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시골에서 살아가며 애써 도시로 마실을 해야 할 까닭을 찾기 어렵습니다. 아름다이 스미는 책을 곁에 두면서 따로 지루하거나 딱딱한 책을 쥐어들 까닭이란 없습니다. 사랑스레 자라는 아이를 따스히 어루만지고 있는데 굳이 텔레비전을 켜야 하지 않습니다. 텃밭에서 땀방울 똑똑 흘리는데 괜히 비행기 타고 나들이길을 나서야 하지 않아요. 흰구름 안고 밀잠자리 보며 범나비와 해바라기를 하고 있기에, 냄비밥 한 그릇에 국수 넣은 찌개 하나로 배부른 아침저녁으로 노래가 절로 나옵니다. (4343.10.2.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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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 기름집 아저씨는 시인


 시골집 겨울나기를 할 기름을 넣는다. 기름통에 얼마나 들어가는지 잘 모르기에 한 드럼(200리터)을 받는데 기름통에 반 조금 더 찬다. 200리터로 올겨울을 날 수 있을까? 있겠지?

 기름을 다 넣은 기름집 아저씨는 “나중에 다른 데에서 기름을 받거나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와서 기름을 넣을 때에 이 눈금을 잘 보셔야 해요. 이 기계는 완전 봉인되어 있어서 건드릴 수 없어요. 이 눈금 있는 기계가 없으면 기름을 속여요. 여기 숫자가 기름을 넣은 값이고 여기는 몇 리터를 넣느냐는 눈금이고 여기는 리터에 얼마씩 하느냐는 숫자예요. 이 장치에 기름을 넣을 숫자를 입력하면 이 숫자대로만 들어가도록 되어 있어요. 리터에 얼마인가하고 몇 리터를 넣었는가를 계산기로 두들기면 이 값대로 나오지요. 제가 다른 집에 가서도 할머니들한테 꼭 이런 말씀을 드려요.” 하는 이야기를 세 차례 되풀이한다. 시골에서 살며 보일러에 기름을 넣는 집이 많은데 요즈음 시골집은 거의 모두 할머니와 할아버지만 살고 있다 보니, 기름집들 가운데 이들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속여 기름값을 높이 받는다거나 기름을 적게 넣으며 기름값을 오롯이 받는 일이 흔히 있는가 보다. 시골집 기름통에는 ‘기름이 몇 리터째 들어가는가’ 하는 눈금이 없으니까 기름 넣는 차가 콸콸콸 하고 기름을 넣을 때에 얼마나 들어가는지를 제대로 못 살필밖에 없다.

 기름집 아저씨는 기름을 다 넣고 돈을 받으며 “참 좋은 데에서 사시네요. 조용하고요. 그런데 여기에서 무엇을 하시는가요?” 하고 묻는다. 산골자락 집에 도서관을 마련한다며, 아직 책을 덜 갈무리했다고 얘기한다. “아, 좋네요. 그런데 여기까지 멀 텐데 찾아올 사람이 있을까요.” “네, 책을 볼 사람들은 멀어도 잘 찾아와요.”

 빠르지도 느리지도 높지도 낮지도 않은 목소리로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기름집 아저씨는 시인과 같은 마음이 아닐까, 아니 시인이라 할 만하지 않겠나 싶다. 내가 기름집 일꾼이면서 시골집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기름을 넣는다고 한다면, 나는 시골 이웃들한테 어떠한 목소리와 매무새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으로 지냈을까. (4343.9.29.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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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림짐과 책짐을 옮기고


 어제, 인천에서 충주로 5톤 짐차 석 대치 책과 책꽂이를 옮겼다. 앞서 옮긴 책짐을 헤아리면, 이번 옮기기에서 5톤 짐차를 모두 넉 대 쓴 셈이다. 2007년 4월에 충주에서 인천으로 올 때에 3.5톤 짐차 석 대를 썼으니까, 이제는 이런 옮기기를 더는 다시는 하고픈 마음이 없다. 아니, 내 몸이 버티어 내지 못할 테며 책들도 몹시 싫어하리라.

 6월 30일에 인천 살림짐을 충주 산골마을로 옮겼다. 9월 4일에 인천 책짐을 충주 새 도서관 자리로 옮겼다. 살림집을 옮기고 두 달이나 더 있어야 했기에 두 달치 도서관 달삯을 더 내야 했다. 그러나 이렇게 모든 짐을 충주 산골집으로 가져왔기에 몹시 홀가분하다. 짐을 꾸리느라 잠은 거의 자지 못했고 밥 또한 제대로 먹지 못하며 지냈는데, 더구나 책짐을 옮기느라 힘을 많이 쏟아 팔다리 비롯한 온몸이 쑤시고 아픈데, 새로 맞이하는 아침은 더없이 기쁘다. 1995년부터 해 온 열두 차례인가 되는 살림집 옮기기는 이제 마감하고 싶다. 아니, 마감해야겠지. 호젓하면서 차분하게 내 삶 우리 살붙이 이 산마을을 사랑하며 지내고 싶다. (4343.9.5.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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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에서 버스 타기


 집에서 시간표를 들여다본다.
 짐을 꾸린다.
 뛰노는 아이를 붙잡아 마당으로 나온다.
 시골길을 걷는다.
 푸른 물결 논을 바라본다.
 나비와 벌레한테 손을 흔든다.
 어느덧 시골버스역에 닿는다.
 기다린다.
 아이 어줌을 누인다.
 버스삯을 챙긴다.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린다.
 드디어 버스가 보인다.
 손을 흔든다.
 아이를 안고 올라탄다.
 돈을 내고 창문 바람 쐬며 달린다.
 우리 식구한테는 택시 같은 시골버스이다.
 시외버스 타는 곳에 닿는다.
 버스표를 끊는다.
 언제쯤 서울 가는 버스가 들어오나 헤아리며 기다린다.
 시외버스역이자 구멍가게인 곳 아저씨가 우리를 부른다.
 표를 팔며 깜빡했는데 서울 가는 버스는
 우리가 오기 앞서 금세 지나갔단다.
 여느 때에는 10분이고 15분이고 늦게 오던 버스가
 오늘 따라 꼭 7분만 늦은 채 들어왔단다.
 1분 사이로 놓쳤다.
 표를 물리고 다른 표로 끊는다.
 성남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다리가 아프다. (4343.8.30.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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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집에서는


 시골집에서는 일고여덟 시면 잘 무렵인데, 도시에서는 너무 시끄럽고 환하다. (4343.8.26.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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