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물리학개론
박인식 지음 / 여름언덕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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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3.12.30.

노래책시렁 385


《언어물리학개론》

 박인식

 여름언덕

 2021.2.7.



  나라를 거느린다고 내세우는 이들은 예나 이제나 우리말을 안 좋아합니다. 지난날에는 중국말을 쓰던 나라요, 일본이 쳐들어온 뒤에는 일본말을 쓰던 나라이고, 일본이 물러간 뒤에는 ‘중국말 + 일본말 + 영어’를 쓰는 나라입니다. 곰곰이 보면, 글을 쓰는 이들은 나라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하기 일쑤입니다. 풀꽃나무를 품는 이웃하고 어깨동무하는 말이 아닌, 벼슬자리를 얻거나 이름을 드날린다고 여기는 말을 붙잡더군요. 《언어물리학개론》을 한숨을 쉬며 읽었습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처럼 일본말을 그냥 써야 할까요? 우리말로 이름을 붙일 마음이 없을까요? ‘언어물리학개론’은 무늬만 한글인 일본말입니다. 어떤 이웃이 읽으라는 뜻으로 쓰는 말일까요? 나무한테서 배우는 사람이라면 ‘나무’라 말할 테고, 풀한테서 배우는 사람이라면 ‘풀’이라 말할 텐데, 어느 글이건 꾸미거나 덧바를 적에는 바래기 마련입니다. 치덕치덕 꾸미지 말고, 차근차근 풀어내기를 바랍니다. 말을 ‘말’이라 하지 않을 적에는 덫에 갇힙니다. 말을 ‘말’이라 할 적에 왜 말이 ‘말’인지 물빛으로 알아차리면서, 사람이 어우러지는 마을이 왜 마을인지 하나씩 깨달으면서 마음을 맑게 가꿀 수 있습니다.


ㅅㄴㄹ


칼 다루기 쉽지않던 어린 시절 / 당신 곁에 연필 깎아주던 누군가 있지 않았나요 / 당신의 잠과 꿈 / 틈새 / 사각사각― / 장독대 내려앉는 싸락눈 같은 / 사랑 다듬는 소리 내려 / 쌓이지 않았나요 (연필로 쓰던 사랑/17쪽)


나무는 나이테를 세지 않는다 / 나무에게서 배운 / 내 술 / 술잔의 나이테 같은 동심원 떨림을 / 수전증으로 세지 않는다 (나무에게 배우다/58쪽)


+


《언어물리학개론》(박인식, 여름언덕, 2021)


너무 큰 존재가 다녀간

→ 너무 큰 분이 다녀간

→ 너무 큰 빛이 다녀간

14쪽


달빛의 파도가 실어다 준

→ 달빛너울이 실어다 준

→ 달빛물결이 실어다 준

14쪽


빼앗긴 동토 건넌 식민의 한

→ 빼앗긴 언땅 건넌 사슬눈물

15쪽


옆모습이 특히 아름다운 우리 동네 미녀 맹인

→ 옆모습이 더 아름다운 우리 마을 꽃장님

33쪽


마침내 일어나는 언어물리학의 연기법緣起法

→ 마침내 일어나는 말빛길 어울림

52쪽


술잔의 나이테 같은 동심원 떨림을 수전증으로 세지 않는다

→ 술모금 나이테 같은 한동글 떨림을 후덜덜로 세지 않는다

58쪽


한 움큼의 갈망도 저런 노랑으로 구워낸다면

→ 한 움큼 비손도 저런 노랑으로 구워낸다면

→ 한 움큼 목마름도 저 노랑으로 구워낸다면

71쪽


저 출토의 흙에 뿌리내린 무궁화 한 그루

→ 저 파낸 흙에 뿌리내린 한결꽃 한 그루

→ 저 캐낸 흙에 뿌리내린 하나꽃 한 그루

7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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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레미야의 노래 창비시선 29
박두진 지음 / 창비 / 198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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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3.12.21.

노래책시렁 305


《예레미야의 노래》

 박두진

 창작과비평사

 1981.11.20.



  아이들은 아무한테도 굽신거리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누구한테나 온몸을 푹 숙이며 절을 합니다. 아이들은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스스로 꿈을 그리고 사랑을 노래하는 하루를 살아갑니다. 모든 숨결은 하늘빛으로 태어납니다. 살갗이 누렇든 까맣든 하얗든 대수로울 일이 없어요. 다 다른 하늘빛입니다. 우리는 돌멩이나 나무토막한테 엎드려야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바로 스스로 품은 넋한테 비손을 할 일입니다. 나는 나한테 비손하고, 너는 너한테 비손하지요. 나무는 나무 스스로 비손하고, 나비는 나비 스스로 비손하기에 아름다워요. 《예레미야의 노래》를 모처럼 읽었습니다. 푸른배움터를 다닐 무렵에는 그저 달달 외우면서 셈겨룸을 치렀다면, 이제는 홀가분히 한 자락씩 혀에 얹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이들이 스무 살에 이르도록 글다운 글이나 노래다운 노래를 못 만납니다. 달달 외우기만 할 뿐이거든요. 스무 살을 지나면, 새롭게 굴레를 쓰며 바쁜 나머지 스스로 하루를 노래하는 마음을 잊거나 잃습니다. 예부터 누구나 살림을 짓고 아이를 돌보며 노래하는 삶이었습니다. 온삶이 노래였으니 ‘온노래’입니다. 나를 나한테서 찾는다면 말갛게 노래꽃이요, 멀리서 님을 그리면 엎드리다가 떠나갑니다.


ㅅㄴㄹ


나무는 철을 따라 / 가지마다 난만히 꽃을 피워 흩날리고, // 인간은 영혼의 뿌리 깊이 / 눌리면 타오르는 자유의 불꽃을 간직한다. // 꽃은 그 뿌리에 근원하여 / 한철 바람에 향기로이 나부끼고, (꽃과 港口/60쪽)


뽕나무밭에 혼자서 매여 있던 나귀야 / 아무것도 모르고 매여 있다가 / 아무것도 모르고 따라왔던 너는 / 좋았겠다. / 골목으로 마을로 하늘로 높다랗게 / 호산나 호산나 소리 / 꽃비로 쏟아지는 (예루살렘의 나귀/12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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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동의 밤 창비시선 71
유종순 지음 / 창비 / 198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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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3.12.21.

노래책시렁 384


《고척동의 밤》

 유종순

 창작과비평사

 1988.9.10.



  총칼을 휘두르면서 돈·이름·힘을 거머쥔 이들이 남긴 자취는 안 사라집니다. 이들이 벌인 모든 짓은 낱낱이 남아서 두고두고 돌아볼 수 있습니다. 총칼무리한테 맞서면서 새날을 그리던 사람들이 걸어온 길도 안 사라집니다. 이들이 한 모든 일도 오래오래 되새길 수 있습니다. 겉모습을 꾸민들 속낯이 안 바뀝니다. 입발린 말을 잔뜩 붙이면 오히려 민낯이 잘 드러납니다. 1988년에 나온 《고척동의 밤》을 읽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툭하면 “풍만한 여인”을 “안고 싶다”고 읊는 글자락을 어떻게 헤아려야 할까요? ‘저항문학’이 으레 쓰는 꾸밈말이라 여겨야 하는지 아리송합니다. 사슬살이를 하는 순이는 이렇게 빗대거나 꾸미는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돌이는 지난날 너나없이 으레 이렇게 글을 써왔습니다. 1970년에서 1980년을 지나고 1990년을 지나며 2000년을 지나는 사이에, 썩은 우두머리를 여럿 끌어내렸습니다. 그 뒤로도 고인물과 썩은물을 꾸준히 갈아치웁니다. 그런데 이제는 누가 고이거나 썩은 물인지 아리송합니다. 총칼질을 가리려 해도 가릴 수 없이 발자취에 남듯, 엉큼질도 고스란히 남게 마련입니다. “제임스 본드처럼 멋진 첩보원이 되어 마음에 안 드는 놈 총알 한 방 먹이기도 하”는 미움씨앗도 글일까요?


ㅅㄴㄹ


자유에 허기져 앓는 나도 꿈을 낳는다 / 거친 황토의 꿈을 낳고 / 미친 바람의 꿈을 낳고 / 풍만한 여인의 꿈을 낳고 / 탈옥수 정씨의 꿈을 낳고 (고척동의 밤/9쪽)


면회실 어머니의 주름진 미소 속에 지핀 / 젖은 눈망울에 미쳐 끝내 미쳐 / 밤이 새도록 울었읍니다 (독방에서/19쪽)


직녀여 / 그대를 안고 싶습니다 / 오작교 건너서 / 돌아오지 않는 다리 건너서 (獄中月令歌/28쪽)


제임스 본드처럼 멋진 첩보원이 되어 / 마음에 안 드는 놈 총알 한 방 먹이기도 하고 / 휴전선을 내 집 드나들듯 넘나들며 / 더러는 북쪽의 여인을 보듬어도 보고 / 그렇게 한바탕 멋지게 살아보겠다고 한다 (獄中月令歌/30쪽)


누워서 밤을 파는 배고픔에 / 밤이면 자궁 깊숙이 가슴 깊숙이 박히는 / 불면의 못 / 첫사랑 아스라한 눈물은 / 한 평 반 양동의 밤을 적시고 / 사태기를 오르내리는 서울의 부처들이 / 이리저리 거덜난 몸뚱이를 헤아리며 / 깨달음을 꿈꾸고 있을 때 (양동 미스 서의 이야기 그것은/68쪽)


기름내 땀내투성이의 찌든 얼굴들을 쓰다듬기도 하고 / 청량리 오팔팔이나 서울역 건너 양동쯤에서 / 스무 해 전 잃어버린 순이를 만나 / 분노에 젖어 흠뻑 울기도 하면서 (비/72쪽)


《고척동의 밤》(유종순, 창작과비평사, 1988)


+


거친 황토의 꿈을 낳고 미친 바람의 꿈을 낳고 풍만한 여인의 꿈을 낳고

→ 거친 흙빛 꿈을 낳고 미친바람 꿈을 낳고 흐벅진 가시내 꿈을 낳고

9쪽


저 담벼락 속 기다림만 남은 지친 신음소리로부터 오지

→ 저 담벼락에 기다리다 지친 끙끙소리에서 오지

13쪽


100촉 백열전등 희뿌연 불면을 밀어내고

→ 100줄 노란불빛 희뿌연 뜬눈을 밀어내고

→ 100빛발 노란불 희뿌옇게 뒤척이다가

14쪽


집사람의 젖은 눈망울만 보면

→ 곁님 젖은 눈망울만 보면

→ 짝지 젖은 눈망울만 보면

16쪽


면회실 어머니의 주름진 미소 속에 지핀 젖은 눈망울

→ 만남뜰 어머니 주름진 웃음에 지핀 젖은 눈망울

→ 이야기칸 어머니 주름진 웃음에 지핀 젖은 눈망울

19쪽


쓰라린 형광등 불빛 아래

→ 쓰라린 하얀불빛에

→ 쓰라리고 흰 불빛에

2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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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최선을 다해 곡선이다 - 제3회 권태응문학상 수상작 문학동네 동시집 68
함민복 지음, 윤태규 그림 / 문학동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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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3.12.19.

노래책시렁 383


《노래는 최선을 다해 곡선이다》

 함민복 글

 윤태규 그림

 문학동네

 2019.4.5.



  노래를 부르니 놀고 싶습니다. 놀이를 하니 노래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부르는 노래는 노을에 닿고, 노을이 지면서 퍼지는 밤빛이 우리 몸이며 마음으로 넉넉히 스밉니다. 힘껏 소리를 내려 하면 ‘악’을 쓰는 결로 기웁니다. 즐겁게 소리를 내기에 노래이고 가락입니다. 어린이는 온힘을 다해 자라지 않아요. 어린이는 언제나 하루하루 새롭고 즐겁게 자라고 싶습니다. 《노래는 최선을 다해 곡선이다》를 읽고서 한숨이 나왔습니다. 안간힘을 쓰듯 글을 쥐어짤 수 있겠습니다만, 어린이하고 나눌 말과 글이란 언제나 어른으로서 스스로 기쁘게 일하고 즐겁게 살림을 짓는 숨결이어야지 싶어요. 어린이는 하나도 안 쥐어짜면서 놀거든요. 어린이가 먹을 밥에 아무것이나 넣는다면 어른이 아닙니다. 어린이한테 아무 옷이나 입혀도 어른이 아닙니다. 어린이한테 아무 말이나 쓰는 몸짓은 어른일 수 없습니다. ‘동시’나 ‘동시문학·어린이문학’이 아닌, 그저 ‘삶노래·살림노래·사랑노래·숲노래’를 어깨동무로 나누기에 어른입니다. 애써 꾸미지 맙시다. 그리고 우리말을 좀 배워야 하지 않을까요? 어린이한테 틀린말을 들려주거나 길들이면 도무지 어른일 수 없습니다. 바로 이곳 오늘 우리 보금자리에서 빙그레 웃는 말씨가 노래입니다.


+


뿌리를 내리며 살다가, 뿌리가 뽑힌 채 팔려가는 나무는 언제 어디에서나 아파서 눈물에 젖는다. 나무가 딸랑 몸만 옮겨가는 일이란 없다. 나무는 애써 뻗은 뿌리하고 줄기에 가지를 왕창 잘리고서야 땅에서 뽑힌다. 뿌리도 가지도 줄기까지도 잘려서 아픈 나무를 마음으로도 알아차리지 못 한 채, 그저 ‘딸랑 몸만 옮긴다’고 적는 글을 어린이한테 어떻게 읽히려 하는지 아찔하다.


+


ㅅㄴㄹ


나무가 차를 타고 이사를 간다 // 이삿짐 / 하나도 안 챙기고 / 딸랑 / 몸만 이사를 간다 (18쪽)


옷 갈아입기 참 힘들겠구나 / 옷 갈아입기를 포기하는 수밖에 없겠구나 // 그래서 비늘 옷에는 / 단추도 지퍼도 없구나 // 움직이기만 해도 자동으로 옷이 빨리는 / 물속에 살아 참 다행이다 (잉어/70쪽)


+


《노래는 최선을 다해 곡선이다》(함민복, 문학동네, 2019)


감자는 궁금한 게 많습니다

→ 감자는 궁금합니다

→ 감자는 모두 궁금합니다

7쪽


질문을 던져 보고

→ 물어보고

8쪽


더 조심했어야 할 참새 마음의 무게가

→ 더 살펴야 할 참새 마음이

14쪽


푸른 하늘 쳐다보면 금방 눈가로 물이 샌다

→ 파란하늘 쳐다보면 곧 눈가로 물이 샌다

17쪽


몸만 이사를 간다

→ 몸만 옮긴다

→ 몸만 옮겨간다

18쪽


휜 허리는 곧게 펼쳐지고, 흰 머리카락은 푸르러지고

→ 휜 허리는 곧고, 흰 머리카락은 푸르고

→ 이제 허리는 펴고, 머리카락은 푸르고

20쪽


참새 귀를 연구해

→ 참새 귀를 살펴

→ 참새 귀를 헤아려

26쪽


노래들은 최선을 다해 곡선이다

→ 노래는 온힘을 다해 둥글다

32쪽


물의 고마움 새삼 느끼고 있는데

→ 고마운 물을 새삼 느끼는데

→ 물이 새삼스레 고마운데

41쪽


귀를 통해 내 몸속까지 달려

→ 귀를 거쳐 내 몸까지 달려

→ 귀를 지나 내 몸까지 달려

→ 귀로 내 몸까지 달려

41쪽


아니면 겁나 무서웠을까

→ 아니면 몹시 무서웠을까

→ 아니면 무서웠을까

47쪽


조금은 꽃과 같은 극이 되는지

→ 조금은 꽃과 같은 쪽인지

→ 조금은 꽃과 같은지

49쪽


낯선 이 글씨는 누구의 글씨체일까

→ 낯선데 누구 글씨일까

→ 낯선 이 글씨 누가 썼을까

52쪽


나무들은 흙냄새가 좋아

→ 나무는 흙냄새가 좋아

59쪽


나무들의 줄기인지도 모르지

→ 나무줄기인지도 모르지

59쪽


단추도 지퍼도 없구나

→ 단추 주륵이도 없구나

70쪽


나무의 나이테는 오늘을 어떻게 기록할까

→ 나무는 테에 오늘을 어떻게 새길까

→ 나이테에는 오늘을 어떻게 남길까

78쪽


길가의 가로수 친구들이

→ 길나무가

→ 길가에 선 나무가

78쪽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흔들리는 건 아닐까

→ 두리번거리며 흔들리지는 않을까

→ 둘레를 보며 흔들리지는 않을까

8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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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미안족 문학연대 시선 1
최영철 지음 / 문학연대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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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3.12.15.

노래책시렁 381


《홀로 가는 맹인 악사》

 최영철

 푸른숲

 1994.2.14.



  우리한테는 혼자 가는 길이 없습니다. 발걸음을 내딛는 땅이 있고, 땅에 뿌리내린 나무하고 풀이 있습니다. 풀밭에 깃드는 풀벌레가 있고, 나뭇가지에 앉아 노래하는 새가 있어요. 비를 뿌리는 구름에 볕을 베푸는 해가 있지요. 밤에 환한 별에, 싱그러이 감싸는 바람이 있습니다. 혼자 가는 사람은 있을 턱이 없습니다. 둘레를 안 보거나 못 볼 뿐입니다. 《홀로 가는 맹인 악사》를 읽었습니다. 서른 해쯤 앞서 나온 글을 오늘 눈빛으로 섣불리 읽으면 안 될까요? 또는 이 눈길이 오늘날까지 이어오는 뿌리라고 느낄 수 있을까요? 둘레를 보는 사람은 늘 함께 나아가는 이 별빛을 헤아리면서 나누고 품고 노래합니다. 둘레를 안 보는 사람은 스스로 가두고 누르면서 억지로 짜내는 글을 내놓습니다. 글밭에 있는 사람들은 왜 ‘글’이라 안 하고 ‘문학’을 붙들려 할까요? 글밭이라는 울타리에서는 왜 ‘노래’라 안 하고 ‘시’를 붙잡으려 할까요? 술 한 모금을 하더라도, 빗방울이 노래하는 곁에서 비내음을 느끼기를 바랍니다. 응큼하게 엿보거나 흥건하게 들이켜기보다는, 그저 풀씨를 보고 푸른들을 보면서, 이 푸른별에 어떤 이웃이 어떻게 어우러지기에 날마다 사랑으로 피어날 수 있는지 들여다보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김해에서 성포까지 안내양을 / 50여 분 동안 사랑하였다 /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 혼자 상상하리라 / 사랑은 대개 그런 것이므로 / 방심한 여자의 빈틈을 이용 / 강제로 어떻게 /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 눈짐작으로 하나씩 벗겨버리는 … 졸음을 쫓기 위해 흥얼거리는 유행가 한자락 / 김해에서 성포까지 50여 분 동안 / 정신없이 그녀를 사랑하였다 / 만원버스 속을 능란하게 움직이는 / 훅, 하고 달려오는 비린 땀냄새. (몰래한 사랑 2/18, 19쪽)


우리 동네 이발소의 한쪽 나무평상에 앉아 / 흘러간 주간지를 넘기고 있으면 / 머리를 감는 세면대에서 내가 보는 / 여배우 팔등신 머리 위로 점점이 비눗물이 튕겨온다 (그 이발소/22쪽)


평양소주 한 병을 숨어서 마십니다 / 백화점의 북한생활전에 갔다가 / 떳떳하게 돈 주고 산 것인데도 / 보안법에 저촉되지 않을까 조마조마합니다 (평양소주/52쪽)


+


《홀로 가는 맹인 악사》(최영철, 푸른숲, 1994)


정신없이 그녀를 사랑하였다

→ 헬렐레 그이를 사랑하였다

→ 허둥지둥 사랑하였다

19쪽


팔등신 머리 위로 점점이 비눗물이 튕겨온다

→ 매끈한 머리로 방울방울 비눗물이 튕겨온다

→ 잘빠진 머리로 띄엄띄엄 비눗물이 튕겨온다

22쪽


저촉되지 않을까

→ 어긋나지 않을까

→ 엇나가지 않을까

→ 틀리지 않을까

→ 걸리지 않을까

5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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