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두 아이가 읍내에서 낮밥을 먹을 무렵만 해도 “졸려.” “힘들어.” “얼른 집에 가고 싶어.” 하고 노래하더니, 막상 군내버스를 타고 마을 어귀에 내리고 나서는 펄펄 살아납니다. 작은아이한테 “보라야, 힘들고 졸립다며, 얼른 집에 가서 눈 좀 붙이자.” 하고 말하니 “싫어. 안 잘래.” 하면서 콩콩콩 달음박질을 합니다. 버스에서는 마을 어귀에 다 올 즈음부터 잠든 두 아이인데 고작 1분쯤 잘 듯 졸 듯하더니 고만큼 눈을 붙이고도 기운이 되살아나는구나 싶어 놀랍습니다. 아니면 ‘우리 집’이 아이들한테 새로운 기쁨이니 이렇게 살아날 수 있을까요. 2017.1.31.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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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보다 늦게 자는데 일찍 일어나?



  며칠 앞서 큰아이가 불쑥 물었습니다. 그때에는 딱히 제대로 이야기해 주지 못했습니다. “아버지는 여러모로 할 일이 많으니 그러지.” 하고만 대꾸했어요. 오늘 아침 문득 그 물음은 제가 어릴 적에 우리 어머니한테 여쭌 말이기도 하다고 떠올랐어요. 저도 어릴 적에 우리 어머니한테 “어머니는 저보다 늦게 주무시는데 어떻게 새벽에 그렇게 일찍 일어나셔요?” 하고 여쭈었지요. 아마 그때 어머니는 도마만 바라보면서 “할 일도 많고 도시락도 싸야 하니까 그러지.” 하고 얘기해 주셨지 싶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앞으로 저희 나름대로 무언가 느끼거나 배울 텐데, 여기에 하나 더 배우도록 하자고 생각합니다. ‘어른이나 어버이는 그저 일이 많아’서 잠을 줄이지는 않는단다, 스스로 짓고 싶은 꿈이 있고 어여쁜 아이들하고 빚고 싶은 살림을 그리면서 즐겁게 몸을 놀린단다, 하고 말이지요. 2017.1.26.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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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림 그림



  2007년에 인천에서 서재도서관을 열며 형한테서 큰 선물을 하나 받았습니다. 바로 복사기예요. 복사집을 찾아가지 않고도 복사를 할 수 있는 기계를 꼭 곁에 두고 싶었는데, 서재도서관 한쪽에 복사기를 두니 얼마나 좋았는지요. 인천 골목마을에서도 그러했지만 시골에서는 더더욱 ‘복사해 주는 문방구’를 찾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복사 하나 하려고 읍내까지 가자면 하루가 지나가고요. 이 복사기를 담은 상자는 ‘무거운 복사기’를 담은 만큼 꽤 크고 단단한 종이상자여서 이 상자를 안 버리고 건사했어요. 그동안 덩이 큰 짐을 이 종이상자에 넣어서 서재도서관에 놓았는데, 몇 해 앞서부터 두 아이 새 놀이집 구실을 합니다. 아이들은 분필로 곳곳에 그림을 그려 넣으면서 알뜰히 놀아요. 그림이란, 그림이란, 참말 그림이란, 멋진 꿈이라고 느낍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살림을 새로 지어요. 2017.1.22.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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볶는 소리



  밑반찬을 볶을 적에는 두 가지를 잇달아 볶습니다. 멸치이든 마른새우이든 불판 하나로 잇달아 볶아요. 이틀에 걸쳐 따로 볶으면 불판을 다시 닦지요. 한 가지를 볶고 나서 다른 한 가지를 볶으면 손이 더 가면서 밥상맡에 아이들하고 함께 앉지 못합니다. 그래도 부엌에서 함께 있고, 신나게 볶으면서 이 맛난 볶음을 맛나게 즐길 수 있기를 비는 마음이 됩니다. 볶는 소리에 노래하는 소리를 담습니다. 볶는 냄새에 사랑하는 이야기를 섞습니다. 2017.1.15.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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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발



  발을 보면 만지고 싶고, 발을 보면 조물딱거리고 싶다는 생각을 열 해째 합니다. 아이들하고 살아온 지 열 해째입니다. 발짓 하나에 이쁜 숨결이 흐르는 아이들. 이 발로 온누리를 콩콩 디디면서 씩씩하게 자라는구나. 2017.1.11.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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