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짜기로 달리는 마음은
글을 쓰고, 살림을 꾸리고, 밥을 짓고, 도서관을 갈무리하고, 풀을 베고, 자전거를 몰아 면소재지 우체국을 다녀오고, 빨래를 하고, 바야흐로 멧길을 타고 골짜기를 다녀오자면 만만하지 않은 하루입니다. 그렇지만 으레 이 모두 찬찬히 해내면서 하루를 누립니다. 골짝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마당을 치우고 저녁을 짓고 아이들을 씻기고 이럭저럭 빨래를 걷어서 개면 어느새 두 팔도 두 손도 힘이 쪼옥 빠집니다. 아귀힘이 사라지고 다리힘도 없지요. 자리에 모로 누워서 한 손에 연필을 쥐고 책을 펼치려고 해도 한두 쪽을 넘기기가 어렵습니다. 나는 해가 떨어지고 나서 곧 곯아떨어져야겠다고 느끼지만 아이들은 낮잠도 없이 곯아떨어지지 않고 더 놀려 합니다. 참 기운 좋네, 참 씩씩하네, 참 멋지네, 하는 말도 나오지만, 얘들아 꿈을 꾸면서 몸을 쉬어 주지 않겠니, 하는 말이 잇따릅니다. 날마다 골짝마실을 하고 싶으나 날마다 하지는 못하고 이틀이나 사흘에 한 차례 하는데, 저녁에 기운이 다하며 쓰러져도 이튿날이 되면 조금씩 되살아나서 다시금 생각해요. ‘자, 이 가을에는 가을대로 신나는 숲을 누리는 골짝마실을 해 볼까?’ 하고요. 나도 아이들하고 함께 어린이다운 마음이 되어 골짝물놀이를 하고 싶어서 가파른 멧길을 땀흘리면서 자전거로 오릅니다. 2016.10.8.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