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해 깜깜해 비룡소 아기 그림책 5
하세가와 세스코 지음, 고향옥 옮김, 야규 겐이치로 그림 / 비룡소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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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2.5.

그림책시렁 1350


《깜깜해 깜깜해》

 하세가와 세스코 글

 야구 겐이치로 그림

 고향옥 옮김

 비룡소

 2013.2.13.



  밤빛은 까망이 아닌 밤빛입니다. 까망은 씨앗빛이라고 여길 만합니다. 얼핏 잠들거나 아무것도 없다고 느끼지만, 어느새 새길로 나아갈 숨결이 싹트면서 푸르게 퍼지는 밑동인 씨앗이요 검정·까망입니다. 밤빛은 깊바다를 닮습니다. 깊바다는 쪽빛으로 나타내고, 짙은 파랑이에요. 《깜깜해 깜깜해》는 밤에 불을 켜면서 바뀌는 결이 무엇일까 하고 들려줍니다. 깜깜하기에 다들 불을 켜는데, 깜깜하기에 깜깜하다고 느낄 뿐입니다. 깜깜해서 무섭거나 두렵다고 여기지 않아요. 시골에서도 서울에서도 같아요. 깜깜하기에 오히려 둘레를 밝게 알아봅니다. 깜깜하기에 별이 초롱초롱 뜹니다. 깜깜하기에 풀벌레 노랫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입니다. 깜깜하기에 마음 깊은 곳에서 샘솟는 소리를 한결 잘 듣습니다. ‘어둠·어둡다’하고 ‘어렵다’는 말밑이 같아요. 안 보인다고 여기는 마음과 할 만하지 않다고 여기는 마음은 나란합니다. 자, 둘레를 봐요. 어두운가요, 깜깜한가요? 어두우니 더 차근차근 걸으면 되고, 깜깜하니 더 밝게 마음을 일으키면 됩니다. 낮에는 낮을 누리고, 밤에는 밤을 누벼요. 낮이기에 해랑 동무하고, 밤이기에 별이랑 동무합니다. 밤낮이 갈마드는 하루를 곱게 누리면서 튼튼히 자랍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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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나무 언덕 농장의 동물 친구들
앨리스.마틴 프로벤슨 글.그림. 김서정 옮김 / 북뱅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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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1.29.

그림책시렁 1216


《단풍나무 언덕 농장의 동물 친구들》

 마틴 프로벤슨·앨리스 프로벤슨

 김서정 옮김

 북뱅크

 2015.11.30.



  그림책을 어린이부터 읽는 뜻을 곰곰이 생각할 노릇입니다. 어린이는 그저 그림을 봅니다. 그림책에 담는 글은 으레 어른이 읽어 줍니다. 어린이는 글그림을 나란히 읽기보다는, 그림으로 모든 줄거리를 훑고서, 이다음에는 이야기를 읽고, 이다음에는 삶을 느끼고, 이다음에는 사랑을 찾고, 이다음에는 꿈을 그립니다. 그림책은 한 벌 읽고 덮지 않습니다. 어린이는 그림책을 으레 온벌이나 즈믄벌을 되읽습니다. 이동안 어른은 “글씨를 온벌이나 즈믄벌쯤 다시 읊게 마련”이라, 그림책에 담는 글 한 줄을 함부로 안 넣어야 하는 줄 알아차립니다. 《단풍나무 언덕 농장의 동물 친구들》은 아름다운 그림책입니다. 프로벤슨 님이 여민 그림책은 1982년에 한글판으로 처음 나왔는데, 그무렵만 해도 우리나라 골골샅샅에 아직 시골다운 시골이 제법 넓었습니다. 그렇지만 1982년에도 2015년이나 2024년에도 오히려 시골에서 이 시골빛 그림책을 읽히는 일은 드물어요. 그림책 겉에 “뉴욕타임즈가 선정한 올해의 뛰어난 책”이라고 굵게 새겼는데, 이런 글이 아닌, “우리가 푸르게 사랑을 꿈꾸는 들숲밭” 같은 글씨를 새겨 보았다면 훨씬 나았으리라 봅니다. 온누리 어린이가 품을 들빛을 생각해 봐요. 어린이 곁에 설 어른을 헤아려 봐요.


1974년

#MartinProvensen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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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책방
전다정 지음, 전자명 그림 / 학교앞거북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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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1.29.

그림책시렁 1348


《마녀책방》

 전다정 글

 전자명 그림

 학교앞거북이

 2022.10.12.



  이름을 스스로 짓지 않을 적에는 잘못 읽거나 보거나 느끼거나 받아들이기 일쑤입니다. 이름을 스스로 짓기에 제대로 읽고 찬찬히 보고 가만히 느끼고 곰곰이 받아들입니다. 이름은 섣불리 안 지어요. 이름은 함부로 안 짓습니다. 이름을 짓기까지 두고두고 지켜봅니다. 이름을 지으려고 오래오래 살펴봅니다. 이름을 지을 때까지 언제나 사랑으로 즐겁게 마주합니다. 《마녀책방》은 ‘ㅁㄴ’으로 남은 글씨가 붙은 책집을 둘러싼 하루를 들려줍니다. ‘ㅁㄴ’은 ‘마녀’나 ‘모녀’로 읽을 수 있고, ‘미녀’나 ‘미남’으로 읽을 수 있어요. 우리말로 보자면 ‘막내’나 ‘못내’나 ‘물님’처럼 헤아려도 어울립니다. ‘무늬’나 ‘모난’으로 읽어도 재미있어요. 바람을 읽기에 바람님이고, 숲을 알기에 숲님입니다. 들을 헤아려 들님이고, 사랑을 그리는 사랑님입니다. 얼핏설핏 그냥그냥 쓰는 낱말에는 아무런 마음이 깃들지 않아요. 우리가 오늘 쓰고 나누는 말은 어떤 이름으로 이어갈는지 돌아볼 노릇입니다. 글 한 줄을 읽건, 책 한 자락을 장만하건, 말 한 마디하고 이름 하나에 담는 숨결을 곰곰이 짚을 적에라야, 비로소 눈을 밝게 뜨고서 서로서로 이웃으로 지냅니다.


ㅅㄴㄹ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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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코끼리야 - 제4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우수상 웅진 당신의 그림책 7
고혜진 지음 / 웅진주니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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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1.29.

그림책시렁 1349


《나는 코끼리야》

 고혜진

 웅진주니어

 2022.12.23.



  우리나라에는 코끼리가 살지 않습니다. 따뜻하기 그지없어 푸나무가 우거지면서 숲이 드넓은 고장에서 살아가는 코끼리예요. 숲이 깊은 곳에는 냇물이나 샘물도 곳곳에 있어요. 아름숲은 코끼리떼가 깃들 뿐 아니라 범이며 삯이며 여우도 깃들 만합니다. 숲이 아름드리로 뻗기에 사람도 기스락이나 한켠에서 살림을 지을 만하지요. 《나는 코끼리야》는 코끼리가 코끼리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들려줍니다. 사람이 사람이라면, 우리가 저마다 다 다르면서 같은 숨빛을 품은 넋이라면, 코끼리는 코끼리로서 하루를 느긋이 지을 만합니다. 푸른별에서 코끼리가 시달리는 까닭은 오롯이 하나입니다. 바로, 사람빛을 스스로 팽개친 사람 탓입니다. 사람이 왜 사람빛을 잃었느냐 하면, 사람끼리도 서로 사랑하지 않거든요. 사람끼리 서로 겨루고 다투고 싸우고 밟아요. 사람끼리 서로 가르고 쪼개고 손가락질하고 미워해요. 겉으로 드러나는 크기나 몸집이나 몸매나 얼굴로 가르는 굴레라면, 사람부터 시달립니다. 시달리는 사람은 저보다 여리다고 여기는 이웃 숨빛을 괴롭히고 밟게 마련입니다. 사람이 사람빛을 잃은 까닭은 아주 쉽게 알 수 있어요. 사람들은 숲을 등지고 시골을 멀리하면서 서울에서 살거든요. 이 뿌리부터 볼 때라야 빛을 틔웁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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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문자 - 설형 문자에서 이모티콘까지 지양청소년 과학.인문 시리즈 1
비탈리 콘스탄티노프 지음, 이미화 옮김 / 지양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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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1.24.

그림책시렁 1164


《세계의 문자, 설형 문자에서 이모티콘까지》

 비탈리 콘스탄티노프

 이미화 옮김

 지양사

 2020.11.25.



  글을 알지 않더라도 누구나 살림을 지은 나날입니다. 말을 할 수 있으면, 글이 있을 까닭은 없거든요. 말을 옮기는 글이니, 말에 마음을 담으면 글에도 마음이 흐릅니다만, 오늘날 숱한 글에는 마음이 없기 일쑤이더군요. 또는 억누르거나 따돌리거나 내치는 마음이 그득한 글이 넘칩니다. 갈수록 글모름이는 살기 어려운 터전으로 바뀌는데, 서로 사랑을 나누려는 마음이 옅은 탓이지 싶습니다. 시골에서도 서울에서도 글줄을 못 읽는 사람을 안 헤아리는 일이 늘어납니다. 《세계의 문자, 설형 문자에서 이모티콘까지》를 읽습니다. 도톰한 그림책이 들려주는 줄거리를 엿보아도 알 텐데, 모든 글은 처음부터 우두머리가 선보입니다. 수수한 사람이 선보인 글은 없습니다. 어버이는 아이한테 말에 사랑이라는 마음을 담아서 물려주니, 아이는 어버이한테서 삶과 살림과 숲을 사랑말로 받아서 익혀요. 이와 달리 푸른별 뭇나라 글씨는 우두머리가 온통 짓누르고 휘어잡고 부리려는 뜻에서 폈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판박이나 굴레를 떨치고서 “누구나 글”로 바꾸어 냅니다만, 그야말로 오래도록 “그들끼리 글”이었어요. 우리나라가 쓰는 글도 ‘한글’이란 이름을 얻은 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우리글’이었습니다.


ㅅㄴㄹ


#EsStehtGeschrieben


《세계의 문자, 설형 문자에서 이모티콘까지》(비탈리 콘스탄티노프/이미화 옮김, 지양사, 2020)


지금은 기록 문화가 없던 민족들까지 서로 소식을 주고받는다

→ 이제는 남긴 글이 없던 겨레까지 서로 말을 주고받는다

→ 오늘날은 글살림이 없던 겨레까지 서로 이야기를 편다

10쪽


매년 새로운 버전이 나온다

→ 해마다 새판이 나온다

11쪽


증국 정부는 2236자의 한자에 대해 간소한 한자를 도입했다

→ 중국은 한자 2236글씨를 간추렸다

→ 중국은 한자 2236글씨를 단출히 쓴다

27쪽


그러나 지금도 중국인들은 곳곳에서 원래의 한자를 사용한다

→ 그러나 요새도 중국사람은 곳곳에서 예전 한자를 쓴다

27쪽


일본어 음절문자를 정리하였다

→ 일본 낱내글씨를 추슬렀다

→ 일본 낱내글을 갈무리하였다

28쪽


넌 성스러운 문자를 잘못 읽는구나

→ 넌 거룩한 글씨를 잘못 읽는구나

4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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