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후보 쪽글



  고흥에서 살며 두 걸음째 선거를 맞이합니다. 예전 선거에서는 누가 예비후보라느니 무슨 후보라느니 하는 손전화 쪽글이 아예 없었다고 떠오릅니다. 다가오는 2018년 선거를 앞두고 온갖 예비후보가 손전화 쪽글을 보냅니다. 날마다 몇 가지씩 날아오는데요, 이분들이 제 손전화 번호를 어디에서 어떻게 얻었을까 아리송하기도 하지만, 전라남도에서, 또 고흥군에서 무슨 일을 어떻게 하겠노라 하고 밝히는 이야기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저 엇비슷하게 하는 이야기라면 ‘뒤떨어진(낙후된) 지역 개발’일 뿐입니다. 이분들 말마따나 전라남도나 고흥군은 참말로 한국에서 가장 개발이 뒤떨어진 고장이라 할 만합니다. 그런데 바로 이 대목을 뒤집어 말하자면, 전라남도하고 고흥은 한국에서 가장 ‘개발 막삽질을 덜 탄 조용하고 정갈한 고장’이라는 뜻이에요. 전라남도지사를 바라건 고흥군수를 바라건, 또 고흥군의회 의원이나 전라남도의회 의원을 바라건, 이분들이 ‘시골이라는 고장을 텃사람이 사랑하고 이웃고장에서도 사랑할 수 있는 정책’을 손전화 쪽글로 한 가지라도 밝혀서 들려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분들이 얼굴 알리려고 돌아다닐 틈을 쪼개어 책을 읽으시기를 바랍니다. 덧붙여 전라남도하고 고흥이라는 시골에서 즐겁고 씩씩하게 책밭을 일구는 여러 일꾼이 무슨 마음으로 굳이 이 조용한 두멧자락 시골에 터를 잡고서 책밭을 일구는가 하는 대목을 찬찬히 들여다보기를 바랍니다. 2018.4.17.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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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하치오지 마을우체국



  한국에서 살며 5∼7킬로미터뿐 아니라 10∼15킬로미터를 그리 멀지 않다고 여겨서 걸어다니곤 합니다. 다만 혼자 다닐 적에만 걷습니다. 아이들하고는 아직 이 만한 길을 걷지 않아요. 일본으로 혼자 마실을 나오며 2킬로미터쯤 되는 길은 참말 대수롭지 않아서 사뿐히 걷습니다. 그런데 이런 길을 일부러 큰길조차 아닌 마을길을 걷다가 깜짝 놀랄 만한 마을우체국을 보았어요. 이런 마을 한복판에 우체국이 있다니? 한국에서는 어림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에요. 한국에서는 목이 좋다거나 차가 자주 드나드는 데에 우체국이 있거든요. 큰길에서 한참 먼 마을 한복판에 옹송그리듯 있는 우체국이 한국에 아예 없지는 않으리라 여깁니다만, 일본 하치오지에서 만난 우체국은 건물마저 이웃 여느 집 품에 고스란히 녹아들더군요. 어쩜 이렇게 작고 이쁜 우체국이 다 있을까 싶어요. 우체국에 들어가기 앞서 우체국 언저리를 빙 돌며 슬쩍 안을 들여다보았어요. 이 앞을 지나다니는 사람을 30분 넘도록 못 보았습니다. 우체국 일꾼은 얌전히 걸상에 앉아서 조용히 손님을 기다리는데, 마침 제가 길가에서 볕바라기를 하며 우편엽서를 다 쓴 뒤에 우체국에 들어갈 무렵, 손님을 기다리다가 지쳤을 우체국 일꾼 두 분이 안쪽으로 들어가서 ‘도시락을 먹으려 한’ 듯했어요. 마침 제가 들어간 때가 낮 열두 시를 살짝 넘었거든요. 대단히 미안했지요. 그러나 시골 같은 마을우체국 일꾼은 아무렇지도 않다고 여기며 우편엽서를 받아 주었고, “고노 카도와 싸우스 코레아데 이키마스카?” 하고 어설픈 일본말로 여쭈니 “하이 …… 어쩌고어쩌고” 하면서 얼마를 내면 된다고 계산기에 숫자를 찍어서 보여주어요. 환하게 웃으면서 “아리가또 고쟈이마스으” 하고 말씀을 여쭈고 가볍게 돌아나왔습니다. 2018.3.31.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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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잘하시네요



  2001년에 일본에 왔을 적에 영어를 할 줄 알거나 하려고 하는 이웃을 좀처럼 못 만났습니다. 그래서 그때에는 서로 종이를 꺼내어 한자를 적어서 뜻을 나누곤 했어요. 2018년에 열일곱 해 만에 일본마실을 두 걸음째 하면서 새삼스레 느낍니다. 먼저 말을 걸지 않았는데 ‘내가 일본사람 아닌 외국사람인 줄 알아챈’ 일본 이웃이 영어로 바로 물어보네요. 그런데 이렇게 영어로 먼저 물어보니 외려 제가 어쩔 줄 몰라 말이 안 나와요. 곳곳에서 영어로 말을 잘 할 뿐 아니라, 영어를 잘 알아듣는 분을 만납니다. 이뿐 아니라 한국말까지 제법 알아듣는 분을 만나서 더 놀랍니다. 그러니까 온누리는 꾸준히 달라지는데, 요새 아주 빠르게 눈부시게 거듭나는 셈일 테지요. 할 줄 알며 쓸 줄 아는 영어 낱말을 차곡차곡 늘리려고 합니다. 2018.3.30.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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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배웁니다



  몰랐어요. 참말로 몰랐어요. 그러니 배우지요. 여태 몰랐기에 오늘 새로 겪고서 하나씩 배웁니다. 부산 김해공항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고 일본 도쿄에 가는 2018년 3월 29일이었어요. 짐을 맡기는 곳에 가서 가방 둘을 올렸지요. 대한항공 일꾼은 아무렇지 않게 ‘가방이 따로 둘이면 돈을 7만 원 더 내야 한다’고 말합니다. 짐 무게는 10킬로그램하고 11킬로그램. 23킬로그램이 넘지 않았습니다만, 이곳 일꾼은 저더러 ‘가방 하나는 기내에 들고 가도 됩니다’ 하고 알려주지 않았어요. 나중에 비행기에 타고 보니 꽤나 크고 묵직한 짐을 들고 타는 사람을 많이 보았고, 일본에 내리고 보니 이곳에 계신 이웃님이 이만 한 집은 하나를 맡기고 하나는 들고 타면 된다고 알려주는군요. 그렇다고 김해공항 대한항공 일꾼이 거짓말을 하거나 속임수를 썼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그저 그분은 저한테 어떻게 하면 되는가를 구태여 알려주지 않았을 뿐이고, 다른 나라로 가는 비행기를 열일곱 해 만에 탄 저로서는 ‘그동안 규정이 이렇게 바뀌었나 보네’ 하고 여겨서 7만 원을 고스란히 치렀습니다. 2018.3.29.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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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표



  일본에 2001년에 한 걸음을 해 보았고, 2018년에 두 걸음을 합니다. 누리그물에서 표를 미리 끊었다고 여겼는데, 비행기를 타기 하루 앞서 누리글월이 왔기에 무언가 했더니 미리 한 일이란 표끊기가 아닌 ‘표값내기’였을 뿐, 오늘에 이르러 비로소 자리를 잡는 ‘표끊기’를 해야 한다고 알립니다. 어쩌면 두어 달 앞서 하는 일이란 ‘자리값내기’을 수 있군요. 시외버스를 타기 앞서 표를 끊듯 비행기표도 끊기가 어렵지 않다고 새삼스레 느낍니다. 일본에서 길을 헤매지 않으려고 길그림을 잔뜩 뽑았습니다. 곧 속을 비우고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고 등짐을 짊어지면 새 걸음을 나서겠군요. 2018.3.29.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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