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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그릇에도 - 설우특선 2
미우라 아야꼬 지음 / 설우사 / 1976년 10월
평점 :
<빙점>의 작가 미우라 아야코의 두번째 수필집이다.
수필로 그녀의 인생을 따라 읽으려면 <길은 여기에> - <이 질그릇에도> - <빛이 있는 동안에>로 읽으면 된
다. 출판은 <빙점>이 가장 먼저였지만 그녀의 삶 순서로 보면 <이 질그릇에도>를 읽고 <빙점>을 읽게
되면 딱 맞다.
이 책은 그리스도 안에서의 부부, 결혼에 대한 이야기이다.
인상깊었던 구절이다.
우리는 아무리 누구를 용서해 주고 싶어도 상대편이 과실을 범하지 않으면 용서해 줄 수가 없다.
그렇다. 용서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가 항상 문제였지만, 거꾸로 생각해 보면 누군가가 잘못했을 때에만
용서해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누군가를 용서해 줄 수 있는 경우가 생기는 것은 내게 남을 용서
할줄 아는 마음을 갖게 하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나를 성숙시키는 경우가 되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결혼이란 것도 두 인간이 서로 전면적으로 상대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성립할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우리가 전면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상대가 과연 있기는 한 것일까...부부는 고사하고 부모 입장이라면
자식이 그 경우가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하지만, 정직히 대답해야 할 것이다. 나는 전적으로 내 아이를
받아들이고 있는가 하고 말이다. 결혼이란...그리고 가정이란 서로를 전면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부정(不貞)이란 나쁜 일이라 일방적으로 밀어붙일줄은 알아도 그 속으로 쫓겨 들어가는 인간의 연약함을
동정할 줄은 하나도 몰랐고 짐작해 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남을 정죄하게 됨을 반성하게 된다. 부정은 옳은 일이 아니다. 죄가 무거울수록 우리는 그 사람을 사람이
아닌 것처럼 생각한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다. 그의 사정을 짐작조차 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미우라 아야코의 솔직한 고백이 그녀를 사랑하게 만든다.
덧붙여서....나는 이 책을 범우사 판으로 읽었다. 범우사에서는 이미 절판된 지 오래이고 이 출판사의 번역은
어떠한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