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치고 가네
서울 경복궁 전철역에서 이래저래 전철을 갈아타고서 경기광주역까지 가는 길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지쳐서 전철 바닥에 주저앉기도 하지만, 새로 갈아타면 한동안 서서 갑니다. 이러다 어디였더라, 제법 덩치가 있는 아저씨가 사람들을 툭툭 치면서 지나갑니다. 이러면서 큰아이까지 뒤에서 밀치면서 지나가는군요. 이 사람은 여느 어른도 아이도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그저 툭툭 치면서 말도 없이 지나가네요. 우리 큰아이를 밀치고 지나가는 아저씨를 가볍게 붙잡았습니다. 어쩐지 저는 ‘사람 급소’가 어디인가를 느끼고는, 덩치 좋은 아저씨 어깻죽지 안쪽에 제 오른손을 숙 넣고 더 못 가도록 막고서 나즈막히 한마디 했어요. “사람을 치고 가면 안 되지요.” 그제서야 “미안합니다.” 한마디를 합니다. 다른 사람들한테도 똑같은 말을 했어야 할 텐데, 다들 아무 말 없이 눈쌀만 찌푸린 탓인지 미안하다는 생각조차 안 하고 그냥 밀치면서 다녔지 싶습니다. 미안하다 말을 했으니 급소를 찌른 손은 풀고 고개를 홱 돌렸습니다. 그때 그자리에서 이 아저씨가 미안하다는 말을 안 했다면 …… 굳이 더 생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른도 아이도 모두 사람입니다.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서로 아름다운 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