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바케 - 에도시대 약재상연속살인사건 샤바케 1
하타케나카 메구미 지음 / 손안의책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쓰네카와 고타로의 <야시>처럼 요괴가 나오는 판타지 소설.  일본 판타지 노벨 대상을 수상했다는 데 이름 값을 한다.

초반에는 이야기의 흡인력이 떨어졌다.  지금까지 일본 소설을 들었다 하면 내처 읽게 만드는 묘한 구석이 있었는데, 이 책은 앞의 서너장을 읽다가 중단하고 다른 책을 읽을 만큼 초반에는 안 끌렸다.  생각해 보면 초반부터 살인자가 쫓아오니 긴장감이 떨어지는 서두도 아니었는데 '도련님'이라는 명칭 때문에 케케묵은 옛날 이야기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재미있다는 평이 없었다면, 수상작이라는 코멘트가 없었다면 안 읽었을지도 모르겠다.

니키치, 사스케를 개인 비서로, 보디 가드로 두고 있는 우리의 이치타로 도련님.  요괴들을 볼 수 있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에서 초반에 할아버지가 먹인 약이 먹물통 요괴를 끌어들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했지만, 그래도 재미읽게 읽었다.  읽고 나니 2편, 3편도 기대된다.  

에도시대 약재상 연속 살인 사건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듯이 이 책은 범인을 추리하는 약간의 추리 소설 분위기.  주인공 이치타로는 허약하기에  안락의자 탐정처럼 앉아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요괴와 공존하는 세상이라는 황당한 설정...그런데 <야시>도 그렇고 <샤바케>도 그렇고 읽다 보니 재미있다.  <야시>를 재미있게 읽은 독자라면 이 이야기도 재미있을 것이다.  요괴가 나오는 판타지 이야기가 좋아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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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홀릭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창해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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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가 읽은 책은 제목이 '연애 중독'이었는데 '러브 홀릭'으로 바뀌었나 보다.

미나즈키 미유라는 여자의 연애 이야기.  사랑이라고 이름 붙이지 않은 것은 그녀의 사랑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집착에 가깝기 때문이다.

소설의 구성이 탄탄하다.  서두에서는 제2의 인물이 미나즈키를 바라보고 이어서 미나즈키의 이야기가 쭈욱 나온 뒤 다시 서두의 장면으로 돌아가 마무리된다.

인물들의 성격이 살아 있으며, 스토커 노릇을 하는 미나즈키에서 우리 사랑의 단면을 보게도 된다.

손을 너무 꽉 잡았다.  그가 아플 정도로 손을 잡았다는 것으로 사랑의 맹목성, 자기 중독성을 표현하고 있다.

단순한 연애 소설인 줄 알았는데, 사랑에 대한 그리고 인간 본성에 대한 작가의 고민이 담겨 있는 것 같아 나름 만족스럽다.  이 작가는 처음으로 만났는데, 에쿠니 가오리의 <도쿄 타워>보다 훨씬 낫다. 

구입까지야 그렇지만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  나의 사랑은 그를 숨쉬게 하는가.  나는 과연 '그'를 사랑하는가, '사랑하는 나'를 사랑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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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아사다 지로 지음, 정태원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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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철도원>으로 기억하게 된 아사다 지로...기대가 높을 만도 했건만, 아사다 지로는 단편에 강하지 장편에서는 그만큼이지 못하다는 평도 읽었는지라 기대치를 조절하고 읽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도쿄로 여행을 간 적이 있다.  오고가는 비행기 티켓 예약을 하고 잠은 유스호스텔에서 자면서 그렇게 배낭 메고 간 적이 있다. 영어도 제대로 못하고 일어는 아예 깡통이면서 그렇게 친구랑 갔던 적이 있다.

그랬기에 도쿄 여행을 준비하면서 나는 그 복잡하기 그지없는 일본 지하철 노선도 공부를 완벽하게 해갔다.  도쿄 미아가 될 수는 없었으니깐...거의 15년 전의 일이라 지금은 그 노선도를 다 까먹었지만, 그 당시 얼마나 잘 외웠던지 헤매지 않는 우리에게 일본 할머니가 길을 묻기까지 했다.  

그러나 일본 지하철의 역사가 그렇게 오래되었는지는 몰랐다. 1920년대에 지하철이 있었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 만주로 징집되어가는 학도병들이 지하철을 탔다니...그 때의 우리나라를 생각하게 했다.

아버지의 청년 시절, 유년 시절로 뛰어들게 되는 이 남자...그들이 말하는 침체와 부흥의 시기가 우리 나라를 생각할 때 결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는 입장이긴 하지만, 그 때의 일본이 얼마나 큰 격동기였는지 생각할 수 있었다.  이런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 일본에서 '지하철'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울 수 있겠다 싶다.

의절하고 살만큼 가차없이 비판하고 비난한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주인공.  순수했던, 살아내야만 했던 과거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만난 주인공. 

각자 저마다의 시대 고민을 안고 있다고 하지만, 안정된 시대에 태어난 우리들은 전 세대에 대해 얼마만큼의 존경심을 애정을 갖고 있을까.  그 시대에 떨어진다면 우리는 얼마만큼 다른 모습으로 살아낼 수 있을까. 

다 읽고 나니 마음이 스산해진다.  아버지 시대로의 여행에 주인공의 로맨스까지(굳이 그렇게 모든 등장인물을 엮어 놓을 필요가 있었을까) 가미된 그래서 왠지 소설 한 권으로서 완벽하다는 느낌은 덜하지만, 소설 자체에 무리가 있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

이제 지하철을 타고 갈 때마다 생각하게 될 것 같다.  저 위에 그 세상이 있을까...

p.s. 글의 초입이 익숙하다 했더니 단편집 <철도원>의 한 단편과 비슷한 설정이다.  대저택, 회사 사람들과의 숙식, 피를 토하고 죽는 할아버지, 폭력적인 아버지...이 부분은 암만해도 작가의 개인적 체험인가 보다.

 주인공 애인의 결단은 하나도 감동적이지 않았다.  결국 자살했던 형이 찾고 있는 것은 집에 돌아갈 핑계였다는 것을 느끼는 주인공의 마음이 가장 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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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7-11-20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20년대부터 지하철이 있었다니 역시 일본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달콤한책 2007-11-21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랍죠^^
 
철도원
아사다 지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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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빛 하늘, 흰 눈으로 덮인 길...표지는 무채색에 가까운 단조로운 겨울 풍경이지만 책의 내용은 따뜻하다.

우연히 헌책방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예전에 봤던 일본 영화 <철도원>이 떠올랐다.  그 이야기인가 해서 들춰보니 8개의 단편 중 하나로 그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

익숙하지 않았던 아사다 지로라는 작가 이름...다 읽고 나서는 이 책을 도서관이 아닌 헌책방에서 만났던게 참 좋다.  이 책을 손에 갖고 있다는 것이 참 좋다.

사실 나는 단편집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한 권에 실려있는 작품들이 골고루 다 마음에 남아있게 되지 않기에, 그래도 호흡이 좀 긴 장편소설 한 권을 읽는 것을 더 선호한다.

그러나 이 책만큼은 단편집으로서의 매력이 담겨 있다.  첫번째 단편인<철도원>도 영화화되었지만, 두 번째 단편인 러브 레터는 우리 영화 <파이란>으로 영화화되었다. 그 뒤에 실려있는 단편들도 읽고 나면 하나하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가슴에 남는다.

독특한 이력을 소유하고 있는 이 작가가 사람과 세상을 얼마나 따뜻하게 바라보고 있는지 느끼게 된다.  <철도원>을 읽다가도 울게 되고(내용도 다 알고 있었으면서) <러브 레터>를 읽다가도 울게 된다.  <츠노하즈에서>도 <백중맞이>에서도 <오리온 좌에서 온 초대장>에서도 가슴이 아려온다. 아직 영화 파이란은 보지 못했지만 남자 주인공의 연기가 호평받을 수 있었으리라 예상된다.   짧은 단편만으로도 극중 주인공의 오열이 그대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일본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서 번역자로 익숙해진 이 역자도 후기에 눈물의 힘을 말하고 있다.  그것마저 읽으면서 저자-번역자-나에게로 이어지는 이 공감이 따스하게 다가온다.

어제, 오늘 얼마나 춥던지 달력상 11월이지만 겨울 한복판에 서있는 느낌이다.  따뜻한 이불 아래 발 넣고 이 책으로 까만 겨울밤을 보낼 만하다.  춥지 않은 겨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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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11-21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의 느낌이 참 맑았었는데 책도 좋은가봐요. ^^

달콤한책 2007-11-22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잔잔하면서 좋았어요^^
 
청춘, 덴데케데케데케~
아시하라 스나오 지음, 이규원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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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제목 같지만...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니 이 제목만큼 이 책을 잘 표현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청춘! 덴데케 데케 데케...여기서의 덴데케 데케는 전자기타의 음향이다.

밴드를 조성하고 공연하는 고교 시절에 대한 성장 이야기인데 작가의 개인적 체험이 그대로 녹아 있는 소설이다.  이 책이 상을 받게 되면서 책 속의 밴드가 재결성 공연을 했단다.

저자는 고교 시절 이야기를 원고지 1600매에 담았다가 이렇게 800매로 압축했단다.  압축한 만큼 문학적 완성도가 높아졌을 것이다.

나의 고교 시절, 과연 1600매만큼 쓸 이야기가 있을까.

입시 대란을 겪어 온 대한민국의 많은 세대들 중 자신의 고교 시절을 1600매 그것도 아니면 800매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에게는 그것이 얼마나 더 허용될 수 있을까.

불행히도 나는 팝을 즐겨듣지 않았기에 장마다 나오고 있는 팝이나 락의 제목만으로 곡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았다.  대학생이 된 후에야 베이스 기타를 치던 친구 덕에 소극장까지 가서 봤던 아마추어 밴드 공연이 아련히 떠오른다.

책을 다 읽고 인터넷에서 책 속에 나와있는 곡들을 찾아보았다.  귀에 많이 익은 곡들...1960, 70년대에 십대였던 사람들은 이 책이 더 맛깔스럽게 읽힐 것이다.

청춘..작품 속의 인물들처럼 고교 시절만큼 무작정 뭔가에 뛰어들 수 있는 나이도 없을 것 같은데, 그냥 그렇게 범생이로 지나와 버렸던 그 시절이 참 아쉽게 느껴지게 하는 책이다.

청춘, 덴데케데케...저절로 엉덩이가 들썩여지는 이 책에 완벽한 청춘 소설이라고, 성장 소설이라고 이름붙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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