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출산법 - 니시건강법에 의한
갑전광웅 지음, 김기준 옮김 / 홍익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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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12.17.

인문책시렁 270


《자연출산법》

 甲田光雄

 김기준 옮김

 홍익재

 1998.5.30.



  《자연출산법》(甲田光雄/김기준 옮김, 홍익재, 1998)을 2008년에 처음 읽었습니다. 그무렵 둘레에서는 ‘아기는 집 아닌 돌봄터(병원)’에서 낳아야 한다고 여겼고, 오늘날에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 어머니도 곁님 어머니도 날이면 날마다 “왜 힘들게 집에서 낳으려고 해? 그러다 큰일나면 어쩌려고? 옛날에야 다들 집에서 낳았지만 요새는 병원이 있는데 뭣 하러 바보짓을 하니?” 하고 나무랐습니다.


  끝없이 쏟아지는 화살을 가만히 듣다가 “어머니, 어머니는 아이를 바라시나요? 아니면 근심걱정을 바라시나요? 뱃속에 있는 아이도 다 들어요. 우리는 아무 말이나 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가 바라는 길을 생각하고 마음에 담고 말로 해야 합니다. 정 그렇게 걱정스러우면, 어머니가 집에서 언니를 낳을 적에 어떻게 챙기고 차렸는지, 그때 미처 못 챙기거나 못 차려서 아쉽던 일은 무엇인지, 집에서 아기를 낳을 적에 둘레 어른들은 무엇을 도와야 하는지를 알려주셔요.” 하고 대꾸했습니다. 이런 대꾸에 어머니는 “그게 언젯적 일인데 다 까먹었지!” 하시더군요.


  요새에도 그닥 안 달라졌다고 느끼는데, 도움꽃(산파)을 집으로 부르자면 2008년에 하루 50만 원이 들었는데, 적어도 여섯 달 앞서 날받이를 해야 하고, 큰고장 인천에는 도움꽃이 없어서 꽤 먼데 계신 분을 불러야 하더군요.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집에서 낳으려다가 돌봄터(병원)로 실려가서 낳았습니다만, 집낳이(자연분만)를 하려면 두 어버이가 무엇을 챙기고 살피고 헤아리는 나날을 가꿀 노릇인지 알려주는 어른도 길잡이책도 찾기 어려웠습니다. 집낳이를 하면서 아기를 받을 적에 어떤 흐름인지 찬찬히 짚거나 알려주는 어른도 책도 길잡이는 아예 없다시피 하고요. 그저 다 돌봄터에 맡기고, 우리 스스로 모든 슬기를 잊어버린 채, 하나도 못 물려준다고 느꼈습니다.


  아직 《자연출산법》은 판이 끊어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옮김말은 매우 엉성합니다. 아기를 낳고 받고 처음 돌보는 길에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낱낱이 다루지는 못 하지만, 아기를 바라는 두 어버이가 ‘한씨앗’을 맺기 앞서 어떤 살림을 지을 노릇인지를 차근차근 들려주고, 한씨앗을 맺은 뒤에 아기가 태어나기까지 어떻게 몸을 살펴야 하는가를 알려줍니다.


  오늘날에는 배움터(학교)에서 ‘성교육’을 하기는 하지만, 온통 짝짓기(성교)에 머문다고 느껴요. 우리는 ‘성교육’이 아닌 ‘사랑길’을 들려주고 배우고 가르칠 노릇 아닐까요? 아기를 낳을 몸으로 살자면 어떻게 하루를 다스리고 집안을 건사해야 하는가를 듣고 배우고 해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아기를 안 낳더’라도 ‘아기를 낳을 수 있는 몸’으로 가는 길은 ‘늘 튼튼하게 몸을 다스리는 길’입니다.


ㅅㄴㄹ


20년 이전에는 현미식 애호가가 괴짜나 광신자처럼 보여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좋은 것을 먹고 있네요”라 칭찬을 받게끔 되었다. 확실히 현미식과 백미식에서는 변통의 양부가 단연 달라져 온다. (33쪽)


역시 아침을 빼는 2식주의가 생리학적으로도 바른 식사법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37쪽)


척추의 어긋남을 교정하여 내장의 작용을 고무하기 위해서 평상 위에서 자고, 경침을 사용하고, 그 위에 (금)붕어운동을 행할 것. (53쪽)


중대한 문제인 태변을 완전히 배설하게 하기 위한 조치를, 유감스럽게도 현대의학에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아니, 병원에 따라서는 이것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는 곳조차 있다. (82쪽)


그에 더하여 풍욕이나 냉온욕 등으로 피부기능을 고무하면, 간장의 작용도 좋아지고, 그들의 상승작용에 의해서 모유의 분비가 촉진된다. (90쪽)


부드러운 베드는 정말로 안면할 수 있을 것같이 생각되고 있지만, 실제로 너무 부드러운 요나 매트리스 등에서는 도리어 안면을 할 수 없다고 하는 연구보고가 있는 것이다. 또한 부드러운 요나 매트리스는 도리어 등뼈를 어긋나게 하는 원인도 되어 있다는 것을 알지 않으면 안 된다. (9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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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12-17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유해가도 될까요?^^ 아름다운 우리말에 잠시 멈춰가게 됩니다..

숲노래 2022-12-17 17:24   좋아요 1 | URL
네, 얼마든지 나누셔요.
고맙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꼭 건사해 두시기를 바라요.
저는 나중에 아이들한테 물려주거나
이웃한테 빌려주려고 한 벌 더 장만해 놓았습니다 ^^
 
대마와 대마초 - 신의 선물인가 악마의 풀인가
노의현 지음 / 소동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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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숲노래 책읽기 2022.11.28.

숲책 읽기 178


《대마와 대마초》

 노의현

 소동

 2021.1.1.



  《대마와 대마초》(노의현, 소동, 2021)를 곰곰이 읽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서 둘레에 이런 책을 좀 읽어 보십사 하고 여쭈는데, 막상 이 책을 기꺼이 장만해서 차근차근 읽고 새기면서 ‘나라·마을·사람’이라는 얼거리를 ‘삶·살림·숲’이라는 눈썰미로 가다듬은 분이 얼마나 될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밥은 배불리 먹어도 안 나쁘되, 많이 먹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우리말에는 ‘아침저녁’이 있을 뿐, ‘아침낮저녁’처럼 쓰지는 않습니다. 하루에 틀림없이 아침에 낮에 저녁이 있고, 밤하고 새벽이 있습니다만, ‘아침저녁’을 따로 가르는 까닭을 읽을 노릇이에요. ‘아침밥 = 아침’이요, ‘저녁밥 = 저녁’이거든요.


  예부터 우리 겨레는 두끼살림이었다는 뜻이 말마디에 깃든 셈입니다. 아침저녁 사이에는 ‘새참·샛밥’이 있고, 따로 ‘곁두리’라고도 합니다. 때로는 새참을 누리지만, 굳이 안 누려도 됩니다. 그리고 끼니를 아랑곳하지 않는 ‘잔치’가 있으며, 이 잔치는 ‘도르리·도리기’로 가릅니다.


  우리말로는 ‘삼’이고, 한자말로는 ‘대마’입니다. ‘삼실’은 삼이라는 풀한테서 얻어요. ‘삼다(실을 삼다·신을 삼다)’라는 낱말은 바로 ‘삼’이라는 풀이름에서 비롯했습니다. 우리나라나 일본은 삼이랑 모시로 오래도록 옷살림을 이었어요. 여기에 솜을 맞아들였고, 결이 훨씬 고운 누에실(비단)을 따로 냈지요.


  숲책 《대마와 대마초》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온누리 여러 곳에서 ‘삼’이라는 풀을 얼마나 알뜰살뜰 옷밥집 살림으로 다루었는가 하는 실마리를 짚고, 풀살림 하나로 누구나 넉넉할 만했으나, ‘고리(커넥션)’를 이룬 무리(정부·기업·군대·언론)가 왜 어떻게 얼마나 언제부터 ‘삼’을 몹쓸풀로 여기도록 내몰면서 틀(법)까지 세웠느냐를 짚습니다.


  삼(대마)은 아무 잘못도 말썽도 없습니다. 삼으로 돈벌이를 꾀하거나 다른 돈벌이를 일으키려고 한 무리(정부·기업·군대·언론)가 몹쓸놈일 뿐입니다. 삼씨앗을 ‘살림풀(약초)’로 알맞게 건사하는 길을 간다면 걱정거리가 없습니다. 나라가 할 몫이라면, 글바치가 밝힐 길이라면, 사람들 눈귀입을 틀어막는 짓이 아닌, 또 엉터리 이야기로 길들이는 짓도 아닌, 풀살림을 언제 어디에서나 누구나 어질게 다루도록 북돋우는 살림빛일 노릇이라고 봅니다.


ㅅㄴㄹ


대마초(마리화나)가 마약 취급을 받기 전 대마로 베옷이나 밧줄, 기타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 쓰던 당시에는 삼이나 삼베가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던 단어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삼보다는 대마라는 이름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삼이나 삼베라는 단어가 무슨 뜻인지 잘 모르고 있는 형편이다. (21쪽)


면화 재배는 토양과 환경에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농산물 중 농약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작물이고, 물 사용 요구 또한 큰 작물이다. 면직물을 마 섬유로 대체한다면 면화 재배 면적을 줄일 수 있고 환경 개선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87쪽)


대마 속대를 이용해 바이오플라스틱 제품을 만들면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 (88쪽)


15세기에 활판인쇄로 찍은 구텐베르크 《성경》의 종이 원료는 대마였다. 미국 독립선언서의 초안과 최초의 미국헌법 또한 대마 종이에 쓰였다. (174쪽)


미국 정부가 대마 불법화 정책을 실시하게 된 배후에는 합성섬유, 페인트, 합성고무, 플라스틱 등 석유화학 제품을 막 생산하기 시작한 듀퐁사, 신문재벌이며 삼림재벌인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 그리고 이들 회사에 많은 자금을 투자한 당시 재력가이며 재무부장관이던 앤드류 멜론이 있었다는 주장이 있다. (196쪽)


미국 농무부는 대마 1에이커의 종이 생산량과 삼림 4에이커의 종이 생산량이 맞먹는다고 발표한 바 있다. (198쪽)


다급해진 미국은 1942년에 〈승리를 위한 대마〉라는 제목의 흑백 홍보영화를 만든다. 대마 제배법과 대마의 다양한 사용법을 알리며 대마를 재배하는 농민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겠다고 독려하는 내용이었다. 전쟁 기간 동안 대마를 재배하는 농민이나 그의 자녀들에게는 징집이 면제되었다. (20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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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서 만난 새
이치니치 잇슈 지음, 전선영 옮김, 박진영 감수 / 도서출판 가지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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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숲노래 책읽기 2022.11.28.

숲책 읽기 181


《동네에서 만난 새》

 이치니치 잇슈

 전선영 옮김

 가지

 2022.2.1.



  《동네에서 만난 새》(이치니치 잇슈/전선영 옮김, 가지, 2022)는 뜻있으리라 여겨 마을책집에서 장만하려고 생각했습니다. 새바라기를 즐기는 마을책집에 나들이를 가던 여름에 장만했고, 고흥으로 돌아가는 시외버스에서 읽으며 뭔가 알쏭하구나 싶었는데, 그래도 우리 집 아이들한테 건네었어요.


  큰아이나 작은아이나 이 책을 못마땅해 하더군요. 왜 이런 책을 읽으라고 건네느냐며 숲노래 씨를 핀잔합니다. 아이들한테 잘못했다고 빌었습니다. 여러모로 아쉬운 대목이 있더라도, 시골이 아닌 서울(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가운데에도 새바라기를 헤아리는 이웃이 있다고 느낄 책으로 여긴다고 얘기했지만, 투덜투덜 성난 아이들을 달랠 수 없었습니다.


  이 책 《동네에서 만난 새》에 나오는 새는 다 똑같이 생겼습니다. 다 다른 새인데, 모든 새를 동글동글 ‘귀염이(캐릭터)’로 바꾸어 버렸습니다. 이 책은 새를 새라는 숨결이 아닌 사람 눈썰미로 따지거나 잽니다. 이 책은 새살림을 가만히 헤아리는 길이 아니라, 짝짓기에 너무 얽매여 다루고, 이 짝짓기도 그저 사람 눈썰미로 구경한 대목에서 그칩니다. 마지막으로 옮김말씨가 안 쉽습니다. 얼핏 보면 어린이도 읽을 만하구나 느낄 텐데, 정작 펼쳐서 읽다 보면, 일본 한자말이나 옮김말씨(번역체)가 너무 춤춥니다.


  65쪽에 적듯 “동박새 커플은 사람이 보기에도 좀 창피할 만큼”은 뭔 소리일까요? 동박새한테 창피한 글이지 싶습니다. 모든 새가 다 다르게 노래하는 줄 모르는 채 새노래를 들으려 했을까요? 69쪽 글도 너무 엉성합니다. 74쪽에서는 “단시간에 끝나는 새들의 짝짓기가 어떤 의미로는 합리적”이라 적는데, 그저 할 말을 잃었습니다. 93쪽에서는 “새들에게는 자연물이건 인공물이건 튼튼해서 잘 망가지지만 않으면 그만”이라 적는데, 그야말로 새를 얕보는 글입니다. 더구나 사람들이 온누리를 쓰레기판으로 망가뜨린 짓을 스리슬쩍 넘어가는 셈입니다.


  이리하여, 매우 안타깝습니다.


  마을에서만 새를 구경하지 않기를 바라요. 새가 살던 보금자리를 빼앗은 사람으로서, 오직 새를 새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부터 가다듬기를 바랍니다. 새바라기는 새를 바라보면서 사람이라는 숨결을 새롭게 가다듬는 길이 아닐는지요? 부디 서울(도시)을 떠나 숲으로 가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이처럼 자연을 관찰해서 날씨를 예측하는 일을 옛사람들은 ‘관천망기觀天望氣’라고 하여 다양하게 표현해 왔다. (57쪽)


새는 평소에는 스스로 자기 몸의 깃털을 가다듬지만 신뢰 관계가 있는 커플 사이에서는 서로의 깃털을 골라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상대가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마음을 씀으로써 비로소 한 쌍으로 맺어진 인연이 진정으로 깊어지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는 해도 동박새 커플은 사람이 보기에도 좀 창피할 만큼 사이가 뜨겁다. (65쪽)


휘파람새에게는 사투리라고 할 만한 지역성도 확인되며, 그 소리를 잘 들어 보면 새들의 노랫소리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고 느껴진다. (69쪽)


많은 동물에게 짝짓기 시간이란 천적에 대한 경계가 느슨해지는 시간이기도 하므로 단시간에 끝나는 새들의 짝짓기가 어떤 의미로는 합리적일지 모른다. (74쪽)


도시 새들의 둥지를 보면 쓰레기투성이라서 가엾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새들에게는 자연물이건 인공물이건 튼튼해서 잘 망가지지만 않으면 그만일지 모른다. (9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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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2-11-28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쿠, 아이들한테 비셨군요^^

숲노래 2022-11-29 03:46   좋아요 0 | URL
시골 아이들 눈썰미는 꾸밈없이 알려주거든요. ^^;;;
 
카카오 - 신들의 양식, 인간의 욕망 역사를 바꾼 물질 이야기 5
안드레아 더리 & 토마스 쉬퍼 지음, 조규희 옮김 / 자연과생태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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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숲노래 환경책 2022.11.14.

숲책 읽기 160


《카카오, 신들의 양식 인간의 욕망》

 안드레아 더리·토마스 쉬퍼

 조규희 옮김

 자연과생태

 2014.8.11.



  《카카오》(안드레아 더리·토마스 쉬퍼/조규희 옮김, 자연과생태, 2014)를 여러 해 앞서 읽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마시는 까맣고 달콤한 덩이나 물이 무엇이고 어떤 길을 거치는가를 수수하게 들려주는 꾸러미입니다. 까만 달콤이나 달콤물을 즐긴다면, 카카오라는 열매나 나무나 씨앗을 문득 눈여겨볼 만할 텐데, 뜻밖에 열매나 나무나 씨앗을 눈여겨보는 사람은 드문 듯싶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 겨레는 쌀밥을 늘 먹지만 막상 ‘벼·나락·쌀’을 찬찬히 짚는 책이 읽히지는 않는구나 싶고, 이 이야기를 쓰거나 그리거나 담는 사람도 드물어요. 어쩌면 ‘없다’고 해야 할 테지요. 보리나 서숙을 누가 이야기할까요. 팥이나 수수를 누가 쳐다볼까요. 씨앗 한 톨부터 비롯하는 모든 열매를 차근차근 짚으면서 마음으로 만나지 않고서는 풀밥(채식·비건)을 누린다고 말한다면 좀 창피한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풀밥을 먹느냐 고기밥을 먹느냐 그냥밥을 먹느냐 하고 가르기 앞서, 푸른별을 이루는 뭇숨결을 하나하나 마주하면서 스스로 살림짓기를 가다듬을 노릇이라고 봅니다. 풀밥을 먹으나 막상 풀꽃나무가 자라나는 들숲바다를 등지는 서울(도시)에서 돈을 벌기만 한다면, 무엇보다 스스로 왜 사람인가부터 잊기 쉽다고 느껴요.


  어느덧 우리나라는 이웃일꾼(이주노동자)이 이 나라 지음터(공장)뿐 아니라 삽일(토목공사)을 하는 데에다가 논밭까지 들어와서 일합니다. 이웃일꾼이 이 나라를 떠나면 이 나라는 멈춥니다. 싸움터(군대)가 없어도 나라가 멈출 일이 없으나, 이웃일꾼이 멈추면 그야말로 나라가 끝장나요.


  카카오밭을 살피는 눈길은 너와 나 사이가 무엇인지를 바라보는 첫걸음입니다. 더디거나 작아도 됩니다. 첫걸음을 뗄 노릇입니다. 앞으로 이 나라 젊은이가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고 배우면서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스스로 꿈을 가꾸는 어른으로 살아갈 적에 아름다울까 하고 생각해야지 싶습니다. 아주 늦었습니다만, 이제라도 제대로 바라볼 때입니다.


ㅅㄴㄹ


병충해에 강한 몇 가지 복제종으로 구성된 경작지는 몇 세대가 지나면 결국 새로운 전염병에 특히 취약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53∼54쪽)


2009년 100그램 초콜릿 한 판 가격은 평균 69센트다 … 농민에게 돌아가는 몫은 약 3센트다. 카카오 재배는 곧 가난한 삶을 의미한다. (79쪽)


카카오를 재배하고 수확하는 대다수 농민은 최종 산물인 초콜릿을 즐기지 못한다. 카카오 농민과 그 가족 대부분은 초콜릿 한 조각도 맛보지 못했을 것이다. 심지어 많은 농민은 카카오를 가지고 정확히 무엇을 만드는지도 모른다. (81쪽)


오늘날 우리가 아는 유용식물 중 상당수는 중남미가 원산지다. 예를 들면 해바라기, 감자, 호박, 옥수수, 아보카도, 담배, 토마토, 콩, 카카오가 그렇다. (187쪽)


마야는 글을 돌에 새겼을 뿐 아니라 코덱스처럼 책에 적어 넣기도 했다. 무화과나무 껍질로 만든 몇 미터나 되는 긴 껍질종이에 매우 얇게 석회를 발라 글을 썼다. 폭이 좁은 이 두루마리 종이를 연속 용지처럼 접었고, 나무로 책 표지를 만들었다. 어떤 문건들은 재규어 가죽으로 표지를 만들었다. 마야 책이 얼마나 있었는지를 밝히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양이 엄청났으리라 추정된다. (20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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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과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계사
케이트 메스너 지음, 팰린 코치 그림, 김미선 옮김 / 책과함께어린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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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11.13.

인문책시렁 251


《세균과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계사》

 케이트 메스너 글

 팰린 코치 그림

 김미선 옮김

 책과함께어린이

 2022.6.10.



  《세균과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계사》(케이트 메스너·팰린 코치/김미선 옮김, 책과함께어린이, 2022)는 이 나라 사람이 아닌 이웃나라 사람이 쓴 글이어서 책으로도 나오고 읽힐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아직 이 나라에서는 이 책에 적힌 줄거리만큼도 목소리를 내기 어렵습니다. 이런 목소리조차 ‘가짜뉴스’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지워버리려 하거든요.


  미리맞기(예방접종)를 다룬 꼭지를 보면 “천연두 예방접종으로 2퍼센트가 죽었다”고만 말할 뿐, ‘부작용은 얼마나 되는가’는 말하지 않습니다. 죽은 사람은 2/100요, 다치거나 앓거나 아이들한테 씨(유전자)로 이어간 사람도 수두룩했을 텐데, 이 대목은 짚지 않습니다. 오늘날에도 지난날에도 우리나라도 이웃나라도 “사망률을 낮추는 데에는 아주 큰 효과를 보았(58쪽)”다고 말할 뿐입니다.


  그렇다면, 미리맞기를 하지 않을 적에 죽는 사람은 얼마나 되는가도 따져야 할 텐데, 이 대목도 언제나 쉬쉬하게 마련이에요. 더구나 미리맞기를 할 적에 누가 죽거나 다치거나 앓아도 나라에서 값을 치러거나 잘못을 비는 일마저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미리맞기’를 한다면서 나라에서 어마어마하게 돈을 퍼붓는데, 이런 데에 돈을 퍼붓지 말고, 모든 마을이 숲빛으로 푸르게 거듭나도록 돈을 쓸 적에, 비로소 아프거나 앓는 일이 없으리라 느낍니다.


  돌림앓이가 퍼졌다고 하는 지난 몇 해 사이에, 우리나라뿐 아니라 온누리 여러 나라에서 ‘미리맞기 탓에 죽은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또렷이 안 밝힙니다. 미리맞기로 죽은 사람한테 잘못을 빌거나 값을 치른 나라는 얼마나 있을까요? 아니, 목숨값을 어떻게 치를 수 있을까요?


  드센 고뿔에 걸리더라도 느긋이 쉬고 밥을 한동안 끊고 고요히 마음을 다스리면 찬찬히 낫습니다. 쉬잖고 일하기에 쓰러집니다. 근심걱정을 달고 사니까 무너집니다. 알맞게 일할 수 있고, 집이며 마을이 숲으로 둘러싸인 터전이면서, 부릉부릉 매캐한 바람이 일지 않는 나라라면, 아프거나 앓는 사람은 사라질 만해요. 그러나 우리나라를 비롯해 푸른별 어느 나라도 서울(도시)을 더 키울 뿐입니다. 부릉이를 줄이지 않아요. 들숲메를 밀어없애면서 잿더미(아파트)를 더 올리려 합니다.


  곰곰이 보면 ‘세균과 바이러스에 감염된’ 푸른별이 아닌 ‘허방에 빠진’ 사람들이지 싶습니다. 입가리개도 미리맞기도 우리를 지켜주지 않습니다. 참모습·참삶·참넋·참사랑·참길을 바라보려는 마음을 스스로 오롯이 일으킬 적에만, 누구나 스스로 지킬 수 있습니다. 허방다리 같은 뜬말은 바로 나라에서 퍼뜨립니다. 나라 이야기에 귀를 닫고서 우리 보금자리를 바라볼 때라야 이 푸른별이 아름답겠지요.


ㅅㄴㄹ


전염병에 관한 이러한 소문은 사실과 달라도 사람들에게 그다지 해롭지 않지만, 다른 것들은 그렇지 않았어요. 사람들은 자신을 겁주는 문제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기 때문에, 비난의 화살을 다른 이들에게 돌렸어요. (36쪽)


‘불편’과 ‘손해’는 사실 큰 문제였어요. 예방접종은 정말 큰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었거든요. 사람들이 천연두에 약하게 걸리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접종한 사람들 중 약 2퍼센트는 목숨을 잃고 말았답니다. 그럼에도 천연두에 걸린 사람들의 사망률을 낮추는 데에는 아주 큰 효과를 보았어요. (57∼58쪽)


독감에 걸린 사람은 대개 1∼2주 정도 앓다가 좋아져요. 하지만 몇몇은 더 심한 증상을 겪기도 해요. 세계 보건 기구는 해마다 약 10억 명이 독감에 걸리고 이 중에서 최대 65만 명이 목숨을 잃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요. (121쪽)


이렇게 다른 이들 탓으로 돌리는 전략은 비단 독감에만 해당하지 않아요. 어떤 나라에서 전염병이 창궐할 때, 국가 지도자들이 다른 나라에 화살을 돌리는 일은 여전히 흔하답니다. 자기 나라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든 되지 않든,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 버리려는 속셈이지요. (12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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