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 채소 가게 -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는 미코토 가게
스즈키 뎃페이 외 지음, 문희언 옮김 / 하루(haru)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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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책 읽기 105



아무 생각 없이 먹는 것은 어디에서 왔을까

― 여행하는 채소 가게

 스즈키 뎃페이·야마시로 도오루 글

 문희언 옮김

 하루 펴냄, 2016.4.5. 13000원



  나는 아주 어릴 적에 먹은 달걀 한 알을 아직 떠올립니다. 그 달걀 한 알 맛은 그때까지 먹은 다른 달걀하고 아주 다른 맛이었기 때문이에요. 외할머니가 시골집 닭장에 들어가서 꺼낸 달걀이었어요. 갓 낳은 말랑말랑한 달걀을 내 밥그릇에 톡 깨서 주셨어요.


  인천이라는 도시에서 나고 자라며 흙하고는 먼 데에 있었으니 닭장에서 달걀을 얻는다는 대목을 살갗으로 잘 느끼지 못했으나 그때에 아주 뚜렷하게 느꼈습니다. 달걀은 그냥 먹을거리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내 곁에 있는 어떤 목숨이로구나 하고요.



험준한 환경 아래에서 자란 사과는 크기도 작고 색도 얼룩졌습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무언가 만족스러운 감정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사과가 계기가 되어 우리는 ‘먹는다’라는 것을 점점 진심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보통 아무 생각 없이 먹는 것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22쪽)



  스즈키 뎃페이·야마시로 도오루 두 사람이 함께 쓴 《여행하는 채소 가게》(하루,2016)라는 책을 읽습니다. 이 책은 ‘가게는 따로 없이 짐차로 남새를 날라서 시골하고 도시를 잇는 일’을 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남새장수는 틀림없이 남새장수이지만, 여느 남새장수하고는 다른 두 젊은이 이야기를 다루어요.


  두 젊은이는 처음에는 다른 여느 젊은이하고 비슷했다고 합니다. 그냥 아무것이나 먹고, 그냥 사다가 먹으며, 그냥 돈만 있으면 된다고 여기는 삶이었다고 해요. 그러나 두 젊은이는 ‘그래도 이 삶은 뭔가 아닌 듯해’ 하는 마음으로 여행길에 올랐고, 이 여행길에서 만난 ‘못생긴 능금 한 알’을 맛보다가 번쩍 하고 스치는 어떤 생각이 뭔가를 깨워 주었다고 합니다.



학교의 교실과 회사 사무실에서 친구와 동료가 자신과 똑같이 생겼다면 어떨까요? 그거야말로 기분 나쁩니다. 모두 똑같다면 자리를 바꾸는 설렘도 첫사랑의 두근거림도 없을 것입니다. 채소도 인간도 십인십색입니다. 우리와 똑같이 개성 있는 것이 당연하고, 그런 다양성을 인정하는 세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31쪽)


처음에는 씨앗을 채집하기 위한 꽃이라고 생각했지만, 언젠가 꽃에 벌레가 모이는 것을 보고, 꽃가루를 매개로 해서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생물의 다양성의 중심이 ‘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꽃을 통해서 채소와 이야기 나누고, 꽃에서 꼬투리, 꼬투리에서 씨앗으로 변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채소에 대한 애정이 깊어졌다고 합니다. (67쪽)



  남새장수가 된 젊은이는 한동안 시골에서 지내며 시골일을 거듭니다. 손수 흙을 만지고 바람을 마시면서 하루를 열다 보니, ‘늘 먹던 밥’이 ‘그냥 먹는 밥’이 아니라는 대목을 몸으로 알아차립니다. 모든 열매나 곡식은 ‘똑같이 생길’ 수 없는 줄 제대로 보면서 제대 알았다고 합니다. 사람만 서로 다르게 생기지 않고, 이 땅에 있는 모든 것은 그야말로 다르게 생길 수밖에 없다는 대목을 뒤늦게 배웠다고 합니다.

  들에 피는 꽃도 모두 달라요. 풀줄기도 모두 달라요. 풀잎이나 나뭇잎도 참말 모두 다르지요. 나무 한 그루에 맺히는 수십만 잎조차 똑같은 잎이 하나도 없어요.


  그렇지만 이 다 다른 숲이요 삶이요 목숨이요 숨결인데, 막상 우리가 가게에 가서 눈앞으로 마주하는 남새나 열매는 거의 다 똑같이 생깁니다. 흔히 일컫는 ‘규격화’를 이루어요.



일반적으로 일본 채소의 씨앗 자급률은 약 10%라고 합니다. 씨앗 자루의 뒤를 보면 대부분이 해외에서 채종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일본에서 기른 채소도 사실은 수입 씨앗에 의존한 것입니다. 만약 씨앗 가격이 올라 수입이 중지되면 농가는 작물을 생산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대부분이 ‘F1’이라고 부르는 품종 개량된 씨앗입니다. (124쪽)



  도시 문명이 발돋움하면서 규격화는 더욱 크게 퍼집니다. 학교와 회사도 거의 규격화입니다. 그러니까 ‘틀에 맞추는 모습’이 되어요. 사람들 옷차림도 틀에 맞춥니다. 사람들이 머리에 담는 지식도 틀에 맞춥니다. 사람들이 읽는 글이나 기사나 책도 틀에 맞춥니다. 더군다나 사람들이 저마다 쓰는 글조차 틀에 맞추고 말아요.


  다 다른 사람이니까 다 다른 글을 쓸 수밖에 없을 테지만, 사회에서는 ‘틀(규격화)’을 외칩니다. ‘잘 쓴 글’이라든지 ‘보기(모범)가 되는 글’을 외쳐요. 틀에 맞추어서 옷을 입고 밥을 먹고 말을 하고 글을 쓰고 몸짓을 해야 한다고 여기고 맙니다. 아기가 태어난 뒤에도 몇 살에 뭐를 하고 또 몇 살에 어디에 보내야 한다는 틀이 무시무시하게 섭니다.



단절되어 있으면 속임수가 통합니다. 어떤 사람이 먹을지 알 수 없으니까 좀 적당히 해도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생기는데 어쩔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이니까요. 그것이 맛있었는지 아니었는지 반응이 없으니까 보람을 찾으려고 해도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보람이 되는 것일까 말한다면 돈이겠죠.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라는 것이 되어버려요. 농업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고 1차산업 전부 그렇습니다. 그러므로 채소가 점점 공업 제품화된다고 생각합니다. (139쪽)



  《여행하는 채소 가게》를 쓴 두 젊은이는 스스로 묻습니다. 흙을 짓는 사람하고 밥을 짓는 사람 사이가 끊어져서는 안 된다고 느끼면서 스스로 묻습니다. 가장 맛난 밥이란 스스로 흙을 지은 뒤에 스스로 살림을 짓는 손길로 스스로 밥을 짓는 길이라고 하는 대목을 배우면서 다시금 스스로 묻습니다. 오늘날 사회에서는 일본이나 한국 모두 이 ‘길’이 뚝 끊어졌다고 할 만한데, 이 끊어진 길을 어떻게 다시 이을 만한가를 스스로 묻습니다.


  한 사람 힘으로 이 끊어진 길을 다시 잇기는 어렵다 할 만합니다. 그렇지만 바로 한 사람부터 이 끊어진 길을 새롭게 이어야 하지 싶습니다. 사회나 정치가 이 길을 이어 주기를 바라기보다, 우리가 스스로 이 길을 새롭게 천천히 하나씩 조금씩 이을 노릇이지 싶어요.



도쿠시마에서 우리가 본 바다, 하늘은 모두 남색이었습니다. 선조들은 그 다채로운 청을 식물 속에서 발견했습니다. 식물 속에 이렇게 깊은 색이 잠자고 있다니, 자연의 ‘장치’라는 것은 역시 ‘순수’한 것 같습니다. (118쪽)



  눈부신 쪽빛을 바라보면서 하루를 엽니다. 쪽빛처럼 새파란 하늘을 바라보면서 아침을 짓습니다. 하늘을 닮은 바다를 노래하면서 마실을 다닙니다. 아이들을 자전거에 태워서 골짜기에 마실을 가 보면, 골짝물은 숲빛을 닮아 푸릅니다. 아이들하고 자전거를 달려서 바다에 마실을 가 보면, 바닷물은 하늘빛을 닮아 파랗습니다.


  우리가 먹는 밥은 우리 몸을 이루지요. 우리가 즐거운 손길로 지은 땅에서 기쁜 웃음으로 거둔 남새를 스스로 어루만지면서 밥을 차린다면, 이 밥 한 그릇에는 저마다 다른 즐거움과 기쁨과 웃음이 서릴 만하리라 느껴요.


  더 맛나거나 더 좋은 밥이 아니라, 즐거우면서 기쁜 밥이 될 때에 하루가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내 즐거운 손길을 아이들이 물려받으면 참으로 즐거우리라 생각합니다. 우리 기쁜 살림을 아이들이 찬찬히 배우면서 새롭게 북돋운다면 그야말로 기쁘리라 생각해요. 아무 생각 없이 먹는 밥이 아니라, 즐거운 노래를 부르자는 생각으로 함께 먹는 밥이 되도록 다스리자고 꿈을 꿉니다. 2016.7.18.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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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표 식물 도감 한눈에 알아보는 우리 생물 2
김성환 지음 / 자연과생태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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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책 읽기 104



화살표로 콕 짚어서 풀이름 알기가 한결 쉽네

― 화살표 식물 도감

 김성환 글·사진

 자연과생태 펴냄, 2016.6.15. 22000원



  ‘자연과생태’ 출판사는 이 이름처럼 자연과 생태를 다루는 책을 펴냅니다. 2016년 봄에 《화살표 곤충 도감》을 선보이면서 곤충 이름을 한결 쉽고 빠르게 찾아보는 길동무책을 베풀었는데, 2016년 여름에는 《화살표 식물 도감》을 선보이면서 풀과 나무 이름을 한결 쉽고 빠르게 살피면서 찾도록 돕는 길동무책을 베풀어 줍니다.



실제로 저는 현장에서 촬영한 식물 사진을 정리할 때 목·과·속 같은 분류체계에 따르지 않고, 이 책에 제시한 검색표에 따라 정리하는데, 사진을 찾을 때 무척 편리했습니다. 아울러 더 바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책이 많은 분들께서 효과적으로 기초를 익혀 더욱 전문적인 도감으로 건너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하면 좋겠습니다. (머리말)



  나무나 풀이나 꽃이 ‘어떤 이름’인가 궁금한 사람들은 ‘이름’이 궁금합니다. ‘어떤 목·과·속’인가 궁금해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꽤 많은 식물도감은 ‘이름을 알도록 돕기’보다는 ‘목·과·속으로 나누는’ 데에 품을 들이곤 해요. 이러면서 사진을 넉넉히 쓰지 않는다거나 꽃이 활짝 핀 모습만 보여주곤 하니, 이런 사진으로는 꽃이름이나 풀이름을 알기는 대단히 어렵습니다.


  꽃송이는 이름을 알도록 알려주는 가장 큰 실마리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린 싹이나 줄기나 잎을 모르고서 꽃만 알기란 만만하지 않아요. 더군다나 풀 한 포기는 ‘꽃이 핀 모습’보다는 ‘잎이 있는 모습’이 훨씬 더 길지요. 싹이나 줄기나 잎으로 풀을 가리는 실마리를 찬찬히 밝혀 주지 않는다면 풀꽃을 알아내기는 쉽지 않아요.


  《화살표 식물 도감》은 앞서 나온 《화살표 곤충 도감》처럼 화살표를 알맞게 쓰면서 더 눈에 잘 들어오도록 나무와 풀과 꽃을 가리는 실마리를 밝힙니다. 글로만 적은 풀이로는 좀처럼 눈이나 머리에 들어오지 않던 이야기도 화살표 한 번이면 ‘긴 글이 없이’도 곧바로 어떤 그림인가를 알아챌 수 있기도 합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화살표로 한 번 콕 짚을 적에는 “자, 여기를 보세요!” 하고 알려주는 셈입니다. “여기를 보면 더 알기에 쉬워요!” 하고 찬찬히 이끄는 셈입니다.


  제가 시골집에서 아이들한테 나무나 풀이나 꽃마다 어떤 이름인가를 알려줄 적을 떠올려 봅니다. 그냥 말로만 알려주면 아이들은 이내 이름을 잊습니다. 손가락으로 콕 짚어서 “여기를 보렴. 이 모습이 바로 이 나무(풀)를 알려주는 실마리야.”라든지 “자, 여기를 봐. 이 풀은 줄기에 가시가 있지?” 하면서 알려줄 적에는 아이들이 이름을 좀처럼 잊지 않습니다.


  그냥 한 번 손가락으로 짚어 주었을 뿐인데, 바로 이 작은 ‘손가락 가리킴’이 또렷하게 눈과 머리에 이름을 새겨 주는 구실을 하는구나 싶어요. 곤충이나 식물을 다루는 도감에서도 화살표는 이 같은 노릇을 합니다. 언뜻 보면 그저 화살표 하나를 더 얹을 뿐이지만, 막상 들이나 숲에서 나무하고 풀하고 꽃을 살필 적에는, 바로 이처럼 ‘가볍게 얹은 화살표’가 뜻밖에 크게 도움이 됩니다.


  무엇을 더 눈여겨보아야 하는가를 알려준다고 할 수 있어요. 어느 곳을 더 먼저 살펴야 하는가를 밝힌다고도 할 만합니다. 그래서 나무나 풀이나 꽃마다 어느 대목이 비슷하거나 다른가를 먼저 헤아리면서 다른 곳을 차근차근 돌아보고, 이러는 동안 이름뿐 아니라 한살이나 생김새나 여러 모습을 더 널리 알아볼 만해요.


  자연과생태 출판사는 앞으로 《화살표 새 도감》이나 《화살표 민물고기 도감》도 선보인다고 합니다. 다른 ‘화살표 도감’도 즐겁게 기다립니다. 2016.7.14.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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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표 곤충 도감 한눈에 알아보는 우리 생물 1
백문기 지음 / 자연과생태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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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책 읽기 103



빗물에 휩쓸려 허우적거리던 나비를 건지며

― 화살표 곤충 도감

 백문기 글·사진

 자연과생태 펴냄, 2016.5.16. 25000원



  비가 잦거나 많이 쏟아지면 어김없이 집안에 지네가 들어옵니다. 어젯밤에는 지렁이도 한 마리 보았습니다. 이 아이들이 우리 집 어디에서 빈틈을 찾아내어 들어오는지 알 길은 없습니다만, 자그마한 벌레와 목숨붙이한테는 저희 나름대로 찾아내는 빈틈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네도 지렁이도 꼽등이도 집밖으로 내보내 줍니다. 이렇게 내보내며 마음속으로 속삭입니다. 얘들아, 너희가 살 곳은 이 안쪽이 아니란다. 이 안쪽에는 너희들 먹잇감도 없지. 바깥쪽에서 마음껏 뛰어다니거나 기어다니렴. 바깥쪽에서 먹잇감도 찾고 너희 짝도 찾으렴.



우리나라 벌목에는 2800여 종이 있으며, 많은 종이 크기가 작고 뚜렷한 무늬가 없어 종을 구별하기 어렵다. 또한 뚜렷한 특징이 있더라도 유사종이 많아 사진으로 종을 구별하기 어렵다. (87쪽)


우리나라에는 3450종에 가까운 나방이 있으며, 대체로 해질녘이나 밤에 활동하지만, 한낮에 꽃에 모이거나 산길 주변을 날아다니는 종도 많다. (98쪽)



  백문기 님이 빚은 작고 도톰한 도감인 《화살표 곤충 도감》(자연과생태,2016)을 찬찬히 읽습니다. 이제껏 여러 가지 도감과 생태책을 꾸준히 펴낸 자연과생태 출판사에서 선보인 믿음직한 도감입니다. ‘곤충 도감’은 제법 나왔는데 《화살표 곤충 도감》은 무엇이 다를까요? 바로 책이름에서 밝히듯이 ‘화살표’라는 대목이 다릅니다. 화살표를 써서 사진이나 그림에 대고 콕 짚어서 이 대목이 이러저러하게 다르거나 비슷하다고 알린 도감이 더러 있습니다만, 《화살표 곤충 도감》처럼 화살표를 널리 쓴 도감은 없지 싶습니다.


  얼핏 보면 ‘글만 읽어도 알 만하다’고 여길 대목일는지 모르지요. 그런데 화살표로 콕콕 짚으면서 새삼스레 다루니 뜻밖에도 훨씬 눈에 잘 들어올 뿐 아니라, 더 쉽고 빠르게 알아챌 수 있기도 합니다. 어느 때에는 화살표로 어느 대목을 콕 짚기만 했어도 ‘아하, 왜 이곳을 이렇게 짚었는지 알 만하다’고 미리 깨닫기도 합니다.


  《화살표 곤충 도감》은 한국에 있는 모든 벌레(곤충)를 다루지 못합니다. 이 도감에서도 밝히듯이 벌은 가짓수가 2800이나 되고, 나방은 가짓수가 3450이라는 숫자에 이른다고 해요. 잠자리도 메뚜기도 노린재도 딱정벌레도 날도래도 가짓수가 참으로 많아요.


  《화살표 곤충 도감》은 무엇보다도 여러 벌레 저마다 ‘무리’로 나누어서, 이 무리에 드는 벌레는 어떤 모습이거나 무늬이거나 한살이인가 하는 대목을 밝힙니다. 이렇게 하고 나서 여러 가짓수를 사진과 화살표를 알맞게 살려서 차근차근 보여줍니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벌레를 가리는 눈썰미를 북돋아 주고, 벌레 이름을 어떻게 살피거나 알아낼 만한가 같은 대목을 짚어 줍니다.



곤충은 우리가 살면서 가장 많이 만나는 동물입니다. 이런 곤충을 대할 때 우리는 종종 우리에게 피해를 주나, 이익을 주나 같이 사람을 중심에 놓고 판단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곤충은 우리의 관심과 상관없이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 뿐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곤충을 있는 그대로, 또한 우리와 같은 자연의 구성원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4쪽/머리말)



  그제 낮에 겪은 일을 문득 떠올립니다. 새 우산을 선물받은 큰아이가 이 장마철에 빗길을 거닐면서 놀고 싶어하기에 셋이서 우산을 쓰고 마을 한 바퀴를 크게 돌았습니다. 두 아이 모두 우산을 받고 빗소리를 들으면서 빗물과 웅덩이를 찰방찰방 밟으며 돌아다녔어요.


  이렇게 빗길마실을 하는데 곳곳에서 나비가 날아다닙니다. 아이들이 나비를 보고 외쳐요. “나비야, 비 오는데 얌전히 있지, 왜 돌아다니니? 어서 풀밭에 내려앉아.” 나비도 나비 나름대로 할 일이 있을 테고, 배가 고프면 꽃가루나 꿀을 찾아다녀야 할 테지요. 어쩌면 이제 막 깨어난 나비일 수 있어요.


  마을을 한 바퀴 돌고 집 앞에 이르렀는데, 큰아이는 고샅에서 뭔가를 찾아냅니다. “여기, 나비가 있어. 빗물에 휩쓸렸나 봐.” “그러네. 손으로 살며시 집어서 풀밭으로 옮겨 주렴.” 큰아이가 나비 날개를 잡을 적마다 나비는 크게 날갯짓을 합니다. 나비는 빗물에 휩쓸리며 허우적거리다가, 또 이리저리 맴돌이를 하다가, 드디어 풀밭으로 옮겨 갑니다. 풀줄기 하나를 다리로 단단히 움켜잡고서야 비로소 날갯짓을 쉽니다.


  이들 나비가 있어서, 또 벌과 개미가 있어서, 또 수많은 자그마한 벌레가 있어서, 이 어여쁜 이웃 목숨붙이가 꽃가루받이를 해 주고, 찌꺼기나 썩은 것이 흙으로 돌아가도록 도와줍니다. 메마르거나 거친 땅은 지렁이가 찾아와 주어 까무잡잡하게 기름진 흙으로 바뀝니다.


  아이들하고 함께 쓰는 책상맡에 여러 가지 도감을 놓습니다. 이 도감은 ‘이름’만 익히려고 놓지 않습니다. 이름부터 익히고, 한살이를 헤아리며, 우리 삶자리에서 늘 마주하는 이웃 목숨붙이를 따사로이 아끼려는 손길로 거듭나려는 마음으로 놓습니다. 《화살표 곤충 도감》도 책상맡에 곱게 둡니다. 아이들은 날마다 마당에서 놀다가 쉴 적에 여러 가지 도감을 가만히 펼치면서 ‘아까 본 벌레는 이름이 뭘까?’ 하고 궁금해 하면서 더위를 식힙니다. 도감 한 권은 참으로 고맙고 아름다운 책이라고 느낍니다. 2016.7.5.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숲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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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양서류 생태 도감 한국 생물 목록 17
이정현.박대식 지음 / 자연과생태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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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책 읽기 102



‘꼬리치레도롱뇽’을 새삼스레 떠올린다

― 한국 양서류 생태 도감

 이정현·박대식 글·사진

 자연과생태 펴냄, 2016.4.11. 22000원



  지구에는 모두 7100종에 이르는 양서류가 있다고 해요. 한국에는 양서류가 모두 ‘7과 18종’이 있다고 합니다. 지구를 헤아리자면 한국에 있는 양서류 가짓수는 무척 적다고 할 만합니다.


  이름으로 크게 살피자면 ‘도롱뇽·개구리·두꺼비·맹꽁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끼도롱뇽·꼬리치레도롱뇽·도롱뇽·제주도롱뇽·고리도롱뇽’하고, ‘무당개구리·청개구리·수원청개구리·옴개구리,·황소개구리·참개구리·금개구리·북방산개구리·계곡산개구리·한국산개구리’에다가 ‘두꺼비·물두꺼비’ 같은 이름이 있다고 해요.


  이런 한국 양서류 가운데 ‘꼬리치레도롱뇽’은 2000년대 첫무렵 한국 사회에 이름이 널리 알려졌습니다. 바로 ‘천성산 도롱뇽 소송’으로 이름이 올랐거든요. 



(고리도롱뇽은) 번식기가 끝나면 성체는 서식지인 산림지대로 이동한다. 주로 밤에 활동하며, 개미·딱정벌레·벌과 같은 곤충류, 지렁이와 같은 빈모류, 거미류, 수서곤충류 등을 잡아먹는다. 수명은 10∼11년이고, 수컷은 3∼5년, 암컷은 4∼6년생이 주로 번식에 참여한다. (42쪽)


(꼬리치레도롱뇽은) 유생은 겉아가미로 호흡하고, 변태를 마친 준성체와 성체는 폐가 발달하지 않아 피부로만 호흡한다. 피부 호흡에 의지하는 성체의 특성상, 연중 습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산림지대의 계곡, 하천 주변의 바위·돌·자갈·고목·이끼·부엽토 아래 등에서만 서식한다. (54쪽)



  이정현·박대식 님이 빚은 《한국 양서류 생태 도감》(자연과생태,2016)을 읽어 봅니다. 이 책에는 한국에서 사는 양서류를 모두 다루는데, 다 자란 모습부터 알에서 막 깨어난 모습에다가, 알 모습, 또 암컷하고 수컷 모습까지 두루 사진으로 보여줍니다. 한국 양서류를 다룬 책은 퍽 드문데, 두 학자가 쏟은 땀방울이 알뜰살뜰 배어 무척 값지면서 뜻있구나 하고 느낍니다. 더욱이 양서류를 알부터 어른 몸 모습까지 한눈에 살펴보는 책이 있기에, 이 책을 찬찬히 살핀다면 한국에서 우리하고 함께 사는 이웃을 한결 잘 알아볼 만하다고 느껴요.



(이끼도롱뇽은) 다른 도롱뇽류에 비해 시력과 점프력이 좋다. 위협을 느끼면 꼬리 끝을 스스로 자르며 잘린 꼬리는 한동안 꿈틀거린다. (67쪽)



  도롱뇽이나 개구리나 두꺼비나 맹꽁이 같은 양서류는 아무 곳에서나 살지 않는다고 합니다. 먼저 축축하고 서늘한 곳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축축하고 서늘하기만 하대서 양서류가 살 수 없어요. 축축하고 서늘하면서 ‘양서류한테 먹이가 될 만한’ 다른 작은 목숨이 있어야 해요. 여기에다가 ‘양서류가 서로 짝을 지어서 알을 낳을 만한 터’가 이루어져야지요.


  옛날부터 논가에는 개구리나 맹꽁이나 두꺼비가 많이 살았습니다. 냇가나 골짜기에는 도롱뇽이 많이 살고요. 비가 오는 날이면 마당을 엉금엉금 기는 두꺼비도 쉽게 볼 만했고, 풀섶에 참개구리나 청개구리도 흔히 살았어요.


  모내기를 마친 시골 논에는 알에서 깨어난 올챙이가 헤엄을 칩니다. 겨울나기를 마치고 깨어난 개구리는 제 짝을 새롭게 찾으면서 우렁차게 밤새 노래해요. 그런데 이 같은 개구리 노랫소리도 요새는 ‘한철’에 그치곤 해요. 왜 그러한가 하면, 한여름으로 접어들어 논마다 농약을 뿌리면 그예 개구리가 싸그리 죽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번식기가 지나면 수컷 두꺼비는 번식지를 기준으로 최대 500m 정도 이동했으며, 암컷은 수컷에 비해 활동량이 3배가량 더 많기 때문에 두꺼비를 보호하려면 주요 번식지를 기준으로 반경 1.5km 이상의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90쪽)



  개구리를 살리거나 지키자는 뜻으로 ‘농약을 안 쓰는 농사’를 짓자고 하기는 어려울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개구리가 살지 못하는 논이라면, 날벌레나 풀벌레를 잡아먹는 개구리가 논이나 시골 풀섶에서 자취를 감춘다면, 개구리도 두꺼비도 맹꽁이도 이 땅에서 사라진다면, 이때에 한국은 어떤 삶터가 될 만할까 하고 생각할 수 있어야지 싶어요.


  2000년대 첫무렵에 불거진 ‘꼬리치레도롱뇽 소송’은 ‘고작 양서류 하나’를 살리거나 지키자면서 ‘국가사업에 발목을 잡으려는 뜻’이 아니었다고 느낍니다. ‘사람 곁에 있는 작은 이웃’을 바라보거나 살피지 못하는 개발이나 국가사업이 되면, ‘한국 사회를 이루는 작은 사람들 삶’도 놓치거나 내몰릴 수 있다는 뜻을 밝히는 소송이었다고 느껴요. 그리고 ‘도롱뇽이 즐겁고 느긋하게 살 수 있는 터전’일 때에 이러한 터전은 ‘사람도 즐겁고 느긋하게 살 수 있는 보금자리’이기도 하다는 뜻을 알려주는 소송이었으리라고 봅니다.



(청개구리는) 포식자에 따라 멀리 헤엄치거나 바닥에 가라앉아 움직이지 않는 등 다른 회피행동을 보인다. 주로 파리, 날도래, 벌, 나비, 딱정벌레와 같은 곤충류를 잡아먹는다. (114쪽)



  아이들하고 시골에서 살면서 도롱뇽 한살이를 제대로 알고 싶었는데 마침 《한국 양서류 생태 도감》이라는 책이 이쁘장하게 나와서 무척 반갑습니다. 여름에 골짜기로 나들이를 가면 돌 틈에서 도롱뇽을 곧잘 봐요. 도롱뇽은 무척 잽싸게 헤엄치면서 사라지니 어떤 도롱뇽인지 알아채기가 만만하지 않습니다. 《한국 양서류 생태 도감》은 그리 무겁거나 두껍지 않으니 올여름에는 골짜기에 갈 적에 이 책을 챙겨서 우리 마을 도롱뇽 이름을 알고 더욱 살가이 마주하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개구리 한살이를 새롭게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개구리 한 마리가 제법 오래 사는구나 하고 새삼스레 깨닫습니다. 도롱뇽도 개구리도 두꺼비도 맹꽁이도 열 해 안팎을 우리 곁에서 조용히 지내면서 ‘숲을 이루는 작은 숨결’로 노래한다는군요.


  양서류가 한국에서 ‘멸종위기야생동물’이 되는 일은 양서류뿐 아니라 사람한테도 ‘어떤 위기’라고 하는 대목을 한국 사회가 찬찬히 헤아리거나 바라볼 수 있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2016.5.27.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숲책 읽기)


* 이 글에 붙인 사진은 '자연과생태 출판사'에서 고맙게 보내 주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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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살이 - 느리고 고유하게 바다의 시간을 살아가는 법
김준 지음 / 도서출판 가지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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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책 읽기 101



바닷빛을 읽으며 물고기를 알던 섬살림

― 섬: 살이

 김준 글·사진

 도서출판 가지 펴냄, 2016.4.22. 16000원



  광주전남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김준 님은 어느덧 스물여섯 해째 ‘섬 연구’ 외길을 걷는다고 합니다. 《물고기가 왜?》나 《바다 맛 기행》이나 《한국 어촌사회학》이나 《섬 문화 답사기》나 《김준의 갯벌 이야기》 같은 책을 쓰셨는데, 《섬: 살이》(가지,2016)라고 하는 책을 새롭게 선보입니다.


  섬을 연구한 발자취를 따라서 물고기 이야기가 책으로 태어나고, 물고기와 바닷것을 올리는 밥상 이야기가 책으로 태어납니다. 섬에 보금자리를 틀어서 이룬 살림살이 이야기가 책으로 태어나고, 섬과 뭍을 오가는 길목에 드리운 갯벌 이야기가 책으로 태어나요. 그리고 섬이라는 터전에서 어떤 삶이 예부터 고이 흘렀는가 하는 이야기를 그러모아서 《섬: 살이》가 태어나요.



할머니들이 아직도 걸을 수 있는 것은 바구니에 채워야 할 굴이 있기 때문이다. 팔순 할머니가 겨울에도 기어이 조새를 쥐고 갯벌로 걸어가는 것은 거기에 굴밭이 있기 때문이다. (43쪽)



  《섬: 살이》라는 책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이, 김준 님은 ‘서울살이’나 ‘시골살이’나 ‘마을살이’처럼 ‘섬살이’를 쓰지 않고 ‘섬: 살이’처럼 느슨하면서 길게 말소리를 잇습니다. 그냥 살면서 드러나는 살림살이가 아니라, 오래도록 차근차근 다스리면서 천천히 피어난 물살이와 바닷살이를 들려주려고 했구나 싶습니다.



가파도, 마라도, 우도처럼 언덕도 없고 피할 곳이 전혀 없는 섬에서는 이중벽을 쌓기도 했다. 안과 밖에 이중으로 돌담을 쌓고 가운데 틈에 잡석을 넣었다. 그렇게 담을 쌓고 나무를 심어 바람을 어느 정도 막고 나서야 농사를 짓고 살림집도 지었다. (73쪽)



  바람이 많은 곳이라면 어디나 돌로 담을 쌓습니다. 바람이 그리 많지 않다면 가볍게 울타리를 하겠지만요. 제주섬은 돌담이 높아 거의 지붕까지 올라가기도 하는데, 바닷바람도 막아야 하지만, 때로는 물결이 넘치기도 하니, 이도 함께 막아야 합니다.


  돌담을 쌓은 적이 있는 분이라면, 묵직한 돌을 날라서 하나하나 쌓기까지 얼마나 오래 걸리는가를 잘 아시리라 생각해요. 묵직한 돌을 나를 적에는 이 무거운 돌을 꽤 날랐구나 싶지만, 정작 담을 쌓으려고 하다 보면 얼마 안 되어요. 자주 수없이 자꾸자꾸 나르고 나른 끝에 비로소 돌담을 쌓을 수 있습니다.


  담으로 쌓는 돌은 멀리서 가져오기도 하겠지만, 땅을 일구면서 땅에서 캐기도 합니다. 집터를 다지면서, 밭을 일구면서, 섬에서 논을 지으려 하면서 그야말로 수많은 돌을 자꾸자꾸 캐내고, 이 돌을 바탕으로 돌담을 쌓지요.



감태는 민둘이 들어오는 오염되지 않은 갯벌에서 잘 자라기에 옛날에는 흔했지만 지금은 귀하다. 과거에는 김 양식장에서 파래, 매생이와 함께 잡태로 취급되었다. 밭농사로 말하면 잡초에 해당한 것이다. (134쪽)



  숲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나뭇가지나 나뭇잎이나 나뭇줄기만 보아도 숲바람을 알거나 읽을 수 있습니다. 흙을 만지는 사람이라면 흙빛과 흙내만 살펴도 날이나 날씨를 알거나 읽을 뿐 아니라, 언제 씨앗을 심어서 거두느냐도 알 수 있어요.


  하늘을 바라보기에 하늘을 읽으면서 하늘을 알고, 별을 바라보기에 별을 읽으면서 별을 알아요. 다만, 그냥 바라보기만 한대서 하늘이나 별을 쉽게 알기는 어려울 테지요. 두고두고 바라볼 뿐 아니라 온마음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마음을 깊이 쏟아서 바라보다가, 어느새 그윽한 사랑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이리하여 섬사람은 바닷물을 바라보면서 바닷물을 읽어요. 바닷빛을 읽고, 바닷내(바다 내음)를 읽어요. 바다를 끼고 살면서 바다를 읽어서 알지 못한다면 바닷마을이나 바닷집을 이룰 수 없을 테니까요. 《섬: 살이》를 쓴 김준 님은 지난 스물여섯 해에 걸쳐서 ‘섬사람만큼은 아니’라 하더라도, ‘섬사람과 닮으면서 섬사람하고 어깨동무하는 마음이 되’어서 섬을 바라봅니다.


  섬을 바라보면서 찬찬히 마음을 기울입니다. 섬을 바라보며 찬찬히 기울이던 마음은 이윽고 사랑으로 거듭납니다. 이 사랑은 시나브로 따사로운 눈길이 되고, 살가운 손길이 됩니다.



섬 노인의 기억과 경험은 예사롭지 않다. 박물관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만큼 풍성하다. 별과 달을 보고 며칠 날씨는 귀신같이 맞췄다. 바다 색깔만 보고 조기가 오는 길을 알았다. 어디 기뿐인가. 배를 짓는 일을 제외하면 고기잡이에 필요한 것은 무엇이건 스스로 만들어 썼다. (18쪽)



  처음에는 ‘바닷마을 연구자로 있으면서 논문을 썼다’고 할 테지만, 이제는 ‘바닷사람이나 섬사람과 같은 자리에 서면서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할 만한 김준 님이 펼치는 《섬: 살이》이지 싶어요. 김준 님은 섬에서 만나는 할아버지 할머니마다 이녁 한 사람이 훌륭하고 놀라운 ‘박물관 사람’이라고 깨닫거든요.


  건물로 서지 않으나, 섬에 우뚝 서서 살림을 지은 ‘박물관 사람’입니다. 건물로 우람하게 있지 않으나, 섬에서 조촐하고 다부지게 삶을 지은 ‘박물관 사람’이에요. 섬 할아버지와 할머니 가슴속에 아로새긴 이야기는 모두 섬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스스로 두 손으로 지은 삶이요 살림이며 사랑이에요.



돔 종류가 다 그렇듯 뼈가 억세서 잘 발라먹어야 한다. 이 때문에 고흥 녹동에서는 ‘뻣센고기’라 한다. 여수에서는 군평선이를 꽃돔이라고도 부르고, 목포에서는 쌕쌕이, 통영엥서는 꾸돔이라고도 한다. 지역에 따라 딱돔(닭돔), 딱때기, 챈빗, 얼게빗등어리라는 이름도 있다. (226쪽)


소, 돼지, 닭. 인간에게 이들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닭은 학용품을 사야 하는 아이들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연필이 필요하면 달걀 한 개, 노트가 필요하면 달걀 두 개, 그리고 남은 알은 골망태에 모아두면 예쁜 병아리로 변신했다. (279쪽)



  섬에 바람이 붑니다. 때로는 관광바람이나 개발바람이 붑니다. 섬에 바람이 붑니다. 때로는 ‘모든 아이와 젊은이는 도시로 보내자’는 바람이 붑니다. 아이도 젊은이도 거의 도시로만 쏠리는 오늘날 바람이 붑니다. 그렇지만 섬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예나 이제나 섬에 고요히 서서 섬살이를 ‘섬: 살이’로 꾸립니다.


  갯것을 거두고, 바닷것을 거둡니다. 갯살림도 바닷살림도 모두 정갈하게 다스립니다. 바닷빛을 읽으며 물고기를 알던 섬살림이란, 바로 이 섬에서 아이를 낳아 돌보고 키우고 가르치고 얼크러지던 작으면서 예쁜 살림이지 싶습니다. 이 작으면서 예쁜 살림살이 이야기가 도톰한 책에서 새롭게 피어납니다. 2016.5.19.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숲책 읽기)


* 글에 붙인 사진은 가지 출판사에 말씀을 여쭈어서 고맙게 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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