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골목이 품고 있는 것들
김기찬 사진, 황인숙 글 / 샘터사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숲노래 사진책 / 사진비평 2023.8.15.

사진책시렁 123


《그 골목이 품고 있는 것들》

 김기찬 사진

 황인숙 글

 샘터

 2005.7.25.



  앞으로 어느 누구도 김기찬 님처럼 골목을 담을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골목은 그저 골목일 뿐 아니라, 골목빛은 ‘마실이웃’이 아닌 ‘골목사람’이 스스로 담아내면 됩니다. 이제까지 나온 거의 모두라 할 ‘골목을 담은 빛꽃’은 ‘골목사람’이 아닌 ‘골목밖 이웃사람’이나 ‘잿집(아파트) 구경꾼’이 마실을 따로 해서 찍었습니다. 김기찬 님도 ‘골목사람’ 아닌 ‘잿집 구경꾼’이었지만, 천천히 녹아들려 하면서 어느새 ‘이웃사람’으로 섰기에 《그 골목이 품고 있는 것들》 같은 꾸러미를 선보일 만했어요. 다만, ‘이웃’에서 멈추었기에 그만 ‘골목글’이 아닌 ‘잿글(아파트 눈썰미로 바라본 글)’한테 토막을 쳐서 자리를 내주고 말아요. 골목을 다루는 이야기라면, 골목빛으로 찰칵 담고서 골목살림으로 슥슥 적으면 됩니다. ‘예전에 골목에서 살았던 사람’이 찍거나 쓰는 이야기가 아닌 ‘오늘 골목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찍거나 쓰는 이야기일 적에 “그 골목”이 아닌 “우리 골목”이나 “이 골목”을 노래합니다. 아주 쉽습니다. 왜 “이 골목”이 아닌 “그 골목”이겠어요? 먼발치에서 구경했다는 뜻입니다. 스스로 골목에서 살아 봐요. 글도 그림도 빛꽃도 그저 다릅니다. 더구나, 스스로 골목사람이라면, 책 뒷자락에 넣은 “좁고 누추한 듯 보이지만 한없이 넓고 풍성한 세계” 따위를 안 읊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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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된 이야기
소피 칼 지음, 심은진 옮김 / 마음산책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숲노래 사진책 / 사진비평 2023.8.15.

사진책시렁 122


《진실된 이야기》

 소피 칼

 심은진 옮김

 마음산책

 2007.1.25.



  남이 바라보는 눈으로는 ‘우리 하루’를 얼핏 구경할 뿐입니다. ‘우리 하루’는 남이 아닌 내가 바라보고 들여다보고 살펴보면서 돌아볼 적에 비로소 조금씩 알아가면서 눈을 뜨게 마련입니다. 한글판은 “진실된 이야기”로 옮기지만, “참다운 이야기”라기보다는 “겪은 이야기”나 “내가 본 이야기”로 옮겨야 올바르겠다고 느끼는 《진실된 이야기》입니다. 소피 칼 님이 편 글·빛꽃을 여미어 바라보면, ‘보고 겪은 하루’를 ‘참(진실)’이라는 낱말로 옮기면 안 어울릴밖에 없구나 싶어요. “내(소피 칼)가 살아온 나날”이나 “내가 겪은 일”을 풀어내면 넉넉하거든요. ‘눈치보기’가 아닌 ‘나보기’를 하려는 마음이니, 그저 이러한 삶결을 “나를 보는 이야기”라 하면 되거든요. 빛꽃뿐 아니라 글그림도 매한가지입니다. 눈치보기를 쓴들 눈치일 뿐이고, 구경한 삶을 쓴들 구경일 뿐입니다. 꾸미는 모든 글그림은 꾸밈더미예요. 찰칵 담는 한 칸은 오롯이 우리 눈빛일 적에 새롭게 깨어납니다. 찰칵 얹는 두 칸은 오직 우리 사랑빛일 적에 푸르게 태어납니다. 먼발치에서 둘러보니 속을 못 봅니다. 팔짱을 끼거나 고개를 돌리니 못 느낍니다. 생채기도 나요, 고름도 나요, 허물이나 허물도 나입니다. 모든 나를 사랑하면 됩니다.


ㅅㄴㄹ


#SophieCalle #DesHistoriesVraies


《진실된 이야기》(소피 칼/심은진 옮김, 마음산책, 2007)


엄마의 우편물들을 뒤지다 이런 말로 시작하는 편지 한 통을 발견했다

→ 엄마 꾸러미를 뒤지다 이런 말로 여는 글월을 보았다

→ 엄마 글월을 뒤지다 이런 말로 여는 글을 보았다

13쪽


나는 대필작가에게 편지 한 통을 부탁했다

→ 나는 뒷글님한테 글 한 자락을 맡겼다

→ 나는 숨은글님한테 글월을 여쭈었다

31쪽


몇 달 전에 이런 양자택일을―고양이와 잘 것인지 자기와 잘 것인지― 강요하던 질투심 많은 한 남자에게

→ 몇 달 앞서 이런 두갈래를―고양이와 자겠는지 저랑 자겠는지― 밀어대던 시샘돌이한테

33쪽


나의 할머니는

→ 우리 할머니는

→ 울 할머니는

56쪽


그의 지성이 나를 주눅들게 하였다

→ 그가 똑똑해서 주눅들었다

→ 그가 잘 알아서 주눅들었다

7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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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준 사진집 Infinity
김중만 사진 / 김영사 / 2001년 9월
평점 :
절판


숲노래 사진책 / 사진비평 2023.7.17.

사진책시렁 119


《유승준 사진집 INFINITY》

 김중만

 김영사

 2001.9.17.



  유승준 씨는 ‘한나라(한국)’로 굳이 들어오려고 합니다. 벼슬꾼은 유승준 씨를 굳이 손사래치면서 미국에서 살라고 막습니다. 그저 미국에서 잘살면 되고, 한나라에 가끔 ‘놀러’오면 누구도 안 막습니다. 한나라에서 ‘돈을 버는 일’을 하겠다면, 한나라틀을 따르면서 낛(세금)을 내야겠지요. ‘낛’은 돈이기도 하지만, 돌이(남자)한테는 싸움터(군대)도 있습니다. 싸움터에서 이태를 ‘썩는’ 나날은 틀림없이 슬프고 괴로울 뿐 아니라, 적잖은 돌이가 싸움터에서 벼락죽음(의문사)으로 떠납니다. ‘국방의 의무는 신성하다’는 말은 안 옳다고 여깁니다만, 유승준 씨로서는 한창 뜨고 돈을 잘 벌던 젊은날 싸움터에 다녀와 보는 길이 오히려 노래길하고 춤길을 새롭게 살릴 수 있었어요. 더구나 유승준 씨 같은 이는 ‘땅개(육군보병)’로 안 끌려갑니다. 널널하게 돈도 잘 벌 수 있답니다. 이 나라는 돈·이름·힘이 있으면 ‘좋은곳’으로 빼내는 뒷길이 넘치거든요. 《유승준 사진집 INFINITY》가 처음 나오던 2001년, 겉멋부리는 그림이 웃겼습니다. 2023년에 다시 들추며 생각합니다. 억지로 부린 허울은 앞으로도 남겠지요. 글도 그림도 빛꽃(사진)도 모두 삶에서 비롯합니다. 삶을 등진 채 찰칵찰칵한들 ‘꽃(예술)’하고 한참 멀어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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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남 Kim Soo Nam 열화당 사진문고 41
김수남 사진, 최성자 글 / 열화당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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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사진책 2023.3.8.

사진책시렁 117


《濟州島 2 海女と漁師の四季》

 金秀男 사진

 韓林花 글

 神谷丹路 옮김

 國書刊行會

 1993.7.20.



  우두머리를 자꾸 쳐다보면서 우러르거나 기리는 사람들이 모인 나라는 삶길이 아닌 죽음길로 치닫습니다. 우두머리는 ‘살림살이를 안 돌보는 자리’이거든요. 우두머리는 ‘나라힘을 거느리는 자리’입니다. 어느 나라이든 ‘수수하게 아이를 낳아 보금자리를 일구고 사랑으로 아이를 돌보며 함께 살아가는 작은 집’이 있어야 설 수 있습니다. 우두머리가 없어도 나라가 무너지거나 흔들리지 않으나, ‘수수한 순이돌이’가 없으면 나라가 무너지거나 흔들립니다. 오늘 우리는 ‘한글’을 씁니다. ‘한글’이란 이름은 주시경 님이 지었고, 주시경 님은 우리말 뼈대를 세워, 우리말을 우리글로 담는 바탕을 처음 세웠습니다. 세종 임금은 ‘훈민정음’이란 우리글을 여미었되 막상 이 글을 널리 쓰기보다는 중국말·중국글을 널리 썼어요. ‘훈민정음으로 남긴 조선왕조실록’이 없는 대목을 아리송하게 여기는 분이 뜻밖에 드물더군요. 《濟州島 2 海女と漁師の四季》는 아름답습니다. 들사람이며 바닷사람이며 숲사람하고 이웃하며 살림결을 찰칵찰칵 담던 눈빛을 읽습니다. 스스로 ‘살림돌이’인 줄 알고 느낄 적에는 멋을 안 부리고서 순이돌이로서 녹아듭니다. ‘잠네’를 만나려면 살림터에 잠겨야지요. 삶에 바다에 노래에 잠겨 춥춥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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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골목길 비밀정원 - 동네 동산바치들이 만든 소박한 정원 이야기
김인수 지음 / 목수책방 / 201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숲노래 빛꽃 / 숲노래 사진책 2023.2.10.

사진책시렁 109


《서울 골목길 비밀정원》

 김인수

 목수책방

 2019.11.5.



  모든 꽃은 스스로 피어나서 씨앗을 맺은 다음 가만히 시들어 흙으로 돌아갑니다. 사람 손길을 타면서 한결 크고 환하게 피어나는 꽃도 있습니다만, 사람 손길만으로는 피어나지 않는 꽃입니다. 해바람비가 어우러지는 푸른별 숨결을 고루 맞아들여서 새록새록 지피는 꽃이에요. 스스로 피어나면서 맑고 밝게 둘레를 품는 꽃이듯, 사람들은 저마다 들꽃살림을 가꾸고 지으며 폅니다. 나라(정부)나 돈바치(대기업)가 들숲을 마구 밀어붙여서 잿더미(아파트 단지)를 때려지어야 집을 얻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누구나 손수 짓고 가꾸어 아이들을 낳아 돌보면서 차곡차곡 일구는 살림길입니다. 《서울 골목길 비밀정원》은 서울 곳곳에 아직 골목밭이 있고 골목꽃이 피던 무렵 천천히 골목마실을 하던 자취를 들려줍니다. 얼핏 스칠 적에는 볼 수 없는 들꽃이요 골목꽃입니다. 부릉부릉 내달릴 적에도 못 볼 뿐 아니라 안 느낄 들꽃이자 골목꽃입니다. 쇳덩이(자동차)에서 내려야 하고, 봄여름가을겨울 철마다 새삼스레 마실해야 하며, 아침저녁에 밤낮으로 둘러볼 수 있으면, 누구나 골목밭에 마을밭을 알아봐요. 알고 보면 ‘숨은뜰’은 아닙니다. 그저 ‘마을뜰’입니다. 스스로 마을사람이라면 스스로 심고 사랑하면서 골목빛에 마을빛을 나눕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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