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마녀 길벗어린이 문학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 지음, 위니 겝하르트 가일러 그림, 백경학 옮김 / 길벗어린이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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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2022.10.25.

맑은책시렁 274


《꼬마 마녀》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 글

 위니 겝하르트 가일러 그림

 백경학 옮김

 길벗어린이

 1996.6.25.



  《꼬마 마녀》(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백경학 옮김, 길벗어린이, 1996)는 매우 아름다이 풀어낸 숲아씨(그렇지만 숲할매) 이야기라고 느낍니다만, 우리말로 나온 책은 어느덧 판이 끊깁니다. 이 책은 이오덕 님이 글다듬기를 해주어 다른 어린이책에 대면 말결이 부드럽고 상냥할 뿐 아니라 퍽 쉬워요. 그래도 ‘-의’나 ‘위하다·-게 하다’ 같은 옮김말씨는 곳곳에 나옵니다. 아이들하고 이 아름책을 함께 읽으려고 군데군데 더 글손질을 해놓았습니다. 다른 어른들한테는 낯익한 한자말이라 하더라도 한결 수수하고 쉬운 우리말로 고쳐놓기도 했어요.


  아이하고 함께 읽는 책은 굳이 책에 글붓(연필)으로 죽죽 긋고서 ‘쉬운 우리말’을 적어 넣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입으로 펴는 말을 듣고서 배우기도 하지만, 줄거리가 아름답거나 알찬 책을 글로 읽으면서도 배우거든요. 어쩌면 오늘날은 ‘어른들이 입으로 하는 말’보다 ‘어른들이 손으로 남긴 글’로 말을 더 많이 배운다고 할 만합니다.


  저는 아이들을 돌보는 어버이로서뿐 아니라, 글을 쓰고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여미는 어른으로 책을 바라보는데, 어린이책이건 그림책이건 어른책이건 ‘글을 말답게 옮기거나 적는 일’이 뜻밖에 적어요. 겉보기로는 어린이책이되 어린이를 오히려 헤아리지 않는 책이 많달까요?


  어린이책 《꼬마 마녀》는 ‘가장 어린 숲할매(마녀)’가 ‘나이 많은 숲할매’ 사이에서 새롭게 살림을 배우고 사랑을 익히면서 숲빛을 상냥하게 펴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어른 틈바구니에서 용쓰는 아이’를 보여주는 얼거리인데, 큰고장(도시)이 아닌 숲(자연)에서 눈빛을 틔우고 마음빛을 살찌우는 하루를 그린다고 할 만합니다.


  이러한 줄거리나 이야기를 살피면, 오늘날 이 나라에서 숱한 어른들이 함부로 망가뜨리거나 어지럽히는 ‘쉬운 우리말’을 곰곰이 돌아볼 만해요. 아이들은 배움수렁(입시지옥)에 갇혀서 배움책(교과서)이 아니면 등돌려야 하나요? 아이들은 바깥살이(사회생활)를 하는 톱니바퀴(부속품)여야 하나요, 아니면 아이들은 차근차근 스스로 부딪히고 마주하면서 하나씩 새롭게 누리고 가꾸는 숨결이면 되나요?


  숱한 어른들은 요새 어린이·푸름이 말씨가 사납거나 거칠다고 나무라는데, 어린이·푸름이가 쓰는 모든 사납거나 거친 말씨는 바로 어른이 먼저 씁니다. 어른이란 이름인 사람들이 쓰기에 아이들이 듣고 보고 배워서 따라합니다. 아이들을 탓하기 앞서 어른들을 탓할 노릇이에요. 《꼬마 마녀》에 나오는 ‘어린 숲할매’는 바로 이 대목을 파고듭니다. 어른들이 아이(꼬마 숲할매)를 탓하고 괴롭히는 바보스러운 얼거리를 아이(꼬마 숲할매)는 ‘한 해 동안(봄여름가을겨울)’ 천천히 되새기고 새롭게 가다듬어서 ‘어른들을 오직 사랑으로 달래면서 부드러이 나무라는 길’을 즐겁고 재미나게 풀어냅니다.


ㅅㄴㄹ


“좋은 마녀가 되기로 여왕 마녀에게 약속했다면서? 앞으로는 좋은 일을 위해서만 요술을 부려야 하잖아. 좋은 마녀라면 나쁜 요술은 안 부려. 그러니 복수하겠다는 생각은 아예 싹 잊어버려!” (29쪽)


“고모가 무슨 상관이야?” “왜 상관이 없어? 내년까지 네가 좋은 마녀가 못 되면, 그 고마가 제일 좋아할걸. 그 못된 고모를 즐겁게 해주고 싶니?” 물론 꼬마마녀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어. (42쪽)


오랫동안 열심히 요술 연습을 하고 나면 머리를 좀 식혀야 하지. 다시 빗자루를 갖게 된 꼬마마녀는 가끔 숲속을 걸어다니는 여유도 생겼어. 왜냐하면 걸어다닐 수밖에 없다는 것과 걸어다니기도 한다는 건 다른 거니까. (44쪽)


“내가 수수께끼처럼 말했다고? 사실은 간단해! 군밤자우가 추위에 떨지 않도록 요술을 부렸잖아. 그런데 그 요술을 왜 너한테는 쓰지 않았니?” “아차!” (10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절판이 아니었나?

절판이 아닌

살 수 있는 책으로 뜨네.

알쏭달쏭하다.

절판이 아니라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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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동심이 당신을 구원할지도
임정희 지음 / 남해의봄날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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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10.20.

인문책시렁 243


《어쩌면 동심이 당신을 구원할지도》

 임정희

 남해의봄날

 2021.3.30.



  《어쩌면 동심이 당신을 구원할지도》(임정희, 남해의봄날, 2021)를 읽었습니다. 읽은 지 한참 지나도록 자리맡에 놓고서 어떻게 느낌글을 쓸까 하고 돌아보았습니다. 먼저 책이름부터 살피자면, 멋을 부렸습니다. “동심이 당신을 구원할”은 멋부린 말이에요. 예부터 어버이 자리에 선 수수한 사람들은 이 세 한자말 ‘동심·당신·구원’을 몰라도 아이를 넉넉히 사랑하면서 스스로 돌볼 줄 알았어요.


  어쩌면이 아니라 참말로 “아이가 어버이를 돌봅니다” 하고 여쭙겠습니다. 아이는 어른하고 어버이를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어른하고 어버이는 아이를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똑바로 알아야 합니다. 어른·어버이는 아이를 못 가르쳐요. 어른·어버이는 아이한테서 배울 뿐입니다. 아이는 어른·어버이한테 ‘살림을 짓는 길을 스스로 배우도록 가르칩’니다. 어른·어버이는 아이한테서 ‘스스로 사랑으로 삶을 짓으며 노래하고 노는 길을 배웁’니다.


  이를테면 40쪽에 놀이터하고 비하고 슈룹(우산) 이야기가 나와요. 아이는 어버이가 여느 때에 늘 하던 버릇을 놀이터에 맞물려서 이야기합니다. 이때에 여느 어른은 아이를 대견하게 볼는지 모릅니다만, ‘비’가 무슨 구실을 하는지 아이한테 제대로 들려주지 않았구나 하고 느낄 만해요.


  비가 오기에 숲이 푸르지요. 비가 오기에 냇물이 맑고, 바다가 깨끗합니다. 비가 오지 않으면 냇물이 마를 뿐 아니라 숲이 죽고, 바다가 썩어요. 그런데 빗물은 바닷물입니다. 바닷물이 아지랑이로 피어올라 구름을 이루고, 이 구름이 뭍으로 찾아들어 비를 뿌리니 온숨결을 살리는 물빛입니다. 우리 옛말에 ‘슈룹’이 있습니다만, 예부터 수수한 사람들은 슈룹으로 비를 안 가렸어요. 비를 그저 맞았고, 아이들은 비놀이를 누렸습니다. 신나게 비놀이를 하던 아이들은 앓는 일이 없습니다.


  우리는 적어도 쌀밥을 먹기에 조금은 튼튼합니다. 나락(쌀)은 논에서 빗물을 머금거든요. 논지기는 비가 오면 논물을 빼고 빗물을 받아들여요. 빗물을 머금은 쌀밥을 안 먹는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두 몸앓이를 끔찍하게 하면서 죽음길로 가리라 느낍니다. 꼭짓물(수돗물)은 사람을 못 살립니다. 오직 빗물이 사람을 살립니다.


  저는 우리 아이들하고 어릴 적부터 비놀이를 누렸고, 서울(도시)로 나갈 적에도 가랑비는 그냥 맞고, 함박비라면 슈룹을 쓰기는 합니다만, 시골에서는 함박비여도 슈룹을 안 써요. 품에 종이책이 있으면 슈룹을 씁니다.


  어린빛(동심)이 아름다운 줄 천천히 배우는 어버이 이야기를 담았기에 《어쩌면 동심이 당신을 구원할지도》는 반갑습니다. 그러나 어깨에 힘을 빼고서 마음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고, 글멋을 안 부렸다면 나았으리라 생각해요. ‘사회의식·시사상식’이 아니라, ‘숲빛으로 스스로 살림을 짓는 슬기로운 사랑’ 하나로만 아이랑 하루를 짓고 글줄을 여미면 넉넉합니다.


  거친말을 쓰면 거친말을 쓰는 사람부터 스스로 마음을 갉아먹어 죽음길로 갑니다. 그래서 싸움터(군대)를 하루빨리 없애야 합니다. 싸움터에 길든 사내들은 거친말에 길들고, 싸움터처럼 겨룸판에 싸움판인 서울(도시)하고 배움터(학교)는 순이돌이가 모두 스스로 마음을 갉아먹는 죽음길로 내몰아요.


ㅅㄴㄹ


놀이터를 가만히 쳐다보던 딸은 이런 말을 했다. “엄마, 놀이터에도 우산을 씌워 줘야겠어.” (40쪽)


“엄마, 엄마가 나를 낳았잖아. 우리는 연결돼 있잖아. 그러니까 내가 엄마의 마음을 듣는 게 아닐까?” (53쪽)


남편의 입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결심이 흘러나왔다. “이젠 나도 말조심해야겠어.” 이런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159쪽)


늦게나마 사과할 기회를 준 딸에게 고마우면서도 내심 당돌한 녀석 같으니라고 싶었다. (17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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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키는 아이, 살바도르
파트리시아 헤이스 지음, 문주선 옮김 / 찰리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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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2022.10.8.

맑은책시렁 283


《살바도르》

 파트리시아 헤이스 

 문주선 옮김

 찰리북

 2021.1.10.



  《살바도르》(파트리시아 헤이스/문주선 옮김, 찰리북, 2021)는 ‘살바도르’란 이름인 어느 아이가 펴는 ‘숲돌봄’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 아이는 까마득한 옛날부터 언제나 숲을 포근히 돌보고 사람들을 일깨우고 풀꽃나무하고 동무했다지요. 다만 아이 모습으로 살면서 숲돌봄을 했다니, 나이로 치자면 만 살이거나 10만 살이거나 100만 살일 수 있습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겉모습으로 나이를 재기 일쑤요, 겉차림으로 사람값을 따지기조차 합니다. ‘어른’이 아닌 ‘나이 많은 사람’이 하는 말이 옳을까요? ‘삶을 사랑하며 슬기롭게 살림을 짓는 마음’이 없을 적에 함부로 ‘어른’이란 이름을 붙여 주어도 될까요? 슬기롭지도 어질지도 참하지도 착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으면서 나이만 먹은 사람이라면 ‘늙은이(낡은이)’라고 해야 알맞다고 봅니다.


  몸이 크든 작든, 나이가 많든 적든, 숲을 사랑하는 사람일 적에 ‘숲사랑·숲돌봄’입니다. 몸이 크고, 나이가 많고, 돈이 많고, 이름이 높고, 힘이 세다지만, 조금도 숲을 안 사랑할 뿐 아니라 숲을 망가뜨리거나 죽이는 짓을 한다면 ‘늙은이(낡은이)’란 이름이 어울립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멀쩡한 멧자락에서 잘 자라던 나무를 베고서 어린나무를 새로 심는 짓’을 마치 ‘잿빛씻기(탄소중립)’라도 되는 듯 떠벌입니다. 풀죽임물(농약)에다가 죽음거름(화학비료)을 잔뜩 뿌리고서 비닐을 덮는데 ‘친환경농업’이란 이름을 붙입니다. 들숲바다이며 시골이며 서울까지 다 망가뜨리는 짓을 하지만, 정작 ‘그린·초록·녹색’ 같은 이름을 붙이기도 합니다. 이 나라에 떠도는 갖은 말은 껍데기예요. 숲에서 안 살 뿐더러, 숲하고 등진 서울 한복판 잿빛집에서 사는 눈으로 이름만 ‘그린·초록·녹색’에다가 ‘친환경’이라 붙인들, 숲을 아끼거나 보살피는 길하고는 동떨어집니다.


  숲돌봄이는 살바도르 한 사람만 있지 않습니다. 온누리 숱한 아이들은 다 다른 이름으로 숲돌봄이라는 숨결을 품고서 태어납니다. 살바도르만 나비하고 말을 섞을 수 있지 않아요. 온누리 모든 아이는 벌나비랑 속삭이고 해바람비랑 수다를 떨 줄 아는 숨빛으로 태어납니다. 다만 온누리 거의 모든 아이들은 어른들이 억누르거나 틀에 가두거나 심부름만 시키거나 배움터(학교)에 몰아넣으면서 그만 빛을 잊거나 잃어요.


  열두 해 동안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는 사이에 배움수렁에 갇히는 아이들입니다. 네 해를 더 열린배움터(대학교)를 다니고 나면 바깥물(사회생활)에 찌들어 젊음이란 몸짓까지 잃는 아이들입니다. 살바도르를 멀리에서 안 찾아도 됩니다. 모든 어른도 아이였을 적에는 벌나비랑 속삭이고 잠자리랑 놀 줄 아는 숲사람이었습니다. 이제부터 우리 마음빛을 차근차근 되찾을 노릇입니다.


ㅅㄴㄹ


“나비는 나비 언어로 말하죠. 모든 동물은 자신만의 언어가 있거든요. 누구든지 배울 수 있어요.” (47쪽)


백인 남자들은 계속해서 무기를 들여오고, 원주민 주술사들이 치료할 수 없는 질병을 옮겨 왔다. (67쪽)


“원숭이가 먹는 과일은 사람한테도 좋아요.” 응구이가 손짓으로 메리투스에게 먹어도 되는 과일들과 안 되는 과일들을 가리켰다. (98쪽)


“메리투스가 이곳에 온 건 우연이 아니에요. 메리투스의 몸이 메리투스를 스스로 움직이게 만든 거예요.” (123쪽)


지금까지 직원들은 원주민을 본 적이 없었기에 아예 없는 사람들로 취급했다. 원주민을 보려고 하는 마음조차도 없었다. (16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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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육아 - 아이는 모자람 없이 배우고 부모는 잔소리 없이 키우는, 한국어린이교육문화연구원 ‘으뜸책’ 선정
김선연 지음 / 봄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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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2022.9.1.

인문책시렁 232


《시골 육아》

 김선연

 봄름

 2022.6.24.



  《시골 육아》(김선연, 봄름, 2022)를 읽었습니다. 서울에서 아이를 낳아 돌보는 하루는 ‘살림길’로 서기 어렵고 힘들며 지치기까지 하는 줄 느낀 어머니가 하루를 되새기면서 적바림한 이야기가 흐릅니다. 다만 ‘서울을 벗어나 상주에 깃들기’는 하되, 언제까지 시골에 머무를는지는 알 수 없겠구나 싶어요. 시골에 뿌리를 내리려는 삶길보다는 ‘서울을 떠나 시골에 자리를 얻기는 했으나, 이대로 살아도 되나?’ 하는 걱정이 짙어 보이거든요.


  시골에서 아이를 낳아 살아가는 하루를 고스란히 글이나 책으로 옮긴 이웃님이 이따금 있으나, 참말로 시골을 시골로 바라보거나 받아들이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풀벌레가 노래하는 곁에서 아기를 업거나 안으면서 자장노래를 부르지 않는다면, 멧새가 노래하는 곁에서 사뿐사뿐 걷거나 자전거를 타지 않는다면, 제비가 춤추는 곁에서 기저귀를 빨아서 마당에 널지 않는다면, 참말로 시골살이인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국립국어원이 엮은 낱말책은 ‘시골’을 “도시에서 떨어져 있는 지역. 주로 도시보다 인구수가 적고 인공적인 개발이 덜 돼 자연을 접하기가 쉬운 곳으로 풀이합니다. 얼토당토않은 뜻풀이입니다만, 낱말책에서 ‘시골’을 찾아볼 사람이 드물기도 할 테고, 엉터리 뜻풀이를 바로잡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드문 듯합니다.


  시골은 서울하고 먼 데가 아닙니다. 시골은 “스스로 살림을 짓는 터전”입니다. 스스로 살림을 짓는 터전은 “숲을 품으면서 싱그럽고 빛나는 터전”이에요. 국립국어원 벼슬아치(공무원)는 시골에 안 살고 서울에 삽니다. 서울서만 살면서 서울만 바라보는 눈길일 적에는 시골이 어떤 곳인지 모를 뿐 아니라, 시골이라는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풀이하지 못 합니다.


  요즈음은 한자말 ‘육아’를 널리 쓰지만, 예전에는 이런 한자말이 없이 ‘돌보다·보살피다·보다’라는 낱말을 수수하게 썼습니다. 아이를 보기에 ‘애보개’라 했어요. ‘보다’는 ‘봄’하고 말밑이 같습니다. 모든 풀꽃나무가 싹이 트면서 새롭게 피어나는 봄이라는 철처럼 ‘아이보기(아이돌보기)’란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보는’ 길을 나타냅니다.


  한자말 ‘육아’나 ‘양육·보육·훈육·교육’은 모두 ‘길들이다’로 뻗습니다. ‘육(育)’은 ‘기르다’를 뜻하는 한자인데, ‘기르다’란 우리말은 “자라도록 돕는다”는 뜻도 있지만 “길들여 틀에 가둔다”는 뜻도 있습니다. 어느 낱말이든 속뜻하고 말밑을 헤아리지 않고 그냥 쓸 적에는 ‘길들이고 길드는’ 쪽으로 굳어요.


  시골에서 살든 서울에서 살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어버이 스스로 삶을 사랑으로 가꾸면서 언제나 즐겁게 살림하는 숨결이면 넉넉합니다. 꼭 시골이어야 하지 않고, 시골에서까지 서울살림 그대로 부릉이(자동차)나 보임틀(텔레비전)을 곁에 두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시골에서는 아이를 보듯 풀꽃나무하고 숲을 볼 노릇입니다. 시골에서는 아이하고 바람을 보고 해를 보며 별을 볼 노릇입니다.


  우리말 ‘돌보다’는 ‘돌아보다’를 줄인 낱말입니다. 아이를 돌보는 어버이는 스스로 돌아볼 줄 아는 매무새이기에 서로 아늑하면서 아름답습니다. ‘육아’는 하지 맙시다. ‘양육·보육·훈육·교육’ 모두 집어치웁시다. 돌보고 돌아보면서 살림짓기라는 길을 수수하게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도시에서 나는 이유 없이 자주 싸우고 싶었고, 싸우고 있었다. 작은 일에 쉽게 분노했지만, 싸워 마땅한 부당한 일 앞에서는 싸울 힘이 나지 않았다. 참고 참는 사이 그 분노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자주 향했다. (5쪽)


상주에서 나는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이 들 때마다 오솔길을 걸었다. (6쪽)


“상주가 왜 좋아? 별것 없잖아.” “엄마는 뭘 모르시네요. 왜 별게 없어요. 거기가 얼마나 신나는 것투성이인데.” (58쪽)


아이들 역시 책으로만 보던 것들을 직접 겪으면서 가르치지 않아도 자연스레 자연의 순리를 체득했다. 추상적으로만 알았던 자연이 날마다 다른 습도와 온도와 풍경을 지닌다는 것을 …… (84쪽)


“엄마는 꿈이 뭐예요? 뭐가 되고 싶어요?” “어? 엄마는 이미 뭐가 되지 않았어? 너희들으 엄마가 되었고 선생님도 되었고.” “그것도 맞는데, 이제 뭐가 되고 싶냐고요.” “글쎄, 엄마는 뭐 하면서 살면 좋을까.” (17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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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와 버들잎 소년 - 한국 전래 동화집 1 창비아동문고 23
손동인.이원수 지음 / 창비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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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2022.8.19.

맑은책시렁 265


《연이와 버들잎 소년》

 이원수·손동인 엮음

 창작과비평사

 1980.7.10.첫/2004.12.10.26벌



  《연이와 버들잎 소년》(이원수·손동인 엮음, 창작과비평사, 1980)이란 옛이야기 글모음이 있습니다. 이제는 백희나 님이 빚은 그림책으로 “연이 버들잎” 이야기가 확 퍼진 듯한데, 아무리 새 그림책이 나오더라도 옛이야기 줄거리하고 얼거리하고 삶넋부터 찬찬히 읽고 돌아볼 노릇이라고 봅니다.


  우리 옛이야기는 모두 수수한 순이돌이 삶을 담습니다. 잘나거나 이름나거나 돈있는 벼슬아치나 글바치나 임금붙이 이야기는 안 담지요. 왜 그럴까요? 돈바치·벼슬아치·글바치·임금붙이는 그야말로 돈·이름·힘에 얽매여 스스로 죽음길로 달려갑니다.


  이와 달리 수수한 순이돌이는 삶·살림·사랑을 숲에서 스스로 짓는 슬기로운 하루를 짓고 나눠요. 우리 옛이야기는 바로 삶·살림·사랑하고 숲·스스로·슬기를 어른하고 어버이부터 되새기면서 아이들이 이 숨결을 고이 이어받아서 새롭게 가꾸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할 만합니다.


  옛이야기는 심심풀이가 아닙니다. 옛이야기는 가르침이 아닙니다. 옛이야기는 글꽃(문학)이 아닙니다. 옛이야기는 고스란히 우리 삶이자, 말이자, 넋이자, 오늘이자, 꿈이자, 사랑이에요.


  아이를 앉히고서 사근사근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어른이나 어버이는 이녁부터 스스로 마음을 가다듬어 상냥하게 사랑을 속삭이는 숨결로 서려 합니다. 어른이나 어버이 곁에 앉아 귀를 쫑긋쫑긋 세우는 아이는 앞으로 새롭게 피어날 꿈씨앗을 마음에 품고서 스스로 즐겁게 맞아들일 말빛을 새록새록 듣고 새기지요.


  “연이 버들잎” 옛이야기에는 미움이 없습니다. 오직 삶하고 살림하고 사랑만 흐릅니다. 새어머니는 새어머니대로 아프고 고단한 삶이 있는 나머지, 새아이한테 사랑을 미처 들려주지도 보여주지도 못 합니다. 새어머니를 맞이한 아버지도 똑같아요. 낳든 기르든 사랑이 바탕일 노릇이나, 두 사람은 어른도 어버이도 아닌, 늙은이로 치닫지요. 연이한테는 낯선 남일 수밖에 없는 버들잎인데, 아주 모르던 남남이 처음 숲에서 만나는 곳에서 마음을 열었습니다. 마음을 열기에 낯선 남도 이웃이 되고 동무가 되고 짝꿍이 됩니다.


  마음을 안 열면 한집에서 살아도 남남으로 등돌립니다. 연이하고 버들잎은 새어머니를 미움으로 다스릴 마음이 없어요. 그저 사랑으로 달래거나 녹일 마음뿐입니다. 백희나 님이 새로 빚은 그림책에는 뜻밖에도 사랑이 아닌 미움이 가득하더군요. 옛이야기를 읽고 되새겨서 새 그림책을 얼마든지 낼 수야 있다지만, 막상 삶도 살림도 사랑도 등지고, 숲도 스스로도 슬기도 모르쇠로 넘어간다면, 오늘날 어른하고 아이는 무엇을 듣고 돌아보면서 오늘을 짓는 밑씨앗으로 삼을 수 있을까요?


  비록 나라밖에서 대단한 보람(상)을 받았다 하더라도, 이런 허울·겉모습·치레를 모조리 내려놓을 수 있기를 빕니다. 우리는 마음을 읽고 사랑을 빛낼 사람입니다. 연이하고 버들잎 두 아이가 어른(새어머니·아버지)을 미워하다가 앙갚음을 하면 삶이 즐거울까요? 앙갚음하고 미움은 늘 되돌아옵니다. 사랑은 모두 녹여 흙으로 돌아가도록 북돋아 숲을 푸르게 가꾸는 밑거름이나 씨앗이 됩니다.


  옛이야기가 왜 옛이야기인가 하는 대목을 어질게 읽는 어른이 늘기를 바라요. 옛이야기를 오늘 어린이한테 새롭게 들려줄 적에 언제나 사랑하고 숲을 스스로 돌보는 살림빛을 품을 노릇입니다.


ㅅㄴㄹ


“이놈아, 넌 어쩌면 그렇게도 바보냐?” “아니에요. 나는 아버지 말처럼 선생님 하라는 대로만 했단 말예요. 그리 하는 것이 글 배우는 법이라고 했잖아요. 그리 했는데도 선생님이 공연히 화를 내시니, 저 선생님이 나빠요. 그리고 아버지도 나빠요.” (18쪽)


연이는 무서운 생각이 났습니다. 그러다가도 집에 돌아가서 계모에게 야단을 맞고 매를 맞을 걸 생각하니, 산이 무섭다는 생각은 차차 사라져 버리고 어디든지 춥지 않은 곳에서 몸을 좀 녹일 수만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82쪽)


‘나를 살려 보내 주시오. 나를 살려 보내 주시오.’ 어부는 그 잉어가 엄청나게 큰 때문인지, 마치 이런 말을 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 이렇게 큰 잉어라면 잡아죽이는 건 못할 일이야.” (92쪽)


“암만 기운이 세면 뭘 하나? 사람이 반쪽만으로 어찌 사람 구실을 할 수 있겠나? 병신으로 남의 구경거리나 됐지.” 동네 사람들이 이렇게 수군거리는 동안에도 반쪽이는 쑥쑥 자라서 드디어 다 큰 청년이 되었습니다. (1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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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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