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 요정



  저녁에 고단하여 설거지를 못 마치고 드러누울 적이 있습니다. 이때마다 문득 생각하지요. 등허리를 펴고 나서 밤이나 새벽에 하자고. 이러다가 다시 생각해 봅니다. “우리 집에 설거지 요정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밀린 설거지를 깊은 밤이나 새벽에 마칠 즈음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내가 ‘우리 집 설거지 요정’이야!” 하고. 나는 다른 요정을 우리 집에 끌어들이기보다 내가 스스로 요정이 되기로 합니다. 2017.2.26.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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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끈



  요 며칠 사이 몸에서 우지끈 소리가 납니다. 갑자기 쏟아진 일을 해내느라 부산하면서도 집살림을 함께 거느린다는 생각에 몸이 좀 많이 벅찬 탓인가 하고 생각합니다. 저녁나절에 일찌감치 곯아떨어지고, 마치 죽은듯이 드러눕고는 새벽이 되어서야 비로소 우지끈우지끈하며 살아나서 주섬주섬 일손을 가다듬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신나게 잘 노는 아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이 아이들이 스스로 길어올리는 엄청난 기운을 새삼스레 헤아립니다. 아이들만 이렇게 엄청난 기운을 스스로 길어올릴 만할까요? 나도 아이들마냥 기운찬 어버이로 한 사람으로 신바람을 내 보자고, 아이들 곁에서 새로 배우는 길을 찾자고 생각해 봅니다. 2017.2.26.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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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사진



  아이들을 찍은 사진을 요 몇 해 사이에 거의 갈무리도 안 하며 지냅니다. 한동안 아이들 사진을 바지런히 종이로 뽑아서 일산하고 음성 두 곳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띄웠으나 요새는 이렇게 안 합니다. 다른 일이 많다고 여겨 사진을 찍기만 하고 그저 모셔 두기만 했어요. 이러다가 어제 하루 몰아서 지난 여덟 달치 사진을 한꺼번에 갈무리를 해 놓습니다. 종이로 뽑자니 벅차고, 이보다는 작은 사진책으로 꾸며 놓자는 마음으로 600장을 갈무리합니다. 따로 건사할 600장을 갈무리하려고 숱한 사진을 들여다보느라 하루가 꼬박 지나가더군요. 가만히 살피니 두 아이가 갓 태어날 무렵하고 대면 사진을 참 적게 찍는구나 싶기도 하고, 굳이 사진으로 안 남기는 사랑스럽고 살가운 살림도 꽤 많다고 깨닫습니다. 사진으로 담는 모습은 참말 얼마 안 되기 마련이에요. 눈부신 하루 가운데 1초쯤 사진으로 남을까요? 신나는 하루 가운데 아주 자그마한 조각이 사진으로 남는 셈일까요? 2017.2.23.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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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아버지가 서울에서 바깥일을 보고 사흘 만에 돌아오니, 두 아이는 아버지를 기다리며 이것저것 했다고 참새처럼 노래합니다. 이 노랫소리를 들으며 기운을 차리고, 이 노랫소리를 헤아리며 잠자리에 들어요. 이 노랫소리를 그리며 새 아침을 열고, 이 노랫소리를 새롭게 지필 살림을 떠올리며 빨래부터 합니다. 어떤 일을 하거나 어떤 글을 쓸 적에는 어떤 새로운 길을 걸으며 배우는가 하고 설렙니다. 나날이 자라는 아이들 곁에서 함께 가르치고 배우며 이끄는 살림에서는 가만히 지켜보고 기다리면서 새삼스레 깨닫는 이야기를 차곡차곡 담습니다. 함께 지필 수 있는 불씨이기에 기다릴 테지요. 함께 따뜻하게 쬘 불이기에 기다리면서 즐거울 테고요. 2017.2.19.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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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맛



  마실길을 나서는 아침입니다. 무엇을 해 놓으면 좋을까 하고 생각하며 어젯밤 잠들었고, 새벽에 일어나서 씻고 주섬주섬 챙깁니다. 밥을 지을까, 빨래를 할까, 곁님이나 아이들이 어련히 잘 하리라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며칠쯤 아버지 밥맛을 못 보고 어머니 밥맛을 볼 테지요.즐겁게 길을 나서려 합니다. 오늘 할 일을 헤아리고, 오늘 만날 이웃님을 마음에 담으려 해요. 저는 저대로 마실길에서 마실밥을 먹을 테고, 세 사람은 시골집에서 시골밥을 먹을 터입니다. 슬슬 해가 오릅니다. 차츰 해는 일찌감치 높이 뜨면서 천천히 집니다. 하루하루 따스한 기운이 퍼집니다. 2017.2.16.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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