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지 않은 자전거



  저한테는 자전거가 몇 대 있습니다. 이 가운데 하나는 낡아서 더는 달릴 수 없습니다. 저하고 한몸이 되어 십만 킬로미터가 넘는 길을 달려 준 자전거는 이제 저희 도서관학교 한켠에서 고이 쉽니다. 그러나 이 낡은 자전거는 어느 때부터인가 작은아이 놀잇감이 됩니다. 너무 오래 많이 달린 탓에 뼈대와 이음줄이 닳고 삭았는데, 작은아이는 제 몸보다 큰 이 자전거를 끌고 밀고 당기면서 놀아요. 작은아이가 보기에는 멀쩡하면서 멋스러운 자전거라고 합니다. 작은아이는 “왜 이 자전거는 안 타? 왜 이 자전거는 달릴 수 없어?” 하고 물어요. 아무래도 작은아이가 보기에 이 자전거는 낡은 자전거 아닌 그냥 자전거입니다. 멋스럽고 이쁜 자전거예요. 작은아이 말을 듣고서 오래도록 그 말을 곱씹습니다. 아버지가 이제 말을 바꾸어야겠구나. 이 자전거는 아버지랑 오래도록 한몸이 되어 온 나라를 누빈 씩씩한 자전거란다. 튼튼하고 아름다운 자전거야. 2017.6.16.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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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이란



  “우리 아이들아, 선물이란 무엇인지 아니?” “음, 좋은 거?” “좋은 거는 뭘까?” “받으면 즐거운 거?” “받으면 즐거운 거는 뭘까?” “음, 받고 싶었던 거?” “받고 싶었던 거는 뭘까?” “음, 잘 모르겠어.” “가만히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는데, 서로 마음으로 만나도록 사랑을 담으면 모두 선물이 돼. 따스한 말 한 마디가 선물이 되지. 우리 아이들이 즐거운 마음을 그림으로 하나 그려서 주면 그 그림도 선물이 되고. 이모 좋지?” “응.” “자, 그러면 이모한테 그림을 하나씩 그려서 선물해 보자.” “알았어. 좋아.” 2017.6.12.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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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는 길



  아이를 키우는 길이란 무엇인가 하고 되새깁니다. 우리 집 아이들이 처음 우리한테 찾아온 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아이를 키우는 길’이란 늘 하나라고 생각해요. 바로 사랑입니다. 사랑하는 살림을 슬기롭게 짓자는 생각으로 아이들하고 살아갑니다. 아이를 키운다기보다는 아이한테 살림을 물려줍니다. 아이를 돌본다기보다는 아이하고 살림을 차근차근 새롭게 짓습니다. 아이를 가르친다기보다는 아이하고 살림을 새로 짓는 길을 함께 배우고 같이 익히면서 한 걸음씩 나아갑니다. 사회에서는 흔히 ‘아이키우기(육아)’라는 말을 쓰는데, 저희가 저희 보금자리에서 이제껏 살아온 나날을 되새기면, 지난 하루하루는 언제나 ‘배움짓기(살림짓기)’였구나 싶어요. 아이하고 즐거이 배울 살림을 찾아나서는 길이었어요. 아이하고 기쁘게 배울 사랑을 스스로 찾는 길이었습니다. 2017.6.11.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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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보다 훨씬 좋아



  두 아이를 이끌고 일산에 있는 이모네 집에 찾아가서 하룻밤 묵었지요. 이동안 두 아이는 그야말로 기운차레 놀았어요. 작은아이는 ‘우리 집에 없는 온갖 플라스틱 자동차 장난감’에 꽂혀서 밥을 멀리한 채 놀이에 빠져들고요. 일곱 살 작은아이는 스스로 한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밥은 굶어도 좋다’는 길을 골라요. 그래서 그러라고 했습니다. 아이가 오늘 즐겁게 누릴 놀이는 ‘장난감 자동차’이기 때문에 이를 실컷 누려 보도록 풀어놓습니다. 일곱 살 아이한테 많이 작은 장난감 자동차에 이 아이는 몸을 구기면서 앉아서 해사하게 웃습니다. 들어갔다가 나왔다가 아주 신이 납니다. 이 아이 마음속에는 이토록 멋진 장난감 자동차가 눈앞에 있을 뿐 아니라, 두 살 조카는 아직 이 장난감 자동차를 어떻게 몰거나 탈 줄 모르니, 오직 혼자 차지하며 실컷 누릴 수 있어요. 타고 끌고 내리고 타고 끌고 내리고 …… 이를 몇 시간이고 해도 지치거나 따분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을 다시 이끌고 고흥으로 돌아오는 시외버스에서 조용히 얘기해 봅니다. “이모네에 있는 장난감은 모두 플라스틱이야.” “알아.” “알아도 그게 그렇게 재미있지?” “응. 그렇지만 내가 앞으로 만들 장난감은 플라스틱이 아니라 나무야.” “그래, 네가 앞으로 플라스틱이 없는 새롭고 멋진 자동차를 지어 보렴. 달리는 자동차뿐 아니라 나는 자동차도, 또 장난감 자동차도.” “응, 내가 만들 자동차는 바퀴가 없어도 달리고 날 있는 자동차야.” 즐거움을 누린 뒤에는 꿈을 꾸고, 이 꿈을 꾸면서 새롭게 거듭나거나 피어나는 마음이 된다면 넉넉하겠지요. 우리는 모두 아장아장 걸음을 내딛으면서 함께 배우고 자라는 사이일 테니까요. 2017.6.7.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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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아이는 착하다



  모든 아이는 착하다고 느껴요. 착하지 않은 마음으로 태어난 아이는 없다고 느껴요. 다만 아이들이 착한 숨결을 널리 드러내지 못하도록 바쁘거나 힘겨운 터전이라면, 아이들은 그만 애늙은이가 되고 말지 싶어요. 이를테면 입시지옥이나 전쟁 기운이 감도는 터전에서는 착한 마음을 빼앗기지 싶습니다. 상냥한 눈빛과 따스한 목소리를 품고서 태어나는 아이들이라고 느껴요. 너른 가슴과 고운 손길로 태어나는 아이들이라고 느껴요. 이 아이들은 어버이한테서 즐거움을 물려받으면서 한결같이 착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지 싶습니다. 온누리 아이들은 어버이한테서 사랑을 배우면서 늘 착한 넋으로 피어나기를 꿈꾸지 싶습니다. 문득문득 생각합니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처음에는 모두 착한 눈망울과 몸짓으로 이 땅에 태어난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2017.6.6.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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