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인간의 삶을 바꾸다 - 교통 혁신.사회 평등.여성 해방을 선사한 200년간의 자전거 문화사
한스-에르하르트 레싱 지음, 장혜경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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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3.2.7.

인문책시렁 247


《자전거, 인간의 삶을 바꾸다》

 한스 에르하르트 레싱

 장혜경 옮김

 아날로그

 2019.7.5.



  《자전거, 인간의 삶을 바꾸다》(한스 에르하르트 레싱/장혜경 옮김, 아날로그, 2019)를 읽었습니다. 우리 삶을 바꿀 훌륭한 살림살이 가운데 하나인 달림이(자전거)일 텐데, 이 자전거를 곁에 두는 분들은 이 책을 얼마나 알아볼까요? 아직 자전거를 타지 않고 쇳덩이(자가용)를 모는 분들은 이 책을 읽고서 생각이나 마음을 바꿀 수 있을까요?


  가마를 타고 다니던 이 나라 옛 임금은 자전거를 쳐다볼 일이 없습니다. 옛날 옛적에는 자전거가 없었으니 안 쳐다볼밖에 없다고 여길 테지만, 옛날 옛적에 이 나라에 자전거가 있었다 한들 임금·벼슬아치·붓바치가 스스로 다리를 굴려 자전거를 탔을까요? 오늘날 모습을 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나라지기(대통령)를 비롯해 꼭두머리에 선 이들은 하나같이 쇳덩이를 탑니다. 벼슬자리를 누리는 이도 하나같이 쇳덩이를 몰아요. 벼슬자리 아닌 수수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도 쇳덩이를 끌어요.


  걷거나 자전거를 타지 않으면, 보금자리와 마을을 헤아릴 수 없습니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기에, 보금자리와 마을을 살필 뿐 아니라, 나라를 읽고 푸른별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서 천천히 집하고 일터 사이를 오가지 않는 이들은 하나같이 거짓말을 하거나 눈속임을 한다고 여길 만합니다. 안 걷고 자전거를 안 타면 이웃이나 동무를 만나지도 사귀지도 않아요. 안 걷고 자전거를 안 타면 풀꽃나무를 등질 뿐 아니라, 풀벌레랑 새가 사람 곁에서 어떤 몫을 하며 푸르게 어우러지는가를 알 턱이 없습니다.


  걷지도 않고 자전거를 타지도 않는 그분들더러 자전거를 타라고 목소리를 높일 마음은 없습니다. 저 스스로 호젓하게 타면서 삶을 누리고 살림을 가꾸면서 사랑을 지으면 즐겁습니다. 자전거를 안 타는 이웃더러 자전거를 타라고 부추길 마음은 없습니다. 해바람비를 마음 깊이 사랑하려고 한다면 저절로 자전거를 탈 테고, 해바람비를 품을 마음이 없다면 자전거를 안 탈 테지요.


  글을 글답게 쓰고 싶은 이웃이라면 쇳덩이(자가용)를 냉큼 버리고서 자전거를 타리라 생각합니다. 그림을 그림답게 그리고픈 이웃도 쇳덩이는 치우고서 자전거를 타거나 두 다리로 걸으리라 생각해요.


  사람으로서 사람답게 살아가는 사랑을 숲빛으로 나누면서 어깨동무하려는 마음이라면 누구나 자전거를 탈 테지요. 자전거는 어린이부터 할머니까지 나란히 탈 수 있습니다. 빨리 달려야 할 자전거가 아닙니다. 나란히 달리고 찬찬히 누리면서 온누리를 푸르고 조용히 가꾸는 살림살이로 곁에 두는 자전거일 뿐입니다.


ㅅㄴㄹ


그들은 회의장에 병기 전문가를 대동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말에게 먹일 귀리 값에 전전긍긍하는 사람들도 아니었기에 굳이 말 이외의 대안을 고민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26쪽)


실제로 자전거를 타는 수많은 사람들이 술집을 피했고, 그 바람에 술집 주인들은 매출 감소를 한탄했다. (151쪽)


오락 산업도 문제를 겪었다. 1896년이 되자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느라 극장에 가지 않았다. 젊은 사람들은 극장보다 자전거를 더 좋아했다. 가을은 물론이고 겨울에도 기온이 조금만 오르면 모두가 자전거를 타고 밖으로 나갔다. (154쪽)


이와 같은 혼란의 시대에 자전거의 선구자가 된 사람 중에는 여교사들도 있었다. 시카고 훔볼트 학교의 지다 스티븐슨이 블루머를 입고 교실에 나타났다. 그 차림으로 자전거를 타고 왔기 때문에 그 옷을 입고 수업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 것이다. 당연히 그녀는 교장의 제재를 받았고, 이 사건은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18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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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2-07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 그림을 정말 잘 골랐나봐요..출판사에서.^^ 한 번에 이렇게 많은 라이더 나오는 그림은 처음 봤어요 ㅎ재미있을 것 같네요

숲노래 2023-02-07 20:48   좋아요 0 | URL
말씀 듣고 생각해 보니
이렇게 자전거 모습을 나란히 담은 그림은
여러모로 보기도 좋고 눈에 띄네요!
 
제주도 濟州島 - 1935~1965 일본 문화인류학자의 30년에 걸친 제주도 보고서
이즈미 세이치 지음, 김종철 옮김 / 여름언덕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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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 숲노래 책읽기 2023.1.31.

숲책 읽기 188


《제주도》

 이즈미 세이치

 김종철 옮김

 여름언덕

 2014.5.25.



  《제주도 1935∼1965》(이즈미 세이치/김종철 옮김, 여름언덕, 2014)는 일본이웃이 우리나라 제주섬을 살핀 발자취를 서른 해를 틈을 두고서 갈무리하고서 여민 꾸러미입니다. 이제는 우리 손으로 우리 삶자취를 차곡차곡 여미는 사람이 부쩍 늘었으나, 아직도 우리 삶길보다는 이웃나라 삶길에 더 마음을 쏟는 얼개입니다. 지난날에도 우리 살림새를 우리 눈으로 바라보면서 우리 손으로 품는 일이 드물었고, 오늘날에도 우리 살림빛을 우리 숨결로 읽고 헤아리면서 우리 넋으로 다독이는 일은 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틀림없이 늘어납니다.


  이웃나라에서 먼저 세우거나 마련한 틀에 맞추면, 이모저모 읽거나 헤아리기에 수월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웃나라 틀(이론·학문)은 이웃나라 삶·살림·사람을 살펴서 세운 틀이에요. 모든 나라는 다르기에 모든 나라는 저마다 저희 틀을 차근차근 세울 노릇이에요.


  지난날에는 총칼을 앞세운 무리가 억지로 짓밟았기에 ‘우리 눈·넋·숨·말글’을 스스로 뒷전으로 내몰았다면, 오늘날에는 ‘우리 눈·넋·숨·말글’을 뜬금없이 ‘민족주의·보수·차별’로 내몰곤 하더군요. 그러나 인도는 인도 눈빛으로 읽고 보아야 인도를 알 수 있고, 네팔은 네팔 넋으로 읽고 보아야 네팔을 알 수 있어요. 일본은 일본 숨길로 읽고 보아야 일본을 알 테며, 이 나라는 한겨레 말글로 읽고 보아야 비로소 이 나라 이 땅을 알 수 있습니다.


  제주사람 말글하고 삶결하고 살림새를 안 살피면서 제주를 알 턱이 없습니다. 우리말·우리글을 안 살피면서 우리 옛자취하고 오늘살림을 알 턱이 없어요. 이런 여러 가지를 헤아려 보면, 《제주도 1935∼1965》는 이웃 일본사람이 한겨레하고 제주섬을 찬찬히 사랑하려는 마음을 기울여서 여민 값진 꾸러미라고 여길 만합니다.


  제주에서 나고자랐기에 제주를 알지 않습니다. 한겨레(한국)란 이름을 달고서 살아가기에 한겨레를 알지 않아요. 말 한 마디를 차근차근 돌아보고, 살림살이 한 가지를 찬찬히 보살필 적에 비로소 우리 속빛을 읽습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를 살펴보지 않는다면, ‘우리사랑(나사랑)’하고 등져요.


  작은 낱말 ‘우리’는 ‘너 + 나(나 + 너)’입니다. 혼자를 제대로 느끼고 바라보기에 ‘우리’입니다. 둘레에 다른 사람이 없어도 ‘나 + 나무’나 ‘나 + 새’이기에 ‘우리’입니다. ‘나 + 흙’이나 ‘나 + 풀벌레’나 ‘나 + 구름’이나 ‘나 + 바람’이나 ‘나 + 바다’이기에 ‘우리’예요.


  그저 뭉뚱그리는 자리에서도 ‘우리’를 쓰기에 “우리에 가둔다”도 있으나, 이런 말씨는 ‘말이 잘못’이 아닌, ‘말을 다루는 마음이 일그러진 모습’일 뿐입니다. 마음을 슬기롭게 다스리고 어질게 펴는 말로 생각을 심어야 비로소 한겨레도 제주도 제대로 바라볼 수 있고, 우리 스스로 태어나거나 살아가는 자리를 사랑으로 바라보는 살림을 짓습니다.


ㅅㄴㄹ


밭갈이가 바쁜 계절이 끝나면 섬 날씨는 맑아 바다에서는 따뜻한 바람이 불어 올라오고 파도가 하얗게 부서진다. 그리하여 비 많은 달로 접어든다. 밭에는 잡초가 자라기 시작한다. 칠월절 전후는 이른바 ‘검질매기(김매기)’가 바쁜 철이다. (110쪽)


그들은 사락눈 또는 방울눈이 내린 직후엔 사냥감을 사로잡긴 쉬우나 급경사면에서는 ‘어름시러짐(눈사태)’이 많으니 깊은 골 바닥엔 들어가지 말라든가 엄의 사면은 잘 미끄러진다든가, 밑에 물이 흐르고 있는 엄믜 눈다리는 위험하니 피하라 …… (117쪽)


일본 해녀는 잠수 때 속치마를 입는데 비해 제주도 잠녀는 이와는 다른, 더구나 한복과도 계통이 다른 마름질인 소중의를 입는다는 것, 어획 대상물은 일본에서는 식용의 패류, 해조류가 주인데 비해 섬의 잠녀는 우선 밭거름으로서의 듬북이 죽이고 식용 해조류와 패류가 버금이라는 점이다. (147쪽)


(1933년) 일본 재주 한국인에 대해서 보면 전혀 그 양상을 달리해 특히 오사카·도쿄 등 대도시 거주자의 반수 가까이가 제주도 출신자다. (265쪽)


여자의 86.9퍼센트는 한복을 가지고 있는 반면 남자는 84.2퍼센트가 가지고 있지 않다. 더구나 한복을 소유한 남자들 중 8인은 한 사람당 한 벌씩, 나머지 2인만이 각각 세 벌, 다섯 벌을 소유하고 있다. (292쪽)


(1944년) 인구 25만 명 정도인 섬에 전체 인구의 거의 반수에 해당하는 일본군이 들어와서 전도의 요새화를 위해 해안에서 한라산 기슭에 걸쳐 토치카를 만들고 도로를 고치고 혹은 새로 만들었다. 그리고 진지에는 무기가 모여 쌓여갔다. 그것은 1년도 안 되는 기간이었으나, 뒤에 자세히 말하겠지만 섬의 역사에 어떤 영향을 주었다. (31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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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이 된 녀석들 - 유해 외래종도 할 말은 있다 어린이 교양 매듭 2
정설아 지음, 박지애 그림, 사자양 기획 / 다른매듭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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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 숲노래 환경책 2023.1.3.

숲책 읽기 187


《악당이 된 녀석들》

 정설아 글

 박지애 그림

 사자양 밑틀

 다른매듭

 2022.1.27.



  《악당이 된 녀석들》(정설아·박지애·사자양, 다른매듭, 2022)을 읽고 보니, 이 책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그동안 하나하나 익히고 살펴 왔구나 싶습니다. 적잖은 이웃님은 이 책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를 ‘이미 안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더 많은 분들은 이 책에서 들려주는 이야기가 ‘낯설다’거나 ‘몰랐다’고 여길 만합니다.


  집에서 살림빛을 스스로 익히는 아이들은 여덟 살부터 열여섯 살까지 해마다 하루씩 어린배움터(초등학교)에 찾아가서 ‘입학유예신청서’를 써야 합니다. 어린배움터나 푸른배움터를 굳이 다녀야 할 까닭이 없으니 안 다닐 뿐이지만, 그분들(제도권학교 교사)은 왜 어린이·푸름이가 배움터를 다닐 마음이 없는지를 귀여겨들으면서 그곳(제도권학교)을 바꿀 마음이 여태 없다고 느낍니다.


  나라에서는 어마어마하게 돈을 들여 배움터를 세우고, 길잡이한테 일삯을 줍니다. 배움책(교과서)도 어마어마하게 돈을 들여서 내놓고, 숱한 펴냄터는 어린이·푸름이가 곁에 두는 배움책(참고서)을 만들어서 목돈을 끝없이 벌어들입니다. 나라는 무엇을 길들이려고 배움터를 세우고 배움책을 읽히는지 생각해 볼 노릇입니다.


  이른바 배움삯(교육비)은 배움터를 다녀야 누리는데, 이 배움삯은 ‘아이·어버이’한테 안 주고 배움터에만 줍니다. ‘육아수당·아동수당’이란 돈도 똑같아, ‘아이·어버이’한테 안 주고 어린이집·유치원에 몰아줍니다. 나라는 왜 이렇게 하면서 사람들을 길들이려 할까요? 길드는 사람들은 무엇을 보고 느끼면서 나이를 먹을까요?


  어린이책 《악당이 된 녀석들》에 나오는 모든 ‘나쁜놈(악당)’ 소리를 듣는 짐승이나 들꽃은 ‘나라’에서 돈벌이를 헤아려 들여왔습니다. 그리고 돈벌이만 바라보는 나라에서 길든 사람들 스스로 돈을 더 거머쥐려고 들여왔습니다. 예나 이제나 오늘이나 매한가지입니다. 스스로 살림을 짓는 사람은 스스로 하루를 그려서 누리고 배웁니다. 배움터를 다니면서 배움끈(학력)을 늘리는 사람은 ‘남이 시키는 일감을 받아서 돈을 버는 얼거리’에 스스로 가둡니다.


  배움터를 오래오래 다닌 사람들은 고라니나 멧돼지하고 이웃하는 시골에서 안 살게 마련입니다. 책을 많이많이 읽은 사람들은 다람쥐가 뛰노는 숲하고 동떨어진 서울에서 살게 마련입니다. 부스러기(지식)를 쌓을수록 ‘나쁜놈’을 더 많이 둘레에 놓는 나라 얼거리입니다. 살림길을 살펴서 하루를 그릴 적에라야 비로소 ‘나쁜놈도 좋은놈도 아닌 이웃’을 헤아릴 수 있습니다.


  나라가 바뀌려면 ‘나부터’ 바꿀 노릇입니다. 배움터가 아닌 보금자리에서 스스로 살림을 짓는 길을 익히는 어린이가 나오기를 바랍니다. 배움터 길잡이로 손쉽게 달삯을 버는 길을 스스럼없이 내려놓고서 살림길로 거듭나는 참다운 어른이 나오기를 바라요. 그때라야 ‘나쁜놈’이란 이름이 이 땅에서 사라집니다.


ㅅㄴㄹ


1960년 이후, 우리 다람쥐가 사람이 키울 수 있는 반려동물이 되면서 판매가 시작되었어. 이때 약 20만 마리가 팔렸고, 또 어떤 해에는 약 30만 마리가 팔리기도 하면서 애완용으로 주목을 받았대. 한국산 다람쥐들은 줄무늬가 또렷해서 무척 잘 팔렸지. (15쪽)


나보고 자꾸 마녀의 상징이니, 드라큘라니 하던데 사실 좀 억울해. 나는 그저 깜깜한 게 좋고 집이 동굴인 것뿐이라고. (50쪽)


요즘은 뉴트리아의 항문을 꿰매어 스트레스를 주어서 개체수를 줄이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해요. 퇴치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논의해야 하는 생물이 있다는 것에 어떤 생각이 드나요? (72쪽)


성격도 강하고 물이 더러워도 살 수 있는 우리와는 정반대인 거지. 남생이가 우리 붉은귀거북보다 온순하고 느려서 사람들에게 잘 잡히는 것도 문제야. 남생이가 사람들의 보신용이나 약재로 매우 좋다며? (83쪽)


코치닐 색소를 얻으려면 우리 깍지벌레가 많이 필요한 모양이야. 1킬로그램 정도를 얻기 위해서 무려 10만 마리가 필요하다니까. (13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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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정토 - 나의 미나마타병
이시무레 미치코 지음, 김경인 옮김 / 달팽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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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 숲노래 환경책 2023.1.3.

숲책 읽기 184


《고해정토苦海淨土, 나의 미나마타병》

 이시무레 미치코

 김경연 옮김

 달팽이출판

 2022.1.18.



  《고해정토, 나의 미나마타병》(이시무레 미치코/김경연 옮김, 달팽이출판, 2022)은 책이름 그대로 미나마타 죽음앓이를 들려줍니다. ‘고해(苦海)’하고 ‘정토(淨土)’가 나란히 도사리는 마을로 내몬 죽음앓이(환경병)일 텐데, 고기잡이하고 논밭짓기로 살아오던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사람·바다·땅·집·삶·꿈을 모조리 빼앗겼습니다. 이때에 나라(정부)하고 고을(미나마타 벼슬아치)은 뒷짐일 뿐이었고, 여러 글바치가 이 민낯을 다루었으나 숱한 글바치는 먼나라 일로 여겼습니다.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죽음앓이는 나몰라라이지요. 그런데 나라 탓만 하기는 어렵습니다. 길그림을 보면 미나마타는 매우 포근하고 아름다우며 고즈넉한 바닷마을입니다. 일본이란 나라는, 또 미나마타시라는 벼슬아치는, 포근하고 아름다우며 고즈넉한 바닷마을에 끔찍한 죽음터를 때려박았으며, 오늘날에도 이 죽음터는 고스란합니다.


  빛(전기)은 시골이나 서울이나 다 씁니다만, 빛을 많이 쓰는 곳은 서울인데, 정작 서울에는 빛터(발전소)를 크게 세우지 않습니다. 모든 죽음터나 빛너는 포근하고 아름다우며 고즈넉한 두멧시골에 세우는 일본이요 우리나라입니다. 이러다 보니, 글바치뿐 아니라 여느 사람들 스스로 ‘나라가 어찌 돌아가는가’를 모릅니다.


  이 땅은 티끌(고해)일까요? 이 땅을 떠나야 하늘(정토)일까요? 오늘(고해)은 죽음앓이에 잿빛앓이에 소용돌이를 치는 하루인가요? 삶을 내려놓은 다음(정토)에 이르러야 비로소 꿈이며 사랑을 속삭일 하루인가요?


  무언가 지으려 할 적에 왜 죽음물(폐수)을 내놓아야 하는지 돌아볼 노릇입니다. 예부터 살림집에서 내놓는 구정물은 ‘다른 목숨을 죽이는 물’이 아닌, ‘흙으로 돌아가 되살아날 물’이었습니다. 오늘날 구정물은 스스로뿐 아니라 둘레를 모조리 죽음길로 내모는 판입니다. 부릉부릉 매캐하게 달리는 쇳덩이는 더 달릴수록 들숲바다를 더럽힙니다. 부릉부릉 쇳덩이가 달리도록 놓는 새까만 길도 들숲바다를 어지럽힙니다. 죽음앓이에 죽음길에 죽음판에 죽음수렁은 미나마타에만 있지 않습니다. 온누리 어디에나 있습니다. 한겨울에 비닐집을 세워 기름을 때서 거두는 밭딸기는 참말로 딸기가 맞을까요? 딸기꽃도 딸기잎도 잊은 채 딸기알만 한겨울에도 늦가을에도 누리는 오늘날이란, 바로 ‘누구나 사납이’라는 뜻입니다.


  작은 아줌마 이시무레 미치코 님은 《고해정토, 나의 미나마타병》을 남겨 놓았습니다. 2007년에는 《슬픈 미나마타》란 이름으로 나온 적 있습니다. 미나마타는 미나마타에만 있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서울도 시골도 나란히 미나마타입니다. 총칼(전쟁무기)을 만드는 곳에서도 끔찍한 죽음물이 쏟아지고, 총칼은 언제나 죽음물을 잔뜩 내놓는 죽음길입니다. 우리가 스스로 잊기에 나랏놈도 고을놈도 죽음짓을 일삼으면서 사람들을 허수아비로 부릴 수 있습니다.


ㅅㄴㄹ


미나마타병을 잊어버려야 한다면서, 결국 제대로 된 해명도 없이 과거 속으로 묻어버려야 한다는 풍조, 지금도 알게 모르게 매몰되어 가고 있는 그 암흑 속에 소년만이 우두커니 혼자 남겨져 있었다. (32쪽)


숭어뿐만 아니라 새우, 전어, 도미도 눈에 띄게 줄었다. 수확량이 급격하게 줄어들자 애가 탄 어부들은 보나마나 어렵사리 변통했을 돈으로 막 유행하기 시작한 나일론 어망으로 바꿔 보기도 했지만, 고양이가 사라진 해변에 들끓는 쥐들에게 빚내서 힘들게 마련한 나일론 어망을 맛좋게 갉아먹히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77쪽)


무장한 경찰 기동대의 도착은 민첩하기 그지없었다. 회색빛 나는 감색으로 통일된 무장집단. 어깻죽지가 찢어진 누추한 셔츠나 길이가 짧은 무명옷을 입고 지금까지 투쟁으로 가슴께가 풀리고 찢긴 어민들 틈으로 도착한 트럭에서 뛰어내린 이 무장집단이 우르르 몰려갈 때, 그것은 하나의 검은 염색체처럼 보였다. 어민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철갑옷을 입고 곤봉을 휘두르며 나아가는 기동대의 그 색깔은 너무 오싹해서, 확실히 어민들은 기가 죽고 말았다. (113쪽)


“여보, 당신은 밥을 해, 나는 회를 뜰 테니. 그렇게 마누라는 쌀을 씻지, 바닷물로. 깨끗한 먼 바다 바닷물로 지은 밥이 얼마나 맛있는지, 새댁, 먹어 본 적 있나? 그게 얼마나 맛있는지 몰라. 밥이 희끄무레하게 물이 들고 바닷물 내음이 은근히 입안에 감돈단 말이지.” (188쪽)


“우리는 보리 먹으면서 살아온 사람의 자손이오. 부모님 여의기 전까지 가난히 힘들었지. 부모님 돌아가시고 우리만 겪는 가난은 눈곱만큼도 안 힘들어. 회사 있고 사람 있다고, 당신들은 그렇게 생각하나 본데! 회사 있어 태어난 인간이라면, 회사에서 태어난 그 인간들도 같이 데리고 가줘요. 회사 폐수 때문에 죽은 사람은 봤어도 보리며 고구마 먹고 죽었단 얘기는 내 생전 못 들어봤네.” (299쪽)


#苦海淨土 #わが水また病 #石牟禮道子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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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수의 청소년 에너지 세계사 특강 10대를 위한 인문학 특강 시리즈 9
이상수 지음 / 철수와영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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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숲노래 환경책 2022.12.23.

숲책 읽기 180


《이상수의 청소년 에너지 세계사 특강》

 이상수

 철수와영희

 2022.10.24.



  《이상수의 청소년 에너지 세계사 특강》(이상수, 철수와영희, 2022)을 읽었습니다. 요즈음 ‘에너지·자원’을 다루는 글이나 책을 쥘 적마다 슬며시 걱정스럽습니다. ‘에너지·자원’을 글로 밝히거나 말로 들려주는 분들은 하나같이 ‘시골에서 안 살고 서울(도시)에서만 살’거든요.


  한때 경남 밀양에 내로라하는 분들이 잔뜩 몰렸습니다. ‘밀양 송전탑’ 때문입니다. 그런데 내로라하는 분들은 밀양만 쳐다보았을 뿐, 나라 곳곳 멧자락이며 갯벌이며 논밭이며 마을이며 시골을 파헤치고 짓밟으며 더 크게 때려박는 ‘특특고압 송전탑(특고압보다 센 송전탑)’이 설 적에 하나도 모를 뿐 아니라, 아예 쳐다보지를 않고, 찾아와서 어깨동무를 하지도 않았습니다.


  햇볕판(태양광)이 숲빛(친환경)이려면, 논밭이나 갯벌이나 바다나 멧골이나 시골이 아닌, 빠른길(고속도로)에 지붕처럼 씌울 노릇입니다. 전기는 서울(도시)에서 많이 쓰니, 서울 부릉길(찻길)을 햇볕판 지붕으로 씌워도 됩니다. 그런데 지난 몇 해 사이에 온나라 들숲바다가 햇볕판으로 뒤덮였습니다. 햇볕밭은 비알진 멧자락에 세우면 안 된다고 합니다만, 비알진 멧숲에 햇볕판이 허벌나게 섰습니다. 비알진 멧숲에 때려박는 햇볕판이 비에 쓸리지 않게끔, 길고 굵은 전봇대를 밑에 하나씩 박고서 세운 곳도 있습니다.


  전남하고 경남 앞바다는 파란바다(해상 국립공원)인데, 이 파란바다에 햇볕판뿐 아니라 바람개비(풍력발전)도 엄청나게 크게 박았습니다. 이런 길이 참말로 숲빛(친환경)일까요? 파란바다에 때려박거나 심은 햇볕판하고 바람개비에서 얻는 전기는 시골에서 쓸 일이 없으니 서울(도시)로 보낼 텐데, ‘전깃줄·송전탑’이 없이 보낼 수 있을까요?


  부디 “티라노사우루스와 기후위기 중에 어느 쪽이 더 두려울까요?(205쪽)”처럼 ‘두려움 심기’ 같은 말은 섣불리 안 하기를 빕니다. 또한 ‘벼락날씨(기후위기)’ 민낯을 낱낱이 짚고서 푸름이한테 슬기롭게 들려주기를 빕니다. 오늘날 ‘전기를 엄청나게 쓰는 곳’이 어디인지 제대로 밝히기를 바라요. 총칼(전쟁무기)을 새로 만드는 일에, 또 싸움터(군대)를 거느리는 데에, 전기를 얼마나 쓰는지 한 마디라도 알려준 글바치(지식인·기자)가 있었을까요?


  작은 비닐하고 플라스틱도 숲을 더럽힙니다. 어느 쪽이 덜 더럽힌다고 하더라도 ‘똑같이 더럽힙’니다. 모시·솜·삼(대마)·누에한테서 얻은 실로 옷을 지으면 숲을 안 더럽힙니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나라는 모시·솜·삼(대마)·누에한테서 정갈하면서 아름답게 실을 얻어서 옷을 짓는 길에는 살림돈을 안 들여요. 손전화 껍데기나 셈틀(컴퓨터)로 글을 치는 글판(키보드)이며 다람쥐(마우스)를 나무로 짜는 데에 조금만 밑돈을 보태어도 숲빛으로 성큼 몇 걸음을 내딛을 만합니다.


  글바치인 분들이 이제는 서울을 떠나 시골에서 조용히 천천히 느긋이 숲빛을 느끼고 살아가면서 ‘에너지·자원’을 비롯해 모든 살림길 이야기를 처음부터 다시 쓸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학문·시사·상식·교육’이 아닌 ‘살림·숲·사랑’을 바라볼 노릇입니다.


ㅅㄴㄹ


슬프게도, 많은 노벨상 수상자가 맨해튼 프로젝트에 헌신한 바 있고, 다이너마이트보다 더 무서운 대량 살상 무기를 만들어 냈어요. (30쪽)


석유는 죽은 생물로부터 만들어져요. 생물의 사체가 쌓이고 쌓여 땅속에서 오랫동안 높은 열과 압력을 받아 생겨난 것이 석유예요. (63쪽)


비록 풍력 발전기 설비를 생산하고 폐기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유해물질과 온실가스를 불가피하게 배출하기는 해도, 화석연료의 폐해와 비교할 바는 아니에요. (152쪽)


얕은 바다에 기초를 세우고 풍력 발전기를 설치하면 소음 문제로 항의를 받을 일이 적어요. 하지만 바다 생태계를 교란시킨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어요. (156쪽)


데이터센터는 전기를 먹는 하마예요. 데이터센터는 2019년 기준으로 전 세계 전력 공급량의 0.8%를 소비했어요. (195쪽)


재생 에너지의 보급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주장의 밑바탕에는, 재생 에너지의 확대가 전기 요금을 끌어올린다는 반쪽짜리 진실이 숨어 있어요. 재생 에너지에 대한 시설 투자 비용이 전기 요금 상승의 원인 되는 것은 사실이에요. (22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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