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 산책 내가 좋아하는 것들 7
이정하 지음 / 스토리닷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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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책/숲노래 책읽기 2022.10.13.

인문책시렁 229


《내가 좋아하는 것들, 산책》

 이정하

 스토리닷

 2022.4.26.



  《내가 좋아하는 것들, 산책》(이정하, 스토리닷, 2022)을 읽었습니다. 거닐 수 있는 다리가 있으면, 이 땅에서 솟아나는 기운을 발바닥부터 찌르르 맞아들입니다. 거닐다가 문득 멈춰서 풀밭에 가만히 앉으면 햇볕이 바람을 타고서 뺨을 스치는 기운에 서린 노래를 받아들입니다.


  들풀도 바람도 언제나 노래합니다. 거닐지 않을 적에는 이 노래를 안 들을 뿐입니다. 해님도 별님도 언제나 노래하지요. 걷지 않기 때문에 이 노래를 여태 모를 뿐입니다.


  부릉부릉 소리를 내면서 매캐하게 방귀를 뀌는 쇳덩이에 몸을 실으면, 우리 다리는 땅바닥하고 닿을 일이 없습니다. 게다가 이 쇳덩이는 끝없이 매캐방귀를 일으키고, 아이들이 뛰놀 빈터를 빼앗으며, 풀꽃나무가 자라면서 푸른바람을 베풀 숲터를 짓밟습니다.


  우리는 언제쯤 ‘부릉부릉 매캐방귀 쇳덩이’를 걷어치우고서 두 다리로 사뿐사뿐 이 땅을 디디면서 땅빛하고 하늘빛을 두루 누리는 사람으로 설까요? 우리는 언제쯤 잿빛덩이(시멘트)로 올려세운 차가운 잿터(도시)를 말끔히 떠나서 풀바람이며 해바람이며 별바람을 노래로 숨쉬는 숲살림을 지을까요?


  우리가 어른이라면 아이를 섣불리 쇳덩이에 안 태우리라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두 다리로 달리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두 손으로 다 만지고 쓰다듬고 돌보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풀냄새를 맡고 싶으며, 꽃이름을 알고 싶으며, 풀벌레 곁에서 같이 노래하면서 놀고 싶습니다. 아이를 배움터에 맡기고서 잊어버린다면, 아이들은 땅한테서도 하늘한테서도 아무것도 못 누리고 못 받을 뿐 아니라 못 배워요.


  찬찬히 걷는 하루를 그리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 산책》은 빨리걷기도 아니고 느릿걷기도 아닌 삶걷기라는 작은 발걸음을 들려줍니다. 일부러 몸풀기(운동) 삼아 걷지는 마요. 부릉부릉 안 몰고서 걸으면 돼요. 이 별(지구)을 지킬 셈으로 걷지는 마요. 이 별이 우리하고 나누고 싶은 숨빛을 나누고 즐기는 하루를 헤아리면서 걸어요. 걷는 사람은 구름을 봅니다. 걷는 사람을 새를 만납니다. 걷는 사람은 철이 바뀌는 바람결을 깨닫습니다. 걷는 사람은 오늘을 늘 노래로 가꿀 줄 압니다.


ㅅㄴㄹ


올해 목표가 또 하나 생겼다. ‘2022 책수다 책’은 우리 출판사 책이 선정되는 것. (32쪽)


산책하는 시간으로 옳은 시간은 없다. 제일 좋을 때란 그냥 한번 해볼까, 하는 때다. (51쪽)


어떤 이는 말한다. 산책할 만큼 삶이 여유롭지 못하다고. 그런 이들에게 나는 답한다. 여유를 만들려고 산책을 한다고 말이다. (72쪽)


사람은 자연에서 왔으니, 자연을 가까이하면 할수록 건강해진다. 몸만 그런 게 아니다. (116쪽)


어차피 그곳도 그렇게 유명한 관광지가 되기 전 그 사람들에게는 그저 산책길에 만나는 장소였으므로, 똑같이 그렇게 그곳을 둘러보고 싶은 바람이 있다. (18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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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와 통하는 기후 정의 이야기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 39
권희중.신승철 지음 / 철수와영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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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2022.7.23.

숲책 읽기 177


《10대와 통하는 기후정의 이야기》

 권희중·신승철

 철수와영희

 2021.5.31.



  《10대와 통하는 기후정의 이야기》(권희중·신승철, 철수와영희, 2021)를 읽었습니다. 둘레에서는 흔히 쓰는 말이지만 ‘기후정의’라는 일본스런 한자말 이름을 들으면 늘 숨이 막힙니다. 어른들 사이에서는 익숙할는지 몰라도, 어린이하고 푸름이한테 언제까지 이런 일본스런 한자말 이름을 외우도록 시켜야 할까요?


  푸른별 날씨가 뒤틀리도록 망가뜨린 사람은 어린이도 푸름이도 아닌 어른입니다. 이 나라에 배움수렁을 처음 파놓고 모든 어린이·푸름이를 괴롭히는 쪽도 언제나 어른입니다. 배움수렁뿐 아니라 모든 슬픈 수렁이나 구렁을 파놓는 쪽도 늘 어른이에요.


  어른들 가운데 어린이 눈높이로 글을 쓰거나 말을 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다만, 배움턱이 높지 않은 수수한 어른은 쉽고 부드러운 말씨를 쓰지요. 오래 배우고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일수록 어린이 눈높이하고 동떨어진 말씨를 내내 붙잡습니다.


  벼락날씨(기후변화)를 일으킨 어른들은 ‘바른날씨’를 말할 만한 마음일 수 있을까요? 바르게 다잡을 삶터라면, 늘 쓰는 우리말부터 바르게 다듬고 고칠 노릇이 아닐까요? 처음부터 ‘사회용어’였던 말은 없습니다.


  이 나라 어른이란 사람들이 참말로 어린이하고 푸름이를 아끼고 사랑하고 돌보려는 마음이라면, ‘바른날씨’뿐 아니라 ‘바른말’을, 아니 ‘착한말’에 ‘쉬운말’에 ‘숲말’에 ‘살림말’을 처음부터 새롭게 배우면서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하기를 바랍니다. 말부터 바른말을 쓰지 못하는 판에 바른날씨를 슬기롭게 찾거나 외칠 수는 없다고 느껴요. 말부터 살림말을 쓰지 못한다면, 집안살림에 나라살림에 마을살림도 곰팡틀(가부장제)에 갇히지 않을까요? 말부터 숲말을 쓰지 않는다면, 참말로 숲을 아끼는 몸짓이 맞을까요?


  저는 바람이(선풍기·에어컨)를 안 쓰고 부채를 쓰거나, 나무 곁에 섭니다. ‘에어컨을 못 쓰면 피해자’라고 느끼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이 에어컨을 써야 할는지요? 뒤틀린 날씨를 풀어가는 길은 ‘저소득 가구 에어컨 보유’ 따위로는 못 이룹니다. 모든 집에서 에어컨을 걷어내 버리고서 모든 곳이 숲으로 거듭나도록 하면 어디나 시원합니다. 모든 곳에서 흘러넘치는 부릉이(자가용)를 확 줄여서 풀밭길에 나무길로 돌려놓으면 무더위도 사라지고 강추위도 수그러듭니다.


  이 책 《10대와 통하는 기후정의 이야기》에도 살짝 나오는데, ‘2020년 문재인 민주당 정권 뉴딜’은 어마어마한 돈을 어디에 쏟아부었는지 알 길이 없고, ‘해상 국립공원’인 바다에 ‘해상 풍력·태양광’을 어마어마한 돈을 더 쏟아부어서 벌써 때려박았습니다. ‘바른날씨’란 뭘까요? 전기 쓸 일이 아주 적은 시골에, 더구나 깨끗한 바다에, ‘해상 풍력·태양광’을 때려박은 민낯을 똑똑히 밝히지 않고서 어떤 바른날씨를 말할 수 있을는지 영 모르겠습니다.


ㅅㄴㄹ


전기 요금을 내기 힘들어 여름에도 에어컨을 켜지 못하는 독거노인들은 폭염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됩니다. 겨울에도 난방비 때문에 제대로 된 난방을 하지 못하는 이들은 혹한의 날씨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63쪽)


2020년 서울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저소득 가구 중 에어컨을 보유한 가구는 다섯 가구 중 한 가구에 불과했습니다. 저소득 가구에 에어컨을 보급하는 일만 해도 수백억 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77쪽)


선진국에서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의 40%는 규격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폐기된다고 합니다. (109쪽)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도시에 재생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입니다. 우선 전기는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을 이용해서 생산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건물을 지을 때부터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139쪽)


2020년 7월 ‘한국판 뉴딜 종합 계획’을 발표했고 …… 투자비를 보면 디지털 뉴딜에 58.2조 원, 그린 뉴딜에 73.4조 원, 사회 안전망 강화에 28.4조 원 등 총 160조 원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155쪽)

.

.

이 글은

이 책을 나무라려는 글이 아니다.


‘기후정의를 들먹이는 모든 책’이

이론만 가득하고

정작 실천과 현장 이야기가 없는

대목을 나무라려고

이 글을 썼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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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낭화를 심으며 - 생태수필
송명규 지음, 홍주리 그림 / 따님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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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2022.6.15.

숲책 읽기 176


《금낭화를 심으며》

 송명규

 따님

 2014.10.20.



  《금낭화를 심으며》(송명규, 따님, 2014)를 읽었습니다. 글님이 쓴 책이 있는 줄은 《후투티를 기다리며》(2010)를 읽어서 알았고, 이 책은 글님이 ‘따님’에서 우리말로 옮긴 《모래 군의 열두 달》(2000)을 읽었기에 알았습니다. 알도 레오폴드 님이 쓴 책도 ‘따님’에서 펴낸 《소비 사회의 극복》이나 《노아 씨의 정원》이나 《21세기의 파이》나 《자동차, 문명의 이기인가 파괴자인가》를 읽고서 ‘따님’ 책을 더 살피다가 만났습니다.


  책 하나가 가지를 뻗고 잎을 늘리는 셈인데, 그만큼 숲책(생태환경책)을 내는 곳이 드물던 지난날 숲책을 옹글게 여민 첫길을 ‘따님’에서 차근차근 지폈다고 느낍니다. 펴냄터 이름 ‘따님’에서 알 수 있듯, ‘땅·딸’을 나란히 헤아리는 길입니다. 땅이며 딸(순이)이란 ‘따스함’이란 숨결을 품습니다.


  그러면 아들(돌이)은 안 따스하느냐고 따질 만한데, 아들이라서 안 따뜻할 수는 없으나, 딸처럼 따스하지는 않은 숨결이기에, 아들·돌이·사내라는 자리는 딸·순이·가시내한테서 “사람으로서 따스하게 온누리를 사랑하는 눈빛과 손길”을 배울 노릇이라고 느껴요. 숲책은 사랑을 잊거나 잃은 사람들이 스스로 살림빛을 새롭게 찾도록 북돋우는 이야기꾸러미입니다.


  숲책 《금낭화를 심으며》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습니다. 안타깝거나 얄궂은 대목을 넌지시 짚기는 하되 따끔하게 나무라지 않습니다. 숲책이 숲책이라면 채찍질(비판·비난)하고는 멀게 마련입니다. 하늘이 때때로 벼락을 내리고, 바다가 이따금 너울을 일으키지만, 이 모든 이아치는 숨결은 사람더러 사람다운 사랑을 스스로 찾으라고 속삭이는 나즈막한 말, 귀띔입니다.


  우리는 예부터 굳이 꽃을 따로 안 심었습니다. 꽃은 사람 곁으로 하나둘 찾아와서 활짝활짝 피었습니다. 우리는 예부터 쓰레기 나오는 집을 안 세웠습니다. 사람은 흙이랑 돌이랑 나무랑 짚으로 포근하게 보금자리를 이룰 뿐이었고, 흙·돌·나무·짚으로 이룬 집에는 멧새랑 숲짐승이랑 풀벌레가 나란히 어우러지면서 언제나 푸르게 빛났습니다. 오늘날 우리나라 사람들이 잔뜩 몰려들어 빽빽한 잿빛집(아파트)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잿빛집을 올리려고 숲들내를 얼마나 밀었고, 잿빛집 둘레로 부릉부릉 다니는 까만길을 낸다며 숲들내를 또 얼마나 깎았고, 잿빛집에서 빛(전기)을 쓰려고 숲들내를 또 얼마나 괴롭히는가요?


  풀꽃나무는 그릇(화분)을 안 좋아합니다. 풀꽃나무는 땅을 반깁니다. 풀꽃나무가 반기는 땅이란, 사람이 사랑으로 삶을 일구면서 살림을 아이들한테 물려주는 터전입니다. 따님(땅)을 헤아리고, 딸(땅)한테서 배울 줄 아는 아들이라는 길을, 이제라도 새삼스레 깨우칠 수 있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ㅅㄴㄹ


여태껏 우리나라는 아파트의 양과 크기의 확충에만 전력을 다해 왔고, 그 덕에 현재 국민 대다수가 아파트에서 살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옥외 생활공간, 특히 노인들을 위한 시설은 거의 무시되었다. (21쪽)


고슴도치는 본래 야산이나 민가 근처에 아주 흔했다. 나도 오래전에는 한약방에서 고슴도치 가죽을 무더기로 쌓아놓고 파는 걸 자주 봤으며 시골 초등학교 뒤꼍 같은 데서 학습용으로 키우는 고슴도치도 이따금 구경했다. (65쪽)


그날 이후 매일, 반딧불이를 보기 위해 어두워질 때까지 일부러 밭에 남았고 오늘은 몇 마리나 출현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했다. (112쪽)


씨앗 채취와 파종 시기를 궁리하며 돌이켜보니 술패랭이만 사라져가는 게 아니다. 참나리, 용담, 도라지, 패랭이, 할미꽃, 원추리같이 주변에 흔하던 토종 야생화들이 정말 보기 어려워졌다. (154쪽)


미국에서 개척의 역사는 여행비둘기 학살의 역사이기도 했다. 개척이란 그들의 삶터였던 광활한 참나무와 너도밤나무 수풀을 걷어내고 거기에 목장과 밭을 일구는 과정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행비둘기는 작물을 약탈하는 유해생물로 증오되기도 했으며 무진장한 깃털과 육류 제공원으로 간주되기도 했다. (24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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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건축가다 - 자연에서 발견한 가장 지적이고 우아한 건축 이야기
차이진원 지음, 박소정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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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2022.6.2.

숲책 읽기 175


《새는 건축가다》

 차이진원

 박소정 옮김

 현대지성

 2020.3.4.



  《새는 건축가다》(차이진원/박소정 옮김, 현대지성, 2020)를 읽었습니다. 새를 곰곰이 보고서 글하고 그림을 담아낸 얼거리는 반갑습니다. 다만 새를 ‘새’로 바라보기보다는 자꾸 ‘조류’라는 틀에 가두려 하면서 ‘새가 살아가는 마음’하고는 먼 듯싶어요. 새를 알려면 새를 지켜보기도 해야 할 테지만, ‘새바라기(탐조)’에서만 그치기보다는 ‘새하고 이야기를 할 노릇’이라고 느껴요.


  새하고 어떻게 이야기를 하느냐 되묻지 말아요. 어버이는 아기하고 어떻게 이야기를 할까요? 바닷사람은 바다하고 어떻게 이야기를 하나요? 숲사람은 숲하고 어떻게 이야기를 하지요?


  그대가 어른이라면 어린이하고 어떻게 이야기를 하는지 돌아보면 됩니다. 어른 눈높이로만 말한다면 혼잣말이나 억누르기일 뿐입니다. 아이하고 이야기하고 싶은 어른이라면 모름지기 아이 눈높이로 바라보면서 마음을 틔워 말을 섞을 노릇이에요.


  새바라기를 넘어 새랑 동무나 이웃으로 사귀고 싶다면, ‘새말’로 이야기를 펴려고 나서면서 ‘새마음’으로 만날 노릇입니다. 그런데 《새는 건축가다》를 읽다 보면 자꾸 “새 둥우리”란 말이 나옵니다. ‘둥우리 = 새집’인데, 이런 겹말을 왜 자꾸 쓸까요? 그만큼 옮긴이(또는 글쓴이)가 새를 모를 뿐 아니라, 새하고 사귀거나 마음을 못 섞는다는 뜻입니다.


  사람 눈높이로만 서서 ‘생물학·과학’이라는 틀을 붙잡으려고 하면 새를 겉훑기로는 읽을는지 모르나, 새를 새로서 알 길이란 없습니다. 새를 알고 싶으면 생물학도 과학도 내려놓기를 바랍니다. 그저 새를 새로 마주하면서 사랑이라는 마음이 되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새가 바늘과 실을 이용한 재봉술로 둥우리를 지을 수 있다면 믿겠는가? 놀랍게도 사실이다. (33쪽)


야외에서 만약 새 둥우리를 발견한다면, 설령 우듬지에 붙은 빈 둥우리라고 해도 마음이 들뜬다.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새 둥우리는 매력적인 존재다. (137쪽)


보통 사람들이 새 둥우리를 만나는 건 정말 예상치도 못하는 일이다. 봄의 산림은 온갖 새들이 지저귀고 번식의 기쁨으로 왁자지껄하지만, 동시에 그 새들은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 온 신경을 기울여 은밀히 둥우리를 짓는다. (14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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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낱말 수집 - 하늘에서 별뉘를, 산에서 모롱이를, 물가에서 윤슬을 줍는 나날
노인향 지음 / 자연과생태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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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2022.5.26.

숲책 읽기 174


《자연 낱말 수집》

 노인향

 자연과생태

 2022.4.21.



  《자연 낱말 수집》(노인향, 자연과생태, 2022)을 가만히 읽었습니다. 저는 영어 ‘내추럴’도 한자말 ‘자연’도 아닌, 우리말 ‘숲’을 말하고 노래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영국이나 미국에서 안 태어났고, 중국이나 일본에서 안 태어났거든요. 그저 이 나라 조그마한 골목마을에서 조그맣게 태어나서 살았기에 조그마한 아이로서 둘레를 품을 풀빛이고 꽃빛이고 나무빛이 어우러진 숲빛인 말을 살핍니다.


  어릴 적에 날개꽃(우표)을 곧잘 모았습니다. 여덟아홉 살 어린이가 “날개꽃 모으기”를 한다고 말하면, 그무렵에는 아직 ‘날개꽃’이란 말을 몰라 “우표 모으기”라 말했습니다만, 둘레 어른들은 ‘고상한 한자말’을 끼워넣어 “우표 수집”이라고 일컬었습니다.


  모으기에 ‘모음·모으기’인데 예나 이제나 숱한 어른들은 우리말을 쓰기보다는 ‘수집’이나 ‘-집(集)’이란 일본스런 한자말씨에 스스로 갇힌다고 느껴요. 이제부터는 우리 스스로 우리 눈길을 틔워 우리 나름대로 우리 보금자리를 푸르게 사랑하는 살림길을 펴는 숲말을 헤아리면 스스로 즐겁고 아름다워 사랑으로 빛나리라 생각합니다.


  숲말을 짚는 《자연 낱말 수집》을 읽다 보면 “호랑이는 범이라고도 하지요(81쪽)” 같은 대목이 있는데, 그냥 틀렸습니다. “범을 한자로 구태여 옮겨 ‘호랑’으로 적은 먹물이 있었다”라 해야 올바릅니다. “감쪽은 감접에서 변한 말이라는 의견입니다 … 소리는 감접같다>감쩝같다>감쩍같다>감쪽같다로 변했다고 추측합니다(22, 23쪽)” 같은 대목에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숲말은 숲으로 수수하게 헤아리기를 바라요. ‘의견’이나 ‘추측’이 아닌 ‘생각’을 하면 어느새 저절로 누구나 실마리를 찾아냅니다. ‘쪽’이란 ‘켠’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조각’을 가리키기도 하고 ‘얼굴’이기도 하며, ‘곳’이나 ‘자리’도 가리키면서, ‘쪽빛 물들이기’처럼 ‘쪽’이라는 들풀이 따로 있기도 합니다.


  우리말은 우리말일 뿐이니, “우리말치고는 꽤 발음이 이국적이다 싶었는데(109쪽)” 같은 대목은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더군요. “무녀리라는 말은 문을 연다는 뜻인 ‘문열이’에서 비롯했다는데(111쪽)” 같은 대목은 아쉽습니다. ‘문열이’라고 넘겨짚어도 나쁘지는 않습니다만, 우리말 ‘물·무르다’하고 ‘여리다·가녀리다·가냘프다·얇다·엷다·옅다·어리다’를 가만히 짚으면 얼마든지 수수께끼를 풀어냅니다.


  그리고 “그런데 반전(?)은 살찌니가 살찐 고양이를 뜻하는 말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부산 방언의 어원 연구’에서는 살찌니를 ‘삵+진(陳)+이’, 그러니까 ‘삵을 길들인 것’으로 풀이합니다(127쪽)” 같은 대목에서는 그만 책을 덮었습니다. 숲에서 태어나 숲에서 자라던 아스라한 옛사람은 임금이나 붓바치(지식인)처럼 한자로 장난하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살림을 짓고 아이를 낳아 사랑하면서 저마다 사투리로 말꽃을 피웠어요. ‘살지다·살찌다’에서 ‘지다·찌다’가 얼마나 넓고 깊고 푸르게 우리 살림살이를 살살 어루만지는가를 들여다보기를 바라요. 낱말책(사전)에 숨은 낱말을 뒤적여도 안 나쁘지만, 이보다는 우리가 스스로 맨발에 맨손에 맨몸으로 숲에 깃들면 돌이며 바위에 나무에 냇물에 샘에 빗방울에 구름에 바다 같은, 또 바람하고 하늘 같은, 그냥그냥 아이어른 모두 쉽고 상냥하며 부드러이 쓰는 삶말(생활용어)이 어떻게 태어나서 우리 눈길을 깨웠는지 잘 알 만하리라 봅니다.


  자연을 안 봐도 돼요. 숲을 보면 돼요. 이뿐입니다.


ㅅㄴㄹ


큰 벌을 그저 큰 벌, 속껍질을 그냥 속껍질이라 부른다고 나쁠 건 하나 없습니다. 다만, 칭퉁이나 보늬 같은 우리말을 하나둘씩 알 때마다 아쉬웠습니다. (11쪽)


토로래, 도로랑이, 물개아지, 무송아지, 논두름망아지, 버버지, 개밥통, 가밥도둑, 하늘밥도둑. 모두 땅강아지를 이르는 말입니다. 비규범 표기로 사전에 오른 이름만 이만큼이고 사투리까지 더하면 훨씬 많습니다. (100쪽)


자연 낱말 찾기는 꼭 ‘숨은 사랑스러운 낱말 찾기’ 같습니다. (12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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