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심장
김숨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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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1.28.

인문책시렁 394


《제비심장》

 김숨

 문학과지성사

 2021.9.23.



  미워하지 않으려고 하면 언제나 미워하는 길로 달려가는구나 싶습니다. 안 싫어하려는 마음을 품을 적에는 으레 싫어하는 쪽으로 훅훅 달린다고 느낍니다. 좋아하는 대로 하려니 늘 좁고 조바심에 갇히고, 안 나쁜 대로 하려니 노상 가장 나쁘구나 싶은 굴레에 스스로 갇히고요.


  미워하지 않으려 하기에 미워한다면, 왜 이렇게 미움수렁인지 돌아보면서 배울 일입니다. 안 싫어하려고 하지만 정작 싫어하는 마음만 깊어갈 적에는, 왜 이렇게 싫은나로 내딛는지 곱씹으면서 배울 노릇입니다. 좋은길과 나쁜길을 가르려 하기에 스스로 사람을 가르거나 나누는 줄 알아봐야겠지요.


  사랑을 안 하려 하기에 미워하거나 싫어합니다. 사랑을 안 배우려 하기에 좋거나 나쁜 틀을 자꾸 세우면서 가릅니다. 사랑은 ‘살섞기’가 아닙니다. 사랑하며 살을 섞을 수 있되, 살섞기는 그저 살섞기입니다. 사랑은, 사람으로서 서로 사이를 느껴 숲을 푸르게 품고서 살림을 스스로 짓는 숨빛입니다.


  《제비심장》은 배무이터 한켠을 그린 줄거리라고 합니다. ‘조선·조선소’는 일본말입니다. 우리 삶터 어느 곳에 일본말이 안 깃들었느냐고 할 텐데, 곰곰이 보면 ‘문학·소설’ 같은 한자말도 일본말이라고 해야 맞습니다. 우리는 예부터 ‘이야기’를 지어서 나누었고, ‘글’을 써서 남기고 읽었어요.


  그냥그냥 받아들여서 쓰는 낱말이라면, 우리 마음에도 언제나 ‘그냥그냥’이 또아리를 틉니다. 왜 먼먼 옛날 옛적부터 ‘이야기·말·글’ 셋이 어울렸는지 생각하고 곱씹고 되새긴다면, 우리가 오늘 하루를 어떻게 갈무리하고 담아서 나누려 할 적에 어깨동무를 하는 사랑으로 나아갈 만한지 스스로 깨닫습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살아가는 터전에서 우리 이야기를 말로 펴고 글로 담아야 아름답고 즐거워서 사랑으로 나아갑니다. 우리 스스로 안 살아가는 터전에서 ‘보고 듣기(취재·청쥐·자료조사)’만 한다면, 여러모로 그럴듯하게 문학과 소설이라는 이름을 얻을 테지만, 늘 허울로 그치다가 허물로 나아가는구나 싶습니다.


  이를테면, 꾸밈머리(AI)는 온갖 부스러기를 잔뜩 모아서 길 하나를 뽑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꾸밈머리는 스스로 들놀이(야구)를 하지는 않아요. 아무리 꾸밈머리로 아슬아슬하게 들놀이 줄거리를 짜서 들려준들, 꾸밈머리 스스로 겪지도 보지도 하지도 않은 일을 ‘삶으로 풀어서 말하거나 글쓸’ 수 없습니다.


  예전에 글을 쓰던 사람은 누구나 이녁 삶을 적었습니다. 비록 임금바라기에 벼슬바라기에 중국바라기로 뒤덮인 글을 썼어도, 그들은 임금과 벼슬과 중국만 바라보던 삶이었으니 그들이 쓴 글은 ‘거짓’이 아닌 ‘그들 삶과 하루’였어요. 그런데 얼음나라(일제강점기)를 거치고 난 뒤부터 숱한 글바치는 스스로 살아내지 않는 하루를 글로 옮깁니다. 삶이 없는 채 ‘구경(취재)’만으로 ‘글감(소재·모티브)’을 짜고 엮어 ‘문학을 만들어’내는 나날입니다.


  꼭 “일하는 삶”을 써야 하지 않습니다. 굳이 “아픈 이웃”을 글감으로 다뤄야 하지 않습니다. 집에서 빈둥거리는 나날을 글로 담더라도, 나 스스로 내 하루를 고스란히 담는다면, 바로 이 “내 삶을 손수 옮긴 글”이 “아픈 이웃하고 어깨동무하는 이야기”로 뻗게 마련입니다. 구경(취재)만 하고서 삶(현실)이 아닌 글감을 덕지덕지 짜맞춘다고 할 적에는 언제나 그럴듯한 문학(수사법·표현법·작법·기법)과 줄거리(정의로운 주장)는 있되 알맹이가 없어요. 그저 쭉정이입니다.


  시골에서 살지 않으면서 시골을 글감으로 쓰는 글이 있다면, 시골사람 눈에는 모조리 헛짓으로 보입니다. 시골에서 아이를 낳아 살지 않으면서 ‘시골 육아일기’를 쓴다든지, 아기한테 천기저귀를 댄 적조차 없으면서 섣불리 ‘육아일기’를 쓸 적에도 얼마나 허방다리인지 환하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가난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쓰는 ‘가난글’은 너무 티가 납니다.


  가난하지 않은 살림이라면 그냥 가난하지 않은 대로 쓰면 됩니다. ‘요네하라 마리’ 같은 사람은 ‘안 가난한 살림’을 아무렇지 않게 씁니다. ‘사노 요코’ 같은 사람은 스스로 못생겼으면 못생겼다고 쓰고, 가난하던 때에는 가난을 뚝뚝 제대로 쓰고, 가멸찬 살림일 적에는 가멸찬 하루를 숨기지 않고서 씁니다. 우리나라 글바치는 너무 숨기고 너무 목소리(정의로은 표현)만 외친다고 느껴요. 왜 삶을 안 쓰지요? 왜 삶을 안 바라보지요? 스스로 이녁 삶을 안 바라보기에 이웃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뼛속은커녕 살갗으로도 못 느끼고 맙니다.


ㅅㄴㄹ


“투덜거리지 말고 얼른!” “저 위는 너무 멀단 말이에요.” “멀어도 어쩔 수 없지. 말을 안 하면 종일 바람 한 점 넣어줄 생각을 안 하니까.” “페인트 젓는 것은 어쩌고요?” “그건 나중에 하고 어서!” (106쪽)


“꼭 만져야 해? 그냥 바라보기만 하면 안 돼?” “넌 사랑 같은 거 못 해봤지?” “그게 뭐야?” “인생 헛살았네. 쉰아홉 살 먹도록 사랑도 못 해보고.” “난 스물두 살에 처음 손 잡아본 남자와 결혼해 자식 셋을 낳고 하루도 떨어지지 않고 붙어 살았어. 그럼 됐지. 사랑 같은 걸 꼭 해야 해?” (156쪽)


미애도 공중그네를 탄다. 그녀는 마흔아홉 살로 도장공들 중 나이가 가장 어리다. 그리고 그녀는 우즈베키스탄 남자와 살고 있다. 배구 선수만큼이나 키가 큰 그의 얼굴은 밀가루를 바른 듯 희고, 눈동자는 회색이다. (263쪽)


“넌 왜 크림빵 안 먹어?” “꽃님이 가져다주려고.” “꽃님이? 내 딸 이름하고 같네.” “내 손녀. 여섯 살인데 종일 크림빵 기다려. 꽃님이는 내가 크림빵 사러간 줄 알아. 아들이 이혼해서 내가 데려다 키우고 있어. 딸이 키우던 시추 두 마리도 같이. 내가 조선소에서 일하는 동안 시추들이 꽃님이를 돌봐.” (333쪽)


+


《제비심장》(김숨, 문학과지성사, 2021)


발판 위에 두 남자가 엉거주춤히 서 있다

→ 두 사내가 발판에 엉거주춤히 선다

→ 사내 둘이 발판에 엉거주춤히 있다

9쪽


하지만 뭔가가 날아가는 게 느껴지니까

→ 그런데 뭐가 날아간다고 느끼니까

15쪽


그건 네가 예쁜 눈을 가져서야

→ 네가 눈이 예쁘거든

→ 네 눈이 예쁘거든

25쪽


사내는 한 글자 한 글자 플래시 불빛으로 집요하게 비춰가며

→ 사내는 불빛으로 하나하나 비춰가며

→ 사내는 불빛으로 글씨를 낱낱이 비춰가며

50쪽


이 안에 있는 우리 전부 질식해 죽을 거라고 해

→ 여기 있는 우리 모두 숨막혀 죽는다고 해

→ 여기서 우리 다 숨막혀 죽겠다고 해

106쪽


백설기. 일하다 배고프면 먹으려고 출근하며 잠바 주머니에 한 덩이 넣어왔어

→ 흰설기. 일하다 배고프면 먹으려고 아침에 겉옷 주머니에 한 덩이 넣어왔어

113쪽


월급 들어오면 시장에 가서 새 스카프를 살 거야

→ 일삯 들어오면 가게에 가서 새 목도리를 살래

113쪽


쓰러지지 않고 걷고 있는 걸 보면 잠을 자긴 잤을 거야

→ 쓰러지지 않고 걸으니 자긴 잤어

→ 안 쓰러지고 걸어가니 자긴 잤지

133쪽


난 대관람차를 타고 돌고도는 꿈을 꿀 거야

→ 난 큰고리를 타고 돌고도는 꿈을 꿀래

→ 난 큰바퀴를 타고 돌고도는 꿈을 꾸겠어

201쪽


미애도 공중그네를 탄다. 그녀는 마흔아홉 살로 도장공들 중 나이가 가장 어리다

→ 미애도 높그네를 탄다. 미애는 마흔아홉 살로 붓지기 가운데 가장 어리다

→ 미애도 하늘그네를 탄다. 미애는 마흔아홉 살로 붓꾼 가운데 가장 어리다

263쪽


흰 태양 아래 철상자들이 이글이글 끓고 있다

→ 하얗게 내리쬐어 쇠꾸러미가 끓는다

→ 한낮볕에 쇠바구니가 지글지글 끓는다

307쪽


내가 조선소에서 일하는 동안

→ 내가 무이터에서 일하는 동안

→ 내가 뭇기터에서 일하는 동안

33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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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 만들어진 세계 우리가 만들어갈 미래 - 미국이 쓴 착한 사마리아인의 탈을 벗기다
노엄 촘스키 지음, 강주헌 옮김 / 시대의창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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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인문책시렁 383


《촘스키, 만들어진 세계 우리가 만들어갈 미래》

 노엄 촘스키

 강주헌 옮김

 시대의창

 2014.1.6.



  말과 마음이 잇닿는 길을 찬찬히 읽다 보면, 사람과 삶이 맞닿는 길을 가만히 읽습니다. 이윽고 말과 사람과 터전이 맞물리는 길을 알아보고, 어느새 사람과 숲이 사랑으로 만나는 길을 걷습니다.


  사람과 숲이 사랑으로 만나는 길을 안 걷는 사람이 수두룩합니다. 사람과 삶이 맞닿는 길을 안 보려 하는 탓이고, 말과 마음이 잇닿는 길을 그냥그냥 지나치거나 대수롭잖게 넘기는 탓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여태 말글지기(언어학자)가 제법 있었으나, 적잖은 말글지기는 담벼락(강단·권력) 안쪽에 포근히 깃들면서 우두머리를 모셨습니다. 사람들 사이에 서지 않고 담벼락 안쪽에 깃든 말글지기는 ‘말·마음’이 어떤 수수께끼인지 풀려고 하지 않습니다. ‘사람·삶’은 어떤 실마리로 맞닿는지는 아예 안 쳐다봅니다. 이들은 ‘사람·숲·사랑’은 도무지 모를 뿐 아니라 그저 등집니다.


  말을 말로 마주하고 바라본다면, 집안일부터 어질게 합니다. 집안부터 어깨동무를 이루는 살림길을 여미려고 하지요. 말을 말로 안 마주하고 안 바라보기에, 집안일부터 멀리하거나 등져요. 이러니 마을도 나라도 ‘어깨동무’가 아닌 ‘힘바라기(권력지향)’로 치닫습니다.


  그런데 말글길(언어학)만 말과 마음 사이를 마주하거나 바라보지 않아요. 모든 배움길은 언제나 말과 글을 바탕으로 삶을 살피고 살림을 사랑하는 길로 잇게 마련입니다. 참답게 배움길을 여는 이라면 왼오른 어느 쪽에도 안 서요. 참답지 않기에 자꾸 왼길이나 오른길로 가르거나 쪼개거나 나누려 합니다. 모든 풀꽃나무하고 숨결에는 암수가 있습니다만, 왼오른은 없습니다. 모든 풀꽃나무하고 숨결한테 암수가 있더라도 어느 쪽이 높거나 낮지 않아요. 함께 살아가며 어울릴 짝입니다.


  《촘스키, 만들어진 세계 우리가 만들어갈 미래》는 ‘말글을 여는 마음’을 살피는 눈으로 미국과 푸른별을 살펴본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촘스키라는 분은 왼길도 오른길도 아닙니다. 이분은 그저 ‘사람길’과 ‘삶길’을 바라보려고 합니다. 사람길하고 어긋나면 그놈이 왜 사람길하고 어긋나는지 낱낱이 짚으려고 하지요. 삶길하고 등지면 그녀석이 왜 삶길하고 등지는지 찬찬히 따지려고 합니다.


  미국 민주당은 왼길일까요? 아니올시다. 미국 공화당은 오른길일까요? 아니지요. 미국 민주당이나 공화당은 그저 ‘무리(정당)’ 이름입니다. 무리 이름만 쳐다본다면 두 무리가 벌이는 속임짓에 쉽게 사로잡히거나 넘어갑니다.


  우리가 그릴 삶과 살림과 사랑은 왼길일 수도 없고 오른길이어서도 안 됩니다. 그저 삶길과 살림길과 사랑길일 노릇이고, 밑바탕은 숲길을 놓을 노릇입니다. 왼길과 오른길이 아니라면 ‘가운길’이라 할 텐데, 가운길은 ‘중용·중도’가 아닌 ‘가운’자리입니다. ‘가운’이란 ‘가슴’이고, 가슴이란 염통이 있는 한복판이면서, 모든 숨붙이가 살아가는 밑동이고, 가슴이란 ‘사랑’입니다. 이 사랑은 ‘빨강(붉은피)’이지 않아요. 모든 사람은 ‘숨빛’입니다. 우리가 마시는 숨은 바람이고, 바람은 하늘을 이루니, 어떤 빛깔로도 그릴 수 없는 바람빛인 숨빛이라는데, 하늘과 바다를 이루는 ‘파랑’으로 그릴 수 있어요.


  사람이 왜 사람이겠습니까. 사랑으로 하늘바람을 파랗게 들숨날숨으로 누리면서 펴기에 사람입니다. 사람이 왜 사람일까요? 사람만 생각하거나 말을 하지 않습니다. 돌과 모래와 물방울과 버섯과 범과 뱀과 벌레와 나비는 다 다르게 생각하고 말을 합니다. 사람을 둘러싼 이웃숨결이 생각하고 말을 하는 결과 고리와 길과 얼개가 ‘사람하고 다를’ 뿐입니다.


  사람하고 다르게 생겼기에 무당벌레가 귀엽거나 바퀴벌레가 미울 수 없어요. 사람하고 다른 몸이기에 나비가 예쁘거나 파리가 징그러울 수 없습니다. 이 푸른별에서 저마다 맡은 길을 읽을 줄 알아야 비로소 사람이 왜 사람인지 깨닫습니다. 맨낯을 보아야 참낯을 읽고, 민낯을 알아야 속빛을 알게 마련입니다. 어떤 깃발을 흔드느냐로 그 사람을 따진다면 그야말로 엉터리에 엉뚱합니다. 어느 자리에 서느냐로 그 사람을 쳐다본다면 참으로 헛짚고 허방일 뿐입니다.


  《촘스키, 만들어진 세계 우리가 만들어갈 미래》는 책이름에 이미 나오듯, 우리 오늘을 우리 손으로 짓는 길을 들려줍니다. 남(왼오른)이 우리 삶을 가꾸어 주지 않습니다. 잘나거나 못나지 않은 우리 스스로 오늘 이곳에서 사랑을 씨앗으로 심을 때에 비로소 모든 엉터리를 쓸어내고 쓰레기를 치우면서 사랑누리로 바꿀 만합니다. 이놈도 저놈도 똑같이 ‘놈팡이’입니다. “덜 나쁜 놈”을 이제 그만 찾아야 합니다. 우리는 ‘님’을 찾아야지요. 바로 우리 스스로 ‘님’으로 다시 태어나는 하루를 몸소 짓고 손수 일구면서 사랑집을 이루는 일부터 하면 됩니다.


ㅅㄴㄹ


위선에 기가 막힐 지경이다. 미국와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인정하지도 않고, 폭력을 포기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34쪽)


오바마도 선거 유세 내내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여 위협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69쪽)


팔레스타인은 가난하고 약하며, 지리멸렬하고 친구도 없는 나라이다. 따라서 팔레스타인에게는 어떤 권리도 인정되지 않는다. 반면에 사우디아라비아는 막대한 에너지를 지닌 국가이며, 이집트는 강력한 힘을 지닌 아랍 국가이다. (88쪽)


선거가 끝날 무렵까지 오바마 진영이 받은 기부금은 주로 금융기관과 로비스트를 비롯한 법무법인에서 나왔다. 정치의 투자이론을 고려해 보면 새 행정부의 기본 정책에 대한 몇 가지 결론이 대략 짐작된다. (118쪽)


오바마는 “분명히 말하지만, 미국은 이스라엘의 안전을 약속한다. 우리는 위협에 맞서 자위권을 행사하는 이스라엘의 권리를 언제까지나 지지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이 훨씬 잔혹한 위협들, 즉 미국이 지원한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와 점령지에서 자행하는 위협들에 맞서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었다. (140쪽)


오바마 대통령은 온두라스의 민주주의를 파괴한 2009년 6월의 군사 쿠테타를 인정함으로써 라틴아메리카 및 유럽의 거의 모든 국거와는 다른 입장을 표명했다. (197쪽)


#Makingthe Future #OccupationsInterventionsEmpireandResistance (2010년)

#AvramNoamChomsky


+


《촘스키, 만들어진 세계 우리가 만들어갈 미래》(노엄 촘스키/강주헌 옮김, 시대의창, 2014)


이 책에서 역설하는 것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과업을 남에게 맡기지 말고 직접 떠안으라는 것이다

→ 이 책은 앞날을 남한테 맡기지 말고 스스로 하라고 외친다

→ 이 책은 앞길을 남한테 맡기지 말고 몸소 맡으라고 되뇐다

11쪽


우리가 누군가를 위협하면 그는 방어 태세를 갖추기 마련이다

→ 우리가 누구를 다그치면 그는 닫아걸게 마련이다

→ 우리가 누구를 윽박지르면 그는 지키려 한다

→ 우리가 누구를 몰아세우면 그는 내버티려 한다

16쪽


아마겟돈으로 한 발짝 더 가까이 밀어넣기에 충분한 폭발력이었다

→ 죽음밭으로 한 발딱 더 가까이 밀어넣을 만큼 세게 터졌다

→ 불바다로 한 발딱 더 가까이 밀어넣을 만큼 크게 터졌다

17쪽


선제공격은 저지할 수 없지만 보복 공격은 억제할 수 있다

→ 먼저치기는 막을 수 없지만 앙갚음은 누를 수 있다

→ 미리치기는 못 막지만 되갚기는 막아설 수 있다

40쪽


비군사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 주먹없이 막을 길은 없다

→ 착하게 닫아걸 길은 없다

→ 맨몸으로 둘러쌀 길은 없다

41쪽


누가 뭐라 해도 전면적인 침략은 전쟁범죄이다

→ 누가 뭐라 해도 크게 쳐들어가니 불짓이다

→ 누가 뭐라 해도 확 빼앗으니 불지랄이다

94쪽


세계를 지배하는 힘의 축이 일반 국민에서

→ 온누리를 거머쥐는 힘굴대가 우리한테서

→ 푸른별을 다스리는 힘뿌리가 우리한테서

210쪽


정착촌 확대라는 쟁점은 그야말로 양동작전이다

→ 깃들 곳을 넓힌다지만 그야말로 눈가림이다

→ 삶터를 늘린다는데 그야말로 거짓말이다

257쪽


제주도 강정마을은 한가한 농어촌 마을이었지만

→ 제주도 강정마을은 한갓진 시골이지만

→ 제주도 강정은 조용한 마을이지만

31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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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형 인간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 열어라 - 원로 역사학자 강만길과의 대화 이슈북 2
강만길.손석춘 지음 / 알마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12.28.

인문책시렁 389


《20세기형 인간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 열어라》

 손석춘·강만길

 알마

 2012.10.10.



  어느 해에 태어나든 안 대수롭습니다. 2000년에 태어났기에 철없지 않습니다. 1975년에 태어났어도 안 배우는 사람이라면 철없습니다. 1950년이나 1935년에 태어났어도 똑같아요. 일찍 태어났기에 철들지 않아요. 늘 새롭게 배우면서 고개숙이는 사람이 어른스러우면서 철이 듭니다.


  《20세기형 인간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 열어라》를 곰곰이 읽는데, 이야기를 편 두 분이야말로 ‘20세기형 인간’입니다. 그런데 ‘20세기 사람’끼리 이야기를 한들 새길을 열 수 있을까요? 이 자리에 참말로 ‘20세기 사람’이 나란히 있을 노릇이라고 봅니다. 이러다 보니 두 분이 주고받는 말이 자꾸 담에 부딪혀요. 서로 담을 안 허물고 안 넘습니다.


  두 분이 쓰는 글은 ‘대학생도 어렵게 여긴다’고 스스로 말을 하는데, 두 분은 ‘나는 쉽게 쓴다’고 여기는데 젊은이가 못 알아듣는다고 여기는구나 싶습니다. 어렵거나 딱딱한 한자말을 쓰기에 글이 어렵지 않습니다. 한자를 하나도 안 넣더라도 어려운 글은 그냥 어렵습니다. 그러면 왜 어려울까요? 곁에 어린이가 없으니 어렵습니다. 어린이하고 함께 배우면서 새롭게 일구려는 마음이라면 누구라도 말과 글을 어렵게 안 합니다. 돌려말하지도 않겠지요. 다만, 어린이하고 이야기하는 어른이라면 ‘돌려말하기’는 안 하되 ‘빗댑’니다. 늘 수수께끼처럼 아이한테 되묻기에 어른이에요. 아이가 어떻게 보고 느끼는지 먼저 묻고 차분히 듣고서 새롭게 이야기를 짜는 사람이어야 비로소 철든 어른입니다.


  《20세기형 인간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 열어라》를 읽으면 1960년 무렵에 국사편찬위원회 일꾼 가운데 강만길 씨만 ‘군대를 마쳤다’고 나옵니다. 참 끔찍합니다. 요새도 안 다른데, 돈있거나 힘있거나 이름있는 이들뿐 아니라, ‘대학교’라든지 ‘학자’라는 길을 가는 이들도 슬슬 꽁무니를 빼요. 그러나 강만길 씨는 지난날 군대를 마치기는 했어도 대학교·정치·시민단체에 너무 오래 몸을 담근 탓에 막상 ‘그냥 군대에 끌려가는 여느 사람들 곁이나 사이’하고 한참 멀구나 싶습니다.


  예나 이제나 먹물(지식인)은 손에 물도 흙도 잘 안 묻히려고 듭니다. 글바치인 먹물이 아닌 ‘그냥 대학교만 마쳐’도, 게다가 ‘중·고등학교만 다녀’도 아이들이 손에 물이나 흙을 안 묻히려고 합니다. 집안일도 안 하고 논밭일도 안 하는 오늘날 ‘배운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굳이 ‘21세기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습니다. ‘20세기 사람’을 낡았다고 몰아세울 까닭이 없습니다. 그저 서울에서나 시골에서나 나란히 어깨동무하면서 ‘들사람·숲사람·바다사람·멧사람·하늘사람’으로 거듭나는 길에 서고, 언제나 아이 곁에서 어른스럽게 철든 하루를 짓는 살림일 노릇이라고 봅니다.


ㅅㄴㄹ


[ㄱ] 우리나라 역사학자들이 책을 쉽게 못 쓰는 버릇이 있어요. 논문 쓰던 버릇이 있어서. (12쪽)


[ㄱ] 임진왜란을 거치고 난 다음 나라가 피폐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때 조선왕조가 망했어야 해요. 망하고 새로운 왕조가, 예를 들어 인기 있는 의병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왕조가 들어섰어야 합니다. (21쪽)


[ㄱ] 서울대학적인 국사학이 따로 있고, 고려대학적인 국사학, 연세대학적인 국사학이 따로 있어야 하는데 다 없어졌거든요. (29쪽)


[ㄱ] 임시정부의 김구는 수백 명을 데리고 돌아왔잖아요. 광복군을 비롯해서 각료들, 교민들을 중심으로 정부가 되는 거예요. (32쪽)


[ㄱ] 장면 정부는 그렇게 된 이유가 있어요. 이승만 정부를 뒤엎은 게 자기들이 아니거든요. 뒤엎은 세력이 따로 있는데 공짜로 정권을 얻다시피 했단 말입니다. 감당 못 해내는 거죠. (43쪽)


[ㄱ] 나는 5·18 덕을 좀 봤어요. 당시 국사편찬위원회에 군대 갔다 온 사람이 나밖에 없었어요. 군대 안 갔다 온 사람은 국토건설단에 전부 데려갔잖아요. 나는 자고 나면 계급이 올라가고. 우리 나이는 거의 다 군대 기피자였어요. (50쪽)


[ㄱ] 그때 또 고은 시인이 시를 읊었거든요. 취기가 좀 있어서 천천히 잘 읽어야 한다고 했는데 우리도 잘 못 들을 정도였어요. 다음날 점심때 김정일 위원장이 “고 선생, 어제 시 정말 좋았습니다.” 그러더군요. (62쪽)


[ㄱ] 나는 정치는 잘 모르니까. [ㅅ] 선생님, 한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 잘잘못을 이제 가리고 그것을 민주 진영 전체가 소통할 필요가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정권교체도 어렵고 정치가 발전할 수 없습니다. [ㄱ] 경험이 부족했어요. 국회의원 한 번하고 해양부장관 한 번 하고 되겠나? 그리고 너무 인제 풀이 없어요. 청와대 들어가도 전부 젊은 변호사 출신들이고 젊은 사람들이에요. (68쪽)


[ㅅ] 젊은 세대는 3대 세습에 민감해요. 어떻게 저럴 수 있느냐는 거죠. [ㄱ] 그런데 대책이 없어요. 북을 안 가봐서 그러는데, 가서 보면 대책이 없습니다. (88쪽)


+


《20세기형 인간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 열어라》(손석춘·강만길, 알마, 2012)


우리는 그 물음을 정치인이나 정치학자에게 묻지 않았다

→ 우리는 벼슬꾼이나 글바치한테 묻지 않았다

3쪽


저도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흐름을 여쭌 겁니다

→ 저도 밑에서 솟는 흐름을 여쭈었습니다

→ 저도 바닥에서 일어나는 흐름을 여쭈었습니다

50쪽


선생은 대승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답했다

→ 어른은 너그러이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 어른은 느긋이 풀자고 얘기했다

9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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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음식 빛깔있는책들 - 음식일반 214
김지순 지음 / 대원사 / 199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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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12.27.

인문책시렁 388


《제주도 음식》

 김지순 글

 안승일 사진

 대원사

 1998.5.15.



  《제주도 음식》은 제주섬에서 이어온 여러 밥살림을 단출히 들려줍니다. 이모저모 알차다고 여길 만하면서도 자꾸 갸우뚱했습니다. 제주섬뿐 아니라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나 ‘요리’나 ‘조리’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밥’을 했습니다. 다 다른 삶터에서 다 다르게 살림을 가꾸면서 그때그때 알맞게 밥을 짓고 하고 차리고 나누면서 지냈습니다.


  아무래도 어떤 틀(학문적 성과)에 맞추려고 하면서 수수밥(서민음식)을 깎아내리는 얼거리로 흐를 수밖에 없었구나 싶어요. 임금밥(궁궐음식)이라면 이렇게 말하지 않겠지요. 하나부터 열까지 손수 심고 거두고 캐고 손질한 다음에, 다시 하나부터 열까지 손수 지지고 볶고 익히고 끓이고 삶는데, 이렇게 하고서 다시 하나부터 열까지 손수 차릴 뿐 아니라, 손수 치우고 건사하는 기나긴 부엌살림이자 밥살림입니다.


  밥살림은 “먹고 끝!”이 아닙니다. 밥차림은 “맛밥 찾기!”가 아닙니다. 밥살림이란, 저마다 다른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터전에서 저마다 다른 들숲바다를 누비고 누리면서 스스로 찾아내고 알아내어 지은 오랜 슬기입니다.


  낮을 수도 높을 수도 없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손수 하는데 무슨 멋을 부리겠어요. 아이들이 기다리는데 무슨 멋을 내겠어요. 그렇다고 서두르지 않는 밥살림입니다. 다같이 챙기고 다함께 차려서 나란히 누리면서 오순도순 즐거운 밥살림입니다. 이런 얼거리로 ‘제주밥’을 바라보려고 한다면, 여는말부터 맺음말까지 확 다르리라 느낍니다.


  누가 일하는 사람인지 바라볼 노릇입니다. 일하는 사람이 어떻게 살림을 지었는지 헤아릴 노릇입니다. ‘제주음식의 인문학적 접근’이 아니라 ‘제주사람으로서 살림을 지은 나날’로 스며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ㅅㄴㄹ


제주 여인들은 식량을 확보하는 데 급급하다 보니 ‘요리’를 할 여유가 없었다. 요리는커녕 식품을 조리하고 저장하는 일도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식량이 귀하다 보니 아끼고 아껴서 꼭 먹을 만큼씩만 만들었고, 일이 많다 보니 시간이 없어 되도록 간단하고 빠르게 만들어 먹는 음식을 찾게 되었다. (21쪽)


생활 정도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하루 세끼만 먹었고 간식은 거의 없었다. 이것은 절약하는 생활 습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중노동을 하는 사람도 간식은 먹지 않았다 … 이러한 사정으로 인해 제주도에서는 음식이 다양하게 개발되거나 발전하지 못하였다. (24쪽)


제주 음식에는 고춧가루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고추장도 귀하여 돼지고기를 찍어 먹을 때는 간장, 물, 식초, 파, 마늘, 깨소금을 섞고 고춧가루를 약간 뿌린다. (27쪽)


지난날 제주도의 농촌에서는 여름철 밭일을 나갈 때 재료와 생수를 준비하여 갔다가 즉석에서 냉국을 만들어 먹곤 하였다. (46쪽)


지난날에 비해 이제는 제주도에서도 식품의 종류나 조리 방법이 다양해지고 육지에 뒤지지 않을 만큼 식생활의 질도 많이 향상되었다. 그러나 식생활의 개선으로 인해 제주도에서만 맛볼 수 있었던 일부 전통 향토 음식들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122쪽)


+


《제주도 음식》(김지순, 대원사, 1998)


식량이 귀하다 보니 아끼고 아껴서 꼭 먹을 만큼씩만 만들었고

→ 밥이 적다 보니 아끼고 아껴서 꼭 먹을 만큼씩만 했고

21쪽


생활 정도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하루 세끼만 먹었고 간식은 거의 없었다

→ 살림결에 따라 적잖이 다르지만 다들 하루 세끼만 먹고 샛밥은 거의 없었다

24쪽


이러한 사정으로 인해 제주도에서는 음식이 다양하게 개발되거나 발전하지 못하였다

→ 이 탓에 제주섬에서는 온갖 먹을거리를 짓거나 북돋우지 못하였다

24쪽


재료와 생수를 준비하여 갔다가 즉석에서 냉국을 만들어 먹곤 하였다

→ 밑감과 샘물을 챙겨서 바로 찬국을 내어 먹곤 하였다

→ 밑거리와 물을 챙겨서 곧장 찬국을 담가 먹곤 하였다

46쪽


지난날에 비해 이제는 제주도에서도 식품의 종류나 조리 방법이 다양해지고 육지에 뒤지지 않을 만큼 식생활의 질도 많이 향상되었다

→ 지난날에 대면 이제는 제주섬에서도 밥갈래나 밥차림이 늘고 뭍에 뒤지지 않을 만큼 밥빛도 널리 꽃피운다

12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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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스미는 - 영미 작가들이 펼치는 산문의 향연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 외 지음, 강경이.박지홍 엮음, 강경이 옮김 / 봄날의책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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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12.24.

인문책시렁 387


《천천히 스미는》

 G.K.체스터튼 외

 강경이 옮김

 봄날의책

 2016.9.20.



  요즈음에는 나래터(우체국)로 글월을 부치러 드나드는 사람을 아예 볼 수 없다고 느낍니다. 제가 미처 못 본 사이에 누가 글월통(우체통)에 살며시 글월을 넣을 수 있을 테지만, 요 몇 해 앞서부터 나래터 일꾼은 ‘우표’나 ‘엽서’ 같은 이름을 아예 못 알아듣습니다. 사서 붙이려는 사람도 아예 사라지다시피 했고, 나래터 스스로 나래(우표)가 새로 나온다고 알리지 않을 뿐더러, 나래터 일꾼부터 글월을 손으로 써서 부치지 않는 탓입니다.


  앞으로 나래터로 찾아가서 글월을 손수 써서 부치는 아이나 어른이 한 사람씩 늘 수 있을까요? 누리글월이나 손전화로 톡톡 누리면 이내 날아가는 판이니, 애써 품을 들이고 돈을 들여서 여러 날 걸리는 손글월을 띄울 까닭이 없다고 여길 만한 나날입니다. 이리하여 구태여 책을 왜 읽느냐고 핀잔할 만합니다. 손전화를 켜기만 해도 ‘책 읽어 주는 사람’이 수두룩하고, 책이 아니어도 ‘들을거리’에 ‘볼거리’가 넘칩니다.


  이레쯤 앞서 큰아이하고 읍내 나래터에 들르고서 저잣마실을 하려는 길에 매 두 마리를 보았습니다. 큰아이가 먼저 알아보았습니다. “아버지 바로 위에 매!” “어, 이렇게 가까이에서 나네!” 우리는 고개를 꺾은 채 걷습니다. 해가 날개를 비치며 반짝이는 모습까지 또렷합니다. 부드러이 소리를 죽이면서 맴도는 매 둘인데, 이러다가 사냥감이 보이면 곧바로 매섭게 내리꽂을 테지요. 하늘을 나는 매를 으레 지켜보는 사람이라면 매가 왜 ‘매’인지 굳이 말밑풀이(어원분석)를 안 들려주어도 확 알아차리리라 봅니다.


  《천천히 스미는》을 2016년에 처음 읽었고, 2022년에 다시 읽었고, 2025년을 앞두고 새삼스레 읽어 봅니다. 이미 다른 책에 실린 글이라 여러모로 익숙합니다. 엮은이도 이 대목을 잘 압니다. 다른 책에 벌써 실린 글이지만 애써 하나로 묶었습니다. 책이름으로 붙였듯이 천천히 스미도록 천천히 읽어 보기를 바라는 마음일 테지요.


  요새는 무슨 일만 터지면 손전화부터 빼앗고 보는 듯합니다. 손전화에 웬만한 말과 자국이 고스란하거든요. 그만큼 종이를 멀리하고, 손으로 안 짓고, 마음하고 마음이 안 만나며, 살림을 짓는 길을 우리 스스로 팽개치거나 끊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나라에서도 나래터를 자주 찾아가서 손으로 글월을 부칩니다. 우리 집 두 아이하고 날마다 하루글을 함께 씁니다. 나눔글(교환일기)을 꽤 오래도록 썼고, 앞으로도 두 아이하고 나눔글을 길이길이 쓸 참입니다.


  책은 빨리 읽어야 하지 않듯, 살림을 빨리 익히거나 빨리 여미지 않습니다. 찬찬히 여미기에 살림입니다. 찬찬히 새기기에 책입니다. 느긋이 품기에 사랑입니다. 넉넉히 나누기에 빛이요 생각이며 웃음꽃에 노래입니다.


ㅅㄴㄹ


제비보다 먼저, 수선화보다 먼저, 눈물꽃보다 그다지 늦지 않게 두꺼비는 다가오는 봄에 나름대로 인사를 한다. (94쪽/조지 오웰)


키질하는 날개 하나하나에 바람이 다정하게 엉긴다. 기러기 떼가 먼 하늘의 희미한 얼룩이 될 무렵 마지막 울음소리가, 여름을 보내는 영결 나팔소리가 들린다. (108쪽/알도 레오폴드)


다람쥐는 다른 나무로 뛰어갔다. 매는 빙빙 돌며 점점 멀어져 새로운 둥지에 자리를 잡았지만 벌목꾼은 그곳에도 토끼질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 (112쪽/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


《천천히 스미는》(G.K.체스터튼 외/강경이 옮김, 봄날의책, 2016)


2년 전 그날 밤 내 불면이 시작되었다고 여긴다

→ 이태 앞서 그날 밤부터 잠을 못 잤다

26


하지만 내가 말하려는 것은 이 동네의 저녁이다

→ 그러나 나는 이 마을 저녁을 말하려 한다

34


내 온전한 마음이 방황하거나 정지된 사이에 분명 매우 긴 시간이 흘렀다

→ 온마음이 헤매거나 멈추고서 한참 지나갔다

→ 오롯하던 마음이 맴돌거나 멈춘 지 한참 되었다

55


숨 돌릴 휴지기가 어김없이 찾아온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불행한 젊은이에게 삶이란 불가능해 보인다

→ 숨돌릴 틈이 어김없이 찾아오는 줄 깨닫지 못하는 슬픈 젊은이는 삶이 괴롭다

→ 숨돌릴 틈이 어김없이 찾아오는 줄 깨닫지 못하는 딱한 젊은이는 삶이 지친다

85


가끔씩 하늘이 비둘기떼로 변하는 듯 보이곤 했다

→ 가끔 하늘이 비둘기떼로 바뀌는 듯하다

→ 가끔 하늘이 비둘기떼처럼 보인다

91


생각이 효과가 있으려면 생각을 발사할 수 있어야 한다

→ 생각이 빛을 내려면 생각이 솟구칠 수 있어야 한다

→ 생각이 보람 있으려면 생각이 솟아날 수 있어야 한다

150


책은 세 부류로 편리하게 나눌 수 있다

→ 책은 셋으로 쉽게 나눌 수 있다

→ 책은 쉽게 세 갈래로 볼 수 있다

→ 책은 가볍게 셋으로 나눌 수 있다

231


어디를 가든 모두 변했는데도 결코 변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어떻게 된 일인가

→ 어디를 가든 모두 바뀌는데 끝내 안 바뀌는 사람은 어떻게 있는가

→ 어디를 가든 모두 달라지는데 왜 어떤 사람은 끝내 안 달라지는가

266


내가 처음 그녀에 대해 들은 것은 템블러 산맥에서였다

→ 나는 템블러 멧줄기에서 그분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286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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