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단어를 찾습니다 - 4천만 부가 팔린 사전을 만든 사람들
사사키 겐이치 지음, 송태욱 옮김 / 뮤진트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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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여덟 살 눈높이’로 말하고 글쓰기



《새로운 단어를 찾습니다》

 사사키 겐이치

 송태욱 옮김

 뮤진트리

 2019.4.19.



이 사전에 실린 세상의 의미는 뭔가 다르다. 우리가 알고 싶었던 의미 이상의 뭔가를 호소하고 있다. 다른 데는 없는 독특한 문장으로 말하는 이 사전은 평범한 사전이 아니다. 지금 일본에서 가장 잘 팔리는 국어사전인 《신메카이 국어사전》이다. (9쪽)



  국립국어원 사전에서 ‘생물학’이란 낱말을 찾으면 “생물의 구조와 기능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으로 풀이합니다. 틀린 말풀이라 할 수 없습니다만, 어쩐지 허전합니다. 어린이가 읽는 사전에서 ‘생물학’을 찾으니 “생물을 연구하는 학문”(보리 국어사전)으로 풀이합니다. 영 와닿지 않습니다. 어른이나 어린이가 사전을 뒤적이면서 생물학이 무엇인가를 얼마나 헤아리도록 도울 만한 뜻풀이일까요?


[숲노래 사전]

생물학 : 나는 누구이고 나를 둘러싼 숨결은 무엇이며, 서로 어떻게 얽히면서 이 별에서 아름답고 즐거운 길을 찾아갈 적에 사랑이 될까를 다루는 길. 나를 비롯한 모든 숨결을 깊고 넓게 헤아리면서 사랑하는 살림을 찾으려는 길.


  생물학을 다룬 책을 읽고 나서야 ‘생물학’이란 낱말을 찾아볼까 하고 생각했고, 여러 사전을 뒤적이다가 고개를 갸웃갸웃했습니다. 이런 말풀이라면 사람들이 사전을 안 뒤적이겠네 싶더군요.


  그렇다면 사전이란 무엇일까요? 사전을 생각하자면 먼저 ‘사전’이란 낱말부터 사전 뜻풀이를 봐야겠지요. 국립국어원 사전은 ‘사전’을 “어떤 범위 안에서 쓰이는 낱말을 모아서 일정한 순서로 배열하여 싣고 그 각각의 발음, 의미, 어원, 용법 따위를 해설한 책”으로 풀이합니다. 어린이 사전은 “여러 낱말을 차례대로 늘어놓고 풀이한 책. 낱말의 뜻, 소리, 쓰임새 들을 찾아보는 데 쓴다”로 풀이해요.


  어른 사전도 어린이 사전도 뭔가 빠뜨린 듯싶습니다. 더 깊은 뜻이나 대목을 짚어야 할 텐데 슬쩍 지나가거나 놓친 듯해요.


[숲노래 사전]

사전 : 말에 담은 생각을 찾아보면서 삶·살림·사람·숲·사랑을 다시 바라보거나 깊고 넓게 헤아리면서 새롭게 알거나 받아들이도록 돕는 책. 문득 내뱉을 수 있는 어느 한 자락 삶을 오직 한 마디로 그려내어서 늘 새로울 수 있는 살림으로 지피는 이야기가 되는 바탕이 되는 말을 엮어서, 그 한 마디 말을 마음에 생각으로 심고는 ‘오늘·사랑’을 어제도 오늘도 모레도 한길로 이어서 즐겁게 나누도록 이바지하는 꾸러미. 나·우리 눈으로 온누리를 보고 느끼고 생각해서 이야기를 엮은 말을 글로 담은 책. 새롭게 배우는 길에 말로 징검다리가 되는 책.


  ‘사전’이란 낱말 뜻풀이는 짧을 수 없다고 느낍니다. 사전을 쓰는 일을 하면서 돌아보는데, 가면 갈수록 제가 쓰는 사전에 담을 ‘사전’ 뜻풀이가 길어집니다. 단출히 말하자면 사전이란 “새롭게 배우는 길에 말로 징검다리가 되는 책”이 될 테지요. 풀이만 담는 책이 아니라 징검다리가 되도록 이끌어 주는 책이기에 사전이라고 여깁니다.



의외로 생각될지 모르지만, ‘사전 편찬’이라는 분야 자체가 국어학회나 언어학회 등에서는 그다지 중시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183쪽)



  일본에서 사전을 지은 사람들 이야기를 다룬 《새로운 단어를 찾습니다》(사사키 겐이치/송태욱 옮김, 뮤진트리, 2019)라는 책이 있습니다. 일본이기에 이런 책이 나올 만하지 싶습니다. 사전이라고 하는 책을 살뜰히 엮어 1000만이라는 사람들이 사서 읽는 일본이라고 하거든요.


  한국은 어떨까요? 한국은 아직 사전다운 사전을 엮으려는 발걸음이나 땀방울이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나라에서 목돈을 들여서 선보인 국립국어원 사전이 있으나 여러모로 허술하거나 엉망인 대목이 많아, 꾸준하게 손가락질을 받아요. 뜬금없는 올림말이 많고, 맞춤법이 뒤죽박죽인데다가, 겹말풀이·돌림풀이가 끊이지 않거든요.



하지만 야마다가 그런 뜻풀이를 쓴 것은 다른 사전의 모방을 되풀이하는 사전계에 대한 격분과 순수하게 사전의 진보와 발전을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204쪽)



  한국은 왜 온갖 사전이 아직 허술하거나 얄궂을까요? 아무래도 사람들이 너무 바쁘게 살아가는 탓이지 싶습니다. 사전에서 찾아볼 낱말은 낯설거나 어려운 낱말이 아니기 마련입니다. 사전이라고 하는 책은 우리 삶자리에서 흐르는 가장 쉬우면서 바탕이 되는 낱말을 찾아보면서 생각을 북돋아야 알맞습니다.


  왜 그럴까요? 한국은 사전이 가면 갈수록 뚱뚱해지요. 뚱뚱해집니다. 이 말 저 말 자꾸 집어넣어 올림말 부피를 늘리기만 하거든요. 이와 달리 일본 사전은 뚱뚱해지지 않는다고 해요. 왜 그러한가 하면, ‘낡은 말’이나 ‘쓰임새가 다한 말’은 사전에서 빼낸다지요.


  일본이란 나라에서 사전 한 자락을 1000만이 넘는 사람들이 사서 읽는 바탕이라면, 일본은 “읽는 사전”이기 때문이에요. 한국은 “책꽂이 구석에 모셔놓고 먼지를 먹이는 사전”이지요. 일본은 사전에 담긴 낱말을 사람들이 “읽고 생각하며 말을 새롭게 바라봅”니다. 한국은 “사전이기보다는 단어장 구실”을 하느라, 말빛이나 말결을 살피는 책이 아닌, “낯설거나 어렵다 싶은 낱말을 좀 흔한 다른 말로 바꾸어 놓은 단어장”에 머뭅니다.



소리도 없이 변하는 ‘말’을 절대적으로 정해진 의미로 한정하는 것은, 국가나 권력이 사람들의 사상을 억압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많은 출판사가 각각의 해석으로 국어사전을 세상에 내보낸다는 사실을 우리는 좀더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376쪽)



  입시 얼거리인 한국에서는 예부터 ‘영어 단어장’이 나돌았습니다. 영어 단어장은 사전이 아닌 단어장입니다. 이 영어 한 마디를 저 한국말 한 마디로 1:1로 맞춘 틀이 단어장이지요. 오늘날 숱한 한국말사전은 ‘한자말 : 한국말’이나 ‘한국말 : 한자말’로 맞대어 놓은 단어장 얼거리예요.


  일본사전하고 얽힌 숨은 길을 적바림한 《새로운 단어를 찾습니다》는 고마운 책이라고 느낍니다. 이 책을 읽는 이웃님이 한국말도 한국말사전도 새롭게 바라보면 좋겠어요.


  새로운 낱말이란 무엇일까요? 저는 오늘 아침에 몇 가지 낱말을 새로 지었습니다. 새말짓기는 1984년부터 날마다 했는데요, 흔히 나도는 말이 제 마음에 안 들기도 하지만, 저는 어릴 적부터 혀짤배기에 말더듬이였던 터라, 웬만한 영어나 한자말을 소리내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소리를 내기 부드럽고 쉬운 말로 바꾸는 일을 했어요.


홀어르신·홀할머니·홀할아버지 ← 독거노인

-바라기 ← 추종자, 팬(fan), 지망생

포근말·좋은말·꽃말 ← 덕담

맛길·맛내기·맛솜씨 ← 레시피, 조리법, 요리법


  사전에 ‘나몰라’는 오르지 않습니다만, ‘소극적, 방관, 방치, 외면, 도외시’ 같은 뜻을 ‘나몰라’로 즐겁게 나타낼 만하고, 이렇게 쓰는 분이 무척 많아요. 때로는 ‘나몰라라’ 꼴로도 씁니다. ‘아이돌봄’이란 말은 ‘육아, 양육, 보육’을 담아낼 수 있어요. 예전에는 ‘보모, 보육사’라 하고 요새는 ‘베이비시터’란 영어도 쓰지만 ‘아이돌봄이(아이돌보미)’란 말을 즐겁게 쓸 만하지요. 글만 쓰는 사람을 놓고 ‘전업작가’라고 하던데, ‘-잡이’란 낱말은 어느 일을 깊게 할 적에 써요. 이 틀을 헤아리면 ‘글잡이·붓잡이’란 말을 새로 쓸 수 있습니다.



《산세이도 국어사전》의 편자인 이마 씨는 좀처럼 세상에 전해지지 않은 이 점을 강하게 호소했다. “초등학생들도 알 수 있도록 쓰는 것이 어렵습니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도 알 수 있고 또 어른들에게도 부족함이 없도록 설명한다는 이 방침은 현재도 준수하고 있습니다.” (146쪽)



  사전 뜻풀이뿐 아니라 여느 자리에서 쓰는 말글이라면 으레 ‘여덟 살 눈높이’가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열 살 눈높이’일 수 있겠지요. 그리고 ‘다섯 살 눈높이’로 말을 하거나 글을 쓰면 훨씬 좋다고 느낍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눈높이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함께하거나 나누거나 어깨동무하는 품이나 틈은 더욱 넓거든요. 다섯 살 눈높이로 알아들을 사전풀이라면 다섯 살부터 누구나 알아듣습니다. 전문가 눈높이로 쓴 사전풀이라면 전문가 말고는 모르겠지요.


  사전을 비롯한 모든 인문책이, 또 신문·방송이 부디 적어도 여덟 살이나 열 살 눈높이로 맞추면 좋겠습니다. 여덟 살이나 열 살 눈높이인 사람부터 누구나 쉽고 즐거우면서 넓게 온누리를 품고 생각하며 사랑하는 길을 밝히면 좋겠어요. 그때에는 사전뿐 아니라 이 별에 아름다운 사랑으로 넘실거리리라 생각합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리는 숲노래(최종규).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2019년까지 쓴 책으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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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은 전쟁에 어떻게 사용되나? - 고대부터 현대 최첨단 무기까지, 우리가 몰랐던 동물 착취의 역사 동물권리선언 시리즈 8
앤서니 J. 노첼라 2세 외 지음, 곽성혜 옮김 / 책공장더불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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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104


《동물은 전쟁에 어떻게 사용되나?》

 앤서니 J 노첼라 2세와 세 사람 엮음

 곽성혜 옮김

 책공장더불어

 2017.11.30.



인간은 무기를 시험하고 스스로 살상에 둔감해지는 데도 동물을 이용한다. 미군은 의료 훈련 사업에 매년 수십만 마리의 동물에게 총상을 입히고, 칼로 찌르고, 태우고, 방사선과 독성 물질에 노출시킨다 … 군대는 수면 부족, 과도한 소음 노출, 저체온증과 같이 다른 형태의 연구도 동물에게 실행한다. 이런 모든 실험에서 다른 인간을 죽이는 효과적인 방법을 완성하기 위한 도구로 희생된다. (78쪽)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에서) 고양이는 반드시 네 발로 착지하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물을 밟지 않을 거라는 ‘추정’ 아래, 고양이 몸에 폭탄을 묶어서 군함 위에 떨어뜨리면 거의 오차 없이 표적물을 맞힐 수 있으리라는 계획이 세워졌다. (37쪽)


석유는 고의로 ‘유출’하는 방식으로 무기로 이용해 왔다. 석유를 유출한 다음 불을 질러 물이나 지표면을 오염시키는 것이다. 그밖의 환경적인 전쟁 수단으로는 늪지를 말리거나 삼림을 고사시키기, 물에 독 타기, 농경지나 자연 지역에 지뢰 매설하기 등이 쓰인다. (160쪽)


일반 대중에게 배포되는 자료에는 동물에게 미치는 영향이 ‘손실’이라는 완곡어법을 통해 최소화되어 설명된다. ‘해군은 매년 동물 230만 마리가 손실되며, 허가받은 총 5년의 기한 동안 1170만 마리가 손실된다고 예상한다’ (171∼172쪽)



  언제 어디에서나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는 대로 길을 찾는다고 느낍니다. 평화로운 길을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평화롭게 어깨동무하는 길을 찾을 테고, 전쟁무기를 더 갖추려는 길을 생각한다면 참말로 더 좋다 싶은 전쟁무기를 스스로 만들거나 목돈으로 사들이는 길을 찾겠지요.


  크게 뒤지기에 꼭 지지는 않고, 크게 앞서기에 꼭 이기지는 않아요. 크게 뒤지더라도 이 틈을 조금씩 좁히다가 앞으로 나아가려는 길을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뒤집기 한판으로 갈 수 있습니다. 크게 앞서더라도 생각을 잊거나 느슨한 마음이 되면 어느새 따라잡히더니 이내 뒤집혀서 지곤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놀랍다고 느껴요. 그런데 이 생각힘을 어디에 쓰느냐는 참 다르겠지요. 이를테면 전쟁무기를 키우거나, 온갖 짐승을 전쟁무기로 다루는 길을 찾으려 한다면? 《동물은 전쟁에 어떻게 사용되나?》(앤서니 J 노첼라 2세와 세 사람 엮음/곽성혜 옮김, 책공장더불어, 2017)는 사람 스스로 생각힘을 모질거나 끔찍한 쪽에 기울인 발자취를 다룹니다. 지구라는 별에서 이제껏 일어난 숱한 싸움터에서 어떤 짐승이 어떻게 쓰였고 어떻게 죽어야 했는가를 차근차근 짚습니다.


  코끼리를 앞세운 싸움터, 총알이나 칼이 얼마나 잘 드는가를 알아보려고 일부러 짐승을 쏘아맞추거나 베어서 죽이던 일, 저쪽 군대를 죽음으로 몰아넣으려고 숲을 몽땅 태워서 숲짐승까지 죽이던 일, 실험실에서 몰래 하는 갖은 동물실험, 또 군사훈련을 하는 동안 들이며 숲이며 바다에서 죽어 나가는 어마어마한 목숨 …….


  사랑으로 이루는 평화가 아닌, 전쟁무기로 맞붙는 ‘쉬는싸움(휴전)’일 적에는 이쪽도 저쪽도 사람이며 짐승이며 숲이며 모두 시달립니다. 그래요, 평화가 아닌 ‘쉬는싸움’이니 모두 고단합니다. 더구나 돈을 어마어마하게 쏟아붓습니다. 무시무시한 전쟁 헬리콥터를 새로 장만하려고 4조 원에 이르는 돈을 더 써야 한다면, 우리 삶자리를 가꾸는 길에 그만큼 허술해야겠지요.


  미사일 하나를 더 만든다면서, 탱크나 잠수함을 더 마련한다면서, 군부대를 더 늘린다면서, 사람은 사람답게 살 터전을 잃을 뿐 아니라, 튼튼하고 맑은 몸이 되도록 북돋우는 숲을 나란히 잃습니다. 이는 남·북녘 두 나라 모두 잘 보여줍니다. 도시를 넓히거나 찻길을 늘린다면서 숲을 밀어없앨 적에도 바람이 매캐하고 물이 망가지지만, 전쟁무기를 더 늘리거나 새로 갖추려 할 적에도 바람이며 물이며 숲이며 모두 망가집니다. 그리고 전쟁무기하고 군대에 온힘을 쏟느라 사람들 살림살이가 메마릅니다.


  이제는 전쟁길을 멈추고 평화길을 갈 때라고 느낍니다. 《동물은 전쟁에 어떻게 사용되나?》는 전쟁판에서 숨을 거둔 끝없는 목숨을 빗대어 외칩니다. 나무 한 그루 없이 헬리콥터가 있으니 즐겁냐고. 맑은 냇물을 마실 수 없는 곳에서 전투기가 하늘을 찢으니 즐겁냐고. 죽이고 또 죽이고 더 죽이고 잔뜩 죽이는 솜씨를 키우는 길이 즐겁냐고.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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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탐조일기
김은미.강창완 지음 / 자연과생태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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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책 읽기 156


《제주 탐조일기》

 김은미·강창완

 자연과생태

 2012.7.5.



우리 신혼집에는 또 다른 손님이 있었다. 남편이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지회에서 다치거나 아픈 새를 구조하는 일을 하면서 방 하나는 새들이 차지했다. (22쪽)


2008년 3월 21일부터 22일 사이 대규모로 제주도에 나타난 흑두루미들. 이틀 동안 총 3천 330마리가 제주도를 지나갔다. (81쪽)


이미 제주도의 팔색조 서식지가 농경지 개간이나 골프장 개발 등으로 눈에 띄게 줄고 있다. (142쪽)


갑자기 고함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인가 싶어 두리번거리니 흑고니를 찍고 있던 그 기자가 흑고니를 날아오르게 하려고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헤엄치는 모습만 카메라에 담았던 터라 비행하는 모습까지 찍고 싶어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이다 … 따끔하게 충고하려고 그 기자 쪽으로 걸어가는데, 고함을 쳐도 날지 않자 이제는 돌멩이를 던졌다. (155쪽)


나와 남편은 (백록담에서) 딱새를 보자마자 놀란 듯 서로를 쳐다보았다. 육지에서는 여름에 흔하게 번식하지만 제주도에서는 겨울에나 보이는 새인데 여름에 여기서 뭐하나 싶어서였다. (225쪽)



  우리 집 아이들은 이제 아버지한테 굳이 저 새가 어떤 이름이냐 하고 안 묻습니다. 새마다 어떤 이름인지 알기에 안 묻는다 할 수도 있고, 아이들 스스로 이름을 알아내는 길을 익혔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새를 알려주는 도감은 많지 않지만 드문드문 나왔습니다. 저 스스로 새를 반기기도 하고, 이웃은 새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궁금해서 새 도감을 하나하나 장만했고, 이제 아이들은 새 도감을 늘 끼고 살면서 그림이나 사진하고 눈앞에서 마주하는 새하고 맞대곤 해요.


  큰아이는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두 눈으로 보는 새를 스스로 공책에 그리고, 도감에 나온 모습도 공책에 옮깁니다. 스스로 볼 적하고 ‘다른 사람이 그린 모습이나 찍은 모습’을 낱낱이 살필 적에는 다르면서도 새롭게 배우는 대목이 있어요. 스스로 더 알아보는 대목을 느끼고, 스스로 미처 못 본 대목을 느낍니다.


  숲책 《제주 탐조일기》(김은미·강창완, 자연과생태, 2012)는 어린이한테는 만만하지 않다고 할 테지만, 아이들은 이 책도 즐겁게 읽었습니다. ‘저 어른들은 새를 어떻게 어디에서 만나려고 했을까?’ 하는 실마리를 들여다본다고 할 만합니다. 어른으로서는 새 한 마리가 마을이며 나라에 얼마나 살뜰한 동무요 이웃인가를 새삼스레 헤아리는 길잡이책이 될 만합니다.


  새를 지켜본 이야기 가운데 제주로 좁힌 《제주 탐조일기》입니다. 2012년에 나온 책이니, 꽤 묵은 셈이지만, 2012년에 벌써 이만 한 삶길을 걸은 분이 있다는 뜻이요, 그때에 진작 이만 한 책을 여민 일꾼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전남 순천 갈대밭이나 늪에 ‘새를 보려는 마음’으로 멀리서 비행기를 타고 찾아오는 여러 나라 이웃이 꽤 많습니다. 제주에도 오직 새를 보려고 찾아오는 여러 나라 이웃이 퍽 많다지요.


  나라나 지자체에서 곰곰이 생각할 노릇입니다. 관광시설이나 놀이시설이나 골프장을 엄청난 돈을 들여서 때려짓기에 여러 나라 사람들이 찾아가지는 않습니다. 그저 숲을 숲대로 건사하고 늪을 늪대로 돌보며 골짜기랑 냇물을 골짜기랑 냇물대로 아낄 수 있다면, 이곳은 새한테 아름다운 보금자리가 되어요. 새한테 아름다운 보금자리가 되면 숲결(생태계)이 살아나고, 숲결이 살아난 터에는 갖가지 새를 비롯해 우리 마음을 틔우고 열어 주는 뭇숨결을 만나기에 좋습니다.


  다만 시끄럽게 찾아가면 안 되겠지요. 사진기를 너무 들이대어도 안 되겠지요. 쓰레기를 함부로 버린다든지, 자동차로 함부로 밀고 들어가도 안 될 테고요.


  새를 만나려면 맨몸으로 조용조용 거닐 줄 알아야 합니다. 새하고 속삭이려면 입을 다물고 마음으로 눈빛을 밝혀서 속삭일 줄 알아야 합니다. 새하고 사귀면서 노래를 누리려면 스스로 푸른 넋이나 몸짓이 되어 이 땅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합니다.


  새가 있기에 하루가 새롭습니다. 왜 새를 ‘새’라고 했을는지 새삼스레 생각해 본다면 좋겠어요. 오래도록 사람 곁에서 숲결을 지켜 온 상냥하면서 고운 이웃인 새를 바라볼 수 있는 넉넉하면서 느긋한 마음을 그립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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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전파담 - 외국어는 어디에서 어디로, 누구에게 어떻게 전해졌는가
로버트 파우저 지음 / 혜화1117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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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으로 사귀려는 ‘외국말 배우기’가 되기를


숲노래 책읽기

인문책시렁 100



《외국어 전파담》

 로버트 파우저

 혜화1117

 2018.5.5.



아르메니아 문자는 비단 성경의 번역어로서만 역할을 한 것이 아니다. 자국어로 된 문학 활동을 풍성하게 해줬을 뿐만 아니라 인접 언어권의 문자를 만드는 데에도 좋은 사례가 되었다. (42쪽)


쿠릴라이 칸은 새로운 제국의 통치를 위해 누구나 배우기 쉬운 보편적인 언어와 문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했고, 파스파 문자는 그런 보편성을 염두에 두고 제국의 지배가에 의해 새롭게 만들어진 문자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65쪽)

 

이러한 기관들은 하나의 국가 안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언어와 방언들 대신 왕실의 언어를 국어로 만들고, 보급하고 관리하는 데 매우 중요한 기여를 했다. (86쪽)


기본적으로 선교 활동은 침략이라는 패러다임에서 이루어졌고, 언어를 배우는 이들과 가르치는 이들은 본질적으로 불평등한 관계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 차츰 자신들의 언어를 버리고 선교사들의 언어를 받아들이는 이들이 많아졌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선주민들의 언어는 사라지기 시작했다. (110쪽)


미국 백인 주류 계층은 선주민들에게 영어를 가르침으로써 그들의 언어를 말살시키려 했다. 이를 통해 선주민들 고유의 민족성을 없앤 뒤 이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려 했다. (159쪽)


1930년대 식민지 조선의 문인들은 한국어와 일본어, 한문은 물론 영어와 프랑스어, 독일어 등을 작품에 활용하는 것에 매우 익숙했다. (234쪽)



  열두 살을 지나가는 큰아이가 한창 영어를 배웁니다. 올봄까지는 영어 배우기를 시큰둥히 여겼지만, 이웃나라 사람을 잔뜩 만나는 자리에 다녀오고는 스스로 하고픈 말을 할 수 없어 갑갑했다며 영어를 배우기로 다짐합니다.


  말이건 다른 살림을 배우건 언제나 발판이 있어야 할 테지요. 큰아이는 어머니한테서 빵굽기를 배운 뒤에 ‘가게에서 사다 먹는 빵’은 ‘집에서 스스로 구워서 먹는 빵’ 같은 즐겁고 아늑한 맛이 나지 않는다면서, 이제는 빵을 먹고 싶으면 스스로 반죽해서 부풀린 뒤에 스스로 굽습니다.


  여러 나라 말을 배우는 재미에 사로잡혀서 온갖 말을 재미나게 배웠다고 하는 분이 한국말로 쓴 《외국어 전파담》(로버트 파우저, 혜화1117, 2018)을 읽었습니다. 재미있어요. 일본말도 할 줄 알고 한국말도 할 줄 아는 이웃나라 사람이 한국말로 책을 썼다고 하니까요.


  다만 이 책은 ‘한국말로 썼다’기보다 ‘한글로 썼다’고 해야 올바르지 싶더군요. 글쓴님은 이른바 번역 말씨하고 일본 한자말로 책을 썼어요. 아무래도 글쓴님은 이녁한테 낯선 말을 익힐 적에 ‘어른 눈높이’에서 인문책이나 어른문학을 곁에 두고서 익혔을 테니, 한국 인문학이나 사회학에 두루 퍼진, 이러면서 아직 씻거나 가다듬거나 손질하지 못한 번역 말씨하고 일본 한자말로 이야기를 풀어냈을 테지요.


  어린이가 외국말을 익힐 적에는 아주 마땅히 그림책이나 동화책부터 가까이하기 마련입니다. 어른이 외국말을 익힐 적에는 어떠한가요? 푸름이라면 청소년문학을 가까이하면서 외국말을 익히겠지요? 어른도 어른문학이나 어른 인문책만 가까이하기보다는 그림책하고 동화책하고 동시집부터 가까이하면 좋겠어요. 그 나라 지식 사회 말도 익히면 좋겠습니다만, 처음에는 그 나라 수수한 살림자리 말을 익힐 적에 훨씬 좋을 테니까요.


  인문책 《외국어 전파담》은 글쓴님이 지구별 여러 가지 말을 배우는 동안 느끼거나 살폈던 대목을 대학 교재 얼거리로 풀어냅니다. 예부터 언제나 ‘세계 통치자나 권력자’가 제 나라 말글을 이웃나라로 퍼뜨려서 군사힘뿐 아니라 문화힘으로도 다스리려 했다는 대목을 조곤조곤 들려줍니다.


  그러고 보면 한국이란 나라에서도 중국말을 섬긴 대목, 또 일제강점기에 일본 제국주의가 일본말을 ‘국어(國語)’라는 이름으로 억지로 가르치려 하면서 한국말을 짓밟은 대목, 또 해방 뒤에 군정으로 들어온 미국을 앞세운 미국말(영국말보다는)이 확 퍼진 대목에 얽힌 뒷그늘을 읽을 만합니다.


  더 살피면 한국하고 일본 사이는 여러모로 얽힙니다. 일본이 군사힘으로 쳐들어온 적도 있으나, 일본은 조선한테서 이모저모 얻거나 나누려는 뜻으로 조선에 ‘조선말을 배우는 곳’을 세워 꾸준히 사람을 보내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한국에서는 일본말을 배우려는 곳이 있었는지 알기는 어렵지만, 중국말을 섬기면서 지식 사회에서는 어릴 적부터 중국 말글을 배우도록 했어요. 한국도 꽤 예전부터 ‘외국말 배우기’를 한 셈입니다.


  한국으로 나들이를 오는 여러 나라 이웃은 한국말을 배우려 합니다. 이웃으로 사귀고 싶기에 이웃말을 배우려 하지요. 군사힘이나 문화힘이나 정치힘으로 사로잡거나 윽박지르려 하는 물결이 아닌, 수수한 자리에서 서로 이웃이 되려고 만나고 배우려는 ‘외국말 어깨동무’로 나아간다면, 이때에는 제 나라 말도 이웃나라 말도 서로 기쁘게 맞아들여서 배울 만하지 싶습니다. ‘외국어 전파’를 시키는 힘이 아닌, ‘어깨동무하는 사이가 되는 즐거움’으로 서로서로 이웃 삶자리를 담아낸 말을 나누는 길이 되기를 바라 마지 않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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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아이 - 약초치료사 줄리엣 할머니의 자연육아법
줄리엣 디 베어라클리 레비 지음, 박준식 옮김 / 목수책방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숲노래 책읽기

숲책 읽기 155


《자연의 아이》

 줄리엣 디 베어라클리 레비

 박준식 옮김

 목수책방

 2019.2.15.



아버지는 일상생활 중에 너무나 자주 찾아오는 유혹과 사악한 욕망에 저항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단련하는 과정에서 피조물 중 가장 고귀한 존재인 사자를 늘 가슴에 품어야 한다. (48쪽)


그 우유가 어느 젖소에서 왔는지 아무도 모르며, 따라서 이렇게 자라는 아기는 수많은 젖소의 우유를 먹게 되어 더 많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80쪽)


어릴 적부터 모든 동물의 새끼는 이슬이나 눈을 핥아 먹는다. 심지어 여우나 늑대 같은 육식동물의 새끼도 그렇고, 초식동물의 새끼도 어미의 젖 외에 그렇게 수분을 보충한다. (99쪽)


우리가 큰 댐들을 건설하지 않고, 농경지와 과수원에 뿌린 독극물이 흘러내린 더러운 폐수와 유독성 물질로 깨끗한 물을 오염시키지 않는다면, 개울과 하천에는 물고기가 넘쳐날 것이다. (119쪽)


몸 대부분을 태양에 노출시킨 상태로 가장 민감한 부분을 숨 쉬지 않는 뜨거운 천 속에 감추고 있으면 여성에게는 유방과 자궁에 질환이 생길 수 있고, 남성에게는 전립선 질환이 일어날 수 있다. 반드시 수영복을 입어야 한다면, 면 재질을 택하라 … 아이들에게 비와 눈을 피해 몸을 가리라고 가르치지 말고, 머리에 비를 맞고 눈 속으로 빗물이 들어가는 황홀한 희열을 맛보게 해야 한다. (137쪽)


현재 우리가 호흡하는 공기는 대부분 순수하지 않고, 운이 좋아야 진짜 순수한 물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예전처럼 자연적 정화과정이 잘 이루어지지 못한다. 그리고 현대의 백신 때문에 자연적 정화과정이 억제되면, 몸의 전체적 건강이 근본적으로 훼손된다. (195쪽)


인간이 동물에게 더 친절해지기 전까지는 지상에 평화가 없을 것이다. (307쪽)



  아이를 낳는 사람은 두 어른입니다. 아이를 낳기 앞서까지는 ‘어른’이라는 이름이지만, 아이를 낳고 나서는 ‘어버이’란 이름을 새로 얻습니다. 아이를 돌보는 자리에 서면 두 이름이 나란히 있어요. 한켠에서는 어른이요, 다른켠에서는 어버이입니다.


  어른이자 어버이로서 아이를 낳아 돌보는 길이라면, 어른이란 길하고 어버이란 길을 같이 가야겠지요. 어른이란 어떤 사람일까요? 


  사전을 보면 어른을 “1.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2. 나이나 지위나 항렬이 높은 윗사람 3. 나이나 지위나 항렬이 높은 윗사람 4. 한 집안이나 마을 따위의 집단에서 나이가 많고 경륜이 많아 존경을 받는 사람 5. 남의 아버지를 높여 이르는 말”로 풀이하는데, 어쩐지 모자라 보입니다. 다 자랐다고 해서 어른이라 해도 될까요? 제 일을 맡아서 할 줄 아는 모습이란 무엇일까요?


  저는 어른이란 사람을, “철이 들어 스스로 삶을 짓고 일을 할 수 있는 사람. 날마다 스스로 새롭게 배우면서 이를 즐거이 살림짓기로 잇는, 이러면서 아이를 이끄는 상냥한 넋”이라고 여깁니다. 일을 하는 매무새는 ‘철이 든’ 모습이어야겠고, 언제나 즐겁게 새로 배우며 상냥하게 이끌 줄 알아야 비로소 어른이지 싶어요. 그래서 나이가 어려도 어른스러운 사람이 있어요.


  사전에서 어버이란 낱말을 찾으면 “아버지와 어머니를 아울러 이르는 말”로 풀이합니다. 매우 밋밋합니다. 고작 어머니하고 아버지를 아우르는 이름일 뿐인 ‘어버이’일까요? 


  저는 어버이란 자리를 “아이를 돌보는 어른. 어머니하고 아버지를 아우르는 이름이기도 하다. 몸으로 낳은 아이를 돌보기도 하지만, 스스로 낳지 않았어도 사랑으로 이웃 아이를 맞아들여 돌보는 어른이기도 하다. 날마다 스스로 새롭게 다스리고 갈고닦으면서 이를 즐거이 살림짓기로 잇는, 이러면서 아이를 사랑이란 마음으로 따스하고 넉넉하며 참하고 슬기롭게 이끄는 상냥한 넋”으로 여깁니다. 두 사람을 뭉뚱그리기만 하는 낱말이 아닌, 참다우면서 사랑이 깃든 품이 될 적에 비로소 어버이라고 느껴요.


  《자연의 아이》(줄리엣 디 베어라클리 레비/박준식 옮김, 목수책방, 2019)를 읽으며 어른이자 어버이로 살아가는 길이 무엇인가 하고 더 헤아립니다. 이 책을 쓴 할머니는 바로 어른이자 어버이로서 아이를 슬기롭고 참하게 돌보아서 새로운 어른이자 어버이로 일어서도록 이끄는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하지 싶습니다.


  아이를 학교에 맡기는 길이 아닌, 어버이가 스스로 돌보는 길을 들려주려 합니다. 아이가 사회살이를 하도록 이끄는 길이 아닌, 어른으로서 먼저 삶을 짓는 길을 보여주려 합니다.


  우리는 집을 어떻게 지어서 살아야 즐겁고 아름다울까요? 우리는 옷을 어떻게 지어서 입고 건사해야 즐겁고 아름다울까요? 우리는 밥을 어떻게 지어서 누려야 즐겁고 아름다울까요? 《자연의 아이》는 책이름처럼 ‘숲아이’가 되도록 돌보자면, 어른이자 어버이부터 ‘숲어른’이요 ‘숲어버이’로 살아가는 길을 꿰뚫고서, 이를 부드럽고 즐거이 이야기꽃으로 들려줄 수 있어야 한다고 짚습니다.


  그렇지요. 숲아이 곁에 숲어른하고 숲어버이가 있을 노릇입니다. 서로 어깨동무하는 숲사람으로 살아갈 노릇입니다. 언제나 숲살림을 지으면 넉넉하고, 시골에서든 서울에서든 숲마음을 품을 줄 알면 되어요.


  친환경이나 유기농 같은 이름은 없어도 됩니다. ‘숲’이면 됩니다. 청정이나 그린이나 녹색 같은 이름은 내려놓아도 됩니다. ‘숲’이면 넉넉합니다.


  숲에 거름이나 농약이나 비료를 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숲은 사람뿐 아니라 뭇목숨을 살리는 바탕입니다. 공기청정기에서 나오는 바람이 아닌, 숲에서 흐르는 바람이 우리 몸을 맑고 튼튼히 가꿉니다. 수돗물이나 정수기로 받는 물이 아닌, 숲에서 비롯하여 흐르는 숲물(냇물·샘물)이 우리 몸을 싱그럽고 튼튼히 북돋아요. 아무리 전깃불이 환하더라도 햇빛을 따라가지 못해요. 아무리 전기담요에 난방기가 뛰어나도 햇볕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아무리 에어컨이 좋더라도 숲바람 꽁무니를 따르지 못해요.


  서리가 내리기 앞서까지 이슬은 언제나 반짝반짝 온누리를 적십니다. 이슬을 머금은 풀하고 나무는 하루 내내 싱그럽고 짙푸릅니다. 더구나 숲짐승이며 풀벌레는 바로 이 이슬을 나누어 먹습니다.


  우리 사람은 어떤 물을 마실까요? 우리 사람은 이슬받이를 언제부터 잊거나 잃었을까요?


  몸을 돌보고 마음을 건사하는 길을 아이하고 어른이 숲에서 함께 배워서 살림으로 녹여내면 좋겠습니다. 누구나 아늑하게 누릴 숲을 고이 보듬는 길을 가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나누는 모든 말도 숲에서 태어난 줄 새삼스레 깨달으면서 착하고 어진 말을 주고받으면 좋겠습니다. 그저 숲이 되면, 오롯이 숲으로 가면, 언제나 사랑이고 아늑한 보금자리이겠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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