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해보면



우리를 둘러싼 것은 으레 두 갈래이지 싶습니다. 하나는 ‘있다’요, 다른 하나는 ‘없다’입니다. 그래서 ‘할 수 있다’하고 ‘할 수 없다’ 이렇게 가르겠지요. 길을 가거나 안 갑니다. 배우거나 안 배웁니다. 먹거나 안 먹습니다. 사이에 어정쩡한 모습으로 있을 수 없습니다. 살거나 죽습니다. 웃거나 웁니다. 마시거나 내뱉습니다. 그래서 이모저모 해봅니다. 새롭게 이 길을 가면서 배우고 싶으니 자꾸자꾸 해봅니다. 안 되는 줄 알면서 해보지는 않아요. 하고 싶으니, 해서 이루고 싶으니, 해보면서 거듭나려 하니까 말 그대로 해봅니다. 오직 ‘하겠다’는 마음 하나로.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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띄어서 읽기



우리는 글에서 띄어쓰기에 많이 매이기는 하지만, 한국말은 ‘띄어쓰기 없이 소릿결로 뜻을 가르는 대목’에서 돋보인다고 여깁니다. 글을 쓰거나 손질할 적에 사전을 아예 안 보아야 하지는 않지만, 사전에 깊이 매이면 말길이 많이 막히지 싶어요. 이러다 보면 말마다 흐르는 다른 결로 이야기를 새롭게 지피는 길이 어긋나지 싶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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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할 수 있다



힘이 모자라구나 싶을 적에 “기운을 내!”라든지 “조금만 더!” 하고 외치며 곁에서 북돋우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말을 듣고 참말로 기운이 나거나 조금 더 할 수 있는지 잘 모릅니다. 다만, 이런 말을 들으면 누구나 몸이 이런 말을 따르지 싶어요. 놀랍지요. 거꾸로 “기운이 없군!”이라든지 “넌 안 되네!” 같은 말을 듣고서 고스란히 몸이 따라가기도 합니다. 우리 몸이 어느 말에 휩쓸리지 않기를 바란다면, 참으로 바란다면, 더할 나위 없이 바란다면, 우리 몸이 오로지 우리 마음을 따라서 새롭게 깨어나기를 바란다면, “더 할 수 있다!”라는 말을 우리 마음에 스스로 심어서 우리 몸이 이 말을 따르도록 할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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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찾다



길을 찾는 사람은 스스로 수수께끼를 풀지 싶습니다. 참다운 스승이라면 이녁 스스로 길을 찾으며 수수께끼를 푼 그 빛줄기를 혼자 품기보다는 이웃들한테 ‘길찾기란 무엇인가’를 가르치면서 우리가 저마다 스스로 꿈을 풀어내겠지요. 이렇게 풀어낸 꿈으로 몸하고 마음을 스스로 돌보는 이야기를 스스로 배우도록 이끌어 줄 테고요. 참다운 스승이라면 시샘이 없는 가벼운 마음이요, 위도 아래도 없이 오로지 이웃이나 벗만 있는 줄 아는 숨결이지 싶습니다. 늘 새로 배우는 사람이기에 스승이겠지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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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에서 찾아볼 낱말



  사전에서 어떤 낱말을 찾아보는지 모르기 일쑤이다. 어려운 말을 찾아볼 사전인가, 쉬운 말을 찾아볼 사전인가? 우리는 으레 사전에서 어려운 말을 찾아봐야 한다고 여기지만, 정작 우리가 사전에서 찾아볼 낱말은 쉬운 낱말이다. 생각해 보자. 어려운 낱말을 사전에서 한 번 찾아보면 웬만해서는 그 낱말을 다시 찾아볼 일이 없다. 어렵다고 여기는 낱말은 사전을 한 번 찾아보면 뜻을 바로 깨닫고는 더 찾아볼 일이 사라진다. 이와 달리 쉽다고 여기는 낱말은 사전을 한 번 찾아보아도 뜻을 좀처럼 깨닫지 못한다. 오래도록 곱씹어야 하고, 자꾸자꾸 되씹어야 한다. 더욱이 쉽다고 여기는 낱말은 끝없이 새로 찾아보기 마련이다. 자주 쓰는 낱말일수록 사전에서 자주 찾아보아야 한다. 왜 그럴까? 쉽다고 여기는 자주 쓰는 낱말은 새로운 뜻하고 쓰임새가 차츰 늘어난다. 쉬우니까 자꾸 쓰기 마련인 낱말이요, 이러면서 말결은 나날이 깊어지고 넓어지니, 사전에서 찾아볼 낱말이란 가장 흔하다고 여기는 가장 쉽다고 여길, 그렇지만 가장 어려운 낱말이다. ‘어려운 말’이란 오히려 ‘쉬운 말’이고, ‘쉬운 말’이란 도리어 ‘어려운 말’이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읽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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