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 소설 내가 좋아하는 것들 11
김슬기 지음 / 스토리닷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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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1.18.

인문책시렁 318


《내가 좋아하는 것들, 소설》

 김슬기

 스토리닷

 2023.10.31.



  《내가 좋아하는 것들, 소설》(김슬기, 스토리닷, 2023)을 읽었고, 덮었습니다. 열아홉 살까지는 ‘소설’이라는 이름인 글을 읽었으나, 스무 살부터는 등졌습니다. 마흔 살이 훌쩍 넘어서 다시 몇 자락을 읽기는 했으나, 영 손이 안 갑니다.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숱한 글자락은 “삶을 담는 글”이라기보다 “삶이 미운 글”에 쏠려요. “삶을 짓는 꿈을 그리는 글”이 아닌 “삶은 굴레라고 쏘아대는 글”이기도 합니다. 이른바 ‘막장 연속극’하고 소설은 나란합니다. 둘은 늘 한동아리 같아요.


  요즈막에는 ‘수필’이라는 이름인 글마저 “삶을 풀어내면서 스스로 마음을 푸근하게 품는 글”이 아닌 “삶이 괴롭다고 미워하면서 가르고 싸우고 쪼개는 굴레”로 치닫습니다. 여기에 ‘시’라는 이름인 글은 “삶에 가락을 입혀 나누는 노래”가 아닌 “삶을 저버린 채 꾸미고 덧씌우고 자르는 글장난”에 갇힙니다.


  낱말책을 짓는 일을 하니, 어느 갈래 어느 글이건 아무튼 읽기는 하되, 소설이라는 글은 마음도 말도 마을도 꽁꽁 뭉개는 얼거리가 넘쳐나기에, 글쓴이부터 스스로 수렁에 잠길 뿐 아니라, 읽는이도 덩달아 쇠고랑을 차야 하는 듯싶기까지 합니다. 언제부터 소설이라는 글은 이렇게 바닥을 칠까요?


  어느 모로 보면, 글을 쓰면서 ‘글쓰기’라 안 하고 ‘문학 창작’이라고 씌우면서 망가지는 지름길로 접어들지 싶습니다. 글이란, 말을 담은 그림이자 무늬입니다. 말이란, 마음을 담은 소리입니다. 마음이란,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를 그린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글이건 말이건, 마음이요 이야기를 담는 그릇인데, 글을 글이라 않고 ‘소설’이나 ‘수필’이나 ‘시’라고 하면서 다 뒤집혔구나 싶어요.


  말이란, 좋은 말이나 나쁜 말이 없이, 그저 삶을 누리는 마음을 담아낸 소리일 뿐입니다. 말을 옮기는 글도, 삶이라는 이야기를 간추려서 담는 글도, 언제나 좋은 줄거리나 나쁜 줄거리가 없습니다. 쥐어짜거나 뚝딱거리거나 짜맞출 적에는 삐걱거릴밖에 없어요.


  서울살이를 쓰든, 시골살이를 쓰든, 웃음살이를 쓰든, 눈물살이를 쓰든, 가시밭길을 쓰든, 꽃길을 쓰든, 꾸미지 않으면 됩니다. 고스란히 쓰면 넉넉합니다. 아픈 삶이니 아프게 눈물을 흘린 그대로 쓰면 됩니다. 기쁜 삶이니 기쁘게 웃음을 터뜨린 그대로 쓰면 돼요. 이러면서 언제나 꿈과 사랑과 숲을 바탕에 놓을 줄 아는 눈썰미라야, 비로소 글이요 말이 빛날 테지요.


ㅅㄴㄹ


소설을 읽고, 더 자유로워진 마음으로 쓴다. 그러다 보니 일기 쓰기도 달라졌다. 암호처럼 쓰던 일기가 솔직해졌다. 더 수다스러워졌다. 이런 생각은 옳지 않다, 여기며 마음에서 지우기 급급했던 생각들도 귀하게 기록한다. (28쪽)


20대 중반이었던 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몰랐다. (43쪽)


1만 2천 원 하는 책을 판다는 건, 이토록 무덥고, 부끄럽고 또 애타는 일이구나. 글을 쓸 때 몰랐던 것들을 …… (61쪽)


+


손바닥을 바지 위에 비벼댔다

→ 손바닥을 바지에 비벼댔다

21쪽


소설 쓰고 앉아 있다

→ 이야기 쓰고 앉았다

22쪽


누군가는 겨울에 굶어 죽고야 마는 베짱이라며

→ 누구는 겨울에 굶어죽고야 마는 베짱이라며

22쪽


8차선 위에서 벌거벗고 춤을 추는 것과 같다

→ 여덟길에서 벌거벗고 춤을 추는 셈이다

23쪽


대망의 질문 시간

→ 기다린 물음틈

→ 바라던 이야기

→ 손꼽은 얘기꽃

27쪽


C조, 준비, 땅!

→ 셋째, 자, 가!

31뽇


대충 느낌적인 느낌으로만 추측할 뿐이었다

→ 얼추 헤아릴 뿐이다

→ 그냥 어림할 뿐이다

→ 그냥 짚어 본다

32쪽


초보 습작생이었던 내겐

→ 풋내기이던 내겐

→ 풋글을 쓰던 내겐

33쪽


인생의 숙제를 덜 한 것만 같은 찜찜한 마음이 커지면

→ 살아가는 짐을 덜 한 듯해 더 찜찜하면

→ 삶이라는 길을 덜 간 듯해 확 찜찜하면

44쪽


친한 언니와 식사하는 자리에서 그녀는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 가까운 언니와 밥먹는 자리에서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45쪽


소설을 좋아하는 충실한 독자로만 남고 싶은

→ 글꽃을 좋아하는 이로만 남고 싶은

→ 글꽃을 즐겨읽기만 하고 싶은

55쪽


노트북을 여닫는 사이 영영 글 쓰는 일로 돌아가지 않아도 좋을 문장들을 만난다

→ 무릎셈틀을 여닫는 사이 끝내 글 쓰는 일로 돌아가지 않아도 좋을 글을 만난다

58쪽


나는 저항군처럼 역행한다

→ 나는 거스른다

→ 나는 맞선다

64쪽


내가 불안에 천하무적인 긍정맨일까

→ 내가 걱정을 다 이기는 웃음이일까

→ 내가 근심을 안 두려운 활짝이일까

69쪽


한 장 분량의 아주 짧은 소설(엽편 소설)을 쓰는 것이었다

→ 한 쪽짜리 잎글을 쓴다

→ 한 바닥짜리 잎새글을 쓴다

75쪽


반짝반짝 잘하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 반짝반짝 잘하는 일을 잊지 않아야 한다

77쪽


엄마의 말은 희한하게 내 마음의 급소 어딘가를 정확히 파고들어 치명타를 날리곤 한다

→ 엄마는 남달리 내 덜미 어디를 확 파고들어 주먹을 날리곤 한다

→ 엄마는 뜬금없이 내 마음 복판을 훅 파고들어 뻥 날리곤 한다

→ 엄마는 놀랍게 내 명치를 똑똑히 파고들어 모질게 날리곤 한다

79쪽


평범한 이야기였던 것이 MSG가 잔뜩 가미되어,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되어갔다

→ 수수한 이야기에 가게앙념을 잔뜩 넣어,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어갔다

81쪽


냉장고는 온갖 곰팡이들을 배양하는 실험실이 됐다

→ 싱싱칸은 온갖 곰팡이를 키워 두는 곳이 됐다

104쪽


달콤한 떡볶이는 완벽한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다

→ 달콤한 떡볶이는 어쩔 길 없다

→ 달콤한 떡볶이는 사랑이다

→ 달콤한 떡볶이는 안 먹고 못 산다

→ 달콤한 떡볶이는 홀린다

→ 달콤한 떡볶이는 사로잡는다

→ 달콤한 떡볶이는 죽인다

142쪽


정리만 되면 내려갈 거야

→ 추스르면 가

→ 다스리면 가

→ 다독이면 가

19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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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치마가 빛났다
안미선 지음 / 오월의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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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3.12.25.

인문책시렁 335


《그때 치마가 빛났다》

 안미선

 오월의봄

 2022.10.4.



  《그때 치마가 빛났다》(안미선, 오월의봄, 2022)는 치마하고 얽힌 삶길을 들려줍니다. 그런데 글쓴이는 여러 가지를 놓치거나 등돌리려고 합니다. 치마가 워낙 순이옷일까요, 아니면 누구나 두르던 옷일까요? 오늘날 치마는 어떤 옷가지일까요?


  오늘날은 누구나 바지를 뀁니다. 치마를 입고 싶다면 치마를 두르고, 바지를 꿰고 싶다면 바지를 뀁니다. 순이뿐 아니라 돌이도 치마를 두르고 싶으면 즐겁게 두를 노릇입니다. 그저 옷이거든요. 이렇게 해야 하거나 저렇게 갈라야 하지 않습니다.


  웃사내질로 순이를 억누르는 짓은 언제부터 누가 어디에서 일삼았을까요? 이 대목도 곰곰이 짚을 일입니다. 조선 오백 해는 어떤 틀이었고, 조선이 사라진 지 백 해 남짓 지나는 동안 우리 삶터는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우두머리는 한자·중국글을 ‘수글’로 여기고, 훈민정음을 ‘암글’로 여겼습니다. 중국말을 한자로 담아서 써야 ‘참글(진서)’이라고까지 여겼어요. 그렇다면 오늘 우리가 쓰는 글은 ‘무늬만 한글’이지는 않나 돌아볼 노릇이에요. 우리 삶과 넋과 마음을 우리말에 알뜰히 담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숱한 순이가 억눌리고 짓밟히고 고단하게 살았고, 숱한 돌이도 짓눌리고 뭉개지고 고달프게 살았습니다. 순이돌이로만 가를 굴레가 아닙니다. 가난하고 힘없고 이름없는 이는 순이돌이 안 가리고 모두 벅찬 나라입니다. 그리고 돌이를 바보로 내모는 단단한 담벼락 가운데 하나인 싸움터(군대)를 잘 보아야 합니다. 싸움터는 뭇사내를 바보로 내몰면서 총칼과 주먹힘으로 이웃을 괴롭히는 짓을 길들입니다. 배움수렁은 모든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이웃하고 어깨동무를 하지 말라고 닦달하면서, 밥그릇 지키기로 몰아세웁니다.


  돌이도 엄마아빠가 나란히 있어야 태어납니다. 순이도 아빠엄마가 함께 있어야 태어납니다. 멍청한 나라를 바로세우려면 순이돌이가 사랑으로 어깨동무하면서 우리 보금자리부터 바꿀 일입니다. 자그마한 살림집에서 깨어난 사랑씨앗이 집안과 마을을 달래면서 나라를 갈아엎습니다.


  이제 우리가 서로서로 낼 목소리란, 순이돌이가 참사랑으로 만나서 참살림을 가꾸려면 서로 무엇을 배우면서 함께 어떤 하루를 지어야 하느냐라는 이야기라고 느낍니다. 함께 배울 일입니다. 함께 밥짓고 옷짓고 집지으면서, 같이 아이를 사랑으로 낳아 돌보는 길을 처음부터 다시 배울 일입니다.


  어깨동무가 빠진 목소리는 허전합니다. 사랑이 아닌 갈라치기만 남은 목청은 덧없습니다. 사내들한테 치마를 입힙시다. 사내랑 가시내가 함께 치마를 두르고서 천천히 마을을 거닐고 집안일을 즐기면서 아이한테 살림말을 물려주고 사랑노래를 부릅시다. 붕뜬 말은 모두 내려놓고서, 번지르르한 글도 다 접고서, 순이돌이가 아이 손을 나란히 잡고서 해바라기랑 별바라기랑 숲바라기를 하는 길을 느긋이 걸어가기를 바라요.


ㅅㄴㄹ


치마를 입는 날에는 마음이 좀더 편했다. 바지처럼 몸의 윤곽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합으로 엎드려뻗쳐를 할 때 치마를 입고 온 날이면 난감했다. (55쪽)


결혼하지 않고도 여성이 의지대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이모는 자기 삶으로 보여줬다. (76쪽)


국어국문학과에 다니며 나는 책을 읽었고 작가가 되는 것을 꿈꾸었다. 어머니는 책장에 꽂힌 책을 보면 “책을 사지 말고 돈을 벌 궁리를 해라!” 하고 타박을 주었다. “서울은 사람 살 데가 못 된다. 공기도 안 좋고 교통도 복잡하고.” 입버릇처럼 말하며 어머니는 바닥에 흩어진 책을 구석으로 치웠다. (89쪽)


어머니는 내 교복을 최근까지 간직하고 있다가 이사 오면서 정리했다며 아쉬워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대신 교복에 달려 있던 단추를 짚어 내게 보였다. “이게 모두 우리 역사야.” 어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282쪽)


+


그날 나는 치마를 입고 있었고

→ 그날 나는 치마를 입었고

6쪽


그들의 표정은 나의 표정의 원천이었다

→ 그들 얼굴짓대로 내 얼굴이 되었다

→ 그들 낯빛대로 내 낯빛이 태어났다

7쪽


치마의 수런거림을 모두 받아적을 수 있다면

→ 치마가 수런거린 대로 받아적을 수 있다면

8쪽


치마에 대한 첫 기억이 있다

→ 첫 치마를 떠올린다

→ 처음 치마를 생각한다

13쪽


급기야 눈앞에 늘어선 시종들의 모습까지 상상했다

→ 그리고 눈앞에 늘어선 머슴들 모습까지 그렸다

→ 더구나 눈앞에 늘어선 마당쇠 모습까지 떠올렸다

14쪽


정확하고 날렵한 손 솜씨로 개어

→ 꼼꼼하고 날렵하게 개어

→ 빈틈없고 날렵한 손길로 개어

17쪽


치마의 종류는 여러 가지였다

→ 치마는 여러 가지였다

19쪽


밤에 산고를 치르느라 비명을 지를 때

→ 밤에 배앓이를 치르느라 소리지를 때

21쪽


자신의 몸도 성당에 비유했다

→ 제 몸도 거룩하게 여겼다

27쪽


세례명도 있어서 어머니는 집에서 우리를 그 이름으로 종종 불렀다

→ 새이름도 있어서 어머니는 집에서 우리를 이 이름으로 으레 불렀다

→ 빛이름도 있어서 어머니는 집에서 우리를 이 이름으로 곧잘 불렀다

27쪽


작은 단을 놓고 그 위에

→ 작은 칸을 놓고 여기에

→ 작은 시렁을 놓고서

29쪽


양이 많을 땐 유축기로 짜냈다

→ 많이 나올 땐 젖손으로 짜냈다

→ 많이 나올 땐 젖짜개를 썼다

47쪽


위태위태한 감정의 줄다리기도 끝이 났다

→ 아슬아슬 보던 줄다리기도 끝이 났다

→ 기우뚱 바라보던 줄다리기도 끝이 났다

58쪽


자족한 듯 목을 움츠리고 교탁을 짚으며

→ 흐뭇한 듯 목을 움츠리고 시렁을 짚으며

→ 즐거운 듯 목을 움츠리고 자리를 짚으며

68쪽


관객들이 포복절도했다고 했다

→ 사람들이 까무라쳤단다

→ 사람들이 뒤집어졌단다

77쪽


염려하며 미리 훈수를 두었다

→ 걱정하며 미리 타일렀다

83쪽


추위도 피하고 안전하게 있을 요량이었다

→ 추위도 긋고 아늑하게 있을 셈이었다

84쪽


동네의 정보를 얻는 데 능했다

→ 마을 이야기를 잘 얻었다

→ 마을 얘기를 거뜬히 얻었다

85쪽


서울 지리는 아무것도 모른다면서

→ 서울길은 아무것도 모른다면서

→ 서울은 아무것도 모른다면서

86쪽


요령 있게 사람들과 완급을 조절하면서 자기 식대로 살아가고 있었다면

→ 구스르고 사람들과 맞추면서 제 결대로 살아갔다면

→ 꾀바르게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나답게 살아갔다면

109쪽


임신중단 시술도 흔했다

→ 아기막이로 흔히 쨌다

121쪽


울상으로 있는 몇 명의 하객들이 있었다

→ 울낯으로 있는 손님이 몇 있다

→ 미어지는 손님이 몇 분 있다

126쪽


어머니의 제안에 나는 난처했다

→ 나는 어머니 말이 버거웠다

→ 나는 어머니 얘기가 벅찼다

143쪽


함 받는 일은 인륜지대사에서 마땅히 치러야 할 일이라고 했다

→ 고리 받는 일은 큰잔치라서 마땅히 치러야 할 일이라고 했다

144쪽


정해진 날짜를 당기자고 재촉했다

→ 잡은 날짜를 당기자고 닦달했다

→ 고른 날짜를 당기자고 몰았다

147쪽


나무의 잎들이 떨궈졌다

→ 나뭇잎이 떨어졌다

19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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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다
최하현 지음 / 부크크(bookk)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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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3.11.30.

인문책시렁 286


《닮다, 나와 비슷한 어느 누군가에게》

 최하현

 부크크

 2020.10.8.



  《닮다, 나와 비슷한 어느 누군가에게》(최하현, 부크크, 2020)를 곰곰이 읽었습니다. 속으로 품은 생채기를 한 올씩 꺼내는구나 싶은데, 생채기마다 피고름이 응어리로 졌다고 합니다.


  속으로 묻은 생채기를 들출 적에는 누구나 으레 “왜 그랬어!” 하고 따지고 싶어요. “왜 몰라!” 하고 묻고 싶습니다. 따지거나 묻는들 후련할 만한 말을 듣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따지려고 첫 마디를 뱉는 날부터 조금씩 바뀌어요. 불타오르듯 물어보는 날부터 어느새 달라집니다.


  여태껏 제대로 말로도 몸짓으로도 마음을 드러내지 못 한 사람은 글쓴이뿐 아니라, 글쓴이 어버이에 여러 이웃입니다. 다들 마음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 하면서 오늘까지 살아왔어요.


  우리 마음은 다치는 일이 없습니다. ‘마음이 다쳤다’고 여길 수 있을 뿐, 막상 우리 마음은 언제 어디에서라도 안 다칩니다. 우리 마음은 모든 느낌을 고스란히 담기만 합니다.


  담기만 하는 마음인 줄 알아볼 수 있다면, 남이 아닌 나부터 바꿀 수 있어요. 남들더러 바꾸라고 할 까닭이 없거든요. 남들이 바꾸건 안 바꾸건 내가 바꾸면 될 뿐이에요.


  다르기에 담습니다. 다르기에 담아서 닮습니다. 닮은 사이라면 서로 담았다는 뜻이요, 담기는 했지만 다르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같은’ 사이라면 담지 않아요. ‘같을’ 적에는 오롯이 하나입니다. 우리가 서로 오롯이 하나가 아니니, 담고 닮으면서 다릅니다.


  이제 생각해 볼 수 있을까요? 닮거나 담는다고 할 적에는 다르다는 뜻이에요. 서로 닮거나 담았지만 바탕이 다르니, 말이나 삶이 엇갈리거나 부딪혀요.


  그리고, 닮거나 담으면서 다른 둘은, 머잖아 ‘다다르’려고 합니다. ‘다 다르기’에 ‘다다르(닿으)’려고 합니다. 다른 둘은 한참 벌어진 채 살아왔지만, 다 다르게 살아온 길이 닿을(다다를) 곳을 살피는 몸짓이라고도 할 만해요. 걱정할 일도 까닭도 없이, 그저 마음에 사랑을 담으면 됩니다. 사랑이 싹트도록 다독이고 달래면 됩니다.


ㅅㄴㄹ


그 시절 담임 선생님이 내 이름을 개명하는데 훼방을 놓았다. 나의 이름이 너무 예쁜데 왜 바꾸려 하냐며 엄마와 나를 설득했다. 나는 그 설득에 넘어간 아주아주 어린 어린이였다. (7쪽)


이걸 쓰면서 느끼는 건 내가 나한테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내 말을 들어주는 이의 말을 내가 먼저 잘 들어줘야 한다는걸. (15쪽)


우리 부모님은 왜 그렇게 나를 그런 순간들에 놓이게 했을까? 왜 그렇게 방임과 무시 속에서 아이를 놓아둔 것일까? 부모님은 분명 진짜 열심히 사셨다. (32쪽)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안다는 건 정말 축복과도 같은 일이다. (46쪽)


나는 멀리서 소식을 접하면서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으며 미친 자에게는 그곳을 떠나지 않는 이상 벗어날 수 없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쓴 이유는 나와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이다. 그런 상황에 놓였다면 꼭 버티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 주고 싶다. 아무도 나를 상처 입히고 못살게 굴 권리는 없으며, 그런 사람에게 비굴해질 필요도 없다는 걸 나는 두 번의 미친 자를 만나면서 배웠다. (7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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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할머니의 나의 수채화 인생
박정희 지음 / 미다스북스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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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3.11.30.

인문책시렁 280


《나의 수채화 인생》

 박정희

 미다스북스

 2005.3.31.



  《나의 수채화 인생》(박정희, 미다스북스, 2005)을 이따금 되읽곤 합니다. 지난 2014년 12월 3일에 박정희 그림할머니가 흙으로 돌아갔으니, 어느새 열 해에 이르는군요. 이미 몸을 내려놓고서 떠난 사람은 더 말을 남기지 않습니다만, 문득 꿈자리에서 만나면 새록새록 이야기를 들려주곤 합니다. 아무래도 ‘몸이 아닌 넋’으로 늘 우리 곁에 있기 때문일 테지요.


  둘레에서 ‘박정희’라는 이름을 들추면 ‘총칼 우두머리’가 아닌 ‘살림지기로서 붓을 쥔 할머니’를 떠올립니다. 어리석은 웃사내 이름을 굳이 떠올린들 무엇이 대단하거나 즐거울까요? 아름답게 살림을 지으면서 아이하고 이웃한테 사랑씨앗을 흩뿌린 할머니를 떠올릴 적에 우리 스스로 빛날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림 할머니는 곧잘 이녁 아버지 박두성 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렇게 놀고 싶은 어릴 적에, 아버지는 “하느님 뜻”이라고 하면서 ‘장님이 읽을 점글책’을 찍는 일을 시켰다지요. 박두성 님은 일본이 총칼로 억누르던 서슬퍼렇던 지난날 별사람을 이웃으로 지냈어요. 눈으로 글을 읽는 사람뿐 아니라, 손으로 글을 읽을 사람도 마음을 틔워야 이 나라가 아름답게 서리라 여겼다지요.


  박정희 그림할머니는 붓으로 온누리를 쓰다듬기를 바랐습니다. 뛰어난 그림이나 훌륭한 그림이 아니라, 물빛으로 촉촉히 스미는 그림 한 자락으로 이 나라가 피어나기를 바랐어요. 인천을 잘 모르는 분이라면 화평동을 ‘세숫대야 냉면거리’로 여기지만, 그곳이 ‘찬국수거리’였던 때에는 ‘색시집’이 줄줄이 있었어요. 바보스러운 웃사내한테 몸을 팔아서 살림을 보태던 아가씨가 고픈 배를 달래던 찬국수집이 나란히 있다가, 나중에 색시집이 몽땅 헐리고서 찬국수집만 남았고, 얼결에 인천 동구청이 뜬금없이 ‘냉면거리’로 띄웠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런 화평동 한켠에 ‘평안의원’이 있었고, 평안의원은 가난한 사람들한테 돈을 안 받다시피 하면서, 때로는 살림돈까지 쥐어 주면서 돌보던 곳입니다. 이 평안의원은 어느 날부터 ‘평안 수채화의 집’으로 바뀌었지요. 평안의원 할아버지가 더는 돌봄이(의사) 노릇을 할 수 없던 즈음부터 ‘그림으로 온누리를 돌보는 집’으로 거듭난 셈입니다. 이 화평동 ‘평안 수채화의 집’ 가까이에는 ‘함세덕 옛집’도 있습니다.


  다들 모르거나 모르는 척하는데, ‘정치·사회·문화·예술·교육·종교·문학’ 따위로는 이 나라를 못 바꿉니다. 이런 허접한 것으로는 이 나라를 슬쩍 덧입히는 시늉에서 그칩니다.


  이 나라를 바꾸려면 어린이를 사랑으로 낳아 돌보는 작고 수수한 어버이가 있을 노릇입니다. 아이한테 사랑으로 말을 가르치고, 아이랑 사랑으로 그림 한 자락을 누리고, 아이하고 보금자리를 사랑으로 지을 적에, 비로소 이 나라는 아름답게 피어나게 마련입니다.


  우리는 한 손에 호미를 쥘 노릇입니다. 호미란, 손수 밥옷집을 짓는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다른 한 손에 붓을 쥘 노릇입니다. 붓이란, 손수 살림살이를 글이며 그림으로 담는다는 뜻입니다. 일하고 이야기하고 노래하고 꿈꾸고 웃고 춤추고 어우러지는 조촐한 살림집에서 온누리를 어루만지는 사랑씨앗이 싹틉니다.


ㅅㄴㄹ


평양으로 시집 간 후, 집안에 달력을 그려서 걸었더니 남편이 병원에 꼭 필요하다고 해서 매달 석 장씩 그렸으니 늘 그림과 함께 살아온 셈이다. 가난한 시절이었기 때문에 연필, 크레용, 수채화 물감, 크레파스만 보면 반가워서 보관했고, 종이도 아무것이나 고맙게 썼었다. (16쪽)


대동강으로 빨래를 하러 가게 되었다. 빨랫감들과 비누 빨래 망망이를 버주기에 담아 머리에 이고 나섰는데 봄비에 깨끗이 씻긴 새싹들이 팔랑대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은사시나뭇잎은 유독 팔랑거리며 나를 유혹하는 것이 아닌가. (25쪽)


넷째 딸 순애는 학교 갈 나이가 되어도 사촌들끼리 소꿉놀이 하는 것만 좋아하였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나는 순애에게 물어보았다. “순애야, 너 학교 안 가련?” “엄마 맘은요?” “네가 학교에 가겠다고 하면, 예쁜 옷을 지어주고 싶어서.” “예쁜 옷? 그럼 나 학교 갈래!” 나는 약속대로 예쁜 병아리 수가 놓인 옷을 지어 입혔다. (76쪽)


아이들의 방학은 엄마인 내게도 기쁜 날들이었다. 요즘은 일을 다니는 엄마들이 많아져서 아이들이 방학을 하면 엄마들이 더욱 힘들기 마련이겠지만, 내가 아이들을 기르던 시절의 방학은 ‘함께 즐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92쪽)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그 당시, 송현초등학교에 근무했을 때의 동료였던 신 선생이라는 분이 헌책방을 조그맣게 열고 있었다. 그 헌책방은 내가 잘 다니는 길가에 있었는데 그분이 하루는 나를 부르는 것이었다. “어떤 UN군이 여러 번 찾아와서 한국의 풍속화 엽서를 찾더군요. 명령이 내리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구하지 못해 유감스러워 하면서 구해 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나도 구하질 못했어요. 혹시 박 선생님께 부탁드리면 구해 주시거나 직접 그려 주실 수 없을까 해서요.” 나도 집으로 돌아와서 뒤적여 보았다. 하지만 금강산의 엽서는 있되, 풍속을 그린 것은 찾을 수가 없어서, 바쁜 일상 중에 시간을 내어 직접 그리기로 했다 … 그 UN군에게 전했더니 무척 좋아하면서 아홉 권의 화집을 차에 싣고 와서 그림을 그려준 분께 전해 달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아홉 권의 화집은 빈센트 반 고흐, 폴 세잔느, 르느와르의 인물, 정물, 풍경화집이었다. (131쪽)


연필, 종이, 그리고 물감도 비싸지 않은 소박한 것으로 준비해 보자. 자, 준비가 됐다면 그리고 싶은 욕망이 든 바로 지금, 그림을 그려 보자! (21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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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1센티미터씩 바뀐다 - 장애 인권 조례를 만드는 사람들 이야기
노자와 가즈히로 지음, 정선철.김샘이 옮김 / 이매진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3.11.30.

인문책시렁 331


《세계는 1센티미터씩 바뀐다》

 노자와 가즈히로

 정선철·김샘이 옮김

 이매진

 2011.11.4.



  《세계는 1센티미터씩 바뀐다》(노자와 가즈히로/정선철·김샘이 옮김, 이매진, 2011)는 아주 더디게 바뀌는구나 싶은 걸림돌을 이야기합니다. ‘걸림돌’이란, 사람이 아닌 틀입니다. 나라를 이끈다는 틀이 오히려 사람들한테 걸림돌이고, 가르치거나 배우는 터전이 도리어 걸림돌이고, 글(언론·책)이 뜬금없이 걸림돌이기도 합니다.


  한 치만큼 바뀐다면, 바뀐다는 뜻입니다. 한 치조차 꿈쩍을 안 한다면 까마득하다는 뜻입니다.

  둘레를 봐요. 새롭게 배우려고 하는 사람이 있지만, 하나도 안 배우려는 사람이 수두룩합니다. 나이가 어리거나 젊기에 새롭게 배우지 않습니다. 스스로 사랑하고 생각하고 살림하는 사람일 때라야 비로소 새롭게 배웁니다. 스스로 안 사랑하고 안 생각하고 안 살림한다면 언제나 안 배워요.


  ‘배움’이란, 바라보며 받아들이는 마음입니다. 안 바라보고 안 받아들이는데 어떻게 배우겠습니까. 별사람도 온사람도 그저 사람입니다. 별빛을 품었건, 오롯이 있건, 다 아름다이 숨결이 흐르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이 나라나 배움터는 사람을 사람으로 바라보지 않아요. 다들 틀에 얽매입니다. 옷차림이나 매무새를 따지려고 합니다. 높낮이를 가르고 줄을 세웁니다. 값을 매겨서 첫째부터 꼴찌까지 늘어놓습니다.


  온누리는 틀림없이 날마다 다른 하루입니다. 우리는 날마다 새롭게 배우면서 어깨동무할 수 있고, 언제까지나 안 배우면서 늙은 꼰대로 헤맬 수 있습니다. 늘 새롭게 배우며 눈망울을 밝히겠습니까? 언제나 안 배우면서 움켜쥐거나 틀어막는 담벼락(권력)을 세우겠습니까?


ㅅㄴㄹ


‘금지’나 ‘강제’에 기대면 사람들의 태도나 겉으로 드러나는 상황은 바꿀 수 있어도 마음속까지 바꾸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금지나 강제 때문에 쌓인 불만은 결국 가장 약한 장애 어린이를 향하게 되지 않을까. (35쪽)


당하는 사람은 상처를 받는다. 자존심이 갈기갈기 찢겨진 기분이 든다. 날마다 이런 시선을 받으면 누구라도 세상을 향한 반발심과 무력감이 몸에 밸 것이다. (44쪽)


우리들의 ‘장애 인권 조례’는 차별을 적발해 엄벌하려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려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83쪽)


우리 생각보다 더 사람들이 장애에 관해 잘 모르는지도 모른다. ‘차별’이라는 말이 과도한 경계심을 불러오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우리도 의회에 관해 아무것도 몰랐다. (173쪽)


+


조례가 성립하려면 일반 기업을 포함한 일반 시민이 지지해 줘야 한다

→ 기틀이 서려면 여러 일터를 비롯해 사람들이 밀어줘야 한다

→ 길눈이 서려면 여러 일터와 사람들이 믿어 줘야 한다

36쪽


귀가 들리는 사람의 음성 언어를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에게 통역하기 위해 수화를 사용한다

→ 귀가 들리는 사람이 쓰는 말을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한테 옮기려고 손말을 쓴다

→ 소리말을 손말로 옮긴다

56쪽


차별을 적발해 엄벌하려는 것이 아니라

→ 따돌림을 들춰 따지려는 뜻이 아니라

→ 무리질을 찾아 다스리려는 길이 아니라

83쪽


지사에게는 단장의 고통이었을 것이다

→ 고장지기한테는 쓴맛이었으리라

→ 고장지기는 가슴아팠으리라

→ 고장지기는 사무쳤으리라

138쪽


성심성의껏 대답하려고 했지만

→ 바지런히 얘기하려고 했지만

→ 온힘으로 말하려고 했지만

146쪽


기진맥진해 집에 돌아오니

→ 지쳐서 집에 돌아오니

→ 비칠비칠 집에 돌아오니

→ 하느작 집에 돌아오니

152쪽


우리 생각보다 더 사람들이 장애에 관해 잘 모르는지도 모른다

→ 우리 생각보다 더 사람들이 담을 잘 모르는지도 모른다

→ 우리 생각보다 더 사람들이 아픔을 잘 모르는지도 모른다

17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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