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할머니의 나의 수채화 인생
박정희 지음 / 미다스북스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3.11.30.

인문책시렁 280


《나의 수채화 인생》

 박정희

 미다스북스

 2005.3.31.



  《나의 수채화 인생》(박정희, 미다스북스, 2005)을 이따금 되읽곤 합니다. 지난 2014년 12월 3일에 박정희 그림할머니가 흙으로 돌아갔으니, 어느새 열 해에 이르는군요. 이미 몸을 내려놓고서 떠난 사람은 더 말을 남기지 않습니다만, 문득 꿈자리에서 만나면 새록새록 이야기를 들려주곤 합니다. 아무래도 ‘몸이 아닌 넋’으로 늘 우리 곁에 있기 때문일 테지요.


  둘레에서 ‘박정희’라는 이름을 들추면 ‘총칼 우두머리’가 아닌 ‘살림지기로서 붓을 쥔 할머니’를 떠올립니다. 어리석은 웃사내 이름을 굳이 떠올린들 무엇이 대단하거나 즐거울까요? 아름답게 살림을 지으면서 아이하고 이웃한테 사랑씨앗을 흩뿌린 할머니를 떠올릴 적에 우리 스스로 빛날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림 할머니는 곧잘 이녁 아버지 박두성 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렇게 놀고 싶은 어릴 적에, 아버지는 “하느님 뜻”이라고 하면서 ‘장님이 읽을 점글책’을 찍는 일을 시켰다지요. 박두성 님은 일본이 총칼로 억누르던 서슬퍼렇던 지난날 별사람을 이웃으로 지냈어요. 눈으로 글을 읽는 사람뿐 아니라, 손으로 글을 읽을 사람도 마음을 틔워야 이 나라가 아름답게 서리라 여겼다지요.


  박정희 그림할머니는 붓으로 온누리를 쓰다듬기를 바랐습니다. 뛰어난 그림이나 훌륭한 그림이 아니라, 물빛으로 촉촉히 스미는 그림 한 자락으로 이 나라가 피어나기를 바랐어요. 인천을 잘 모르는 분이라면 화평동을 ‘세숫대야 냉면거리’로 여기지만, 그곳이 ‘찬국수거리’였던 때에는 ‘색시집’이 줄줄이 있었어요. 바보스러운 웃사내한테 몸을 팔아서 살림을 보태던 아가씨가 고픈 배를 달래던 찬국수집이 나란히 있다가, 나중에 색시집이 몽땅 헐리고서 찬국수집만 남았고, 얼결에 인천 동구청이 뜬금없이 ‘냉면거리’로 띄웠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런 화평동 한켠에 ‘평안의원’이 있었고, 평안의원은 가난한 사람들한테 돈을 안 받다시피 하면서, 때로는 살림돈까지 쥐어 주면서 돌보던 곳입니다. 이 평안의원은 어느 날부터 ‘평안 수채화의 집’으로 바뀌었지요. 평안의원 할아버지가 더는 돌봄이(의사) 노릇을 할 수 없던 즈음부터 ‘그림으로 온누리를 돌보는 집’으로 거듭난 셈입니다. 이 화평동 ‘평안 수채화의 집’ 가까이에는 ‘함세덕 옛집’도 있습니다.


  다들 모르거나 모르는 척하는데, ‘정치·사회·문화·예술·교육·종교·문학’ 따위로는 이 나라를 못 바꿉니다. 이런 허접한 것으로는 이 나라를 슬쩍 덧입히는 시늉에서 그칩니다.


  이 나라를 바꾸려면 어린이를 사랑으로 낳아 돌보는 작고 수수한 어버이가 있을 노릇입니다. 아이한테 사랑으로 말을 가르치고, 아이랑 사랑으로 그림 한 자락을 누리고, 아이하고 보금자리를 사랑으로 지을 적에, 비로소 이 나라는 아름답게 피어나게 마련입니다.


  우리는 한 손에 호미를 쥘 노릇입니다. 호미란, 손수 밥옷집을 짓는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다른 한 손에 붓을 쥘 노릇입니다. 붓이란, 손수 살림살이를 글이며 그림으로 담는다는 뜻입니다. 일하고 이야기하고 노래하고 꿈꾸고 웃고 춤추고 어우러지는 조촐한 살림집에서 온누리를 어루만지는 사랑씨앗이 싹틉니다.


ㅅㄴㄹ


평양으로 시집 간 후, 집안에 달력을 그려서 걸었더니 남편이 병원에 꼭 필요하다고 해서 매달 석 장씩 그렸으니 늘 그림과 함께 살아온 셈이다. 가난한 시절이었기 때문에 연필, 크레용, 수채화 물감, 크레파스만 보면 반가워서 보관했고, 종이도 아무것이나 고맙게 썼었다. (16쪽)


대동강으로 빨래를 하러 가게 되었다. 빨랫감들과 비누 빨래 망망이를 버주기에 담아 머리에 이고 나섰는데 봄비에 깨끗이 씻긴 새싹들이 팔랑대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은사시나뭇잎은 유독 팔랑거리며 나를 유혹하는 것이 아닌가. (25쪽)


넷째 딸 순애는 학교 갈 나이가 되어도 사촌들끼리 소꿉놀이 하는 것만 좋아하였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나는 순애에게 물어보았다. “순애야, 너 학교 안 가련?” “엄마 맘은요?” “네가 학교에 가겠다고 하면, 예쁜 옷을 지어주고 싶어서.” “예쁜 옷? 그럼 나 학교 갈래!” 나는 약속대로 예쁜 병아리 수가 놓인 옷을 지어 입혔다. (76쪽)


아이들의 방학은 엄마인 내게도 기쁜 날들이었다. 요즘은 일을 다니는 엄마들이 많아져서 아이들이 방학을 하면 엄마들이 더욱 힘들기 마련이겠지만, 내가 아이들을 기르던 시절의 방학은 ‘함께 즐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92쪽)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그 당시, 송현초등학교에 근무했을 때의 동료였던 신 선생이라는 분이 헌책방을 조그맣게 열고 있었다. 그 헌책방은 내가 잘 다니는 길가에 있었는데 그분이 하루는 나를 부르는 것이었다. “어떤 UN군이 여러 번 찾아와서 한국의 풍속화 엽서를 찾더군요. 명령이 내리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구하지 못해 유감스러워 하면서 구해 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나도 구하질 못했어요. 혹시 박 선생님께 부탁드리면 구해 주시거나 직접 그려 주실 수 없을까 해서요.” 나도 집으로 돌아와서 뒤적여 보았다. 하지만 금강산의 엽서는 있되, 풍속을 그린 것은 찾을 수가 없어서, 바쁜 일상 중에 시간을 내어 직접 그리기로 했다 … 그 UN군에게 전했더니 무척 좋아하면서 아홉 권의 화집을 차에 싣고 와서 그림을 그려준 분께 전해 달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아홉 권의 화집은 빈센트 반 고흐, 폴 세잔느, 르느와르의 인물, 정물, 풍경화집이었다. (131쪽)


연필, 종이, 그리고 물감도 비싸지 않은 소박한 것으로 준비해 보자. 자, 준비가 됐다면 그리고 싶은 욕망이 든 바로 지금, 그림을 그려 보자! (21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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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1센티미터씩 바뀐다 - 장애 인권 조례를 만드는 사람들 이야기
노자와 가즈히로 지음, 정선철.김샘이 옮김 / 이매진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3.11.30.

인문책시렁 331


《세계는 1센티미터씩 바뀐다》

 노자와 가즈히로

 정선철·김샘이 옮김

 이매진

 2011.11.4.



  《세계는 1센티미터씩 바뀐다》(노자와 가즈히로/정선철·김샘이 옮김, 이매진, 2011)는 아주 더디게 바뀌는구나 싶은 걸림돌을 이야기합니다. ‘걸림돌’이란, 사람이 아닌 틀입니다. 나라를 이끈다는 틀이 오히려 사람들한테 걸림돌이고, 가르치거나 배우는 터전이 도리어 걸림돌이고, 글(언론·책)이 뜬금없이 걸림돌이기도 합니다.


  한 치만큼 바뀐다면, 바뀐다는 뜻입니다. 한 치조차 꿈쩍을 안 한다면 까마득하다는 뜻입니다.

  둘레를 봐요. 새롭게 배우려고 하는 사람이 있지만, 하나도 안 배우려는 사람이 수두룩합니다. 나이가 어리거나 젊기에 새롭게 배우지 않습니다. 스스로 사랑하고 생각하고 살림하는 사람일 때라야 비로소 새롭게 배웁니다. 스스로 안 사랑하고 안 생각하고 안 살림한다면 언제나 안 배워요.


  ‘배움’이란, 바라보며 받아들이는 마음입니다. 안 바라보고 안 받아들이는데 어떻게 배우겠습니까. 별사람도 온사람도 그저 사람입니다. 별빛을 품었건, 오롯이 있건, 다 아름다이 숨결이 흐르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이 나라나 배움터는 사람을 사람으로 바라보지 않아요. 다들 틀에 얽매입니다. 옷차림이나 매무새를 따지려고 합니다. 높낮이를 가르고 줄을 세웁니다. 값을 매겨서 첫째부터 꼴찌까지 늘어놓습니다.


  온누리는 틀림없이 날마다 다른 하루입니다. 우리는 날마다 새롭게 배우면서 어깨동무할 수 있고, 언제까지나 안 배우면서 늙은 꼰대로 헤맬 수 있습니다. 늘 새롭게 배우며 눈망울을 밝히겠습니까? 언제나 안 배우면서 움켜쥐거나 틀어막는 담벼락(권력)을 세우겠습니까?


ㅅㄴㄹ


‘금지’나 ‘강제’에 기대면 사람들의 태도나 겉으로 드러나는 상황은 바꿀 수 있어도 마음속까지 바꾸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금지나 강제 때문에 쌓인 불만은 결국 가장 약한 장애 어린이를 향하게 되지 않을까. (35쪽)


당하는 사람은 상처를 받는다. 자존심이 갈기갈기 찢겨진 기분이 든다. 날마다 이런 시선을 받으면 누구라도 세상을 향한 반발심과 무력감이 몸에 밸 것이다. (44쪽)


우리들의 ‘장애 인권 조례’는 차별을 적발해 엄벌하려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려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83쪽)


우리 생각보다 더 사람들이 장애에 관해 잘 모르는지도 모른다. ‘차별’이라는 말이 과도한 경계심을 불러오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우리도 의회에 관해 아무것도 몰랐다. (173쪽)


+


조례가 성립하려면 일반 기업을 포함한 일반 시민이 지지해 줘야 한다

→ 기틀이 서려면 여러 일터를 비롯해 사람들이 밀어줘야 한다

→ 길눈이 서려면 여러 일터와 사람들이 믿어 줘야 한다

36쪽


귀가 들리는 사람의 음성 언어를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에게 통역하기 위해 수화를 사용한다

→ 귀가 들리는 사람이 쓰는 말을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한테 옮기려고 손말을 쓴다

→ 소리말을 손말로 옮긴다

56쪽


차별을 적발해 엄벌하려는 것이 아니라

→ 따돌림을 들춰 따지려는 뜻이 아니라

→ 무리질을 찾아 다스리려는 길이 아니라

83쪽


지사에게는 단장의 고통이었을 것이다

→ 고장지기한테는 쓴맛이었으리라

→ 고장지기는 가슴아팠으리라

→ 고장지기는 사무쳤으리라

138쪽


성심성의껏 대답하려고 했지만

→ 바지런히 얘기하려고 했지만

→ 온힘으로 말하려고 했지만

146쪽


기진맥진해 집에 돌아오니

→ 지쳐서 집에 돌아오니

→ 비칠비칠 집에 돌아오니

→ 하느작 집에 돌아오니

152쪽


우리 생각보다 더 사람들이 장애에 관해 잘 모르는지도 모른다

→ 우리 생각보다 더 사람들이 담을 잘 모르는지도 모른다

→ 우리 생각보다 더 사람들이 아픔을 잘 모르는지도 모른다

17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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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 (리커버 특별판. 표지 2종 중 랜덤 발송) - 탁월한 외교정책을 펼친 군주
한명기 지음 / 역사비평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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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3.11.20.

인문책시렁 326


《광해군》

 한명기

 역사비평사

 2000.7.10.



  《광해군》(한명기, 역사비평사, 2000)을 되읽으며 생각합니다. 임금을 일컬을 적에 ‘종·조·군’처럼 갈랐다는데, 나라를 어질게 다스렸기에 ‘종’을 붙이지 않아요. 벼슬아치가 보기에 마음에 안 들기에 ‘군’을 붙입니다. 그저 임금 집안에서 나고자랐으니 임금이 되던 사람들입니다. 그저 흙지기 집안에서 나고자랐으니 흙을 일구면서 싸울아비(군인)로 끌려가던 사람들입니다.


  똑똑하거나 잘나기에 임금이 되지 않아요. 안 똑똑하거나 못나기에 흙지기이지 않습니다. 잘 살필 노릇입니다. 흙을 돌보거나 건사하는 이가 어리석다면, 흙지기부터 스스로 굶어죽습니다. 나라살림이 넉넉하다면, 임금이 잘 다스렸다고 할 수도 있으나, 이보다는 흙지기인 수수한 사람들이 어질고 참하다는 뜻입니다.


  나라지기나 벼슬아치는 그들이 우쭐대며 세운 높다란 곳이 아닌, 흙이며 돌이며 나무를 볼 노릇입니다. 풀이며 꽃이며 숲을 볼 적에 비로소 아름나라로 나아갑니다. 개구리 한 마리를 하찮게 여기는 마음으로 나라지기나 벼슬아치를 맡는다면, 이 나라는 기우뚱하지요. 참새 한 마리를 사랑하지 않는 무리가 나라일을 맡는다면, 이 나라는 흔들려요.


  《광해군》은 ‘광해군’이란 이름을 받은 이가 어떻게 싸움(임진왜란) 한복판에서 처음으로 사람들(백성)을 만나고 보고 마주하고 어울린 뒤에 임금 노릇을 했는지 차근차근 짚습니다. 고구려·백제·신라뿐 아니라 고려·조선을 통틀어, 임금이나 벼슬아치가 사람들(백성)하고 한솥밥을 먹은 일은 광해군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들 높다란 담벼락 안뜰에서 글만 읽었을 뿐입니다.


  오늘날 이 나라는 어떤 얼거리일까요? 벼슬꾼뿐 아니라, 여느 일터(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은 스스로 ‘사람(시민·국민·백성·인민)’일까요? 아니면, 이웃하고 등진 채 벼슬꾼 못잖게 잿빛으로 담벼락을 둘러친 잿더미(아파트 단지)에서 덩그러니 떨어져서 지내는가요?


  갈수록 안 걷는 사람이 늘어납니다. 갈수록 스스로 잿더미에 갇힌 사람이 부쩍 늡니다. 책을 읽더라도 외곬로 붙들릴 뿐 아니라, 그냥 안 읽는 사람이 잔뜩 늘어납니다. 그나마 책으로 들숲바다를 만나던 사람들조차 요새는 그림(유튜브)으로 구경할 뿐, 온몸으로 마주하는 일도 확 사라집니다. 어린이집은 있어야겠습니다만,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기만 하는 분들이 벼슬자리에 오르면 ‘어린이를 헤아리는 길(정책)’을 하나라도 내놓을 수 있을까요? 두 발로 땅을 디디지 않는다면, 입으로 왼길이니 오른길이니 외쳐 본들 똑같이 부질없습니다. 삶은 목소리로 짓지 않습니다. 삶은 늘 우리 손발에 사랑을 실은 따사롭고 착한 마음으로 지을 수 있습니다.


ㅅㄴㄹ


요즘 같은 시대에 광해군의 평전을 쓴다는 것은 일단 촌스러운 일이다. 어느 분야에서건 무한 경쟁이 강조되고 1등만이 살아남는다고 외치는 시대에 광해군은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인물이다. (5쪽)


피난 행렬이 서울을 벗어나자마자 임해군의 저택을 비롯한 왕자궁들이 불에 탔다. 평소 불만을 품은 백성들이 불을 지른 것이었다. (48쪽)


광해군의 활동은 왜란 초 일본군에게 어이없이 유린되었던 조선 조정이 비로소 본격적으로 항전을 독려하고 전쟁 수행에 나서는 시발점이 되었다. (53쪽)


조선 백성은 이중으로 시달리게 되었다. 한편에선 일본군에게 시달리고, 다른 한편에선 싸우지 않고 군량만 축내는 명군에게 엄청난 피해를 보아야 했다. (67쪽)


광해군은 이항복과 이덕형도 중용하여 즉위 초반에는 이들 세 사람이 번갈아가며 정승직을 주고받았다 … 북인들은 이들을 중용하는 것에 불만을 품었지만 광해군은 이들을 신임하여 힘을 실어주었다. 적어도 국방 문제와 같은 국가 대사만큼은 당파를 초월하여 능력 있는 인물에게 맡겨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105쪽)


광해군은 즉위 직후부터 전란 중에 흩어져버린 서적들을 수습하고 새로 찍어내는 데 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각종 서적들을 수습하여 바친 사람들에게 후한 상을 내리는 한편 명나라에 들어가는 사신들에게도 거금을 들여 책을 구입해 오도록 지시했다. (114쪽)


광해군은 왜 명의 징병 요구를 거부하려고 했을까?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우선 그는 누구보다 전쟁의 참상을 잘 알았다. 임진왜란 직후 왕세자가 되자마자 전장을 주유했던 그였다. (200쪽)


광해군이 내정에서 좀더 정치력을 발휘하여 신료들을 조정하는 데 성공했더라면 그의 비극적 말로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에서 가정은 부질없는 것. (293쪽)


+


세 사람이 번갈아가며 정승직을 주고받았다

→ 세 사람이 갈마들며 벼슬을 주고받았다

→ 세 사람이 갈마들며 감투를 주고받았다

105쪽


전란 중에 흩어져버린 서적들을 수습하고 새로 찍어내는 데 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 불굿에서 흩어져버린 책을 거두고 새로 찍어내려고 대단히 애썼다

→ 불바다에서 흩어져버린 책을 추스르고 새로 찍어내려고 대단히 힘썼다

→ 불밭에서 흩어져버린 책을 모으고 새로 찍어내려고 대단히 땀흘렸다

114쪽


전장을 주유했던 그였다

→ 싸움터를 떠돌았다

→ 싸움판을 누볐다

20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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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외규장각 의궤와 외교관 이야기 - 145년의 유랑, 20년의 협상
유복렬 지음 / 눌와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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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3.11.18.

인문책시렁 325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와 외교관 이야기》

 유복렬

 눌와

 2013.8.6.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와 외교관 이야기》(유복렬, 눌와, 2013)를 읽었습니다. 새뜸글로만 읽던 이야기를 책으로 돌아보니 새삼스럽습니다. 이웃나라하고 우리나라를 잇도록 맺는 일꾼이 사람들한테 알려지지 않은 어떤 일을 해왔는지 하나씩 느낄 만하고, 낮은 자리에서 땀흘리는 사람이 있기에 빛나는 열매를 누리는구나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먼저 우리말씨 아닌 옮김말씨가 너무 많습니다. ‘공무원·외교관’이기에 어쩔 길이 없을는지 모르나, ‘사람들 사이에서 흐르는 우리말’을 헤아리면서 글을 쓸 수 있기를 바라요. 글멋을 치우고 꾸밈글을 솎아낸다면 한결 나을 테지요.


  다음으로는, 책을 보는 눈매가 아쉽습니다. 예전 프랑스사람은 《한국서지》란 책을 낸 적이 있습니다. 일본사람은 우리 옛책을 긁어모으면서도 어떤 옛책을 긁어모았는지 다 숨겼어요. 이와 달리 프랑스사람은 우리 옛책을 사들이면서 차근차근 벼리를 짜서 밝혔습니다. 독일사람이나 미국사람이나 영국사람도 우리 옛책을 꽤 사들인 줄 알지만, 언제 어디에서 어떤 옛책을 사들였는지 거의 알 길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구한말 주한 프랑스 공사’가 사들였다는 《직지》를 안타까워할 까닭이 없습니다. 일본이나 독일이나 미국이나 영국이 아닌 프랑스에서 눈여겨보고서 사들여 주었기에, 오늘 우리는 《직지》가 어떻게 ‘남았는’지 알 수 있기도 합니다.


  이 책이 나온 2013년뿐 아니라, 2023년에도 우리나라 국립중앙도서관을 비롯해 온나라 책숲(공공도서관)은 책을 아주 잘 버립니다. 베스트셀러·스테디셀러가 아닌 책은 쉽게 버리는 우리나라 책숲입니다. 그러나 책숲만 책을 버리지 않아요. 우리 스스로 여러 책을 골고루 사읽지 않습니다. 우리 스스로도 베스트셀러·스테디셀러에 얽매인 책읽기입니다. 눈길을 틔우고 마음을 열면서 생각을 가꾸는 여러 가지 아름책은 오히려 등돌리거나 내치는 우리 민낯이에요.


  ‘외규장각 의궤’만 잃거나 빼앗긴 책이지 않습니다. 나라님이 여민 책이라서 더 뜻깊지 않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우리 이야기를 글로 엮어서 나누는 길하고 너무 먼 채 여태까지 치달렸습니다. 베스트셀러·스테디셀러는 나쁜책이지 않습니다만, 좋은책이지는 않고, 마음과 눈길과 생각을 일구는 밑거름으로 삼을 숱한 책이 파묻히거나 잊혀가는 우리 하루입니다.


ㅅㄴㄹ


구한말 주한 프랑스 공사가 지방 시찰을 갔다가 우연히 구입한 《직지》를 나중에 프랑스국립도서관에 기증했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는 왜 이런 문화유산을 지키지 못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밀려들었다. 프랑스 공사는 대체 무슨 이유에서 그리고 무슨 안목으로 이 책을 골라 구입한 것일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정당한 구매 행위를 통해 해외로 반출된 물품에 대해서는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는 것이 국제 관행이었다. (15쪽)


나 역시 그런 외교통상부 직원들 중 한 사람에 불과했다. 처음 외교관이 되었을 때부터 외규장각 의궤 문제를 맡았고, 프랑스에서 근무한 3년 동안 관련 업무를 계속했다. (59쪽)


박 대사가 쐐기를 박듯이 말했다. “문화재를 맞교환한다는 생각 자체를 우리 국민들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대가를 받을 생각을 하지 말고, 그냥 의궤를 돌려주고 대신 한국 국민들의 영원한 사의謝意를 선물로 받으십시오. 그것이야말로 미래 양국 관계의 초석이 될 것입니다.” 프랑스 측 인사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122쪽)


+


우리는 왜 이런 문화유산을 지키지 못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밀려들었다

→ 우리는 왜 이런 빛꽃을 지키지 못했을까 싶어 안타까웠다

→ 우리는 왜 이런 살림꽃을 지키지 못했는지 안타까웠다

15쪽


양측 간에 얼마나 오해의 골이 깊은지

→ 둘이 얼마나 골이 깊게 넘겨짚는지

→ 둘이 얼마나 골이 깊어 안 맞는지

34쪽


비속어를 그대로 내뱉은 것이었다

→ 막말을 그대로 내뱉었다

→ 더럼말을 그대로 내뱉었다

39쪽


부임지로 향하는 마음이 설레는 것도 분명 이 때문일 것이다

→ 이 때문에 일터로 가면서 설렜다

→ 이리하여 일집으로 가면서 설렜다

72쪽


늘 우중충한 날씨 속에 사는

→ 늘 우중충한 날씨로 사는

→ 늘 우중충한 곳에서 사는

73쪽


단독회담을 가진 뒤

→ 따로 만난 뒤

→ 둘이서 만난 뒤

→ 둘모임을 한 뒤

→ 낱모임을 한 뒤

→ 조용히 만난 뒤

94쪽


가장 직원이 적은 공관에 속했다

→ 일꾼이 적은 벼슬터였다

→ 일꾼이 적은 나라일터였다

99쪽


대신 한국 국민들의 영원한 사의謝意를 선물로 받으십시오

→ 그저 우리한테서 한결같이 고마워하는 마음을 받으십시오

→ 그러나 우리나라가 늘 기뻐할 테니 마음을 받으십시오

→ 다만 한겨레가 언제나 반기는 마음을 받으십시오

122쪽


은인恩人 두 명이 큰 역할을 했다

→ 도움이 두 분이 큰일을 했다

→ 빛님 두 분이 큰노릇을 했다

215쪽


숨차게 달려온 호흡을 고르면서 자문해 본다

→ 숨차게 달려온 길을 고르면서 스스로 묻는다

→ 숨차게 달려온 날을 고르면서 물어본다

22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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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에 맞선 페미니스트 - 억압과 멸시, 굴종에서 벗어나 해방을 꿈꾼 여성들 철수와영희 생각의 근육 1
이임하 지음 / 철수와영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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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3.11.14.

인문책시렁 321


《일제에 맞선 페미니스트》

 이임하

 철수와영희

 2023.10.16.



  《일제에 맞선 페미니스트》(이임하, 철수와영희, 2023)를 가만히 읽습니다. 우리가 걸어온 발자취를 돌아봅니다. 숱한 사람들은 총칼수렁(일제강점기)에 목숨을 잃었고, 아이도 어버이도 잃었습니다. 집안이 무너지고 땅을 빼앗긴 사람이 참으로 많고, 살림을 빼앗긴 채 종으로 굴러야 한 사람들이 넘쳤어요. 일본이며 사할린이며 아시아 곳곳으로 끌려가서 내도록 종살이를 하다가 목숨을 잃은 사람도 무척 많아요.


  총칼수렁에도 우두머리한테 빌붙으면서 돈·힘·이름을 거머쥐거나 드날린 무리도 많습니다. 옆에서 죽어나가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던 이들은 나중에 나라지기(대통령)도 되고, 한몫 단단히 잡고서 떵떵거리기까지 했습니다.


  나라도 마을도 수렁이었지만, 조금도 수렁이 아니던 무리는 근심걱정이 없이 얼뜬 짓을 일삼았습니다. 곰곰이 보면, 총칼수렁에서 벗어난 오늘날이라지만, 돈수렁이나 이름수렁이나 힘수렁이 있어요. 배움수렁(입시지옥)은 갈수록 깊은데, 배움수렁이기에 돈을 벌거나 이름을 얻거나 힘을 쥐는 무리가 꽤 많아요.


  지난 총칼수렁에서 몸을 바치고 마음을 기울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참살림을 그린 사람들은 위아래로 가르는 굴레가 총칼로 잇고, 이 총칼은 순이돌이를 가르며, 모든 사람을 억누른다고 느꼈습니다. 예나 이제나 똑같아요. 총칼을 앞세우는 무리는 위아래뿐 아니라 웃사내질(남성 가부장 권력)로 치닫습니다. 총칼은 어깨동무나 살림이나 사랑을 바라지 않아요. 총칼은 들숲바다를 밀어내어 잿더미로 바꾸려고 합니다.


  《일제에 맞선 페미니스트》는 지난날에 머무는 이야기일 수 없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 수수한 순이돌이 이야기는 안 남았습니다. 조선총독부는 참살림과 참사랑과 참빛을 바란 사람들 참목소리를 남기지 않았습니다. 오늘날 나오는 책에 누구 목소리나 이야기가 나올까요? 우리가 배우는 자취(역사)는 누가 무엇을 한 자취일까요?


  우봉운, 김명시, 조원숙, 강정희, 이경희, 이계순, 이경선, 이렇게 일곱 사람 이름을 되새깁니다. 가까스로 찾아낸 자취는 일곱이지만, 총칼수렁에 맞선 순이는 숱하게 많아요. ‘내 이름 남기기’가 아닌 ‘푸른누리로 함께 살아갈 모두’를 헤아리는 마음으로 흘린 땀방울과 피눈물이 있기에, 굴레를 벗고 고삐를 풀고 수렁에서 벗어나서 새터를 일굴 수 있습니다.


  둘레를 봐요. 참답게 일하는 사람들 이름이 새뜸(언론)에 나오는가요? 뜬금없거나 얼척없는 이들 이름만 새뜸을 채우지 않나요? 얼뜬 이들이 벌어는 멍청한 쳇바퀴를 안 다룰 수 있는 새뜸이 나오기도 해야겠습니다만, 우리가 먼저 참다이 이웃을 바라보고, 어깨동무를 하고, 보금자리를 사랑으로 돌보면서, 새길을 짓고 새빛으로 나아갈 노릇이지 싶어요.


ㅅㄴㄹ


우봉운뿐만 아니라 여성 활동가들이 주요한 활동 가운데 하나는 옥바라지였다. 이는 ‘돌봄’운동이었다. 돌봄 노동이 인간이 생활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처럼 일제강점기 ‘돌봄’ 운동이 없었다면 독립운동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38쪽)


이 관병식에 우리 의용군 6000여 명이 완전히 무장을 하고 무위당당하게 소군과 함께 참가하였는데, 이 가운데는 여 동무도 수백 명이 참가하고 또 봉천에 있는 조선 동포들도 우리의 뒤에 따라섰다. (82쪽)


사회문제로 토의된 안건은 ‘봉건적 허례 등의 타파, 여성·백정·노예·쳥넌회에 대한 차별 관념 철거, 인신매매 금지 공·사창 폐지’ 등이었다. (139쪽)


조원숙의 상실은 성별에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공부하고, 운동하고, 활동하면서 부러운 마음은 사라졌다. 그래도 ‘남자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은 가끔 떠올랐는데, 그것은 사회제도와 습관이 변함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142쪽)


일제 법정은 이들의 대답이 신문에 게재되길 원치 않았다. 경성지방법원은 강정희가 결혼해 자녀가 있고, 이혼한 ‘여자’임을 부각했다. 일제에 맞서는 페미니스트들이 현모양처가 아닌 연애만 하는 ‘여자’라고 왜곡해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이들이 어떤 활동을 했는지, 어떤 목적을 갖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183쪽)


+


1년에 500만 족을 생산하고

→ 해마다 500만 켤레를 찍고

46쪽


유치장에 갇힌 동료를 위해 생활 용품들을 차입해 주려고

→ 사슬터에 갇힌 동무한테 살림살이를 넣어 주려고

→ 고삐에 갇힌 벗한테 살림거리를 들여 주려고

54쪽


허영적이고 인형적인 결혼은 결사 반대했다

→ 거품에 꼭두각시 짝맺기는 손사래쳤다

→ 겉치레에 귀염둥이 짝짓기는 내쳤다

60쪽


열다섯 살에 그녀는 양양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 열다섯 살에 양양에서 서울로 왔다

125쪽


전국 투어를 기획했다

→ 온나라를 돌기로 했다

→ 골골샅샅 돌려고 했다

129쪽


민족적 의식을 토대로 한 강령을 채택하도록

→ 겨레넋을 바탕으로 틀을 짜도록

→ 겨레얼을 발판으로 길을 잡도록

138쪽


주요한 관계자들이 거사 4일을 남겨두고

→ 몇몇 사람들이 큰일 나흘을 남겨두고

→ 여러 일꾼이 큰일을 나흘 남겨두고

148쪽


냉수마찰, 장작 패기, 물 긷기 등으로 건강에 상당한 노력을 하지만

→ 찬물씻이, 장작 패기, 물 긷기를 하며 몸을 무척 돌보았지만

→ 찬씻이, 장작 패기, 물 긷기를 하며 몸을 무척 추슬렀지만

195쪽


하루에 한 번씩 온수 목욕을 시켰다

→ 날마다 더운물씻이를 했다

→ 하루마다 더운물로 씻겼다

196쪽


그녀는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자녀를 투사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다

→ 이이는 집배움이 크다고 외치며 아이를 일빛으로 키우겠다는 뜻을 밝힌다

→ 이녁은 배움숲이 대수롭기에 아이를 살림빛으로 기르겠다는 뜻을 밝힌다

197쪽


게다가 미모의 소유자로서

→ 게다가 아름다워서

→ 게다가 어여뻐서

21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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