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설거지
어제 낮 네 시에 서울을 떠난 시외버스는 고흥에 저녁 여덟 시 십삼 분에 떨어졌고, 읍내에서 저녁 여덟 시 반 군내버스를 타고 우리 보금자리로 돌아오니 저녁 아홉 시입니다. 짐을 풀고, 선물을 나누고, 빨래할 옷을 챙기고, 몸을 씻으며 갈아입고, 느즈막히 저녁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이 지난 사흘 동안 재미나게 그리고 빚은 그림이랑 종이접기를 들여다보고 하니 벌써 밤 열한 시. 밤 설거지를 하려니 손이 벌벌 떨리네 하고 느꼈지만, 아주 천천히 밤 설거지를 하고는, 새로 마련한 크리스마스 물잔은 아침에 설거지를 하자고 미룹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물을 끓여 물잔을 소독하고는 남은 설거지를 마저 하고서, 파란 병에 물을 담아 햇볕 드는 평상에 내놓습니다. 싱그러운 물을 만질 수 있고, 고운 볕살을 누릴 수 있는, 이 보금자리가 더없이 사랑스럽게 하고 느낍니다. 바로 이 보금자리가 있기에 어디이든 가볍게 바깥일을 보러 다녀올 수 있구나 싶어요. 2016.12.11.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