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마실꽃

2022.8.6.


대전 은평쉼터 어귀를 걷다가 풀벌레 주검을 보았다. 곧 알을 낳을 암메뚜기가 자전거랑 사람들한테 밟히고 또 밟혀서 납작한데 이틀이나 사흘쯤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곳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싶더라. 혀를 끌끌 차면서 “걱정 마. 넌 몸을 내려놓았으나 아름다운 곳으로 떠나서 새롭게 빛을 얻어 태어난단다.” 하고 마음으로 말을 건넨다. “그런데, 내 몸은 그냥 버려두고 지나가게?” 하는 마음소리를 듣는다. “끙!” 오늘 하루는 때를 맞춰서 바삐 움직여야 하는데 걷다가 멈춘다. 풀벌레 주검한테 돌아간다. 납작이가 된 풀벌레를 길바닥에서 거두어야 하니, 얇은 종이를 하나 챙겨서 바닥을 살살 훑는다. 얼마나 밟히고 또 밟혔을까? 사람들은 이녁 구둣발이나 신발로 메뚜기 주검을 자꾸자꾸 밟은 줄 모를까? 암메뚜기 주검을 나무 곁으로 옮겨 주었다. “자, 네 몸도 나무 곁에 놓았으니 이제 그만 아쉬운 티끌은 다 털어내 주렴.”


암메뚜기 주검을 옮기고서 호젓한 길을

부릉부릉 소리 아닌

매미노래를 들으며 걸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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셈틀을 쓰는 집


누리그물에 들어갈 수 있는 데를 헤아리다가, 찻집이 아닌 셈틀칸으로 온다. 셈틀칸은 화면이 아주 크고 노래를 듣기에도 좋다. 그러나 글쓰기에 어울리는 글판이 아니요, 셈틀 풀그림도 오로지 누리놀이에만 어울린다. 화면밝기를 어둡게 바꿀 수도 없네. 모처럼 셈틀칸에 왔지만, 다음에는 무릎셈틀을 챙겨서 찻집에 가는 길이 더 낫겠구나 싶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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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쏟은 글판



엊저녁에 그만 글판에 물을 쏟았습니다. 얼른 걸레로 물을 훔쳤는데, 물이 꽤 글판 깊숙하게 스몄나 봐요. 글판이 안 먹힙니다. 아, 아. 글판에 물을 쏟나니, 이런 바보스러운 짓이 다 있나요. 아침나절에 글판을 바꾸느라 다섯 시간 즈음 허둥허둥 보냈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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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대단해!



  큰아이하고 일산마실을 떠난 곁님이, 이튿날 일산서 수원 병점역까지 모임터에 가야 한답니다. 지하철 3호선에 국철에 갈아타서 가자니 까마득히 멀다며 걱정하는군요. 그래서 대화역부터 행신역으로 전철을, 또는 택시를, 이러고서 행신역부터 서울역으로 기차를, 이다음에 수원역으로 다시 기차를, 이리 가면 무척 빠르며, 갈아타는 동안 거의 안 기다린다고 알려줍니다. 정 번거로우면 일산부터 수원까지 택시를 타고 달려도 되겠지요. 그나저나 도시는 대단해요. 대중교통이 이렇게 잘 뻗었으니! 고흥 같은 시골에서는 오직 택시 하나로만 가야 하거든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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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러 굴러



  서울 사당역 언저리 길손집에 묵습니다. 길손집에 들다가 문득 생각했습니다. 굳이 이쪽으로 말고, 고속버스역 앞에 있는 얼추 40만 원쯤 드는 호텔이라는 곳에 가 볼 수도 있는 노릇 아닌가 하고요. 모텔이나 여관 같은 이름을 쓰는 길손집은 아무래도 술집이 잔뜩 늘어선 길거리에 있습니다. 호텔 같은 이름을 쓰는 길손집은 술집하고는 꽤 떨어진 조용하면서도 차가 잘 다니는 곳에 있습니다. 호텔이라는 곳도 둘레 모습이 썩 볼 만하지 않지만, 모텔이나 여관 둘레 모습도 그리 볼 만하지 않습니다. 바깥마실을 하다가 하루를 묵을 만한 자리를 누리는 일도 홀가분하거나 조용하기가 만만하지 않습니다. 게스트하우스라는 이름을 붙이는 길손집이 꾸준히 느는 까닭을 알 만합니다. 그만큼 호텔도 모텔도 여관도 썩 알맞거나 아름답게 마을에 깃들지 못하거든요. 밤 열한 시 무렵에 비로소 길손집에 들었고, 졸음에 겨운 작은아이를 찬찬히 씻기고 옷을 갈아입도록 하니 이내 잠듭니다. 두 아이는 침대에 눕고 저는 바닥에 눕습니다. 작은아이는 밤새 이리저리 구르다가 다리 한 짝부터 바닥으로 떨구고, 곧 다른 다리 한 짝도 바닥으로 떨구더니, 아예 몸을 다 바닥으로 던집니다. 저는 바닥에 누워서 작은아이 다리 두 짝에다가 몸뚱이까지 받아냅니다. 저절로 서로 자리를 바꿉니다. 굴러 굴러 꿈누리에서 날아다니는가 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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