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3.7.29.

숨은책 837


左翼事件實錄 第二券 (檢察資料)

 최대현 엮음

 대검찰청 수사국

 1968.8.30.



  서울 신촌에 〈신촌헌책방〉이라는 곳이 한동안 있었습니다. 이곳에는 여느 책집이나 책숲에서 볼 길이 없는 책이 자주 가득 들어왔습니다. 적잖은 글바치가 이곳을 드나들었고, 값지고 드문 책을 살 적에 에누리를 바라며 책집지기하고 실랑이를 벌이기 일쑤였습니다. 저는 책을 사며 에누리한 적이 아예 없습니다. 어느 날엔가 “여보, 젊은이, 자네는 돈도 안 많을 텐데 왜 깎아 달라는 말을 않소?” 하고 물으면서 “손님들은 우리(헌책집 일꾼)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굴지만, 우리가 아무것도 모르면 이런 책을 어떻게 파오?” 하고 덧붙입니다. 《左翼事件實錄 (檢察資料)》는 몇 꾸러미가 한꺼번에 들어왔습니다. 시커멓고 퀴퀴한 책이되 역사·사회·문화를 파는 글바치라면 눈여겨볼 만한데, 몇 해에 걸쳐 하나도 안 나가더군요. 그러나 제 주머니로는 큰덩이를 살 엄두는 안 나고 “하나만 사도 될까요?” 하고 여쭈었어요. “짝도 안 맞고, 사가는 사람도 없으니 좋을 대로 하쇼.” 예나 이제나 검찰에는 ‘좌익사건’만 있고 ‘우익사건’은 없습니다. 잘잘못은 ‘왼오른’이 아닌 ‘잘잘못’으로만 따질 일입니다. 어느 쪽에서 일으켰어도 잘못은 잘못이고, 잘한 일은 잘한 일입니다. 우리는 이제라도 ‘참길’을 볼 수 있을까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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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3.7.29.

숨은책 852


《사회학적 상상력》

 C.라이트 밀즈 글

 강희경·이해찬 옮김

 홍성사

 1978.3.10.



  ‘한글’하고 ‘우리말’은 다릅니다. ‘한글’하고 ‘훈민정음’도 다릅니다. 그러나 무엇이 어떻게 왜 다른가를 또렷이 알면서 어린이한테 들려주는 어른은 참으로 드뭅니다. ‘글’은 ‘말’을 옮겼다고 여기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 떠도는 글 가운데 ‘말·우리말’을 옮긴 ‘소리무늬’인 글은 드뭅니다. 《사회학적 상상력》은 2004년에 이르러 고침판이 나오지만, 1978년에 옮긴 말씨를 그대로 읽혔고, 나중에라도 썩 안 바뀌었습니다. “우리 말로 옮기는 과정에서 직접간접으로 도움을 주신 여러분에게 감사를 드린다. 전체적으로는 일본어 번역본 《社會學的 想像力》(鈴木廣 譯, 紀伊國屋書店 刊, 1975년 제8판)을 많이 참고했으며(6쪽)”처럼 ‘일본책을 베낀 일’을 밝힌 머리말을 의젓하다고 보아야 할까요, 어리석다고 여겨야 할까요, 창피하다고 느껴야 할까요? 스즈키 히로시(1938∼2014) 님이 1965년에 일본글로 옮긴 책에 나온 ‘일본말씨·일본 한자말’을 1978년에도 2004년에도 2023년에도 그대로 쓰거나 퍼뜨리는 우리나라입니다. 삶터를 그릴 줄 모르면 삶을 읽지 못 할 테고, 마을·나라·곳을 헤아릴 줄 모르면 스스로 눈뜨지 않습니다. 무늬가 한글이라서 우리글이나 우리말이 아닙니다. 배움길은 무늬 아닌 삶길입니다.


ㅅㄴㄹ


#TheSociologicalImagination


다음과 같은 한 문제가 나를 약간 당황스럽게 만든다

→ 나는 다음에 들 보기 때문에 좀 어지럽다

→ 나는 이러한 보기 때문에 적잖이 놀란다

→ 이런 일을 볼 때마다 퍽 어리둥절하다

4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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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3.6.28.

숨은책 836


《컴퓨터 전문교재 APPLE. MSX.》

 개발연구원 일동 엮음

 구미컴퓨터학원

 1986.3.21.



  여덟 살 무렵인 1982년에는 둘레에서 “주판만 놓을 줄 알아도 굶을 걱정이 없어. 어디에든 일자리를 얻지.” 하고 얘기하면서 ‘주산학원’에 넣었는데, ‘전자계산기’가 싼값에 퍼지더니 주산학원에 다니던 동무는 모두 그만둡니다. 구슬셈(주산)을 가르치던 분은 눈물을 흘리며 배움집을 닫았어요. 동무 하나만 남은 곳에서 마지막달을 배우고서 헤어졌습니다. 이윽고 ‘인천 중구 도원동 12번지’에 있던 ‘구미컴퓨터학원’을 다녔습니다. 주산학원에서 보던 동무가 다 여기 있더군요. 아이들로 바글바글한 컴퓨터학원은 ‘봉고’에 아이들을 꽉꽉 태우며 오가느라 바빴습니다. 배움삯(학원비)은 비쌌습니다. 어머니는 배움삯을 대느라 휘청였으나 어린배움터(국민학교)에서 저를 ‘컴퓨터 경진대회’에 보낼 ‘학교 대표’로 뽑았다고 하기에 “대표로 뽑으면 뭐 해? 학원비를 줄 것도 아니면서!” 하고 콧방귀를 뀌었습니다. 집과 배움터에서 눈치를 받으며 《컴퓨터 전문교재 APPLE. MSX.》를 달달 외웁니다. 영어를 모르는데 꼬부랑글씨부터 익힙니다. 우리는 ‘8비트 컴퓨터 게임’을 스스로 짜내야 합니다. 먼저 어른들이 보여주고, 우리 나름대로 틀을 바꾸어 엮는데 머리에 김이 풀풀 나기는 했으나 드디어 하나 해내면 매우 신났어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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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3.6.28.

숨은책 831


《최신 주산 교본》

 편집부 엮음

 문영각

 1969.9.15.



  어릴 적에 ‘주산학원’을 다녔습니다. ‘주산·주판’은 1982년 어린이로서는 꼭 익힐 여러 가지 가운데 하나였어요. 어릴 적에는 셈놀이(산수)가 어쩐지 매우 마음에 들어 처음으로 ‘내 주판’을 할아버지한테서 물려받은 뒤에는 날마다 들고 다니면서 혼자 머릿셈(암산)을 하면서 걸어다녔어요. 슬슬 구슬셈(주산)을 빼어나게 해낼 뿐 아니라, 셈(문제)을 내는 길잡이한테 “선생님, 더 빨리 내주세요!” 하고 익살을 부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주산경연대회’에 나간다는 꿈이 무르익을 즈음 “머잖아 컴퓨터 시대가 온다”는 얘기가 돌았고, 어린배움터(국민학교)에서는 “주산학원은 그만두고 컴퓨터학원을 다녀야 한다”고 시키더군요. 그래도 《최신 주산 교본》처럼 ‘옆으로 길다란’ 배움책을 으레 챙겨서 돌아다녔습니다. 같이 구슬셈을 배우는 동무는 ‘옆으로 길다란 주산학원 교재’를 둘둘 말아서 다녔고, 저는 ‘둘둘 말면 반듯하게 펼 수 없’기에 얌전히 들고 다녔습니다. ‘주산경연대회’에는 하루 가 본 적 있습니다. 이다음에 나가기 앞서 구경으로 삼아서 갔는데, 끝끝내 ‘이다음’은 없었어요. 셈틀(컴퓨터)에 앞서 ‘전자계산기’가 빠르게 퍼졌거든요. 가게에서 구슬셈을 놓던 분들부터 확 사라졌어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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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3.6.28.

숨은책 830


《조선말 배우는 책 (로어)》

 공인현 글

 외국문도서출판사

 1989.5.25.



  우리는 글(책)로만 배우지 않습니다. 언제나 삶으로 배웁니다. 하루하루 배운 삶은 저마다 마음에 담는데, 날마다 배운 삶을 담은 마음을 서로 나누려고 말이라는 소리를 터뜨리고, 이 말을 주고받는 동안 ‘이야기’가 깨어나서 오래도록 잇는 삶빛이 흐릅니다. 글은 말을 담는데, 말은 마음을 옮겼고, 마음은 배운 하루를 나타내며, 배운 하루란 삶입니다. 이 얼거리를 읽는다면 글(책)이란 하나도 모르거나 안 읽더라도 스스로 눈뜨고 깨어나고 날개돋이를 하는 ‘한사람’으로 설 만해요. 《조선말 배우는 책 (로어)》은 북녘에서 펴냈는데, 북녘도 중국도 일본도 아닌, 남녘 헌책집에서 만났습니다. 저는 열린배움터(대학교)를 그만두고서 혼자 삶빛이며 말빛을 익히려 했습니다. 처음에는 배움책숲(학교도서관)에서 ‘배움일꾼(근로장학생)’으로 여섯 달 동안 지내며 “뭐야? 고작 여섯 달 만에 읽을 책이 더 없네?” 하고 느꼈어요. ‘책숲에 없는 책’을 챙겨 읽으려고, 또 책숲마다 책이 얼마 없고 낡았기에, 온나라 헌책집을 찾아다니면서 열린배움터에서 다 다르게 쓰는 책을 살피고 읽을 뿐 아니라, 배움터에서 안 가르치는 숱한 책을 만났습니다. 1994년 겨울부터 ‘대학졸업장 없이 살자’고 마음먹고 책집마실을 다녔기에 비로소 우리말을 삶으로 바라볼 수 있었구나 하고 돌아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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