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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와 나 - 세상에서 가장 큰 나무 루나와 숲을 지켜 낸 소녀의 우정 이야기 세상을 바꾼 소녀 1
제니 수 코스테키-쇼 지음, 김희정 옮김 / 청어람미디어(청어람아이)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743



나무와 숲을 돌보는 나무순이

― 루나와 나

 제니 수 코스테키-쇼 글·그림

 김희정 옮김

 청어람아이 펴냄, 2017.5.27. 12000원



  즈믄 해라는 나날을 살아온 나무한테 다가가서 몸을 가만히 대면서 안아 보았나요? 즈믄 해라는 나날을 살아낸 나무한테 귀를 살며시 대면서 나무줄기를 타고 흐르는 숨결을 들어 보았나요? 즈믄 해라는 나날을 살아가는 나무한테 가벼이 말을 여쭈고는 이 나무를 타고 올라가 보았나요?


  어느 고장에서는 즈믄살배기 나무 둘레에 울타리를 치는 바람에 가까이 다가가서 나무가 베푸는 숨소리를 느끼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어느 고장에서는 즈믄살배기 나무에 아무런 울타리를 안 치기에 품에 안아 보기도 하고 귀를 대며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꼭 즈믄살배기가 아니어도 어른 여러 사람이 두 팔을 벌려도 껴안을 수 없을 만큼 오랜 나날을 살아온 굵직한 나무가 있어요. 이런 나무한테 다가가 본다면, 이런 나무 밑에 서 본다면, 이런 나무가 떨군 가랑잎을 주워 본다면, 우리 삶을 새롭게 바라보는 하루가 될 만하지 싶습니다.



새로운 마을에 도착하면 줄리아는

언제나 종종걸음으로 가까운 숲을 향했어.

숲 여기저기를 탐험하려고 말이야.


숲에서 만나는 동물들에게 마음속 이야기를 속삭이면

동물들은 곧 줄리아와 친구가 되었어.

한번은 나비 한 마리가 줄리아 손끝에 내려앉아

온종일 떠나지 않았어. (4∼5쪽)



  제니 수 코스테키-쇼 님이 빚은 그림책 《루나와 나》(청어람아이,2017)를 읽으면서 즈믄살배기 나무를 비롯한 수많은 아름드리나무를 떠올려 봅니다. 이 지구별에서 사람들한테 푸른 숨뿐 아니라 숱한 기쁨을 베푸는 온갖 나무를 그려 봅니다.


  우리 곁에는 나무가 있어서 우리는 저마다 즐겁게 살림을 지을 수 있습니다. 나무를 베어 집을 지어요. 나무를 베어 연장을 깎아요. 나무를 베어 배를 뭇고, 나무를 베어 책걸상을 짜지요. 나무를 베어 땔감으로 삼고, 나무를 베어 연필이랑 종이를 얻을 뿐 아니라, 책을 묶어요. 나무를 베어 그릇을 삼고, 나무를 베어 수저로 삼지요.


  그림책 《루나와 나》는 우리가 나무를 여러모로 베어서 쓸 수밖에 없는 터전이기는 하지만, 이 나무를 너무 마구 베면서 숲을 무너뜨리는 모습을 짚습니다. 아무리 우리가 나무를 많이 써야 하더라도 무턱대고 베기만 하면, 숲을 아주 망가뜨리듯이 베기만 한다면 정작 우리 삶에 도움이 안 될 수 있다는 대목을 건드려요.



(삼나무) 루나는 속으로 생각했어.

‘나무타기를 좋아하니?

한 번만 해 보렴.

오, 제발!’


루나의

마음속 소리를 들은

버터플라이(줄리아)는

기뻐서 크게 외쳤어.

“좋아, 내가 갈게!” (10∼11쪽)



  나무하고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아이들이 있어요. 이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도 나무하고 이야기를 주고받아요. 이 아이들은 나무 한 그루를 지키는 길을 걸을 뿐 아니라, 우리 삶자리에 숲이 알맞으면서 아름답게 있도록 가꿀 줄 알아야 한다는 대목을 들려줄 수 있어요.


  나무하고뿐 아니라 돌이나 바위하고도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들이 있어요. 구름이나 빗물하고도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들이 있어요. 나비랑 벌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들이 있어요. 풀벌레랑 고래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들이 있어요.


  가만히 헤아려 봅니다. 나무하고 이야기를 나눌 줄 아는 아이들은 이웃한테 따사로이 마음을 나눌 줄 압니다. 구름이나 빗물하고 이야기를 나눌 줄 아는 아이들은 아프거나 어려운 이웃하고 손을 맞잡거나 어깨동무를 할 줄 압니다.


  우리는 어쩌면 풀벌레하고 속삭일 줄 모르는 탓에 이웃이 고달파도 등을 돌리지는 않을까요? 우리는 어쩌면 고래하고 노래할 줄 모르는 탓에 이웃이 괴로워도 제대로 손을 안 뻗지는 않을까요?



버터플라이는

신발을 벗어던지고

루나를 꾸미는 데

꼬박 하루를 보냈어.

포근한 진짜 집이 되게 말이야.


아침마다 버터플라이는 루나 머리 꼭대기에 맨발로 올라갔어.

거미처럼 착착 감기는 발걸음으로

키 큰 루나를 맘껏 오르락내리락했지. (25∼26쪽)



  그림책 《루나와 나》는 ‘줄리아 버터플라이 힐’이라는 사람이 이태 즈음 나무에 오두막을 짓고 살면서 아름드리나무하고 아름드리숲을 지켜내는 길을 이룬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우람한 나무에 오두막을 지었던 사람은 나무가 들려주는 목소리를 들었어요. 나무가 가르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어요. 나무가 수없는 나날을 살아오며 곁에 둔 뭇목숨하고 어우러지는 숲이 무엇인가 하고 알려주는 말을 곰곰이 되새겼어요.


  우리는 책을 읽어서 배우기도 하지만, 나무 곁에 서서 나무한테서 배울 수도 있어요. 우리는 학교를 다니며 배우기도 하지만, 숲에 깃들면서 숲이 베푸는 배움을 맞아들일 수도 있어요.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새롭게 배울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작은 들꽃이나 들풀한테서도 삶을 배울 수 있습니다. 제비나 참새나 딱새한테서도 배울 수 있고, 물까치나 직박구리한테서도 배울 수 있어요. 모시나 고들빼기한테서도 배울 수 있고, 거미나 사마귀한테서도 배울 수 있어요. 마음을 열기에 비로소 숲노래를 들어요. 마음을 활짝 열기에 참말로 숲바람을 마셔요.



버터플라이 마음으로 루나의 목소리가 들려왔어

‘네가 강해지고

태양을 향해 뻗어나갈수록

바람결 따라 몸을 맡기는 지혜를 잊지 마렴.

그리고 빗속에서

네가 꿈꾸고 춤출 때

나도 너와 함께할 거야,

바로 이 자리에서.’ (36쪽)



  예부터 한겨레는 나무로 집을 지었어요. 예부터 나무로 집을 짓던 한겨레는 삼백 해를 묵은 나무를 베어 집을 지으면, 이 나무를 벤 곳에 나무를 새로 심어서 삼백 해 동안 고이 자라도록 했어요. 마을에는 숲정이가 늘 푸르게 일렁이도록 돌보았어요. 멧자락에는 짙은 숲을 이루도록 보살폈어요.


  나무를 베는 만큼 나무가 새로 자라도록 헤아리던 옛사람이에요. 이와 달리 오늘날에는 나무가 새로 자라는 길을 좀처럼 헤아리지 않는 몸짓이에요. 나무를 너무 많이 베거나 뽑으면서 도시를 늘리고 공장하고 고속도로하고 골프장하고 큰 경기장을 짓는 바람에, 막상 이 나라에서 숲이 숲답기 어려워요. 아주 많은 나무를 다른 나라에서 사다가 써야 해요.


  나무를 베더라도 숲을 돌보는 길을 걸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나무를 베는 만큼 숲을 더욱 아끼는 마음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루나와 나》에 나오는 ‘줄리아 버터플라이 힐’은 나비가 손끝에 내려앉아서 떠나지 않을 만큼 숲사람으로 지냈기에 나비(버터플라이)라는 이름이 붙었대요. 서울에서 태어나서 자라는 아이도, 시골에서 태어나서 자라는 아이도, 나비순이나 나비돌이가 될 수 있기를 바라요. 나무순이나 나무돌이가 될 수 있기를 바라요. 나무하고 어깨동무하면서 이웃을 사랑하는 아이들이 늘어나기를 바라요. 2017.6.19.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 붙임 . 이 그림책에는 "나무 위에" 집을 지었다고 여러 차례 나오지만, "나무 위"가 아니라 "나무에" 집을 지었다고 해야 올바릅니다. "나무 위"는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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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설계도 - 어른들을 위한 영국의 동화
로버트 헌터 지음, 맹슬기 옮김 / 에디시옹 장물랭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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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742


괘종시계 안쪽에 숨겨진 이야기
― 하루의 설계도
 로버트 헌터 글·그림
 맹슬기 옮김
 에디시옹 장물랭 펴냄, 2017.3.14. 16000원


  아이들이 아침에 일어날 적마다 하루를 어떻게 열면 즐거울까 하고 이야기해 줍니다. 아이들은 이 말을 차근차근 듣고서 하나씩 펼치기도 하지만, 어제 못 다한 놀이를 아침부터 이으려고 하기도 합니다.

  차근차근 하루를 열든 어제하고 똑같은 몸짓으로 되풀이하든 대수롭지는 않다고 느껴요. 다만 아무리 어제 하던 놀이가 재미있었다 하더라도 아침을 차분하게 맞이하면서 열 적에 더 느긋하면서 즐겁게 새로운 놀이를 짓는다고 느낍니다. 어제 못 다한 놀이부터 아침에 붙잡을 적에는 어쩐지 골을 부리는 몸짓이 되는구나 싶어요. 이는 어른도 아이하고 매한가지가 되고요.

  로버트 헌터 님이 빚은 그림책 《하루의 설계도》(에디시옹 장물랭,2017)를 읽습니다. 이 그림책은 어린이가 읽기에는 퍽 어려울 만합니다. 숨은 뜻도 있고 숨긴 뜻도 있어요. 어린이라고 해서 글쓴이가 숨긴 뜻을 못 읽을 까닭은 없어요. 수수께끼 놀이를 하듯이 차근차근 풀어낼 수 있겠지요. 그러나 이 그림책은 어린이보다 어른 눈결에 맞추었구나 싶어요. 어른 스스로 우리 삶을 조금 더 깊은 곳에서 느긋하게 바라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구나 싶습니다. 어른부터 우리 삶터를 조금 더 너른 자리에서 가만히 되새기기를 바라는 뜻을 담았구나 싶고요.


그러던 어느 날, 꼼짝도 하지 않던 아홉 형제에게 움직임이 일어났다. 그들은 우주의 먼지를 이용해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아홉 형제에게는 주위 물질을 끌어당기고 재구성하는 능력이 있었다. 그들은 이 능력을 이용해 저마다의 안식처를 빚었다. (3쪽)


  그림책 《하루의 설계도》 첫머리에는 아홉 형제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아홉 형제는 해를 둘러싼 별누리를 빗댑니다. 이 우주에서 해를 둘러싸고서 아홉 별이 어떻게 태어났을까 하는 생각을 그린이 나름대로 꿈을 꾸면서 그림으로 담았다고 할 만해요.

  우리는 과학 지식이 있어도 해나 지구나 수성이나 명왕성 같은 별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똑똑하게 알지는 못해요. 어림으로 헤아릴 뿐, 막상 지구나 수성이나 명왕성이 태어날 적에 이를 코앞에서 지켜보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또 해가 태어나는 모습도 코앞에서 지켜보지 않았을 테고요.

  그렇지만 해나 지구나 뭇별이 태어난 모습을 꿈속에서는 그릴 수 있어요. 별이 처음 태어난 모습을 꿈으로 그려 볼 만하고, 이렇게 그린 이야기를 조곤조곤 책 하나로 엮을 만합니다.

  그렇다면 《하루의 설계도》는 왜 ‘하루 설계도’일까요?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는 할아버지 댁에 머물면서 할아버지 방에 몰래 들어가서 설계도로구나 싶은 그림을 봅니다. 그러나 이 그림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아내지는 못해요. 어딘가 아리송한 그림이지요. 알 듯하면서 알 수 없고, 그렇다고 영 모른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그림입니다.


저는 수영에 빠져 살았습니다. 틈만 나면 강습도 받으러 다녔죠. 그런데 한번은 요상한 수업을 했어요. 잠옷을 입고 수영장 바닥에 떨어뜨린 고무 벽돌을 가져오라는 거였죠. ‘잠옷을 입고 수영할 일이 있을까?’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번거롭기까지 하잖아요. (14쪽)


  할아버지는 아이한테 숨긴 이야기가 있대요. 할아버지는 아이한테 이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으려다가 아이 스스로 이 숨긴 이야기를 알아내려 할 즈음 비로소 오랫동안 숨긴 채 이어온 이야기를 들려주어요. 오래오래 이어온 이야기라고 하니, 어쩌면 아이가 어느 만큼 자란 뒤에 들려주려 했을 수 있어요. 어쩌면 아이가 이렇게 스스로 수수께끼를 궁금해 하면서 온몸으로 뛰어들어 알아내려고 할 적에 ‘때가 되었네’ 하고 느끼며 털어놓으려 했을 수 있고요.

  믿거나 말거나일 수 있는데, 할아버지는 땅밑에 커다란 방을 숨겨 놓았고, 이 커다란 방에는 커다란 얼굴이 있다지요. 게다가 이 커다란 얼굴은 지구를 이 우주에 빚은 얼굴이라지요.

  할아버지가 처음부터 이런 이야기를 아이한테 들려주었다면 아이는 깔깔깔 웃으면서 거짓말이라고 했지 싶어요. 아이가 할아버지 몰래 괘종시계 안쪽으로 난 숨겨진 길을 따라 땅밑으로 들어가서 커다란 얼굴을 스스로 보고 말을 걸었기 때문에, 할아버지로서는 그동안 숨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어요.

  그나저나 그림책 《하루의 설계도》는 왜 ‘하루 설계도’일까요?

  할아버지는 먼 옛날부터 집안에서 이어온 대로 하루 흐름을 맞추어 움직이며 땅밑에 있는 커다란 얼굴을 묶어 두었다고 해요. 지구를 처음 지은 힘이지만 지구를 무너뜨릴 수도 있는 힘이 있다고 여겨서 묶어 두었대요. 아이는 아이를 둘러싼 여러 터전을 처음에는 싱거운 듯이 바라보았지만, 커다란 얼굴을 만나고, 큰물이 마을을 뒤덮은 일을 치르는 동안, 조금씩 ‘하루 짓기’를 생각합니다. 틀에 박힌 채 돌아가는 하루는 아니되, 스스로 어떤 삶을 짓고 어떤 생각을 가꾸는 나날을 보내야 할까 하고 되새겨요.


그 방은 할아버지가 절대로 들어가지 못하게 했던 곳이었어요. 작업실이네요. 뭐 재미난 게 있나 살피던 중에 설계도 비스름한 종이를 찾았습니다. (21쪽)


  아이는 자라서 어른이 됩니다. 어른은 아이와 함께 자라다가 조용히 몸을 내려놓고 이승을 떠납니다. 어른은 이승을 떠나기 앞서 아이한테 모든 슬기와 사랑을 물려주려고 합니다. 아이는 어른 곁에서 보살핌을 받으면서 자라는 동안 어른한테서 숱한 슬기와 사랑을 보고 배우고 듣고 물려받아요.

  하루 짓기란, 하루 설계도란, 바로 날마다 우리 어른들하고 아이들 사이에서 오가는 이야기요 살림이지 싶습니다. 때로는 즐거우면서 넉넉하게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때로는 골을 내거나 딱딱하거나 따분하게 하루를 흘려 보낼 수 있습니다.

  하루를 짓기에 하루가 아름다울 수 있어요. 하루를 짓지 않기에 하루가 뜻없이 지나갈 수 있어요. 우리가 가볍게 스치면서 지나간다고도 할 텐데, 처음 이 지구를 지은 마음이나 처음 이 우주를 지은 마음이란, 어쩌면 마음에 꿈을 그린 몸짓은 아니었을까요? 새로운 것을 생각하면서 먼지를 그러모아 지구를 빚었다는 이야기처럼, 우리도 아침저녁으로 새로운 길을 생각하면서 작은 마음을 그러모을 적에 하루를 삶을 살림을 사랑을 고요히 지을 만하지 싶습니다. 2017.6.17.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 이 글에 붙인 그림은 에디시옹 장물랭 출판사에 말씀을 여쭈어서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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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장미 피리 부는 카멜레온 108
린다 래빈 로딩 글, 앨리슨 제이 그림, 글맛 옮김 / 키즈엠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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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741


선물로 주는 사랑은 같아요
― 노란 장미
 린다 래빈 로딩 글
 엘리슨 제이 그림
 글맛 옮김
 키즈엠 펴냄, 2013.5.3. 11000원


  생일은 한 해에 한 번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생일잔치를 한 해에 한 번 치르곤 합니다. 생일을 맞이해서 선물을 줄 적에 “축하해요”라든지 “사랑해요” 같은 말을 해요. 한 해 가운데 생일인 날이 하루라면, 생일이 아닌 날은 삼백예순나흘이 되겠지요.

  자, 그러면 한번 생각해 볼까요. 생일인 날에만 “축하해요”라든지 “사랑해요” 같은 말을 하면 즐거울까요? 생일인 날이 아니라면 “축하해요”라든지 “사랑해요” 같은 말을 안 해도 될까요?

  사랑을 속삭이는 사람들이 둘이 처음 만난 날을 되새기곤 합니다. 때로는 만난 지 100일이라든지 만난 지 1000일을 되새기기도 해요. 그리고 만난 지 열흘이나 만난 지 보름을 되새길 수 있어요.

  한번 생각해 보기로 해요. 사랑을 속삭이는 사람들은 어느 하루만 되새기면 될까요? 사랑을 속삭이는 사람들은 처음 만난 날을 비롯해서 100일이나 1000일뿐 아니라, 만난 지 이틀이나 사흘이나 나흘도, 99일이나 98일이나 101일이나 102일도 모두 이 삶에 꼭 하루만 있는 뜻깊은 날이지는 않을까요? 우리는 모든 날을 기쁨으로 기리면서 “축하해요”라든지 “사랑해요” 같은 말을 주고받을 만하지 않을까요?


‘엄마가 정말 좋아하실 거야!’ 오스카는 동전 한 닢을 주고 노란 장미를 샀어요. (5쪽)


  그림책 《노란 장미》(키즈엠,2013)를 읽으면서 선물과 생일과 기쁨을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이 그림책 줄거리를 살피다 보면, 노란 장미 한 송이가 돌고 돌아서 아이 손에 다시 찾아온 이야기로 여길 수 있습니다. 아이가 마냥 착해서 이웃 어른이 아이한테 바라는 대로 모두 들어주었다고 여길 수 있어요.

  이 그림책 흐름을 가만히 살핀다면, 이를테면 아이가 곰곰이 생각해 보는 대목을 찬찬히 짚는다면, 사뭇 다르구나 싶은 이야기를 엿볼 수 있습니다. 아이는 둘레 어른들이 아이한테 무엇을 바랄 적마다 생각에 잠겨요. 바로 어른들 바람을 들어주지 않습니다. 아이는 아이 어머니가 무엇을 좋아하는가를 생각해 본다면, 아이 어머니가 노란 장미뿐 아니라 그림도 노래도 책도 좋아하는 줄 알기에, 둘레 어른들이 아이한테 아이 것하고 바꾸자고 하는 것을 스스럼없이 바꾸어 주기로 해요.


“음, 좋아요! 그 붓으로 엄마에게 드릴 그림을 그려야겠어요. 엄마가 아주 좋아하실 거예요.” 오스카는 노란 장미와 붓을 바꾸었어요. (8쪽)

“음, 좋아요! 엄마는 음악을 아주 좋아하세요!” 오스카는 붓과 악보를 바꾸었어요. (11쪽)


  아이는 욕심을 품지 않습니다. 아이는 꿈을 품습니다. 욕심하고 꿈은 사뭇 달라요. 욕심을 안 품기에 착하다고 볼 만한데, 이러한 숨결은 착한 모습에 몇 가지가 더 있어요. 먼저 참답습니다. 참다운 마음으로 어머니를 사랑하는 몸짓이 되어 선물을 살펴요. 그리고 고운 마음으로 어머니를 사랑하는 웃음짓이 되어 선물을 고르지요.

  아이는 아무것하고나 제 것을 바꾸지 않습니다. 언제나 어머니 마음을 생각하고, 또 어머니한테 선물을 하려는 아이 속마음을 생각한답니다. 스스로 생각해서 스스로 꿈을 지펴요. 스스로 생각하고 다시 생각해 보면서 스스로 가려는 길을 씩씩하면서 즐겁게 가요.


“음, 좋아요. 엄마는 책을 좋아하세요!” 오스카는 악보와 책을 바꾸었어요. (15쪽)


  그림책 《노란 장미》는 고빗사위에 이릅니다. 이제껏 어른들하고는 어른이 가진 것하고 아이가 가진 것을 바꾸었어요. 그런데 고빗사위에 이르자, 아이는 다른 아이한테 제가 가진 것을 고스란히 주면서 빈손이 되어야 해요. 다른 아이는 이 아이한테 줄 만한 것이 없어요. 어머니한테 기쁜 마음을 선물하려던 아이는 빈손이 되면서 몹시 슬퍼요.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지요.

  바로 이때 두 아이 사이에서 깜짝 놀랄 만한 일이 벌어집니다. 어머니한테 기쁜 마음을 선물하려던 아이가 맨 처음에 꿈으로 그리던 대로 모두 바뀌거든요. 더군다나 이 아이가 하루 내내 수많은 어른들하고 마주치면서 바꾸고 바꾼 것들이 저마다 다른 자리로 가는 듯했으나 모두 제자리로 갔을 뿐 아니라 마을 곳곳에 즐거운 숨결을 불어넣은 몸짓이 되었어요.


엄마는 문 앞에 서서 오스카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오스카는 달려가 엄마를 힘껏 껴안았어요. “엄마, 생일 축하해요!” (28쪽)


  그림책 《노란 장미》 마지막을 보면, 문 앞에서 아이를 기다리는 어머니가 나옵니다. 어머니는 아이를 믿으면서 기다려요. 어머니는 틀림없이 마을을 누비며 아이가 왜 이리 늦나 하고 걱정할 수 있습니다만, 아이가 반드시 집에 잘 들어오리라고, 저녁에 너무 늦지 않게 돌아오리라 하고 생각하는구나 싶습니다.

  여기에서 한 가지를 더 헤아려 보기로 해요. 아이 어머니는 아이한테서 무엇을 선물로 받고 싶은 마음일까요? 아이 어머니는 아이가 어머니한테 무엇을 선물해 주면 기쁠까요?

  돈? 노란 장미? 그림? 노래? 책? 사탕? 다른 멋진 물건? …… 아이 어머니는 아이한테서 오직 한 가지만 바랍니다. 삶을 기쁘게 짓는 따사로운 사랑으로 하루를 누리는 마음을 바라요. 아이가 무엇을 손에 쥐어 선물하든 어머니로서는 아이가 이러한 것을 고르고 찾고 살피면서 설레던 마음을 읽지 싶어요. 아이는 아이대로 어머니한테서 이처럼 사랑이라는 마음을 물려받기에 어머니를 한껏 껴안을 수 있을 테고요.

  생일에는 생일이기에 축하하면서 사랑한다고 말해요. 다른 날에는 다른 날대로 서로 축하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아침저녁을 먹어요. 여느 날에는 여느 날대로 즐겁게 하루를 열고 닫으며 사랑을 꽃피우는 마음이 되지요.

  선물로 주는 사랑은 같아요. 사랑이기 때문에 선물이 될 수 있어요. 선물로 나누는 기쁨은 같아요. 사랑이기 때문에 날마다 활짝 웃으며 곱게 어우러질 수 있어요. 2017.6.12.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그림책 읽는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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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2017-06-14 10:54   좋아요 0 | URL
글을 마무리 할 때, ‘달.ㅅㄴㄹ‘이 무슨 뜻인지 궁금해요?

다섯 2017-06-14 11:14   좋아요 0 | URL
제 나름대로 곰곰이 들여다보고 헤아려보았습니다. ‘달‘은 저녁이나 한밤중인 것 같구요, ‘ㅅㄴㄹ‘는 숲노래를 말하는 것 같네요. 그러면 숲노래는 서재지기의 호 같은건가요?

숲노래 2017-06-14 21:23   좋아요 0 | URL
‘ㅅㄴㄹ‘은 ‘숲노래‘가 맞아요.
이는 제가 저한테 붙여 준 이름입니다.
호가 아닌 그냥 제 이름이에요.

‘달‘은 한 주 가운데 월요일을 가리키는 낱말입니다.
요일에 담긴 뜻을 헤아려 보려고
그처럼 한국말로 옮겨서 적어 보았어요 ^^

다섯 2017-06-15 06:05   좋아요 0 | URL
감사헙니다 ^^
 
엄마의 선물 상수리 그림책방 4
김윤정 글.그림 / 상수리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740



손으로 들려주는 사랑스러운 말
― 엄마의 선물
 김윤정 글·그림
 상수리 펴냄, 2016.3.25. 28000원


  아침부터 저녁까지 기운차게 뛰놀던 아이가 곯아떨어집니다. 곯아떨어지는 아이는 마루에서고 마당에서고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버스에서도 기차에서도 아랑곳하지 않아요. 몸에 기운이 다 빠진 아이는 어디에서나 그대로 곯아떨어져요. 누가 업어 가도 모를 만큼 잠든 아이는 걱정이나 두려움이 없습니다. 어머니나 아버지가 저를 고이 품어서 잠자리에 살며시 눕혀 주리라 믿습니다. 어머니를 믿고 아버지를 기대기에, 아이는 언제 어디에서나 씩씩하게 뛰놀고 나서 스스럼없이 곯아떨어져요.

  아이는 곯아떨어지고 난 뒤에는 꿈나라에서 날아오르면서 놉니다. 눈을 뜬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 땅을 박차며 뛰어논다면, 잠이 들어 꿈나라로 가면 ‘날개 없이도 나는 신나는 놀이’를 누려요. 이때에 어머니나 아버지가 아이 이마를 쓸어넘기거나 가슴을 살살 토닥여 주면, 아이는 한결 느긋하면서 넉넉하게 꿈나라를 누비고, 밤새 고이 잠을 자고 나서 아침에 새로운 기운이 솟아 번쩍 눈을 뜨지요.


엄마는 말했죠.
다른 사람에게 손가락질하면,
언젠가는 너에게 돌아온단다. (2∼6쪽)


  김윤정 님이 빚은 그림책 《엄마의 선물》(상수리,2016)은 어머니가 아이한테 ‘손’하고 ‘말’로 들려주는 사랑을 속삭입니다. 이 그림책은 ‘어머니’만 말하는 얼거리로 흐르지만, ‘아버지’도 얼마든지 손이랑 말로 아이한테 선물을 해요. 아이를 사랑하는 어버이는 어머니뿐 아니라 아버지도 함께이니까요.

  어머니하고 아버지는 서로 사랑으로 만나서 아이를 낳아요. 사랑으로 태어난 아이는 어머니한테서 사랑을 받고 싶으며, 아버지한테서도 사랑을 받고 싶어요. 두 어버이 사랑을 고루 받으면서 새롭게 피어나는 숨결로 어여쁜 사람으로 자라고 싶어요.


이겼다고 기뻐하거나 졌다고 슬퍼하지 말아라.
이기고 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단다. (11∼14쪽)

비 맞을까 두려워 너의 길을 멈추지 마.
너에게는 커다란 우산이 있잖니. (15∼18쪽)


  남한테 손가락질을 하면 나한테 손가락질이 돌아온다지요? 남한테 웃음꽃을 건네면 나한테 무엇이 돌아올까요? 남한테 노래주머니를 건네면 나한테 무엇이 돌아올까요? 남한테 이야기꽃을 내밀면 나한테 무엇이 돌아올까요? 남한테 기쁨주머니를 건네면 나한테 무엇이 돌아올까요?

  다만 ‘내가 무엇을 받기를 바라는 뜻’이기에 남한테 무엇을 주지 않아요. 나 스스로 기쁘며 아름답게 피어나는 길이기에 둘레에 마음껏 나눌 수 있어요. 어버이는 아이한테서 사랑을 돌려받으려고 사랑을 주지 않아요. 어버이는 아이가 그저 아이로서 애틋하며 반갑고 기쁘기에 온사랑을 고이 물려줍니다. 아이는 어버이가 그저 좋으며 살갑고 흐뭇하기에 온마음을 담아 웃음을 터뜨립니다.


힘이 들면 가만히 손을 내밀어 보렴.
나는 항상 너의 곁에 있단다. (23∼26쪽)


  그림책 《엄마의 선물》은 짤막한 몇 마디하고 단출한 그림 몇 점으로 엮습니다. 그런데 이 그림이 서로 겹쳐요. 속이 비치는 얇은 종이가 사이사이 깃들어요. 처음에는 ‘고요한 모습 하나’가 있는데, ‘속이 비치는 얇은 종이’를 넘기면, ‘저쪽에 있던 손 그림’이 이쪽으로 넘어와서 새 이야기를 빚어냅니다.

  내가 남한테 손가락질을 하거나 주먹질을 할 적에, 이 손가락질이나 주먹질이 나한테 고스란히 돌아오는 모습을 ‘속이 비치는 얇은 종이’ 하나로 새삼스레 보여주어요. ‘비추어 보여준다’고 할 만합니다.

  맑은 샘물을 들여다보듯이 ‘비추어 보여준다’고 할 수 있어요. 우리 마음이 저마다 맑은 샘물이니, 이 맑은 샘물 같은 우리 마음을 스스로 바라보면서 곱게 가꾸자는 뜻을 읽을 수 있다고 할 만해요.

  어머니랑 아버지는 두 손을 가슴에 모아 따스한 기운을 담습니다. 이 따스한 기운을 아이한테 펼쳐서 아이가 비를 그을 수 있는 지붕을 빚어요. 이 따스한 기운을 아이한테 뻗어서 아이 등에 날개를 달아 주지요. 아이는 걱정이 아닌 꿈을 품고서 제 길을 씩씩하게 걸어요. 아이는 두려움이 아닌 사랑을 받고서 제 길을 힘차게 나아가요.

  가만히 돌아보아요. 어버이나 어른인 우리는 모두 어린이였어요. 어버이나 어른인 우리는 모두 어릴 적에 ‘우리 어버이’한테서 기쁜 사랑을 넉넉히 받으면서 느긋하고 신나게 새로운 길을 걸어올 수 있었어요. 우리는 우리 어버이한테서 받은 사랑을 우리 아이들한테 물려줍니다. 우리 아이들은 차츰차츰 슬기롭게 자라면서 저희가 받은 사랑을 앞으로 새로운 아이들한테 물려줄 수 있습니다.

  선물 하나는 오래오래 흐릅니다. 어머니 손을 거치고 아버지 손을 타면서 사랑은 새롭게 자랍니다. 아이는 사랑을 먹으면서 큽니다. 어버이는 사랑을 주면서 자랍니다. 아이도 크고 어른도 자라요. 아이도 자라고 어른도 크지요. 우리는 몸만 크지 않고 마음도 커요. 주고 또 주어도 다시 샘솟는 사랑이요, 나누고 또 나누어도 새롭게 나눌 수 있는 사랑입니다.

  손으로 들려주는 따스한 사랑을 생각합니다. 곯아떨어진 아이를 어루만지는 어버이 사랑을 생각합니다. 아침저녁으로 밥을 기쁘게 지어 나누는 어버이 사랑을 헤아립니다. 함께 살림을 가꾸고 세간을 돌보는 어버이 사랑을 되새깁니다. 2017.6.2.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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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꼬마 산타클로스
헨리케 빌존 그림, 아누 슈토너 글, 이현정 옮김 / 달리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739



함께 즐거운 길은 다른 곳에도 있어

― 땅꼬마 산타클로스

 아누 슈토너 글

 헨리케 빌존 그림

 이현정 옮김

 달리 펴냄, 2002.12.10.



  살면서 쓴맛을 보는 때가 곧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은 다 되는데 나만 안 된다고 할 적에 쓴맛을 보아요. 다른 사람한테는 다 자리를 내주면서 나한테만 자리를 못 내준다고 할 적에 쓴맛을 봅니다.

  어른 사회를 돌아보면, 가방끈이 짧아서 안 된다고 손사래치는 일이 있습니다. 옷차림이 후줄근해서 안 된다고 손사래치는 일이 있어요. 돈이나 자가용이 없어서 안 된다고 손사래치는 일도 있지요. 더욱이 키나 몸매나 얼굴 생김새를 따지면서 안 된다고 손사래치는 일까지 있습니다. 요사이는 비정규직이라서 안 된다거나 이주노동자라서 안 된다고 하는 금긋기도 있고요.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금긋기는 아이들한테도 이어져요. 아이들은 서로 사이좋게 어우러지거나 놀면 즐거울 텐데, ‘우리 집 아파트 평수’라든지 ‘우리 집 자가용 크기’ 따위를 동무들하고 견주면서 자랑하거나 으스대곤 해요. 어우러짐이나 나눔이나 어깨동무가 아닌 금긋기를 어른 사회에서 지켜보고 이를 흉내내는 아이들은, 나중에 ‘어른하고 엇비슷한 사회’를 더 단단히 하는 길을 걷기 마련입니다.



땅꼬마 산타는 언제나 가장 먼저 너른 숲에 가서 크리스마트리로 쓸 아기 소나무를 구해 왔어요. 언제나 가장 먼저 썰매를 손질하고, 장화를 반짝반짝 닦아 놓고, 외투를 말끔하게 털어 놓았지요. (2쪽)



  그림책 《땅꼬마 산타클로스》(달리,2002)를 조용히 읽습니다. 언제나 바지런하고 언제나 솜씨가 좋으며 언제나 착한 ‘땅꼬마 산타클로스’예요. 그런데 해마다 성탄절이 다가오면 ‘대장 산타클로스’는 ‘땅꼬마 산타클로스’만 쏙 빼놓은 채 지구별 모든 아이들을 찾아간다고 해요. ‘다른 여느 산타클로스’는 ‘엇비슷한 키에 몸집’이라고 합니다. 오직 ‘땅꼬마 산타클로스’만 키도 몸집도 작대요.


  산타클로스 나라에서도 이렇게 금긋기를 하면서 따돌림을 할까요? 저는 산타클로스 나라에 가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또렷이 알 길은 없습니다. 산타클로스 나라에까지 따돌림이나 금긋기가 있다면, 키나 몸집을 놓고서 ‘다른 여느’ 산타클로스가 ‘땅꼬마’ 산타클로스를 놀린다면, 아아 대단히 슬프겠구나 싶습니다.



땅꼬마 산타는 아이들에게 자기가 직접 만든 선물을 주고 싶었어요. 땅꼬마 산타는 장난감이라면 뭐든지 만들 수 있었지요. (4쪽)



  어느 모로 본다면 ‘사람 사회’에서 따돌림이나 금긋기가 있기 때문에 ‘산타 사회’에서도 따돌림이나 금긋기가 있을 수 있어요. 우리들 사람 스스로 아름다운 어우러짐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산타 사회에서도 아름다운 어우러짐은 못 나타날 수 있어요.



땅꼬마인 게 이렇게 좋을 수가! 땅꼬마 산타는 동물 친구들이 조금도 눈치 채지 못하게 살금살금 다가갈 수 있었어요. 동물 친구들은 한자리에 모여 있었지요. 다람쥐, 토끼, 곰, 노루, 생쥐 ……. “정말 나빠, 산타클로스는 사람들은 찾아가면서 우리한테는 오지도 않아.” (15∼16쪽)



  온누리 아이들한테 선물을 갖다 주는 일을 할 수 없는 땅꼬마 산타클로스는 슬플 수밖에 없습니다. 아프고 괴롭기까지 할 테고요. 참말로 땅꼬마 산타클로스는 주눅이 들고 슬픔에 잠겨서 마구 부아가 나면서 거친 말이 나올 듯합니다. 그런데 바로 이때에 ‘땅꼬마’이기 때문에 ‘숲속 작은 짐승’ 목소리를 들었고, 숲속 작은 짐승들 사이에 살그마니 스며들어요. 이 자리에서 땅꼬마 산타클로스는 ‘선물을 받으며 기뻐할 아이’는 ‘사람 아이’뿐 아니라 ‘짐승 아이’도 있는 줄 깨닫습니다. 굳이 모든 산타가 ‘사람 아이’한테만 선물을 챙겨 주어야 하지 않는다고 깨달아요. 모든 어린 것들한테 너른 사랑을 베풀 수 있는 기쁜 일이 있는데, 이를 여태껏 땅꼬마 산타를 비롯해서 대장 산타까지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고 쳐다보지 못한 줄 깨달아요.


  자, 이제 땅꼬마 산타는 무엇을 할까요? 땅꼬마 산타는 푸념이나 투덜거리는 일만 할까요? 아니면 땅꼬마 산타는 새로운 길을 갈까요? 땅꼬마 산타 마음속에 기쁨이 일어나게 북돋우는 힘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어느 길을 걸을 적에 기쁠까요? 우리는 어느 길을 걸으면서 활짝 웃는 아름다운 하루를 지을까요? 2017.5.31.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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