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가 잠자나 아기 시 그림책
목일신 지음, 이준섭 그림 / 문학동네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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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52



노래가 태어나는 곳

― 누가 누가 잠자나

 목일신 시

 이준섭 그림

 문학동네 펴냄, 2003.11.25.



  목일신 님은 이녁 아이를 바라보면서 글을 짓습니다. 이녁 아이를 바라보면서 지은 글은 어느새 가락이 붙어 노래가 됩니다. 아마 처음 글을 쓸 적부터 입에서 흥얼흥얼 노랫가락이 흘렀으리라 생각합니다.


  목일신 님이 낳은 딸아이 목수정 님은 어릴 적에 어떤 노랫가락을 이녁 어버이한테서 들었을까 하고 곰곰이 헤아립니다. 늘 들었을 수 있고, 자주 들었을 수 있으며, 드문드문 들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얼마나 자주 들었거나 몇 차례 들었거나 하는 대목은 대수롭지 않습니다. 어버이가 들려주는 노랫가락을 들었다는 대목이 대수롭습니다. 사랑을 담아 따사롭게 들려준 노래를 듣고 자라는 아이는 가슴속에 사랑을 담아 따사로운 눈빛으로 온누리를 보듬습니다.


  내가 낳은 아이이기에 내 아이만 사랑하려고 노랫가락을 짓지 않습니다. 내 이웃이나 동무가 낳은 아이도 내가 낳은 아이하고 똑같습니다. 모두 사랑스럽습니다. 누구나 곱습니다. 누구나 착하고 누구나 애틋합니다. 그러니, 목일신 님이 이녁 아이를 바라보면서 쓴 글이란, 이 땅 모든 아이를 바라보면서 쓴 글이요, 지구별 모든 숨결을 바라보면서 쓴 글이에요.


  새근새근 잠들기를 바랍니다. 깊이 잘 자고 나서 아침에 다시금 씩씩하게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하루 내내 신나게 뛰놀고, 저녁에 꿈나라에서 다시 놀 수 있기를 바라요.


  모든 노래는 삶에서 태어납니다. 삶은 우리 생각에서 태어납니다. 우리 생각은 즐겁게 짓는 이야기에서 태어납니다. 이야기는 웃음에서 태어나고, 웃음은 사랑을 담은 손길로 즐겁게 꿈꿀 적에 태어납니다.



.. 산새들이 모여 앉아 꼬박꼬박 잠자지 ..





  가을비가 내리는 시월 끝자락입니다. 갑자기 늦가을 비가 내리니 집안에 서늘한 바람이 붑니다. 오슬오슬 쌀쌀한 기운이 감돌기에 조용히 잠자리에서 일어나 방바닥에 불을 넣습니다. 아침에 아이들과 먹을 밥을 헤아리며 쌀을 씻습니다. 엊저녁에 끓인 미역국을 살핍니다. 오늘은 아침에 어떤 밥을 지을까 하고 곰곰이 생각합니다. 일곱 살 큰아이는 아침마다 아버지한테 묻습니다. “오늘은 무슨 밥이야?”


  날마다 똑같은 밥은 없습니다. 날마다 새로운 밥입니다. 날마다 똑같은 놀이는 없습니다. 어제 한 놀이와 오늘 한 놀이는 다릅니다. 똑같다 싶은 놀이를 날마다 한다면, 날마다 하면서 놀이가 손과 몸에 익어 이튿날에는 훨씬 빠르면서 잰 몸놀림이나 손놀림을 보입니다.


  노래는 바로 오늘 우리가 선 이곳에서 태어납니다. 사랑을 생각하는 사람은 사랑을 노래합니다. 사랑 아닌 것을 생각하는 사람은 사랑 아닌 것을 노래합니다. 누군가는 기쁨을 노래할 수 있고, 누군가는 슬픔을 노래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아름다움을 노래할 수 있고, 누군가는 미움을 노래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농약이나 새마을운동을 노래할 수 있고, 누군가는 웃음과 춤사위를 노래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나비를 노래할 수 있고, 누군가는 살충제를 노래할 수 있습니다.


  목일신 님은 고흥에서 나고 자랐고, 목일신 님이 낳은 아이 목수정 님은 한국을 떠나 퍽 먼 나라에서 오랫동안 지냅니다. 그래도 목씨 집안 분들은 고흥에 많이 남습니다. 우리 식구가 읍내 마실을 하다가 택시를 불러 우리 집으로 돌아올 적에 부르는 택시는 목씨 집안 아재가 몹니다. 목씨 집안 아재는 이녁 집안 어른들이 예부터 곧고 바르며 옳게 살았던 이야기를 택시를 몰며 즐겁게 들려줍니다.


  우리 집 아이들은 나중에 커서 어떤 노래를 부를까 하고 생각합니다. 내가 오늘 사랑으로 지어서 부르는 노래를 들려줄 적에, 이 노랫가락 가운데 어느 한 타래가 살며시 스며들어, 아이들이 즐겁게 부르는 노래로 다시 태어나겠지요. 4347.10.3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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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달라 파랑새 그림책 73
이치카와 사토미 글.그림, 조민영 옮김 / 파랑새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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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51



사랑을 담아 살다

― 달라달라

 이치카와 사토미 글·그림

 조민영 옮김

 파랑새 펴냄, 2008.11.3.



  사랑을 담아 그림을 그리면 그림에 따사로운 사랑이 흐릅니다. 사랑을 담아 노래를 부르면 노래에 따사로운 사랑이 감돕니다. 참으로 그렇습니다. 사랑을 담아서 사는 사람한테는 언제나 따사로운 기운이 퍼집니다.


  남이 나한테 사랑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 스스로 사랑을 알지 못하면, 남이 나한테 아무리 사랑을 주더라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나 스스로 먼저 오롯이 사랑일 때에, 남이 주는 사랑도 받고 내가 나한테 주는 사랑을 느낍니다.



.. 우리 할아버지도 젊었을 적에는 달라달라를 몰았대요. “봐라, 쥐마. 할아비가 너 주려고 장난감 달라달라를 만들었지. 내가 몰던 것과 똑같이 생겼단다.” ..  (4쪽)





  이치카와 사토미 님이 빚은 그림책 《달라달라》(파랑새,2008)에 흐르는 사랑을 찬찬히 헤아립니다. 태평양 어느 섬마을에서 버스를 모는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둔 ‘쥐마’라는 아이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처럼 ‘달라달라를 모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런데, 쥐마네 할아버지는 쥐마더러 ‘좋은 일’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합니다. 쥐마네 할아버지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하는 ‘달라달라 버스 몰기’가 썩 ‘좋은 일’은 아니라고 여기는구나 싶습니다.


  그러면 좋은 일이란 무엇일까요. 어떤 일을 해야 좋은 삶이 될까요. 어떤 좋은 일로 좋은 삶을 가꾸어야 좋은 사랑이 피어날 만할까요.



.. 까마득히 펼쳐진 바다까지 왔어요. “저 앞을 봐라, 쥐마. 저게 인도양이란다.” “아빠, 왜 우리는 더 멀리까지 못 가요? 펠리컨들은 인도까지 갈 수 있는데.” ..  (12쪽)




  어린이 쥐마는 스스로 실타래를 풀어야 합니다. 쥐마한테 궁금한 대목은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풀어 줄 수 없습니다. 오직 어린이 쥐마 스스로 제 삶길을 열어서 씩씩하게 걸어가야 할 뿐입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쥐마를 다그치지 않습니다. 그저, 쥐마한테 나무 장난감을 깎아서 선물하고, 쥐마를 데리고 바다로 마실을 다닙니다. 어린이 쥐마는 나무 장난감을 만지면서 놀다가, 바닷가에서 드넓은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다가, 문득, 비로소, 시나브로, 환하게 한 가지를 깨닫습니다.





.. 그때 나는 할아버지가 기도할 때 했던 말이 무슨 뜻인지 문득 깨달았어요. “나한테 ‘좋은 직업’은 바로 이거예요! 나도 달라달라 운전사가 될 거예요. 내 달라달라는 하늘을 날 거예요!” ..  (25쪽)



  스스로 웃음을 찾을 때에 좋은 일입니다. 스스로 노래를 부를 때에 좋은 일입니다. 스스로 이야기를 지을 때에 좋은 일입니다. 스스로 사랑을 찾아 어깨동무할 이웃을 사귈 때에 좋은 일입니다.


  내 삶을 좋게 가꾸는 길은 아주 쉬워요. 스스로 좋은 마음이 되고, 좋은 생각을 가꾸면서, 좋은 눈빛으로 좋은 몸짓이 되면 되지요. 포근하면서 싱그러운 숨결이 흐르는 그림책 《달라달라》를 아이와 함께 읽습니다. 4347.10.2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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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돼지 웅진 세계그림책 8
헬렌 옥슨버리 글 그림, 김서정 옮김 / 웅진주니어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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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50



어디에서 무엇을 할까

― 행복한 돼지

 헬린 옥슨버리 글·그림

 김서정 옮김

 웅진닷컴 펴냄, 2001.10.25.



  아주 많은 사람들이 도시에서 삽니다. 도시에서 살 만하기에 도시에서 살 수 있습니다만,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 스스로 ‘도시가 살 만하다’고 느낄는지 아리송합니다. 왜냐하면, 도시에서 온갖 사건과 사고가 끝없이 터질 뿐 아니라, 갖가지 아프거나 슬픈 일이 자꾸자꾸 불거지기 때문입니다. 아주 많은 사람이 모인 도시에서 사람들이 서로 돕거나 아끼는 모습을 보기보다는, 서로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모습을 더 자주 마주하지 싶어요.


  더군다나, 도시에는 깨끗한 물이나 바람이 없습니다. 도시에는 싱그러운 숲이나 들이 없습니다. 도시에는 조용한 이야기나 포근한 볕이 없습니다. 눈부신 달과 별이 도시에 없고, 아름다운 구름과 무지개가 도시에 없어요.


  풀벌레 노랫소리나 개구리 노래잔치가 도시에 없습니다. 나비춤이나 잠자리춤이 도시에 없습니다. 제비 날갯짓이나 박쥐 밤노래가 도시에 없어요. 그야말로 도시에는 기계문명과 물질문명만 가득합니다.



.. 뒹굴뒹굴 서늘한 진흙탕도 있고, 예쁜 꽃 가득한 들판도 있고, 꾸벅꾸벅 낮잠 잘 잔디밭에다, 수군수군 얘깃거리 넘쳐나는데 ..  (5쪽)





  도시에는 대통령이 있습니다. 도시에는 국회의원이 많습니다. 도시에는 똑똑하다는 사람이 잔뜩 있습니다. 출판사와 책방과 극장과 갖가지 쇼핑센터가 도시에 줄줄이 있습니다. 도시에는 의사와 변호사가 많고, 도시에는 공무원도 교사도 교수도 많아요. 도시에는 인문학이 있으며, 도시에는 문화강좌와 대학교가 많습니다.


  그런데, 도시가 크면 클수록 군대도 큽니다. 도시가 크면 클수록 경찰이 늘어납니다. 도시가 크면 클수록 공장과 발전소가 커지고, 도시가 크면 클수록 고속도로와 시외버스가 늘어요.


  무슨 일을 해야 하기에 도시에는 이토록 많은 사람이 몰려야 할까요. 무슨 일이 보람이 있기에 도시에는 이다지 많은 사람이 북적거려야 할까요. 사람이 많으니 돈이 될 일도 많은 셈인가요. 돈이 될 일이 많으면 ‘살아가는 즐거움’이 큰가요. 돈이 될 만한 일을 붙잡아 사랑이나 꿈을 한껏 키울 수 있는가요.




.. 나가라고 소리치던 은행장은 상자를 보자 약삭빠른 여우처럼 눈을 반짝였어요. 브릭스가 진귀한 보물이 든 상자를 열자 은행장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죠 ..  (13쪽)

.


  헬린 옥슨버리 님이 빚은 그림책 《행복한 돼지》(웅진닷컴,2001)를 읽습니다. 이 그림책에는 돼지 두 마리가 나옵니다. 시골자락에서 숲을 누리면서 노니는 돼지인데, 이 돼지 두 마리는 시골살이가 아늑한 줄 알면서도 즐겁다고는 여기지 않습니다. 시골살이가 홀가분한 줄 알면서도 재미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시골 돼지 두 마리는 시골살이를 썩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루 빨리 도시로 떠나고 싶습니다.


  돼지 두 마리는 도시에 가고 싶지만, 도시로 가려면 있어야 할 돈이 없습니다. 돈이 없으니 손가락을 쪽쪽 빨면서 ‘어떻게 하면 돈이 생길까’ 하는 꿈을 꿉니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을 보면서도 돈 생각이요, 푸른 들과 싱그러운 바람을 쐬면서도 돈 노래입니다.


  오직 돈과 도시만 바라던 돼지 두 마리한테 어느 날 돈이 찾아옵니다. 참말 돼지 두 마리는 어마어마하다 싶을 큰 돈을 손에 쥡니다. 이제 뜻대로 도시에서 살 수 있겠구나 여기면서 시골을 박차고 떠납니다. 이제부터 멋진 도시살이가 펼쳐지리라 여기면서 잔뜩 멋을 부리고 값비싼 옷과 자동차와 집과 기계문명을 장만합니다.




.. 브릭스가 문을 열어 보니, 세상에, 이게 웬일! 새 요리 도구들도 덩달아 말썽인 거예요. 베르타는 훌쩍훌쩍, “정말 끔찍한 날이에요! 하루 종일 일하느라 놀 틈이 없었어요!” ..  (26∼27쪽)



  어린이와 함께 읽는 그림책 《행복한 돼지》는 어떻게 끝날까요? 시골을 떠나 도시에서 신나게 살아가는 돼지 이야기로 마무리를 지을까요? 시골을 떠나 도시로 간 ‘부자 돼지’가 다시 시골을 그리면서 도시를 박차고 떠나는 이야기로 마무리를 지을까요?


  아이들한테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즐거울까 궁금합니다. 아이들은 어떤 이야기를 들으면서 꿈과 사랑을 키울 만할까 궁금합니다.


  돈을 많이 벌도록 이끌면 아이들이 즐거울까요. 이름을 널리 떨치도록 가르치면 아이들이 아름다울까요. 권력을 거머쥐도록 부추기면 아이들이 사랑스러울까요.


  그림책 《행복한 돼지》를 장만해서 아이한테 읽힐 어버이는 아마 거의 모두 도시에서 살아가리라 봅니다. 시골에서 살며 이 그림책을 장만해서 아이한테 읽힐 어버이는 거의 없으리라 봅니다. 이 그림책을 읽은 아이들은 무엇을 느낄까요? 도시에서 태어나 자라는 도시 아이들은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시골살이’와 ‘도시살이’가 무엇이라고 느낄까요? 시골을 겪은 일이 없고, 시골을 제대로 본 일이 없으며, 도시에서도 학교와 학원과 집 울타리에 갇힌 채 시험공부만 하는 도시 아이들은 이 그림책을 어떤 마음밥으로 삼을 만할까요? 우리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 사람이며, 아이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 사람으로 자랄까요? 4347.10.2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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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와 염소 새끼 우리시 그림책 15
권정생 시, 김병하 그림 / 창비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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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49



사랑과 평화는 놀이터에서

― 강아지와 염소 새끼

 권정생 글

 김병하 그림

 창비 펴냄, 2014.9.26.



  우리 집에 셋째 아이가 찾아오겠구나 싶어,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한테는 곧 새로운 놀이동무요 짝꿍이 생기겠다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셋째 아이는 달을 채우지 않습니다. 두 달 만에 다른 곳으로 떠납니다.


  핏덩어리를 무화과나무 곁에 묻은 뒤 이틀째 되던 날, 두 아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면소재지로 마실을 가서 작은 케익을 하나 장만합니다. 네 살 둘째 아이는 자전거수레에서 새근새근 잠듭니다. 일곱 살 첫째 아이는 샛자전거에서 씩씩하게 집으로 돌아옵니다.


  집에 닿아 둘째 아이는 잠자리에 누여 낮잠을 재우고, 첫째 아이한테는 이른 저녁밥을 차려서 먹입니다. 그러고 나서 나는 몸을 씻습니다. 이윽고 첫째 아이는 밥그릇을 싹싹 비우는데, 이즈음 둘째 아이가 잠에서 깹니다. 둘째 아이한테도 밥을 차려 줍니다. 둘째 아이가 마지막 숟가락을 비운 모습을 보고는 케익을 꺼냅니다. 초를 하나만 세웁니다. 첫째 아이가 묻습니다. “누구 생일이야?” 누구 생일일까? 하나만 세운 촛불을 잘 바라보렴. 그러면, 우리 곁에 왔다가 살그마니 떠난 셋째 아이, 너희 동생이 보일 테니까.




.. “염소야 염소야 나랑 노자야.” ..  (2쪽)



  이튿날 아침, 미역국을 끓이고 밥을 차립니다. 핏기저귀를 빨고, 아이들 옷가지와 곁님 옷가지를 빨래합니다. 늦가을을 앞두고 햇볕이 따사로운 전남 고흥입니다. 다른 고장은 어떤 날씨일까요. 겨울이 곧 찾아올 듯한 매서운 추위일까요. 이곳 고흥 시골자락은 나락이 한결 굵고 야무지게 여물라는 햇볕이 따사로이 내리쬡니다.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는 서로 사이좋게 놀다가 툭탁거리다가 사이좋게 놀고는 또 툭탁거립니다. 첫째 아이가 마당으로 내려가서 똥을 눕니다. 둘째 아이는 누나가 똥을 누는 모습을 보더니 저도 똥을 누고 싶습니다. 첫째 아이 밑을 씻기고 오줌그릇을 비우니, 이내 둘째 아이도 오줌그릇에 앉아서 똥을 눕니다.


  아침을 배불리 먹고, 수박까지 먹은 두 아이는 시원스레 똥을 누었으니 뱃속이 개운하겠지요. 배가 부르면서 개운한 두 아이는 이제 다툼 없이 사이좋게 놉니다.





.. 살짝꽁 꾀보쟁이 강아지 날름 비키지 ..  (13쪽)



  그림책 《강아지와 염소 새끼》(창비,2014)를 읽습니다. 권정생 님이 쓴 시에 김병하 님이 그림을 그립니다. 권정생 님이 ‘가녀리며 착한 두 아이’, 강아지와 새끼 염소를 빌어 사이좋게 노는 삶을 동시로 그렸습니다. 이러한 동시를 김병하 님이 포근한 붓끝으로 살가이 이야기잔치를 벌입니다.



.. “엄마야! 강아진 귀를 오므리고 깨갱 깽 달아났다. 염소 새끼도 눈이 뗑굴 하늘을 쳐다봤다 ..  (32∼33쪽)





  정치와 사회와 문화가 다른 남녘과 북녘이지만, 두 나라는 한겨레이면서 이웃이요 동무입니다. 서로 군인이 총칼과 탱크와 미사일을 겨누며 맞서지만, 총칼을 손에 쥐어야 하는 젊은 사내는 모두 착한 아이들입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아름다운 손길로 서로 아끼고 사랑한 씨앗으로 태어난 착한 아이들입니다.


  한국과 일본도, 한국과 중국도, 한국과 러시아도, 한국과 미국도, 서로 아름다운 이웃이면서 동무입니다. 우리는 모두 지구별 이웃이면서 한집 살붙이입니다. 다투어야 할 일이 없고, 싸워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전쟁무기나 핵무기를 만들어서 ‘거짓스러운 평화’를 내세울 일이 없습니다. 전쟁무기나 핵무기를 만드느라 돈과 품을 들이지 말고, 푸르게 숲을 가꾸면서 아름답게 마을을 돌볼 노릇입니다.


  학교를 더 크게 세워야 하지 않습니다. 도시에서 온갖 공공기관이나 건물을 자꾸 올려야 하지 않습니다. 서로 이웃이 되면 넉넉합니다. 서로 동무로 지내면 즐겁습니다.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사이가 되면 노래가 피어납니다.


  대통령도 여느 마을사람이고, 시장과 군수도 여느 마을사람일 때에 정치가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교사가 이웃 아재요, 학교란 곳은 마을 놀이터이면서 쉼터이고 책터이자 만남터이고 이야기터일 때에 문화와 교육이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사랑과 평화는 하나입니다. 아이들이 즐겁게 노는 곳에서 사랑이 싹틉니다. 아이들이 개구지게 뛰놀 수 있는 곳에서 평화가 자랍니다. 바로 오늘 이곳에서 우리 모두 어깨동무를 하면서 웃고 노래할 수 있기를 바라요. 강아지와 새끼 염소처럼, 남녘과 북녘이 하나되는 동무로 활짝 웃으면서, 아이와 어른이 서로 돌보고 아끼면서, 노래잔치 꽃잔치 이야기잔치 함께 누리기를 바라요. 4347.10.2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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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도서관 국민서관 그림동화 161
가즈노 고하라 글.그림, 이수란 옮김 / 국민서관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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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48



도서관은 서로 즐겁게 노는 곳

― 한밤의 도서관

 가즈노 고하라 글·그림

 이수란 옮김

 국민서관 펴냄, 2014.8.26.



  도서관은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도서관은 즐겁게 노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책을 읽으면서 즐겁게 놀고, 누군가는 책으로 가득한 곳에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즐겁게 노는 곳이 도서관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누군가는 도서관 건물 둘레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어요.


  도서관은 책만 있는 곳이 아니라, 도서관으로 세운 곳으로 들어서는 길이 숲으로 우거지는 데여야지 싶습니다. 모든 책은 숲에서 온 줄 깨닫고, 도서관은 책만 있는 데가 아닌, 책이 태어나도록 이끈 나무와 풀이 함께 어우러진 곳으로 가꾸어야지 싶어요.



.. 도서관에는 꼬마 사서와 세 마리의 올빼미들이 함께 일하고 있었지요 ..  (4쪽)




  한국 사회에서 도서관은 ‘시험공부를 하는 곳’이거나 ‘책을 읽는 곳’이거나 ‘자료를 찾는 곳’에서 그칩니다. ‘즐겁게 노는 곳’이 되는 도서관은 아예 없거나 거의 없습니다. 뛰거나 달릴 수 있는 도서관이 없어요.


  아이들은 왜 뛰거나 달리고 싶을까요? 아이들은 뛰거나 달리면서 놀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하루 내내 뛰거나 달리면서 놀아도 새롭게 힘이 솟기 때문입니다.


  이 아이들을 다그쳐서 입을 다물거나 얌전히 있으라 할 수 없어요. 아이들은 신나게 뛰놀고 나서 땀을 식힐 적에 비로소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개구지게 뛰놀고 나서 다리를 쉴 적에 비로소 책을 손에 쥘 만합니다.



.. “읽고 있는 책이 너무 슬퍼요. 그래서 더 이상 읽을 수가 없어요.” 늑대 소녀가 울먹거리며 말했어요. “울지 마세요.” 꼬마 사서는 늑대 소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방으로 갔어요 ..  (15쪽)





  가즈노 고하라 님이 빚은 그림책 《한밤의 도서관》(국민서관,2014)을 읽습니다. 이 그림책은 어린이가 혼자서 꾸리는 ‘한밤 도서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밤 열 시부터 이튿날 새벽 다섯 시까지 문을 여는 도서관이라고 해요.


  아이는 밤 열 시부터 새벽 다섯 시까지 잠을 안 자면서 도서관지기를 할 수 있을까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신나게 뛰놀 아이가 밤에 잠을 안 자면서 도서관을 열 수 있을까요?


  그러나, 그림책에 나오는 어린이는 아주 맑은 얼굴과 몸짓으로 도서관을 꾸립니다. 책을 가지런히 놓고, 도서관 손님을 받습니다. ‘한밤 도서관’으로 찾아오는 손님은 모두 숲동무입니다. 숲에서 지내는 수많은 이웃들이 도서관으로 찾아옵니다.


  ‘한밤 도서관’에서는 모두 이웃이요 동무이자 손님입니다. 여우도 거북도 똑같은 이웃이요 동무입니다. 다람쥐와 올빼미도 서로 이웃이고 동무이면서 손님이에요.


  아이는 꿈나라에서 ‘도서관지기’가 되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는 참말 스스로 도서관을 꾸려서 밤에 살그마니 문을 열 수 있습니다. 아이가 한밤 도서관을 꾸리는 줄 아이 어머니나 아버지는 모를 수 있어요. 마을사람도 이웃집도 모를 수 있습니다.


  아이는 숲동무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주고받습니다. 아이가 들려주는 말을 숲동무가 알아듣습니다. 숲동무가 들려주는 말을 아이가 알아듣습니다. 아이는 밤새 숲동무한테 책을 빌려 주다가, 도서관 문을 닫을 새벽 다섯 시 즈음에는 도서관지기 노릇을 함께 맡은 올빼미를 옆에 앉히고는 그림책을 읽어 줍니다. 올빼미 세 마리는 도서관지기 어린이가 읽는 그림책을 가만히 들으면서 콜콜 잠듭니다.




.. 바로 올빼미들이 잠들기 전에 꼬마 사서가 읽어 주는 재미난 동화책이지요 ..  (25쪽)



  도서관은 즐겁게 노는 곳입니다. 도서관은 서로 즐겁게 놀면서 꿈을 키우는 곳입니다. 마음으로 놀고, 사랑으로 놉니다. 빙그레 웃으면서 놀고, 함께 노래를 부르면서 놉니다.


  도서관에서는 입을 다물어야 할까요? 아니에요. 도서관에서는 마음을 열면서 책을 만나면 됩니다. 도서관에서는 다소곳하게 걸어다녀야 할까요? 아니에요. 도서관에서는 씩씩하게 걷고 어깨를 활짝 펴고는 우리 마음밭에 심을 씨앗이 될 어여쁜 이야기를 찾아서 읽으면 됩니다. 4347.10.2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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