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도 디자인이 될까요? - 부정에서 긍정으로, 내 감정 내 마음대로
고선영 지음 / 다른상상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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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3.1.8.

인문책시렁 263


《애정결핍》

 고선영

 악어책방

 2020.8.20.



  《애정결핍》(고선영, 악어책방, 2020)을 곰곰이 읽었습니다. 서울 우장산 곁에서 마을책집을 꾸리는 글님은 마을 어린이하고 책이웃을 마주하면서 글빛·삶빛을 나누는 하루를 짓습니다. 조그맣게 여민 꾸러미에는 조그맣게 살아온 발자취를 조그맣게 옮겨적습니다.


  그런데 ‘사랑’이란 무엇이고, ‘애정’이란 무엇일까요? 먼저 한자말 ‘애정(愛情’을 국립국어원 낱말책은 “1. 사랑하는 마음 2. 남녀 간에 서로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풀이합니다만, 또 ‘사랑 : 1.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처럼 풀이합니다만, 두 낱말풀이는 그다지 맞갖지 않구나 싶습니다.


  숲노래 씨는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을 여미면서 ‘사랑’ 뜻풀이를 “1. 어떤 사람·넋·숨결·마음을 무척 곱고 크며 깊고 넓고 따스하게 여기다 (마음으로 돌보면서 따스하고 즐거운 빛을 나누다. 섞이면서 마음을 읽고 나누어 하나가 될 줄 알아 새롭게 빛나는 숨결을 그리다. 이도 저도 아닌, 티도 먼지도 흉도 없는, 오롯이 밝은 숨결. 사람이 살림을 하면서 짓는 빛)”으로 붙였습니다. ‘사랑’이라고 하면 “빛나면서 따스하고 즐거워 아름다운 숨결”이 바탕입니다. 네 가지 가운데 하나라도 빠지면 사랑이라 할 수 없습니다. 네 가지가 하나로 어우러지기에 사랑입니다.


  요사이는 ‘심리학 용어’처럼 ‘애정결핍’이란 일본말씨를 두루 쓰는 듯싶은데, 우리말로 옮기고 풀어내어 우리 스스로 삶과 살림을 수수하고 새롭게 바라보는 첫발을 떼어야지 싶습니다. 이를테면, 사랑이 무엇인가 하고 조금 더 보탤 수 있습니다. “누구나 스스로 하늘빛으로 물들면서, 햇빛·햇볕·햇살로 드리우거나 퍼지면서, 별빛으로 반짝이면서, 꽃빛으로 피어나면서, 숲빛으로 푸르고 물빛으로 맑게 지어서 나누는 즐겁고 아름다운 기운”이기에 ‘사랑’이라고 할 만합니다.


  남이 나한테 베풀어야 사랑이지 않습니다. 누구나 스스로 지으면서 활짝 웃기에 사랑입니다. 뭔가 얻거나 이루어야 사랑이지 않습니다. 높낮이도 위아래도 크기도 따지지 않으면서 빛나는 길이기에 사랑입니다. 오늘 이곳에서 흐르는 모든 목숨붙이는 사랑입니다. ‘사랑받지 못한 목숨’은 없어요. 목숨으로 태어났다면 저마다 다르게 사랑입니다.


  사랑일 적에는 스스로 즐겁게 피어나는 기운이니, 스스로 즐거운 사람은 스스로 웃고 노래하고 춤추면서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도란도란 수다판에 사랑이 흐르고, 오순도순 살림살이에 사랑이 감돌아요. 토닥이는 손길은 토닥임입니다. 달래는 손길은 달램입니다. 토닥이거나 달래는 손길이 ‘사랑손’일 적에는 앙금도 티끌도 앓이를 가만히 녹여서 누구나 스스로 기운을 끌어올려 일어서도록 북돋아요.


  사랑을 못 받고 자랐다고 여길 만한 어린 나날을 보낸 사람이 수두룩합니다. 사랑을 못 받았으면, 오늘부터 우리 스스로 사랑을 새롭게 지으면 됩니다. 어제 겪은 일을 오늘 우리 곁 아이들한테 풀어내야 할 까닭은 없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사랑이라면 모두 웃음꽃씨로 풀어내어 새봄에 새싹으로 돋을 푸른숲으로 나아가는 첫 발자국을 뗄 테지요. ‘사랑받기’나 ‘사랑주기’가 아닌, 오롯이 ‘사랑하기’로 이 하루를 살아가기에 눈부십니다.


ㅅㄴㄹ


친구들과 누가 더 불행한가 까놓고 이야기했던 날 나는 알게 되었다. ‘아빠 때문에 내 인생이 이렇게 꼬였어.’ 그럴듯했다. 내 인생이 안 풀리는 걸 핑계 대기 딱 좋았다. (14쪽)


엄마 말 그대로 술 처먹은 아빠가 왔다. 불안하다. 불안함은 언제나 예상한 일들을 어김없이 데려온다. 나는 우리 집의 귀한 남동생을 데리고 나왔다. (22쪽)


집으로 가는 길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마을버스가 뿌옇게 흙먼지를 날리며 달리는 걸 볼 수 있었다. 매일 생각했다. ‘언제쯤 지긋지긋한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37쪽)


“앗 뜨거워, 안 뜨거.”, “뜨거워.”를 연발하면서 후후 불다가 입에 넣고 감 빼며 오물오물 먹었다. 절굿공이로 찧다가 힘들면 언니가, 언니가 찧다가 힘들면 이번엔 엄마가, 엄마가 찧다가 힘들면 이번엔 할머니가. (63쪽)


그때는 왜 몰랐을까. 엄마가 힘들었을 거라는 걸. 버스에 타면 어느새 우리는 전멸. (6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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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키 키린 - 그녀가 남긴 120가지 말 키키 키린의 말과 편지
키키 키린 지음, 현선 옮김 / 항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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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12.15.

인문책시렁 269


《키키 키린》

 키키 키린

 현선 옮김

 항해

 2019.6.24.



  《키키 키린》(키키 키린/현선 옮김, 항해, 2019)을 읽었습니다. 스스로 맡은 일을 해나가는 하루를 언제나 새롭게 바라보고 배우려는 발걸음으로 삼으려 했다는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배우려고 한다면 어디에서나 배웁니다. 배우려는 마음이 없으면 어디에서도 안 배웁니다. 배우려는 사람은 설거지를 하다가도 깨닫고, 비질을 하면서도 깨달아요. 안 배우려는 사람은 절집에 깃들어 비손을 오래오래 하더라도 못 깨닫습니다.


  따로 배움터(학교)를 드나들거나 마침종이(졸업장)·솜씨종이(자격증)를 거머쥐어야 배웠다고 할 수 있을까요? 종이란 한낱 종이입니다. 종이로 배움빛을 밝히지 않습니다.


  돈을 거머쥐어야 넉넉하다고 여길 수 있을까요? 돈은 그저 돈입니다. 돈으로는 살림을 밝히지 않아요. 돈이 많아도 마음이 가난한 나머지 살림이 메마른 사람이 수두룩합니다.


  책을 읽었기에 잘 알지 않습니다. 책읽기는 그저 책읽기입니다. 잘 알려면 몸소 맞아들여서 즐거이 누릴 노릇입니다. 풀꽃나무를 책으로 많이 들여다보았기에 풀꽃나무를 알 수 없어요. 풀꽃나무 곁에서 살아가면서 풀꽃나무를 이웃숨결로 받아들이는 하루이기에 풀꽃나무를 천천히 알아갑니다.


  넘어져 보면서 아픈 줄 알고, 아픈 줄 알면서 이웃을 보고, 이웃을 보면서 둘레를 느끼고, 둘레를 느끼다가 새삼스레 ‘나(우리)’를 다시 바라봅니다. 내가 나인 줄 알 적에 나를 새롭게 느껴서 나한테서 배웁니다. 그래요, 나는 나한테서 배웁니다. 나는 남한테서 배우지 않습니다. 그대도 매한가지예요. 그대는 그대 스스로 배웁니다. 누가 그대를 가르치지 못 해요.


  삶은 늘 오늘 여기입니다. 오늘 여기를 보려는 눈길을 틔우기에 차근차근 눈빛이 밝는 사람으로 고요히 설 수 있습니다.


ㅅㄴㄹ


그저 지금 내 상황이 어떤지에만 집중하니까, 불평할 겨를이 없습니다. (47쪽)


그때 데라우치 긴 역할을 하면서 크게 깨달은 것은, 할머니들이야말로 세상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는 겁니다. 흔히들 남자는 사회적 명예나 지위 같은 게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고 하는데, 여자에게는 그런 것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가 있죠. (117쪽)


한 번은 자기의 밑바닥을 본 사람이 좋다는 거죠. 그런 사람은 아픔이 뭔지 알기 때문에 대화의 폭이 넓고, 동시에 넘어진 자리에서 변화할 수도 있거든요. (127쪽)


친정 엄마와 시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아이가 얼굴을 보고 싶다기에 보여줬어요. 그러자 딸아이가 하얀 천을 열고 시신을 쓰다듬더군요. 그걸 보면서, 실로 죽음이라는 걸 만져 보는 것도 나쁘지 않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제가 하는 교육이란 게 있다면 이 정도뿐입니다. (187쪽)


아이는 응석쟁이로 키우면 안 됩니다. 혼자 할 수 있는 건 스스로 하게 해야죠. 집안일도 부모가 할 때 같이 시켜야 한다고 보고요. (20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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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것들, 명상 내가 좋아하는 것들 8
용수 지음 / 스토리닷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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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12.12.

인문책시렁 265


《내가 좋아하는 것들, 명상》

 용수

 스토리닷

 2022.11.2.



  《내가 좋아하는 것들, 명상》(용수, 스토리닷, 2022)을 가만히 읽었습니다. 둘레에서는 한자말 ‘명상’을 널리 쓰는 듯하지만, 저는 스스로도 아이들한테도 이웃한테도 ‘마음’을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마음을 돌보거나 다스리거나 닦거나 갈거나 세울 적에 스스로 즐겁다고 이야기해요.


  뜻으로만 보면 ‘마음닦기·마음갈이’나 ‘마음돌봄·마음보기’라 할 만합니다. 이런 말을 쓰는 이웃님이 제법 있습니다. 이대로 풀어서 써도 즐겁고, 더 마음을 기울일 수 있다면 ‘마음길·마음꽃’이라 할 만해요. 그리고 ‘고요·고요길’이라 할 수 있으며, 어린이한테는 ‘돌아보기’나 ‘바라보기’처럼 수수하게 이야기합니다.


  마음을 돌보거나 다스리는 까닭을 살펴본다면, 마음이 아무런 티끌이 없도록 하려는 뜻이 하나일 텐데, 마음에 가득한 티끌만 쓸거나 치운대서 끝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왜 집안을 쓸거나 닦거나 치우나요? 그저 아무것도 없이 휑하게 살려고 쓸거나 닦거나 치우나요? 아닙니다. 집안이건 마당이건 고이 쓸거나 닦거나 치우려는 뜻은 ‘새로 담거나 채우면서 살아가는 즐거운 하루’를 누리려는 뜻입니다.


  숱한 이웃님이 ‘명상 훈련을 하다가 실패’합니다. 마음을 닦으려다가 쓴맛을 보거나 넘어지거나 자빠져요. 왜 그러한가 하면, 마음을 텅 비우고서 그대로 끝내고 말거든요. 비운 마음에는 꿈을 심을 노릇입니다. 앞으로 나아가려는 길을 ‘생각(새로 가려는 길)’이라는 씨앗으로 심어야지요.


  이리저리 휩쓸리거나 휘둘리거나 어지러운 티끌은 ‘생각’이 아닙니다. 다시 말해서, ‘생각이 아닌 부스러기가 가득한 마음’이기에, ‘생각이 들어서서 꿈으로 나아갈 밝고 맑은 터전을 이루고자 마음씻기·마음돌봄·마음닦기’를 한다고 여길 만합니다. 생각이 없는 마음이란, 죽은 마음입니다. 생각을 세워서 스스로 새롭게 빛나려는 마음이기에 살아숨쉬는 마음입니다.


  오늘날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주 흔히 쓰는 낱말인 ‘사랑’하고 ‘생각’이 어떤 참뜻인지 거의 모르거나 등돌려요. 국립국어원 낱말책도 ‘사랑’하고 ‘생각’을 어질게 뜻풀이를 해놓지 않습니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살아가려면, 사랑으로 생각을 지어서 마음에 담을 노릇입니다. 사랑이 없으면 생각이 아닙니다. 생각이 없으면 사랑이 아닙니다. 낱말뜻을 제대로 짚어야 하고, 낱말뜻을 제대로 풀이한 낱말책을 곁에 두어야 합니다. 아무 밥이나 아무렇게나 먹으면 몸이 망가지잖습니까? 아무 말이나 아무렇게나 풀이한 낱말책(사전)이나 글책(인문책)을 자꾸 읽는다면, 우리는 스스로 우리 마음을 망가뜨리는 셈입니다.


  수수한 낱말을 놓고서 뜻풀이부터 제대로 참답게 하는 첫자락을 열고, 마음에 가득한 티끌을 어떻게 쓸고닦아서 스스로 어떤 꿈길로 나아갈 어떤 생각을 씨앗으로 심으려는지 차근차근 바라볼 노릇입니다. 돌아보고 바라보면 됩니다. 아주 쉬워요. 쉬운말로 생각을 지으니 꿈을 스스로 펴면서 날개돋이를 합니다.


ㅅㄴㄹ


명상은 고통을 없애는 게 아니라 고통을 알아 가는 거예요. 평생 외면했던 감정을 직면하게 되면 어찌 아프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31쪽)


옷장에 괴물이 있는 줄 생각하면 두렵지만 열어 보면 아무도 없어요. 캄캄한 밤에 무서운 사람이 있는 것 같지만 손전등을 비추면 나무뿐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35쪽)


명상은 뭡니까? 좋고 나쁘고 하는 마음 없이 보고 듣고 느끼는 겁니다. 일어나는 생각과 감정도 담담하게 지켜보는 겁니다. 코멘트 없이 목격하는 겁니다. (61쪽)


명상은 내가 누구인가를 알아 가는 과정입니다. 내가 누구인가를 알기 위해 내가 아닌 것을 버립니다. (85쪽)


걷기 명상은 깨어 있으면서 걷는 겁니다. 걸을 때 걷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깨어 있겠다는 의도를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18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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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한 사람들을 위한 지구별 가이드 - 자신의 민감함을 감추지 않고 세상을 위한 선물로 사용하는 법
멜 콜린스 지음, 이강혜 옮김 / 샨티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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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12.12.

인문책시렁 267


《민감한 사람들을 위한 지구별 가이드》

 멜 콜린스

 이강혜 옮김

 샨티

 2021.4.22.



  《민감한 사람들을 위한 지구별 가이드》(멜 콜린스/이강혜 옮김, 샨티, 2021)를 읽었습니다. 이 같은 책이 나오면 반갑습니다. 하나하나 느끼는 이웃이 있구나 싶고, 뼛속으로 찌르르 스미는 기운을 알아차리는 동무가 있구나 싶어요.


  이 책은 ‘Highly Sensitive’를 ‘민감한’으로 옮깁니다. 영어 낱말책도 이처럼 옮길 듯합니다. 그런데 저는 다르게 느낍니다. 우리말 ‘느끼다’나 ‘알다’로 옮길 적에 어울리겠다고 느껴요. ‘바로알다·바로느끼다’나 ‘알아보다·알아차리다’라 해도 어울릴 테지요.


  길바닥을 가득 채운 부릉이(자동차)를 보기만 해도 메스껍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으나, 멀쩡한 사람이 있습니다. 부릉이를 타면 기름하고 플라스틱하고 쇠붙이 냄새에 어지러운 사람이 있으나, 말짱한 사람이 있습니다.


  무엇을 ‘느끼는’ 사람은, 느끼기 때문에 아픕니다. 또는 느끼기 때문에 스스로 길을 찾으려 해요. 이 고약하고 괴로운 결을 스스로 씻거나 털려고 용을 쓰고 몸부림을 쳐요. ‘못 느끼는’ 사람은 못 느끼면서 안 아프기도 하고, 못 느끼는 사이에 몸이 망가지기도 합니다.


  느끼는 사람은 처음부터 느끼기 때문에 스스로 서울(도시)을 떠나거나 나중에 어떻게든 시골이나 숲으로 깃들려 합니다. 못 느끼는 사람은 처음부터 못 느끼기 때문에 그냥 서울에서 살거나 나중에 다른일 때문에 시골로 옮기곤 합니다.


  느끼는 사람은 처음부터 느끼면서 스스로 몸이며 마음을 다스리고 달래며 아픈 데를 씻으려 하기에, 천천히 새길을 깨닫고 폅니다. 또는 처음부터 너무 아픈 나머지 일찍 쓰러지거나 숨집니다. 못 느끼는 사람은 끝까지 안 아플 수 있으나, 몸이며 마음에 꾸준히 고약한 기운이 쌓인 바람에 나중에 한꺼번에 터져서 걷잡을 수 없게 마련입니다.


  한자말 ‘민감’은 나쁜말이 아닙니다. 다만 ‘느끼다’나 ‘알다’처럼 수수한 낱말로 이러한 이야기를 풀어내어 펼 적에 어린이하고 푸름이도 알아볼 수 있습니다. 작게 느끼건 크게 느끼건 똑같은 ‘느낌’입니다. ‘Highly Sensitive’가 아니더라도 누구한테나 길잡이가 될 이야기를 서로 헤아리고 찾을 수 있을 적에 함께 나아가는 새길을 열 만합니다.


ㅅㄴㄹ


그렇게 떠맡은 역할을 의식적으로 알아차리지 못하면 성인이 되어서까지 그 역할을 계속 하고 있을 수 있다. (71쪽)


내가 쓴 가면들은 나의 연약함을 가리고 아무도 다시는 내게 상처 줄 수 없게 하려는 무의식적 방편이었다. (86쪽)


우리의 진짜 모습을 회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시선을 밖이 아니라 안으로 돌려서 자기 내면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차리는 것뿐이다. (110쪽)


당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의 행동이나 상황이 더 큰 배움의 일부일 수도 있지 않을까? 어쩌면 그들의 못된 행동이 그들 자신의 과거 문제로 인한 것은 아닐까? (135쪽)


우리 몸 안에는 전기가 흐르는 전기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다. 전기가 가장 강하게 흐르는 곳은 심장과 뇌이다. 모든 전기 시스템은 접지接地가 되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신발을 신은 채 보내기 때문에 우리는 ‘어머니 지구’와의 연결이 끊어진 상태로 살고 있다. (157쪽)


비록 보거나 느낄 수 없다 하더라도 당신 안에는 더욱 높은 차원의 힘이 있다. (200쪽)


#TheHandbookforHighlySensitivePeople 

#MelCollins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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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평화론 - 비판정본 독도 길을 읽다 1
안중근 지음 / 독도도서관친구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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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12.5.

인문책시렁 260


《비판정본 동양평화론》

 안중근

 독도도서관친구들

 2019.6.15.



  《비판정본 동양평화론》(안중근, 독도도서관친구들, 2019)을 곰곰이 읽습니다. 안중근 님이 남긴 ‘한문’을 우리글로 옮긴 《동양평화론》은 진작 다른판으로 읽었는데 ‘비판정본’이 나온 줄 뒤늦게 알고서 새롭게 읽어 보았습니다.


  새삼스럽지만, 안중근(1879∼1910) 님은 우리글로 이야기를 남기지 않았습니다. 우리 겨레가 읽자면 우리글을 쓸 노릇일 텐데, 아무래도 우리글을 배울 겨를이 없었다고 여겨야 할 테지요. 주시경(1876∼1914) 님하고 엇비슷한 나낱을 살다가 떠난 안중근 님인데, 나라사랑·나라걱정을 하면서 ‘낡은 틀(한문)’을 버리고서 ‘새길(한글)’을 찾자는 마음까지 바라기는 어려울 수 있어요. 지난날에 모든 낡은 틀을 버리고서 새길을 찾고 펴면서 홀로서기(독립운동)에 나선 사람은 뜻밖에 적었거든요.


  아무래도 우리글 아닌 한문으로 남은 글인 터라, 게다가 손글씨로 남은 글을 되옮긴 터라, 옮겨쓴 이가 잘못 적는다든지, 뜻을 새길 적에 엉뚱하게 새길 수 있다지요. 이리하여 ‘비판정본’을 내놓는데, ‘비판하는 정본’이라는 낡은 말씨를 쓰기보다는 ‘되새김’이나 ‘바른고침’처럼 우리말로 쉽게 쓰는 길을 헤아리면 한결 나았으리라 봅니다.


  한문을 옮기다 보니 한문처럼 예스런(낡은) 말씨를 일부러 쓰기도 하는데, 굳이 예스런(낡은) 말씨를 쓰기보다는 오늘말에 맞게 더욱 쉽고 부드럽게 풀어서 어린이도 스스로 읽을 만한 글로 가다듬으면 훨씬 낫겠다고 여겨요. 그러니까 ‘어른이 읽도록 새긴 우리글’에다가 ‘어린이가 읽도록 손질한 우리글’로 두 가지 판을 한다면 더 뜻있겠지요.


  이러구러 안중근 님은 아름길(평화)을 바라는 뜻이 그윽하면서 단단합니다만, ‘하늬녘(서양)·새녘(동양)’이 다투는 얼개에 머무른 듯싶습니다. 하늬녘에도 들꽃사람이 있고, 일본에도 들꽃사람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괘씸꾼이 있고, 하늬녘이며 일본에도 괘씸꾼이 있어요. 아름길은 온누리 들꽃사람을 헤아리면서 손잡는 길을 바라보아야 이루리라 봅니다. 곧 ‘동양평화’ 아닌 ‘세계평화’를, 그러니까 ‘온아름’을 바라볼 수 있기를 바라요. 바른고침으로 나온 《동양평화론》인 만큼, 풀이를 할 적에 이런 이야기를 곁들이면 돋보였을 텐데, 이 대목까지는 나아가지 못 하는구나 싶습니다.


ㅅㄴㄹ


농사짓고 장사하는 일보다 예리한 무기를 연구하는 일에 더 열중하여 전기포·비행선·잠수정을 새롭게 발명하니, 이것들은 모두 사람을 해치고 사물을 손상시키는 기계이다. (85쪽)


오늘날 서세동점西勢東漸의 환난을 동양 인종이 일치단결하고 힘을 다해 방어하는 것이 가장 좋은 계책이다. 비록 어린아이라도 이를 알 것이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일본은 이런 순조로운 형세를 둘러보지 않고, 같은 인종인 이웃나라를 착취하고 우의友誼를 갑자기 끊어버려 스스로 방휼지세蚌鷸之勢를 취하여 어부를 기다리는 것처럼 하는가? 한국과 청국 두 나라 사람들의 소망이 크게 꺾이고 말았다. (93쪽)


지난 갑오년(1894년), 일본과 청국의 전쟁을 따져 보면, 그때 조선국에서는 좀도둑인 동학東學 무리의 소요騷擾로 말미암아 청국과 일본 두 나라가 군사를 일으켜 바다를 건너왔고, 허락 없이 전쟁을 시작하여 서로 충돌하였다. (97쪽)


안타깝다! 그러므로 자연의 형세를 돌보지 않고 같은 인종과 이웃 나라를 착취하는 자는 끝내 독부獨夫의 우환을 반드시 면치 못할 것이다. (11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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