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해
공문서를 쉽게 손질해서 쓰도록 이끄는 글꾸러미를 마무리해야 하는데, 최영미 시인이 불을 지핀 문단성추행을 놓고서 뜬금없는 막말잔치를 벌인 이승철 시인이 갑툭튀를 하시는 바람에 하루 글쓰기 가운데 몇 시간을 그 이승철 시인 패거리가 열네 해 앞서 저한테 저지른 성추행하고 막말잔치를 되돌아보는 데에 썼습니다. 이러면서 다른 문단 어른이나 책마을 어른이 했던 짓을 떠올렸고요. 열네 해가 지난 일이어도, 찬찬히 떠올리자니 마치 그림처럼 또렷하게 생각해 낼 수 있습니다. 우리는 기쁨도 오래오래 마음에 새기지만, 슬픔도 두고두고 마음에 새기네요. 2004년에 이승철 시인 패거리는 성추행을 일삼으면서도 뉘우치지 않고 되레 큰소리로 저를 꾸짖으면서 ‘문단·출판계’에 제가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막겠다고 거친 말을 읊었습니다. 저는 저 스스로 문단이든 큰 출판사 언저리에는 안 갔습니다만, 퍽 가난하면서 고된 나날을 짊어지고 살았습니다. 다만 저는 가난하면서 고된 나날이었다고 하더라도 여태 슬프지 않았고 딱히 싫지 않았습니다. 저 스스로 골라서 걸어온 가시밭길이니까요. 어느 모로 보면 그들이 그렇게 막짓을 했기에 우리 사회나 책마을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고 할 만합니다. 책마을에서 먹고살 길이 오랫동안 막히거나 끊긴 채 살았으니 한결 조용히 스스로 가다듬고 갈고닦는 나날을 보낼 만했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지난 열네 해하고 다른 새로운 열네 해를 그려 봅니다. 이제껏 우두머리 자리에 앉거나 우두머리 곁에서 빌붙어 단물을 빨아먹던 분들은 부디 조용히 흙으로 돌아가는 삶이 되기를 바랍니다. 새로운 씨앗을 새로운 자루에 담아서 건사하고, 이 새로운 씨앗을 새로운 땅에 알뜰살뜰 심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른들이여, 그대들이 참말로 스스로 어른이라고 여기신다면 흙이 되어 주기를 바랍니다. 말없이 거름이 되어 주기를 바라요. 2018.2.13.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 <시골에서 ... 즐거움> 이 꾸러미로 내는 책은
책마을에서 따돌림받으면서 살아남은 자국일 수도 있습니다 ^^;;
그러나 저는 살아남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분들이 울타리를 친 곳에 안 들어가고
스스로 즐거보 씩씩하게 살아온 자국이라고 여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