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한 국어학원
변진한 지음 / 깨소금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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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3.1.13.

인문책시렁 262


《여름한 국어학원》

 변진한

 깨소금

 2022.10.24.



  《여름한 국어학원》(변진한, 깨소금, 2022)을 읽었습니다. 배우고 일하고 나누는 하루를 누린 발자국을 차곡차곡 들려줍니다. 배웠기에 들려줄 수 있고, 들려주면서 살림을 가꾸는 일을 찾을 수 있고, 살림을 가꾸면서 어느새 스스럼없이 나누는 마음으로 갈 수 있습니다.


  숱한 사람들이 돈이 잘되는 일감을 거머쥐려 달려들면서 이름값을 높이는 나날인데, 차곡차곡 쌓은 돈은 어디에서 누구한테 이바지할까요? 우리나라 배움터는 어린이나 푸름이한테 “돈이란 무엇인가?”나 “돈을 어떻게 쓰기에 즐겁고 아름다울까?”를 하나도 안 가르치거나 못 가르치지 않는가요?


  가만히 보면 우리나라 배움터는 ‘사랑’부터 안 가르치고 ‘숲’을 못 가르치며 ‘말’을 안 가르치고 ‘글’을 못 가르칩니다. 이름으로는 ‘사랑·숲’이나 ‘말·글’을 가르치는 시늉이지만, 껍데기만 슥 훑거나 건드리다가 지나가기 일쑤입니다. 사람으로서 살림을 짓는 어진 빛살인 하루일 적에 사랑입니다. 숱한 숨결을 수수하게 품을 줄 아는 풀꽃나무이기에 숲입니다. 마음을 그려서 생각을 씨앗으로 담기에 말입니다. 소리로 터져나오는 생각을 마음에뿐 아니라 눈으로도 보면서 나누려고 그리기에 글입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우리말꽃(국어사전)부터 제대로 나온 적이 없습니다. 우리 첫 낱말책은 믿음길(종교)을 퍼뜨리려던 이웃나라에서 엮었고, 이다음은 우리나라를 집어삼키려던 일본 글바치하고 일본바라기(친일파)가 엮었습니다. 이다음으로 우리 손으로 엮으려다가 한겨레싸움(한국전쟁)에 휩쓸렸고, 겨우 숨을 돌린다 싶을 무렵에는 서슬퍼런 총칼(군사독재)이 다시 번득였어요. 총칼을 몰아낸다 싶더니 어느새 이쪽저쪽(좌파·우파) 모두 돈바라기로 휩쓸렸고, 이윽고 누리바다(인터넷세상)로 달리면서, 아직도 우리말꽃(국어사전)은 갈피를 못 잡고 헤매는 판입니다.


  우리가 쓰는 말글이 여태 우리말·우리글답지 않다면, ‘우리말글’이 아닌 ‘국어’라는 일본스런 한자말인 이름으로 뭔가 가르치는 얼거리가 제대로 선 적이 없다고 할 만하겠지요. 쳇바퀴이자 수렁이자 굴레일 테고, 배움수렁(입시지옥)입니다. 즐겁게 펴고 기쁘게 나누며 아름다이 꽃피우는 말글하고 동떨어진 ‘국어’일 텐데, ‘말글 아닌 국어’에 무슨 마음을 어떤 생각으로 심을 수 있을까요?


  이쪽을 보아도 갑갑하고 저쪽을 보아도 답답한 나라이지만, 사랑으로 마주하는 짝꿍이 있고, 두 사람이 새롭게 맺는 사랑으로 만나는 아이가 있습니다. 서둘러 가야 할 길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서둘러 자라야 하지 않거든요. 차근차근 여미어 찬찬히 누리고 나눌 수 있는 마음이라면, 우리가 쓰는 말 한 마디는 별빛처럼 빛나고 햇빛처럼 따스할 만합니다.


ㅅㄴㄹ


남들보다 군대를 늦게 다녀와서 두 해 임용을 준비했지만 떨어졌다.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자신이 없기에, 몇십 대 일이었던 경쟁률을 탓할 수는 없다. 어쩌다 보니 그 시절 시험공부를 밑천 삼아 학원가로 나와 고등학생을 가르치며 12년 넘게 학원 밥을 먹었지만, 공무원으로서의 안정과 사교육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부딪힐 때마다 임용을 일찍 포기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없지는 않다. (10쪽)


“그건 스무 살의 벚꽃이야. 열아홉의 벚꽃은 열아홉에만 피는 거야. 내년에 올해의 벚꽃을 볼 수는 없어. 단, 엄마께 내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하면 안 돼.” 이런 말을 해도 항의전화 한 번 받은 일은 없는 것으로 보아, 아이들은 벚꽃놀이를 가지 않았거나 엄마에게 나의 말을 전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14쪽)


하지만 “뜻하지 않게 일어난 일”일지는 몰라도 정말 “아무런 인과 관계가 없이 일어난 일”인지는 확신할 수 없는 것 아닐까. (41쪽)


더는 학원을 운영하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출퇴근하는 버스 안에서 〈연애시대〉를 보며 생각했다. 처음 시작할 무렵, 육 년 후 내가 이런 마음일 것을 알았다면 시작할 수 있었을까? (10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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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와 가짜
요시모토 다카아키 지음, 송태욱 옮김 / 서커스(서커스출판상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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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3.1.13.

인문책시렁 266


《진짜와 가짜》

 요시모토 타카아키

 송태욱 옮김

 서커스

 2019.6.20.



  《진짜와 가짜》(요시모토 타카아키/송태욱 옮김, 서커스, 2019)를 읽었습니다. 책이름을 “진짜와 가짜”로 옮겼습니다만, 일본책 이름을 짚으면 “참과 거짓”이나 “참거짓”으로 옮기는 길이 옳았으리라 봅니다.


  어느 때부터인가 외마디 한자말 ‘진짜(眞-)·가짜(假-)’가 퍼졌는데요, 중국을 섬기던 예전 글바치하고 우두머리부터 일본에 들러붙은 글바치하고 우두머리는 ‘진가(眞假)’나 ‘진위(眞僞)’처럼 한자로 쓰기를 즐겼어요. 이들 글바치하고 우두머리로서는 사람들이 널리 쓰는 삶말인 ‘참·거짓’을 죽어도 안 쓰려 했습니다. 그들로서는 ‘누구나 쉽게 헤아리고 알아듣고 나누면서 생각을 북돋우는 말을 담는 글’을 꺼렸거든요. 누구나 나누는 말글이 아닌, 힘꾼·이름꾼·돈꾼이 거머쥘 말글이어야 한다고 여겼어요.


  오늘날 숱한 책(인문책)을 펴면 말글이 참 까다롭거나 어렵거나 고리타분하거나 골때립니다. 무늬는 한글이지만, 속은 한말(우리말)이 아니에요. 생각해 봐요. 겉으로 보기에 한글로 적으면 누구나 읽을 수 있을까요? 겉으로만 한글이라면 ‘참(진실)’이 아닌 ‘거짓(사실)’입니다. 쉬운말을 안 쓰는 사람은 모두 거짓꾼(거짓말쟁이)입니다. 쉬운말을 등지는 사람은 눈가림이나 눈속임을 하는 셈입니다.


  아기를 낳은 어버이가 아기한테 어렵게 말하지 않아요. 아이를 돌보는 어른은 아이한테 어렵게 들씌우지 않습니다. 아이가 못 알아듣도록 말을 하면서 외우도록 시킬 적에는 아이를 길들여서 노리개나 허수아비로 삼는 셈입니다. 아이가 바로 알아듣도록 쉽게 말할 줄 알아야 비로소 어른입니다. 누구나 쉽게 깨닫고 나누면서 누리도록 말을 하고 글을 쓸 적에 비로소 글님(작가)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겉글(눈가림글·눈속임글·거짓글)을 쓰는 이들은 참(진실)을 등지려 합니다. 참글을 쓰는 이들은 가리거나 감추거나 숨길 까닭이 없습니다. 겉글을 쓰는 이들은 뒤로 꿍꿍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둘레를 보면 겉글·거짓글로 눈을 가리거나 속이는 이들이 내놓는 책이 수두룩합니다. 참글을 널리 알리면서 읽는 사람이 뜻밖에 매우 적습니다.


  앞으로는 우리부터 먼저 바꿀 수 있을까요? ‘참 = 속 = 넋 = 진실’입니다. ‘거짓 = 겉 = 눈가림/눈속임 = 사실’입니다. 한자말 ‘사실’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을 읽는 길입니다. 한자말 ‘진실’은 속으로 빛나는 숨결을 읽는 길입니다. 이제는 진짜(진실)하고 가짜(사실)를 넘어, 참·거짓을 헤아리는 이웃을 만나고 싶습니다.


ㅅㄴㄹ


현대는 문명이나 과학이 점점 발달하기만 해서 인간의 어리석음을 더욱 잘 알 수 있는 시대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어리석음은 노골적이 되었습니다. 원인을 밝히자면 그것은 정신이 망가졌기 때문일 겁니다. (26쪽)


문학을 읽으면 감성이 풍부해진다고만 말하면 그건 좀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풍부해지기도 하겠지만 동시에 문학에는 문학 고유의 독이 있기 때문에 분명히 독도 퍼집니다. 그 점은 잊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35쪽)


그렇다면 왜 지금 세대의 작가는 대가가 될 수 없는 걸까요? 그것은 생활인으로서의 인간적인 성숙과 문학적인 감각의 성숙 속도가 일치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126쪽)


전업주부가 되면 손해를 본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일은 절대 없습니다. 만약 전업주부만큼의 시간을 만들 수 없다면 적어도 아이에게 중요한 시간, 즉 유아기와 사춘기만은 차분히 마주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178쪽)


지금의 일본은 도덕적으로도 좋지 않기 때문에 품격이나 애국심이나 무사도 정신이라는 것을 부활시키자는 생각이 붐을 일으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225쪽)


#吉本隆明 #

真贋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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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도 디자인이 될까요? - 부정에서 긍정으로, 내 감정 내 마음대로
고선영 지음 / 다른상상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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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3.1.8.

인문책시렁 263


《애정결핍》

 고선영

 악어책방

 2020.8.20.



  《애정결핍》(고선영, 악어책방, 2020)을 곰곰이 읽었습니다. 서울 우장산 곁에서 마을책집을 꾸리는 글님은 마을 어린이하고 책이웃을 마주하면서 글빛·삶빛을 나누는 하루를 짓습니다. 조그맣게 여민 꾸러미에는 조그맣게 살아온 발자취를 조그맣게 옮겨적습니다.


  그런데 ‘사랑’이란 무엇이고, ‘애정’이란 무엇일까요? 먼저 한자말 ‘애정(愛情’을 국립국어원 낱말책은 “1. 사랑하는 마음 2. 남녀 간에 서로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풀이합니다만, 또 ‘사랑 : 1.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처럼 풀이합니다만, 두 낱말풀이는 그다지 맞갖지 않구나 싶습니다.


  숲노래 씨는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을 여미면서 ‘사랑’ 뜻풀이를 “1. 어떤 사람·넋·숨결·마음을 무척 곱고 크며 깊고 넓고 따스하게 여기다 (마음으로 돌보면서 따스하고 즐거운 빛을 나누다. 섞이면서 마음을 읽고 나누어 하나가 될 줄 알아 새롭게 빛나는 숨결을 그리다. 이도 저도 아닌, 티도 먼지도 흉도 없는, 오롯이 밝은 숨결. 사람이 살림을 하면서 짓는 빛)”으로 붙였습니다. ‘사랑’이라고 하면 “빛나면서 따스하고 즐거워 아름다운 숨결”이 바탕입니다. 네 가지 가운데 하나라도 빠지면 사랑이라 할 수 없습니다. 네 가지가 하나로 어우러지기에 사랑입니다.


  요사이는 ‘심리학 용어’처럼 ‘애정결핍’이란 일본말씨를 두루 쓰는 듯싶은데, 우리말로 옮기고 풀어내어 우리 스스로 삶과 살림을 수수하고 새롭게 바라보는 첫발을 떼어야지 싶습니다. 이를테면, 사랑이 무엇인가 하고 조금 더 보탤 수 있습니다. “누구나 스스로 하늘빛으로 물들면서, 햇빛·햇볕·햇살로 드리우거나 퍼지면서, 별빛으로 반짝이면서, 꽃빛으로 피어나면서, 숲빛으로 푸르고 물빛으로 맑게 지어서 나누는 즐겁고 아름다운 기운”이기에 ‘사랑’이라고 할 만합니다.


  남이 나한테 베풀어야 사랑이지 않습니다. 누구나 스스로 지으면서 활짝 웃기에 사랑입니다. 뭔가 얻거나 이루어야 사랑이지 않습니다. 높낮이도 위아래도 크기도 따지지 않으면서 빛나는 길이기에 사랑입니다. 오늘 이곳에서 흐르는 모든 목숨붙이는 사랑입니다. ‘사랑받지 못한 목숨’은 없어요. 목숨으로 태어났다면 저마다 다르게 사랑입니다.


  사랑일 적에는 스스로 즐겁게 피어나는 기운이니, 스스로 즐거운 사람은 스스로 웃고 노래하고 춤추면서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도란도란 수다판에 사랑이 흐르고, 오순도순 살림살이에 사랑이 감돌아요. 토닥이는 손길은 토닥임입니다. 달래는 손길은 달램입니다. 토닥이거나 달래는 손길이 ‘사랑손’일 적에는 앙금도 티끌도 앓이를 가만히 녹여서 누구나 스스로 기운을 끌어올려 일어서도록 북돋아요.


  사랑을 못 받고 자랐다고 여길 만한 어린 나날을 보낸 사람이 수두룩합니다. 사랑을 못 받았으면, 오늘부터 우리 스스로 사랑을 새롭게 지으면 됩니다. 어제 겪은 일을 오늘 우리 곁 아이들한테 풀어내야 할 까닭은 없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사랑이라면 모두 웃음꽃씨로 풀어내어 새봄에 새싹으로 돋을 푸른숲으로 나아가는 첫 발자국을 뗄 테지요. ‘사랑받기’나 ‘사랑주기’가 아닌, 오롯이 ‘사랑하기’로 이 하루를 살아가기에 눈부십니다.


ㅅㄴㄹ


친구들과 누가 더 불행한가 까놓고 이야기했던 날 나는 알게 되었다. ‘아빠 때문에 내 인생이 이렇게 꼬였어.’ 그럴듯했다. 내 인생이 안 풀리는 걸 핑계 대기 딱 좋았다. (14쪽)


엄마 말 그대로 술 처먹은 아빠가 왔다. 불안하다. 불안함은 언제나 예상한 일들을 어김없이 데려온다. 나는 우리 집의 귀한 남동생을 데리고 나왔다. (22쪽)


집으로 가는 길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마을버스가 뿌옇게 흙먼지를 날리며 달리는 걸 볼 수 있었다. 매일 생각했다. ‘언제쯤 지긋지긋한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37쪽)


“앗 뜨거워, 안 뜨거.”, “뜨거워.”를 연발하면서 후후 불다가 입에 넣고 감 빼며 오물오물 먹었다. 절굿공이로 찧다가 힘들면 언니가, 언니가 찧다가 힘들면 이번엔 엄마가, 엄마가 찧다가 힘들면 이번엔 할머니가. (63쪽)


그때는 왜 몰랐을까. 엄마가 힘들었을 거라는 걸. 버스에 타면 어느새 우리는 전멸. (6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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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키 키린 - 그녀가 남긴 120가지 말 키키 키린의 말과 편지
키키 키린 지음, 현선 옮김 / 항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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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12.15.

인문책시렁 269


《키키 키린》

 키키 키린

 현선 옮김

 항해

 2019.6.24.



  《키키 키린》(키키 키린/현선 옮김, 항해, 2019)을 읽었습니다. 스스로 맡은 일을 해나가는 하루를 언제나 새롭게 바라보고 배우려는 발걸음으로 삼으려 했다는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배우려고 한다면 어디에서나 배웁니다. 배우려는 마음이 없으면 어디에서도 안 배웁니다. 배우려는 사람은 설거지를 하다가도 깨닫고, 비질을 하면서도 깨달아요. 안 배우려는 사람은 절집에 깃들어 비손을 오래오래 하더라도 못 깨닫습니다.


  따로 배움터(학교)를 드나들거나 마침종이(졸업장)·솜씨종이(자격증)를 거머쥐어야 배웠다고 할 수 있을까요? 종이란 한낱 종이입니다. 종이로 배움빛을 밝히지 않습니다.


  돈을 거머쥐어야 넉넉하다고 여길 수 있을까요? 돈은 그저 돈입니다. 돈으로는 살림을 밝히지 않아요. 돈이 많아도 마음이 가난한 나머지 살림이 메마른 사람이 수두룩합니다.


  책을 읽었기에 잘 알지 않습니다. 책읽기는 그저 책읽기입니다. 잘 알려면 몸소 맞아들여서 즐거이 누릴 노릇입니다. 풀꽃나무를 책으로 많이 들여다보았기에 풀꽃나무를 알 수 없어요. 풀꽃나무 곁에서 살아가면서 풀꽃나무를 이웃숨결로 받아들이는 하루이기에 풀꽃나무를 천천히 알아갑니다.


  넘어져 보면서 아픈 줄 알고, 아픈 줄 알면서 이웃을 보고, 이웃을 보면서 둘레를 느끼고, 둘레를 느끼다가 새삼스레 ‘나(우리)’를 다시 바라봅니다. 내가 나인 줄 알 적에 나를 새롭게 느껴서 나한테서 배웁니다. 그래요, 나는 나한테서 배웁니다. 나는 남한테서 배우지 않습니다. 그대도 매한가지예요. 그대는 그대 스스로 배웁니다. 누가 그대를 가르치지 못 해요.


  삶은 늘 오늘 여기입니다. 오늘 여기를 보려는 눈길을 틔우기에 차근차근 눈빛이 밝는 사람으로 고요히 설 수 있습니다.


ㅅㄴㄹ


그저 지금 내 상황이 어떤지에만 집중하니까, 불평할 겨를이 없습니다. (47쪽)


그때 데라우치 긴 역할을 하면서 크게 깨달은 것은, 할머니들이야말로 세상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는 겁니다. 흔히들 남자는 사회적 명예나 지위 같은 게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고 하는데, 여자에게는 그런 것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가 있죠. (117쪽)


한 번은 자기의 밑바닥을 본 사람이 좋다는 거죠. 그런 사람은 아픔이 뭔지 알기 때문에 대화의 폭이 넓고, 동시에 넘어진 자리에서 변화할 수도 있거든요. (127쪽)


친정 엄마와 시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아이가 얼굴을 보고 싶다기에 보여줬어요. 그러자 딸아이가 하얀 천을 열고 시신을 쓰다듬더군요. 그걸 보면서, 실로 죽음이라는 걸 만져 보는 것도 나쁘지 않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제가 하는 교육이란 게 있다면 이 정도뿐입니다. (187쪽)


아이는 응석쟁이로 키우면 안 됩니다. 혼자 할 수 있는 건 스스로 하게 해야죠. 집안일도 부모가 할 때 같이 시켜야 한다고 보고요. (20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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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것들, 명상 내가 좋아하는 것들 8
용수 지음 / 스토리닷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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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12.12.

인문책시렁 265


《내가 좋아하는 것들, 명상》

 용수

 스토리닷

 2022.11.2.



  《내가 좋아하는 것들, 명상》(용수, 스토리닷, 2022)을 가만히 읽었습니다. 둘레에서는 한자말 ‘명상’을 널리 쓰는 듯하지만, 저는 스스로도 아이들한테도 이웃한테도 ‘마음’을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마음을 돌보거나 다스리거나 닦거나 갈거나 세울 적에 스스로 즐겁다고 이야기해요.


  뜻으로만 보면 ‘마음닦기·마음갈이’나 ‘마음돌봄·마음보기’라 할 만합니다. 이런 말을 쓰는 이웃님이 제법 있습니다. 이대로 풀어서 써도 즐겁고, 더 마음을 기울일 수 있다면 ‘마음길·마음꽃’이라 할 만해요. 그리고 ‘고요·고요길’이라 할 수 있으며, 어린이한테는 ‘돌아보기’나 ‘바라보기’처럼 수수하게 이야기합니다.


  마음을 돌보거나 다스리는 까닭을 살펴본다면, 마음이 아무런 티끌이 없도록 하려는 뜻이 하나일 텐데, 마음에 가득한 티끌만 쓸거나 치운대서 끝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왜 집안을 쓸거나 닦거나 치우나요? 그저 아무것도 없이 휑하게 살려고 쓸거나 닦거나 치우나요? 아닙니다. 집안이건 마당이건 고이 쓸거나 닦거나 치우려는 뜻은 ‘새로 담거나 채우면서 살아가는 즐거운 하루’를 누리려는 뜻입니다.


  숱한 이웃님이 ‘명상 훈련을 하다가 실패’합니다. 마음을 닦으려다가 쓴맛을 보거나 넘어지거나 자빠져요. 왜 그러한가 하면, 마음을 텅 비우고서 그대로 끝내고 말거든요. 비운 마음에는 꿈을 심을 노릇입니다. 앞으로 나아가려는 길을 ‘생각(새로 가려는 길)’이라는 씨앗으로 심어야지요.


  이리저리 휩쓸리거나 휘둘리거나 어지러운 티끌은 ‘생각’이 아닙니다. 다시 말해서, ‘생각이 아닌 부스러기가 가득한 마음’이기에, ‘생각이 들어서서 꿈으로 나아갈 밝고 맑은 터전을 이루고자 마음씻기·마음돌봄·마음닦기’를 한다고 여길 만합니다. 생각이 없는 마음이란, 죽은 마음입니다. 생각을 세워서 스스로 새롭게 빛나려는 마음이기에 살아숨쉬는 마음입니다.


  오늘날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주 흔히 쓰는 낱말인 ‘사랑’하고 ‘생각’이 어떤 참뜻인지 거의 모르거나 등돌려요. 국립국어원 낱말책도 ‘사랑’하고 ‘생각’을 어질게 뜻풀이를 해놓지 않습니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살아가려면, 사랑으로 생각을 지어서 마음에 담을 노릇입니다. 사랑이 없으면 생각이 아닙니다. 생각이 없으면 사랑이 아닙니다. 낱말뜻을 제대로 짚어야 하고, 낱말뜻을 제대로 풀이한 낱말책을 곁에 두어야 합니다. 아무 밥이나 아무렇게나 먹으면 몸이 망가지잖습니까? 아무 말이나 아무렇게나 풀이한 낱말책(사전)이나 글책(인문책)을 자꾸 읽는다면, 우리는 스스로 우리 마음을 망가뜨리는 셈입니다.


  수수한 낱말을 놓고서 뜻풀이부터 제대로 참답게 하는 첫자락을 열고, 마음에 가득한 티끌을 어떻게 쓸고닦아서 스스로 어떤 꿈길로 나아갈 어떤 생각을 씨앗으로 심으려는지 차근차근 바라볼 노릇입니다. 돌아보고 바라보면 됩니다. 아주 쉬워요. 쉬운말로 생각을 지으니 꿈을 스스로 펴면서 날개돋이를 합니다.


ㅅㄴㄹ


명상은 고통을 없애는 게 아니라 고통을 알아 가는 거예요. 평생 외면했던 감정을 직면하게 되면 어찌 아프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31쪽)


옷장에 괴물이 있는 줄 생각하면 두렵지만 열어 보면 아무도 없어요. 캄캄한 밤에 무서운 사람이 있는 것 같지만 손전등을 비추면 나무뿐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35쪽)


명상은 뭡니까? 좋고 나쁘고 하는 마음 없이 보고 듣고 느끼는 겁니다. 일어나는 생각과 감정도 담담하게 지켜보는 겁니다. 코멘트 없이 목격하는 겁니다. (61쪽)


명상은 내가 누구인가를 알아 가는 과정입니다. 내가 누구인가를 알기 위해 내가 아닌 것을 버립니다. (85쪽)


걷기 명상은 깨어 있으면서 걷는 겁니다. 걸을 때 걷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깨어 있겠다는 의도를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18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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