. “사람을 치고 가면 안 되지요.” 그제서야 “미안합니다.” 한마디를 합니다. 다른 사람들한테도 똑같은 말을 했어야 할 텐데, 다들 아무 말 없이 눈쌀만 찌푸린 탓인지 미안하다는 생각조차 안 하고 그냥 밀치면서 다녔지 싶습니다. 미안하다 말을 했으니 급소를 찌른 손은 풀고 고개를 홱 돌렸습니다. 그때 그자리에서 이 아저씨가 미안하다는 말을 안 했다면 …… 굳이 더 생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른도 아이도 모두 사람입니다.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서로 아름다운 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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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역에서 길잃기



  예전에는 수원역 앞에 너른마당만 있고, 이 너른마당에서 택시를 잡는다고 여겼는데, 수원역 뒤쪽으로도 어디론가 이어지는 무척 넓은 길이 새로 생겼지 싶습니다. 또는 뒷길이 예전부터 있었으나 몰라보았을 수 있어요. 북적이고 커다랗고 시끄럽고 어지러운 수원역에서 한참 길을 잃고 이리 갔다가 저리 간 끝에 겨우 앞길 너른마당 가는 쪽을 찾습니다. 시골사람이 도시로 마실 나오면 참말 으레 길을 잃고 헤매는군요. 도시가 좀 작아지거나 길알림판 글씨를 키우거나 곳곳에 많이 붙여놓아 주기를 빕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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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르는 버스



  시골버스를 탈 적에 버스 일꾼마다 다 달리 모는 결을 느낍니다. 시외버스나 고속버스를 탈 적에도 버스 일꾼마다 모두 달리 모는 결을 느끼지요. 까무룩 잠들든 책을 펴서 읽든 무릎셈틀을 꺼내 글을 쓰든 바퀴가 구르는 결을 가만히 느낍니다. 오늘 아침에 탄 시골버스는 퍽 느긋하면서 상냥한 결을 느꼈고, 고흥에서 서울로 가는 시외버스는 매우 바쁘면서 서두르는 결을 느낍니다. 모든 시골버스하고 시외버스가 오늘하고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오늘 두 버스에서 느끼는 결을 돌아보면서 속으로 한 마디 했어요. ‘재미있다.’ 아마 사람은, 삶은, 길은, 다 다르기에 ‘재미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좋거나 나쁘다는 결이 아닙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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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표



  종이표 하나로 얼마든지 신날 수 있습니다. 종이표 하나 없이 얼마든지 홀가분할 수 있습니다. 종이표 하나이면 얼마든지 놀 수 있습니다. 종이표 하나 쥐고서 얼마든지 나들이를 할 수 있습니다. 종이표 하나 없더라도 얼마든지 마음에 그림을 그려서 기차를 몰거나 타거나 이끌면서 활짝 웃을 수 있습니다. 2018.7.26.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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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노에타이샤 공원



  일본 오사카 blu room에 들르고 나서 낮에 살며시 쉬려고 스미노에타이샤 공원에 찾아듭니다. 눕거나 앉아서 쉴 만한 자리를 살펴 나무 그늘을 찾는데, 공원 곳곳에 있는 “바비큐 금지”라는 알림글을 아랑곳하지 않고서 고기를 구워먹는 사람을 봅니다. “낚시 금지”라는 알림글 곁에서 아이하고 낚시를 하는 사람도 봅니다. 낚시질을 하는 사람들 옆에는 왜가리가 송사리나 금붕어를 낚아채고 싶어서 얼쩡거립니다. 재미있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뭐, 풀밭에서 나무바람을 쐬며 고기를 구워먹으면 맛나겠지요. 공원 연못에서 낚시를 하면 바로바로 금붕어를 건질 수 있으니 재미나겠지요. 엉성한 일본사람도 제법 있군요. 2018.7.21.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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