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아버지, 사람들은 왜 겨울에만 크리스마스 나무를 세워?” 읍내마실을 하며 군청 앞을 지나가는데, 군청 앞에 선 제법 큰 크리스마스 나무를 본 큰아이가 묻습니다. “벼리야, 우리는 아침마다 새롭게 태어나는지 아니?” “응.” “우리가 아침마다 새롭게 태어나니까, 우리는 날마다 생일이야.” “응.” “생일이라는 날이 한 해에 딱 하루만 있지 않듯이, 우리한테는 날마다 크리스마스야.” “응.” “그런데 이를 모르는 어른들이 있어서, 크리스마스는 한 해에 꼭 하루라고만 생각하기도 해.” “그래서 겨울에만 크리스마스 나무를 세워?” “그래. 그렇다고 그 어른들이 잘못이지는 않아. 그냥 하루만 볼 뿐이야.” 2017.1.10.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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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쟁이



  밥상을 차려 아이들을 부릅니다. 아이들은 밥상맡에 앉아서 찐고구마랑 찐감자랑 찐달걀을 신나게 먹습니다. 작은아이한테 “젓가락으로 풀도 집어 먹고.” 하고 말하니, 작은아이는 “젓가락으로 풀도 집어 먹고.”를 따라합니다. “밥상맡에 얌전하게 앉고.” 하니 “밥상맡에 얌전학게 앉고.”를 따라해요. 옳거니, 그렇단 말이지? “아버지 사랑해.” 하니 “아버지 사랑해.” 하고 따라합니다. 따라쟁이 아이들은 따라하면서 하나씩 배우고, 어버이는 어버이대로 하나씩 가르칩니다. 2018.1.9.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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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뿌리조림을 마친 날



  큰 냄비 가득 연뿌리조림을 마친 날, 따뜻한 조림으로 밥을 맛나게 먹고서 밥상을 치우고 닦은 뒤에 그림책을 올려놓습니다. 재미있지? 재미있게 누리렴. 아직 따스한 기운이 남아서 뚜껑을 열고 식히는 연뿌리조림 곁에서 그림책 하나를 사이에 놓은 아이들을 바라보다가 슬그머니 옆방으로 갑니다. 조용히 눕습니다. 너희 아버지는 허리를 펴야겠어. 2017.1.9.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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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두 켤레



  두 아이 신 두 켤레를 빨기로 한다. 새해맞이로 빨래를 한다. 볕이 포근하고 날이 좋으며 바람까지 없어 신을 빨아서 말리기에 아주 좋다. 먼저 아침에 아이들 신을 그릇에 담가 이엠발효액을 풀어서 담가 놓았고, 아침을 먹고서 마을 어귀로 가서 빨래터에서 복복 비빈다. 어떻게 솔질을 하는가 보여준다. 아이들은 저마다 솔질을 해 보고 싶다. 신을 빨래하는 솔이 둘만 있는데, 둘을 더 장만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올해에는 아이들이 저희 신을 저희 스스로 빨래해서 신을 수 있을까. 2017.1.3.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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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 원 오른 달걀 한 판



  닭이 수천만 마리가 죽어 나간다는 이야기를 듣기 앞서 달걀 한 판을 사 놓았는데, 이 달걀 한 판을 보름 남짓 먹었어요. 네 식구가 달걀을 먹으면 한 끼에 넉 알을 써요. 그러니 보름 즈음 달걀을 거의 안 먹은 셈이에요. 국을 끓이며 가끔 달걀을 풀었어요. 이러다가 달걀찜을 할 뚝배기를 하나 새로 장만했어요. 뚝배기로 달걀찜을 하면 한결 맛나리라 여겼어요. 면소재지에 아이들하고 자전거를 달린 김에 가게에서 달걀 한 판을 사는데 8500원을 치러요. 지난달에 달걀 한 판을 살 적에는 5500원이었으니 삼천 원이 올랐네요. 달걀 한 판 값으로 갑자기 삼천 원이 뛴 셈이니 비싸다고 하면 비쌀 테지만, 달걀 한 판에 구천 원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리 비싸다고는 여기지 않아요. 닭이 우리한테 베푼 알을 돈이 아닌 고마운 숨결로 헤아린다면 진작에 이만 한 값으로 받아도 되었다고 느껴요. 어쩌면 우리는 그동안 달걀을 너무 값싸게 너무 많이 사다가 먹은 탓에 ‘공장 축산’이 되었고, 이 흐름이 하루아침에 크게 말썽이 되어 수천만 마리에 이르는 닭이 슬프게 죽음길로 가고야 말았지 싶어요. 더 많이 먹는 밥은 이제 멈추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즐겁고 알맞게 먹는 밥으로 거듭나야지 싶습니다. 2017.1.2.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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