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이 땅 아이 웅진 우리그림책 3
최숙희 지음 / 웅진주니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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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시렁 62


《하늘 아이 땅 아이》

 최숙희

 웅진주니어

 2008.4.5.



  우리 삶은 무엇으로 이룰까 하는 생각은 어린이도 어른도 합니다. 어른은 머리를 짜내면서 삶바탕을 생각한다면, 어린이는 마음을 기울여 삶바탕을 헤아리거나 느끼지 싶어요. 해도 별도 꽃도 풀도 나무도 흙도 돌도 바람도 물도 어디에서 비롯하여 우리 몸을 이루고 우리 삶과 넋이 되는가 하고 곰곰이 살피지요. 가만히 보면 글씨 하나로 적으며 소리값도 단출한 낱말인 ‘해·비·별·물·땅’은 온누리를 돌아보는 수수께끼일 수 있어요. 이를 잘 다루거나 파헤친다면 뜻밖에 무척 쉽게 실마리를 얻을 만합니다. 《하늘 아이 땅 아이》는 한자 몇 가지를 바탕으로 우리 삶을 이루는 여러 길을 살피는 그림책이라고 할 만합니다. ‘어른이 보기에’ 퍽 쉬운 한자를 몇 가지 늘어놓고서 이를 그림을 곁들여서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있지요, 어린이한테는 쉽거나 어려운 한자가 없습니다. 모두 똑같이 낯선 바깥글이에요. 이와 달리 ‘해’나 ‘하늘’이나 ‘땅’이나 ‘나무’는 무척 쉬우면서 살갑고 반가운데다가 포근한 삶말이자 삶글입니다. 이 그림책이 덜떨어지거나 아쉽지는 않습니다. 다만 구태여 ‘하늘’이나 ‘땅’을 한자를 바탕으로 알려주어야 할는지 아리송해요. 알려주려면 온누리 온갖 글씨를 다 모아서 보여주는 길이 훨씬 좋을 테지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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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요정들의 세상 나들이 World Classics (책찌) 2
시빌 폰 올페즈 지음, 신현승 옮김 / 책찌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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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시렁 60


《뿌리 요정들의 세상 나들이》

 시빌 폰 올페즈

 신현승 옮김

 책찌

 2017.3.20.



  겨울이 한고비에 이르면 들풀은 하나같이 납작 엎드릴 뿐 아니라 뿌리를 빼놓고 모조리 시들기 마련입니다. 겨울에 살짝 내미는 포근한 햇볕을 받으면서 고개를 내밀려던 민들레는 찬바람에 다시 흐물흐물합니다. 언제쯤 따스한 바람으로 바뀌려나 하고 기다립니다. 사람도 풀도 나무도 풀벌레도 새도 짐승도 다 같이 새봄을 기다려요. 《뿌리 요정들의 세상 나들이》는 새봄을 기다리는 ‘뿌리깨비’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겨우내 깊이 잠든 뿌리깨비는 새봄을 맞이한 뒤부터 즐기고 싶은 놀이랑 일을 마음으로 그린다고 해요. 새봄이 되어 ‘어머니 땅’이 하나하나 깨우면 저마다 겨우내 그리던 푸나무를 찾아가서 톡톡 잠을 깨우고, 푸나무 곁에서 잠든 뭇목숨도 하나둘 깨운다고 해요. 상냥한 이야기를 따라가노라면 우리 삶이랑 봄겨울 이야기가 맞물리지 싶어요. 밤낮이 얽힌 수수께끼도 뿌리깨비 살림살이에서 엿볼 만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옮김말 하나는 참 아쉽습니다. 어린이가 읽기에 알맞지 않고, 한국 말씨답지도 않아요. 새봄을 맞이하는 말씨로 다시 가다듬을 수 있다면, 여름을 노래하고 가을을 춤추는 기쁜 숨결을 담아내는 말씨로 새로 손볼 수 있다면 반갑겠습니다. 우리가 쓰는 모든 말에는 하루를 고이 가꾸고 싶은 꿈이 깃듭니다. 서로 나누는 말 한 마디에는 생각을 빛내는 사랑이 서립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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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도둑을 찾아라 비룡소의 그림동화 195
아서 가이서트 지음, 이수명 옮김 / 비룡소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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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시렁 61


《그림 도둑을 찾아라》

 아서 가이서트

 이수명 옮김

 비룡소

 2008.3.21.



  아이들을 가만히 지켜봅니다. 한두 살 무렵에는 동그라미나 세모나 네모 그리기조차 벅차 했으나, 차츰 나무도 꽃도 새도 즐겨그립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좋아하는 살림이 달라, 어느 아이는 숲을 즐겨그린다면, 어느 아이는 자동차를 즐겨그립니다. 숲이 즐거운 아이한테 자동차는 그리기 어려울 수 있지만, 그리다 보면 어느새 잘 그려요. 자동차를 즐겨그리는 아이도 매한가지예요. 못 그린다고 여기면 내내 못 그리지만 티없는 마음이 되어 붓을 쥐면 어느새 새롭고 아기자기하게 그림꽃을 피워요. 《그림 도둑을 찾아라》는 온갖 옛살림이랑 그림을 그러모은 곳에 그림을 그리러 간 아이가 겪은 일을 들려줍니다. 아이는 제 삶터에에서도 그림감을 찾고, 살림숲집에 찾아가 옛사람 그림을 가만히 옮겨그리기도 좋아합니다. 어느 날 너구리를 그리다가, 또 여러 옛그림을 따라서 그리다가 문득 아리송하다고 깨달아요. 누가 이 그림을 오려서 훔쳤잖아? 어른들은 처음에 못 알아챕니다. 더욱이 아이가 하나하나 짚어서 알려주어도 못 깨닫습니다. 한참 들여다보고 생각한 끝에 비로소 고개를 끄덕여요. 이른바 ‘전문가’인 어른은 왜 못 알아챘을까요? 그림을 훔친 쪽은 바로 ‘전문가 어른’ 눈을 속일 만큼 꾀를 썼을 테니까요. 티없는 마음으로 즐겁게 그림을 그리는 아이 눈까지 속일 수 없겠지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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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에쿠니 가오리 지음, 마츠다 나나코 그림, 임경선 옮김 / 미디어창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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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시렁 59


《나비》

 에쿠니 가오리 글

 마츠다 나나코 그림

 임경선 옮김

 창비

 2018.7.10.



  우리 집 아이들은 학원에 시달리지 않으니 학원에 시달리는 아이가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 모릅니다. 제가 중·고등학교를 다닐 무렵을 떠올리면서 어림할 뿐입니다. 시골에서도 서울하고 비슷하게 교실 건물에서만 지낸다면, 운동장으로 나오더라도 손전화만 들여다본다면, 읍내 언저리를 맴돌고 군것질을 하다가 집으로 들어가서 텔레비전을 켠다면, 아마 이 아이들은 너른 들이나 숲에서 팔랑거리는 나비를 만날 일이 드물지 싶어요. 밭도 논도 모르는 아이들한테 나비란 그림책이나 만화책이나 동시집에 나오는 먼 나라 이야기일 수 있어요. 《나비》에 나오는 나비는 마음껏 어디로든 날아다닙니다. 언제나 새로운 모습을 바라보고 느끼고 배우면서 날갯짓을 합니다. 갖은 빛깔을 만나고, 낮하고 밤을 보냅니다. 밝은 햇빛도, 어둡지만 환한 별빛도 마주해요. 마치 아이들은 이렇게 놀아야 아이답다고 속삭이는 듯합니다. 그런데 옮김말은 영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림책을 한국말로 옮기는데 “얇은 두 장의 날개, 가녀린 두 개의 더듬이, 심장이 쉴 새 없이 콩닥콩닥 뛰고 있는 몸, 이건 한 마리의 나비(2쪽)” 같은 말씨는 뭘까요? “얇은 날개 둘, 가녀린 더듬이 둘, 심장이 쉴 새 없이 콩닥콩닥 뛰는 몸, 여기 나비 한 마리”로 바로잡아야지요. 그림책 아닌 어른책도 옮김말을 제대로 가다듬을 노릇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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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행복 - 행복은 언제나 마음속에, 싱가폴 국립예술 위원회 공모전 수상작 걸음동무 그림책 23
이셴 췍 글, 그레이스 주안 잉 그림, 임은경 옮김 / 걸음동무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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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시렁 58


《영원한 행복》

 이센 췍 글

 그레이스 주안 잉그림

 임은정 옮김

 걸음동무

 2013.9.6.



  오늘 나는 이 기쁨을 누리면서 너한테 마음을 띄웁니다. 눈으로 볼 수 없는 이 마음은 언제나 마음으로만 볼 수 있습니다. 생각해 봐요. 기쁘다는 마음을 눈에 보이는 것으로 나타낼 수 있을까요? 기쁜 사랑이나 꿈을 눈에 보이도록 그릴 수 있을까요? 사랑하는 사이라면 손에 쥐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품는 숨결을 나누리라 느껴요. 내가 기쁘기에 너한테 기쁨을 띄우고, 네가 기뻐서 나한테 기쁨을 보내요. 우리는 기쁨으로 어깨동무하는 사이입니다. 《영원한 행복》은 아이가 어떻게 기쁨을 느끼면서 마음에 씨앗으로 심을 만한가를 찬찬히 밝히려 합니다. 눈에 뻔히 보이는 것으로는 오래갈 수 없는 줄 느끼는 아이예요. 눈에 뻔히 보이는 자리가 아닌, 앞으로 한결같이 이어갈 만한 삶하고 살림을 알고 싶은 아이입니다. 눈을 감고도 알 수 있기를, 가만히 마음으로 느끼면서 맞아들일 수 있는 기쁜 사랑을 배우고 싶은 아이입니다. 아이는 어머니 품에서 자라며 기쁜 넋을 맞이합니다. 아이는 아버지 품에 깃들며 기쁜 얼을 가꿉니다. 아이는 동무하고 어울리다가, 여러 이웃을 만나다가, 돌을 손에 쥐다가, 햇볕하고 바람을 먹다가 문득 떠올립니다. 선물이란 이름으로 가져다주는 눈에 보이는 것은 기쁨이 아니라고, 우리가 마음으로 읽거나 느낄 줄 알기를 바라며 눈앞에 이런 모습을 내보일 뿐이라고.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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