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가장 행복한 날
존 버닝햄 엮음, 김현우 옮김 / 민음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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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66


《내 인생의 가장 행복한 날》

 존 버닝햄

 김현우 옮김

 민음사

 2005.3.9.



아직 은퇴하지 않았다. 작가는 은퇴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냥 죽을 뿐이지.) (44쪽)


어떤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불평하며 시간 낭비할 겨를이 없었다. (65쪽)


친구와 가족을 소중히 여기고 ‘즐거움’이란 단어를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9152쪽)


당신의 손끝에 전해지는 사랑하는 아이들의 살결과 머릿결. 그런 즐거움을 적어 보자면 끝이 없다. 그 모든 순간 하나하나에 기쁨이 가득하다. 나이가 아무리 많다고 해도. (249쪽)



  늙어도 아름답고 젊어도 아름답습니다. 아름다운 사람이라면 어느 나이라 해도 아름답습니다. 아름다운 숨결이라면 갓 피는 꽃송이도 시들어서 스러지는 풀포기도 아름답습니다.


  즐겁게 놀 줄 안다면 어린이도 즐겁고 할머니도 즐겁습니다. 즐거이 놀 줄 모른다면 어린이도 따분하고 할아버지도 지겨워요.


  아름답다고 느끼는 눈은 스스로 키웁니다. 삶을 즐겁게 여기는 마음은 스스로 가꿉니다. 남을 바라보기에 아름답지 않고, 남이 해주기에 즐겁지 않아요. 모두 스스로 살아가는 동안 손수 짓습니다.


  《내 인생의 가장 행복한 날》(존 버닝햄/김현우 옮김, 민음사, 2005)은 늘그막 살림길이 얼마나 아름답거나 즐거울 수 있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다만 글쓴이 생각이나 마음을 환히 밝히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쓴 글을 바탕으로 들려주는군요.


  존 버닝햄 님이 읽은 여러 사람들 책에서 좋은 글을 옮겨도 재미있다고 느낍니다. 틀림없이 나쁜 글을 옮기지 않았구나 싶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쓴 이야기를 너무 많이 옮겼구나 싶어요. 굳이 이렇게까지 다른 사람 글을 그러모으기보다는, 존 버닝햄 님 스스로 겪거나 느끼거나 생각하거나 돌아본 ‘나이’를 단출히 들려주면 한결 나았지 싶습니다. 다른 사람이 쓴 글은 다른 책으로 얼마든지 만날 만해요. 오직 존 버닝햄 삶을 적어서 모았다면, 스스로 어린 날부터 늙은 날까지 찬찬히 갈무리해서 밝혔다면, 참으로 멋있는 책이 되었으리라 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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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맥주를 마신다 - 마트를 헤매는 언니들을 위한 코믹 발랄 초공감 맥주 가이드
윤동교 글.그림, 류강하 감수 / 레드우드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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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삶읽기 421


《언니는 맥주를 마신다》

 윤동교

 레드우드

 2016.1.30.



괴테가 병에 걸려 식사를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그의 건강을 회복하는 데 유일하게 도움을 준 것도 바로 쾨스트리처 맥주였다. (76쪽)


벨기에 맥주가 유명한 것은 또 이렇게 다양하고 개성 넘치는 맥주들에 제각기 어울리는 전용 잔이 있기 때문이다. (99쪽)


독일 맥주가 훌륭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기본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오직 맥주 본연의 재료만을 가지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하여 그 속에서 최고의 맛을 이끌어내는 독일 맥주는 그 자체로 이미 하나의 브랜드다. (112쪽)



《언니는 맥주를 마신다》(윤동교, 레드우드, 2016)는 서울에 살며 큰가게에서 손쉽게 나라밖 온갖 맥주를 두루 마실 수 있는 터전에서 여러 가지 맥주를 맛본 느낌을 그림하고 글로 담아낸다. 이 맥주 저 맥주 누리는 동안 지은이 나름대로 거둔 입맛을 아기자기하게 그려냈지 싶다. 맥주를 좋아한다면 이 만한 책을 곁에 두고 읽을 만할 테지. 그러나 맥주를 좋아한다면 이 만한 책이 어쩐지 아쉽다고 느낄 만하리라. 길디긴 나날이 흘러도 맛이 한결같은 보리술이 있고, 길디긴 나날이 흐르는 사이에 맛이 차츰 바뀌는 보리술이 있다. 나라밖 보리술을 이야기하려 한다면, 서울 한복판에서 여러 큰가게를 들러서 ‘유통이 되는’ 여러 나라 보리술을 맛볼 수도 있을 터이나, ‘한국까지 유통이 안 되는’ 보리술 맛을 이웃나라로 찾아가서 맛보고서 이런 이야기까지 아우르면 어떠했으랴 싶다. 한국에 들어온 나라밖 보리술하고, 그 나라에서 마시는 그 나라 보리술 맛은 다르니, 이 다른 결을 이야기로 풀어낼 적에 책도 한결 깊을 수 있으리라. 한국 보리술 이야기는 끄트머리에 꽁당이처럼 붙이는데, 굳이 더 많이 마셔 보아야 이야기를 쓸 수 있지는 않을 테지만, 뭔가 알맹이가 빠진 듯하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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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 털보 과학관장이 들려주는 세상물정의 과학 저도 어렵습니다만 1
이정모 지음 / 바틀비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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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삶읽기 420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이정모

 바틀비

 2018.1.5.



우리가 감자와 가지를 먹는 까닭은 녹말로 배를 채우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녹말 분자의 화학결합 속에 감추어진 태양에너지를 이용해서 생존하기 위해서다. (27쪽)


청와대는 대부분 독감 예방 접종용이라고 해명했다. 주치의가 이런 약을 처방했을 리가 없다. 청와대 직원과 그 여인의 건강이 심히 걱정된다. 아무리 봐도 그 여인은 기본이 안 되어 있는 것 같다. (151쪽)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이정모, 바틀비, 2018)을 읽다가 자꾸 과학하고 동떨어진 이야기가 나오기에 고개를 갸웃했다. 글쓴이 이름으로 누리책집을 살펴보다가 깜짝 놀라기도 한다. 글쓴이가 ‘감수’를 맡은 책이 대단히 많다. 웬만큼 감수를 했다기보다 어이없도록 온갖 책에 이름을 다 올렸구나 싶다. 가만 보면 이 책은 과학 이야기보다는 ‘박근혜 때리기’가 더 자리를 차지하는구나 싶기도 하다. 글쓴이 스스로 “과학은 어렵습니다” 하고 밝히는 책이기에 과학 이야기는 슬그머니 곁다리로 넣고서, 수다로 책 하나를 내놓은 셈인가 싶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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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모드
랜스 울러버 지음, 모드 루이스 그림, 박상현 옮김, 밥 브룩스 사진 / 남해의봄날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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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57


《내 사랑 모드》

 랜스 울러버

 박상현 옮김

 남해의봄날

 2018.9.15.



그의 그림은 극도로 단순해 보였다. 물감을 칠한 모습이 물결처럼 그대로 남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건 아이들도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12쪽)


행복했던 어린 시절은 모드에게 깊은 인상으로 남았으며, 훗날 평생 동안 만든 작품들의 바탕이 되었다. (34쪽)


“나는 여기가 좋아요. 어차피 여행을 좋아하지도 않으니까요. 내 앞에 붓만 하나 있으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70쪽)


에버릿은 어쩌다가 선박용 페인트 통이 바튼 해안에 떠다니는 걸 발견하면 냉큼 건져다가 모드에게 가져다줬고, 모드는 그것으로 그림을 그렸다. (89쪽)


그녀는 단지 자신이 좋아해서 계절에 맞지 않는 그림을 그렸다. 잎이 많고 색이 풍부한 숲을 좋아했기 때문에 겨울 풍경에도 잎을 그대로 남겨두었고, 새들도 마찬가지였다. (93쪽)



  어른인 사람이 으레 깔보거나 얕보면서 하는 말씨로 “뭐, 애들도 쓰겠구만”이나 “쳇, 애들도 그리겠네”가 있습니다. 아이들 같은 글이나 그림이라면 깔보거나 얕보는 흐름이 있는데, 어른이 쓴 글이나 그림 그림이어야 훌륭하거나 아름답거나 볼 만할까요?


  어른이기에 쓰는 글이나 그리는 그림이 따로 있기 마련이고, 이러한 글이나 그림은 그런 글이나 그림대로 값이나 뜻이 있어요. 그리고 아이들이 쓸 수 있는 글이나 그릴 수 있는 그림은 이러한 글하고 그림대로 값이나 뜻이 있습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있는데, 어른이란 몸으로 바뀌어도 아이다운 마음으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있어요. 이때에 ‘아이다움’이란 ‘맑음’입니다. ‘맑은 사랑’이지요.


  《내 사랑 모드》(랜스 울러버/박상현 옮김, 남해의봄날, 2018)를 읽으면서 ‘모드’라는 분이 빚은 그림이란 무엇일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다만, 이 책은 그림님 모드가 손수 쓴 글로 엮은 책이 아닙니다. 모드라는 그림님하고 이웃으로 지내던 사람이 옆에서 구경하던 눈길로 쓴 글을 엮은 책입니다. 그래서 모드라고 하는 그림님이 어떤 마음이나 손길이나 넋으로 그림을 빚어서 이웃하고 나누려 했는가를 속깊이 들여다볼 수는 없습니다.


  이러면서 한 가지를 엿볼 수 있어요. 그림을 그려서 먹고사는 길을 찾은 사람은 입에 풀을 발랐고, 그림님한테서 그림을 값싸게 사들여서 샛돈을 떼고서 팔아치우는 사람은 손에 목돈을 쥐었으며, 그림님 둘레에서 구경하던 사람은 ‘구경한 일’을 하나씩 떠올려 글을 남기며 새삼스레 책도 쓰고 돈도 더 버는구나 하고요.


  구경하는 눈길로 쓰는 글이니 “(모드 스스로) 좋아해서 계절에 맞지 않는 그림을 그렸다”처럼 씁니다. 그림님이 손수 글을 썼다면 어떻게 말할까요? 아마 ‘내 마음은 언제나 봄이고 여름이고 가을이라서, 달력으로는 겨울이라 하더라도 봄을 그리고 여름을 그리고 가을을 그려요.’쯤 되지 싶습니다.


  모드란 분이 이름을 떨치고 그림도 널리 팔리는 모습을 지켜보고서야 눈여겨본 사람이 쓴 글이라 그런지, 《내 사랑 모드》를 읽으며 왜 ‘내 사랑’이란 책이름을 붙였는지 아리송하고 꽤 거북합니다. ‘내가 본’이라고 붙여야 어울릴 텐데요. 옮김말도 썩 좋지 않습니다. 번역 말씨나 일본 말씨는 좀 털어내기를 빕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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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직업 내가 만든다 - 나만의 일을 찾는 여자, 다시 일을 시작하려는 엄마들을 위한 창직 멘토링
박시현 지음 / 샨티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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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삶읽기 397


《내 직업 내가 만든다》

 박시현

 샨티

 2018.11.26.



왜 우리는 좋아하는 것을 하면 먹고살기 힘들다고 지레 판단하고 그렇게 살기를 두려워할까요? (11쪽)


제가 다시 회사 생활을 한다면 더 이상 승진이나 연봉, 명함 따위에 초점을 둘 것 같지 않습니다. 물론 그런 것들이 회사 생활을 해나가는 데 강력한 동기가 되기는 하지만, 성공적인 회사 생활이 인생의 목표라는 착각은 깨고 싶습니다. (105쪽)



《내 직업 내가 만든다》(박시현, 샨티, 2018)를 읽으면서 생각한다. 이 책은 책이름으로 모든 줄거리를 다 밝혔다. 회사원이나 공무원으로 일하든, 가게지기로 일하든, 가게를 차려서 일하든, 어느 일자리이건 사람들 스스로 바라는 대로 나아가서 ‘스스로 찾은 일자리’이다. 일자리를 스스로 찾지 않는 사람은 없다. 남이 시켜서 하는 일이라 하더라도 내가 몸을 움직이니 한다. 억지로 떠밀려서 초·중·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교에 갔어도, 스스로 몸을 움직였으니 졸업장을 딴다. 그래서 사람들은 으레 “직업을 스스로 만든”다. 여기에서 눈여거보아야 하는데, “직업 만들기”라는 말이다. ‘직업 = 돈 버는 일’이요, ‘만들다 = 공장에서 똑같은 것을 찍어내듯이 하는 몸짓’이다. 스스로 새롭게 길을 가고 싶다면 “직업 만들기”를 떨칠 수 있어야 한다. 이때에는 “졸업장 버리기”도 해야 한다. 졸업장하고 자격증을 거머쥐는 이는 “직업 만들기”로 가겠지. 배움끈 따위야 집어치울 줄 아는 발걸음이라면 “일 짓기”를 한다. 스스로 삶을 짓듯 일을 짓지. ‘일·직업’하고 ‘짓다·만들다’가 무엇인가를 똑똑히 가를 적에 비로소 스스로 새길을 열고, 스스로 즐겁게 웃으며, 스스로 삶을 노래할 수 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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