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놀이



  어제 우체국에 들러 편지를 한 통 부치다가 두 아이한테 통장을 건네면서 “자, 저기에 가서 ‘받으셔요’ 하고 얘기해 봐.” 하고 얘기했습니다. 큰아이랑 작은아이가 저마다 저희 통장에 돈을 맡기는 일을 시켜 보았어요. 아이들은 통장에 돈을 맡기는 일이 무엇인지 잘 모릅니다. 요새는 누리은행(인터넷뱅킹)이라든지 손전화 기계로 돈을 주고받는 일이 흔하니, 예전처럼 은행놀이를 할 일이 거의 사라졌다고 할 수 있어요. 그래도 아이들이 앞으로 누리은행이나 손전화를 쓸 때까지 한참 남았을 테니, 우체국(은행)에 돈을 넣고 빼는 살림을 맛보도록 해 볼까 싶습니다. 우체국에 들를 적마다 오백 원이든 천 원이든 아이 스스로 맡기도록 해 보려 합니다. 2016.12.17.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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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손집하고 보금자리



  길손집에서 묵으며 여관하고 어떻게 다른가를 어젯밤에 곁님하고 얘기하다가 한 가지를 미처 나누지 못하고 곯아떨어졌습니다. 이 한 가지를 얘기하지 못했네 하는 생각이 들며 꿈나라를 헤매는데, 아닌 게 아니라 꿈에서까지 ‘아, 이 얘기를 했어야 하는데 못하고 자네’ 하는 생각을 꿈에서 누구한테 말하더군요. 꿈나라를 누비다가 허허 웃었습니다. 그러니까 자면서 웃었다는 뜻입니다. 길손집은 여러모로 좋은데 꼭 한 가지가 아주 아쉬웠어요. 한 방에 함께 묵거나 이웃 방에 묵는 이웃 길손이 내는 소리가 꽤 크게 들려요. 이러다 보니 길손집에서 움직일 적에 ‘집에서도 이렇게 하지만’ 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걸었고, 쉬거나 잘 적에 노랫소리를 켤 수 없어요. 서울에서 볼일을 보고 길손집에서 묵고 전철하고 시외버스를 타고 시내를 걷고 하는 내내 소리통을 귀에 꽂고 다니느라 귀가 얼얼했습니다. 시골 보금자리로 돌아와서는 집에서 마음껏 노래를 들을 수 있으니 매우 홀가분하면서 기뻐요. 괜히 보금자리가 아니에요. 2016.12.16.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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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시금치볶음



  어깨너머로 배웁니다. 요리책을 살피면서 배웁니다. 이웃 누리집을 둘러보면서 배웁니다. 어릴 적 어머니 손끝을 떠올리면서 배웁니다. 모처럼 아이들 할머니 집에 나들이를 가서 가만히 맛을 보며 배웁니다. 때때로 바깥밥을 먹을 적에 밥집 밑반찬을 오물오물 천천히 씹으며 배웁니다. 그리고 스스로 해 보면서 배웁니다. 스스로 지은 밑반찬을 집식구가 먹으며 어떠한 얼굴을 하는가를 살피면서 배웁니다. 나 스스로 내가 지은 밥을 먹으면서 곰곰이 되새깁니다. 아침 일찍 서울로 바깥일을 보러 길을 나가기 앞서 새우시금치볶음을 합니다. 시금치를 손질하고 당근을 먼저 썰어서 익힌 뒤에 양념을 하며 볶아서 그릇에 담기까지 이십오 분쯤 걸립니다. 얼마 안 걸렸어요. 이동안 빨래는 빨래기계가 해 주었고, 이틀 동안 세 사람이 이 밑반찬을 맛있게 먹을 수 있기를 비는 마음으로 홀가분하게 집을 나섰습니다. 2016.12.14.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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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설거지



  어제 낮 네 시에 서울을 떠난 시외버스는 고흥에 저녁 여덟 시 십삼 분에 떨어졌고, 읍내에서 저녁 여덟 시 반 군내버스를 타고 우리 보금자리로 돌아오니 저녁 아홉 시입니다. 짐을 풀고, 선물을 나누고, 빨래할 옷을 챙기고, 몸을 씻으며 갈아입고, 느즈막히 저녁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이 지난 사흘 동안 재미나게 그리고 빚은 그림이랑 종이접기를 들여다보고 하니 벌써 밤 열한 시. 밤 설거지를 하려니 손이 벌벌 떨리네 하고 느꼈지만, 아주 천천히 밤 설거지를 하고는, 새로 마련한 크리스마스 물잔은 아침에 설거지를 하자고 미룹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물을 끓여 물잔을 소독하고는 남은 설거지를 마저 하고서, 파란 병에 물을 담아 햇볕 드는 평상에 내놓습니다. 싱그러운 물을 만질 수 있고, 고운 볕살을 누릴 수 있는, 이 보금자리가 더없이 사랑스럽게 하고 느낍니다. 바로 이 보금자리가 있기에 어디이든 가볍게 바깥일을 보러 다녀올 수 있구나 싶어요. 2016.12.11.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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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도 못 보고 끓인 미역국



  요 이레쯤 잇몸이 갑자기 부어 밥을 씹을 수 없기에 얼추 이레 동안 밥을 끊고 물이랑 우유만 마셨습니다. 어제랑 그제는 라면을 끓여서 저녁에 한 끼만 먹었습니다. 한쪽 잇몸이 부으니 씹지도 먹지도 못한다고 새삼스레 느낍니다. 예전에도 이런 일을 겪었는데, 예전에 몇 번 겪고 나서도 이 아픔을 다시 끌어들였구나 하고 뉘우칩니다. 그런데 요 이레 동안 몸이 힘들거나 아프지 않았습니다. 그저 밥을 못 먹을 뿐입니다. 밥을 못 먹더라도 물하고 우유로, 또 소금하고 사탕수수로 얼마든지 기운을 얻을 수 있었고, 이러는 사이 몸이 제법 가벼워집니다. 이러면서도 날마다 아침저녁으로 밥을 짓는데, 어제는 미역국을 끓였습니다. 다만 미역국을 끓이면서 간을 못 봅니다. 잇몸이 부을 적에는 맛을 하나도 못 느끼더군요. 반찬을 해도 볶음밥을 해도 도무지 간을 알 길이 없습니다. 그저 어림으로 눈치로 간을 볼 뿐입니다. 오늘(12/7)이 내 생일이라는데, 내 생일이라며 곁님 동생이 케익(케익값)도 보내 주고, 아이들 큰아버지가 과자 상자도 보내 주고, 아이들 음성 할머니가 김치랑 여러 장아찌랑 콩까지 보내 주시는데, 나는 오로지 물하고 우유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곁님 동생, 그러니까 아이들로서는 이모가 “내일 아버지 생일이야” 하고 전화로 얘기하니, 큰아이가 쪼르르 달려와서 “내일 아버지 생일이래요!” 하고 말합니다. 그래서 나는 큰아이더러 “얘야, 날마다 아버지 생일이야. 너희들도 날마다 생일이야.” 하고 얘기해 줍니다. 우리는 아침마다 새로 태어나니(깨어나니) 날마다 생일인걸요. 미역국은 생일이기 때문에 끓이지 않습니다. 맛있으니까, 겨울에 따뜻한 국물을 먹이려고 끓여요. 2016.12.7.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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