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서 기쁜 몸짓



  아이들하고 살며 새삼스레 생각해 보는 대목 가운데 하나를 꼽자면 바로 ‘놀면서 기쁜 몸짓’입니다. 아이들하고 한집살림을 하기 앞서는 그냥 ‘아이들은 마음껏 놀아야 한다’고만 여겼어요. 아이들하고 한집살림을 한 지 아홉 해를 보내면서 돌아보자면, 아이들은 ‘그냥 마음껏 놀기’를 넘어서 ‘놀면서 기쁜 몸짓’일 때라야 튼튼하고 아름답게 자라는구나 싶어요. 무슨 놀이를 하든 기쁜 웃음이 될 노릇이에요. 어디에서 놀이를 하든 밝게 노래하는 하루가 될 노릇이에요. 이는 어른한테도 똑같아요. 무슨 일을 하거나 어디에 있든 웃고 노래하는 살림을 지을 때에 나부터 씩씩하고 아름답게 꿈을 펼치는구나 싶어요. 2016.10.13.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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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짜기로 달리는 마음은



  글을 쓰고, 살림을 꾸리고, 밥을 짓고, 도서관을 갈무리하고, 풀을 베고, 자전거를 몰아 면소재지 우체국을 다녀오고, 빨래를 하고, 바야흐로 멧길을 타고 골짜기를 다녀오자면 만만하지 않은 하루입니다. 그렇지만 으레 이 모두 찬찬히 해내면서 하루를 누립니다. 골짝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마당을 치우고 저녁을 짓고 아이들을 씻기고 이럭저럭 빨래를 걷어서 개면 어느새 두 팔도 두 손도 힘이 쪼옥 빠집니다. 아귀힘이 사라지고 다리힘도 없지요. 자리에 모로 누워서 한 손에 연필을 쥐고 책을 펼치려고 해도 한두 쪽을 넘기기가 어렵습니다. 나는 해가 떨어지고 나서 곧 곯아떨어져야겠다고 느끼지만 아이들은 낮잠도 없이 곯아떨어지지 않고 더 놀려 합니다. 참 기운 좋네, 참 씩씩하네, 참 멋지네, 하는 말도 나오지만, 얘들아 꿈을 꾸면서 몸을 쉬어 주지 않겠니, 하는 말이 잇따릅니다. 날마다 골짝마실을 하고 싶으나 날마다 하지는 못하고 이틀이나 사흘에 한 차례 하는데, 저녁에 기운이 다하며 쓰러져도 이튿날이 되면 조금씩 되살아나서 다시금 생각해요. ‘자, 이 가을에는 가을대로 신나는 숲을 누리는 골짝마실을 해 볼까?’ 하고요. 나도 아이들하고 함께 어린이다운 마음이 되어 골짝물놀이를 하고 싶어서 가파른 멧길을 땀흘리면서 자전거로 오릅니다. 2016.10.8.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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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랑 우산



  비가 오는 날 우산을 쓰기만 해도 웃음이 나는 아이들입니다. ‘비가 올 뿐인데’라든지 ‘고작 우산을 쓸 뿐인데’ 하고 여긴다면 아이들 마음을 못 읽는 셈이기도 하고, 어른으로서도 삶이 재미없는 노릇이로구나 싶습니다. 왜냐하면, 비가 오는 날은 비가 와서 재미있고, 땡볕이 뜨거운 날은 땡볕이 뜨겁기에 재미있으며, 바람이 부는 날은 바람이 불어서 재미있어요. 비가 와서 우산을 쓸 수 있고, 우산을 쓰며 걸어다닐 수 있으니, 이 하나로도 얼마나 새로우면서 즐거울까요. 날마다 늘 새롭다고 여기면서 아침을 맞이할 수 있을 때에 어린이 마음이지 싶어요. 2016.10.7.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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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이 아주 좋아



  어디에서든 맨발로 놀고 싶은 아이들입니다. 시골에서뿐 아니라 가끔 도시로 마실을 가더라도, 아스팔트나 전철에서도 맨발로 뛰어다니면서 놀고 싶은 아이들입니다. 두 발로 튼튼하게 서고 두 다리로 씩씩하게 달리면서 웃고 싶은 아이들입니다. 얘들아, 너희 아버지도 어릴 적에 으레 맨발로 놀려고 했단다. 어디에서나. 언제나. 아마 너희 어머니도 똑같은 몸짓으로 놀았을걸. 우리는 맨손으로 모든 것을 짓고, 우리는 맨발로 어디이든 가며, 우리는 맨몸으로 온사랑을 길어올리거든. 2016.10.4.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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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홀가분하다고 느낀 빗길마실



  비가 오는 날 큰아이를 안거나 업으며 다녀야 하던 지난날을 떠올립니다. 큰아이가 훌쩍 자라서 내 손을 타지 않아도 혼자 우산을 받고 다닐 즈음 작은아이를 늘 안거나 업으며 다녀야 했어요. 이제는 두 아이 모두 내 손을 안 타더라도 한두 시간쯤 씩씩하게 빗길을 우산을 받으며 걸어다닐 수 있습니다. 큰아이 아홉 살, 작은아이 여섯 살, 이 나이에 홀가분한 빗길마실을 누립니다. 잘 자라는구나. 2016.10.1.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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