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스스로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내가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엄청나게 부유한 것도 아니었지만 부족함 없이 자랐고, 가족들도 무탈히 잘 지낸다. 가족 간에 큰 다툼도 없고, 나 스스로도 건강한 편이다. 인복이 있는 편이라고 생각하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대단히 비싸지 않은 한 구입할 수 있는 금전적인 여유도 있다. 


그러나 같은 상황에서도 나 스스로 운이 나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나는 집을 살 만큼 큰 돈은 없다. 남들보다 학교도 오래 다녔다. 몸이 크게 아픈 곳은 없지만 건강체질이 아니라 조심하지 않으면 자주 아프다. 솔직히 하는 일에 비해 박봉이다. 등등. 




나는 실제로 스스로 운이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운이 나쁜 이유'들을 생각하는 것이 좀 힘들었다. 짜내어서 썼다. (이유들이 퍽 하찮게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본인이 운이 좋은 이유를 레몬 짜듯이 쫙쫙 짜내도 별 이유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운을 부르는 습관>은 스스로가 운이 나쁜 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나, 스스로 선택하거나 노력해서 얻은 것이 아닌 배경에 싸여있는 (예를 들면, 십대 청소년들. 부모님과 가정 환경 등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지만 개인의 자아와 성격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친다)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책이다. 


전체적으로 쉽게 읽히고, 좋은 조언들을 많이 해준다. 책의 첫 절반은 스스로 불운하다고 느끼거나 과거에 얽매여 스스로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쌓아올려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들이다. 지금까지 스스로가 불운하다고 느꼈지만 앞으로는 달라져 운이 좋아질 것이라는 다짐과 선언, 과거에 있었던 특정한 부정적인 감정/경험/조언 등에서 벗어나 긍정정인 자아를 그리게 도와주는 활동들 등이 나온다. 그리고 책의 후반부에서는 초점을 '현재'로 옮겨와 스스로를 믿자, 주변을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사람들로 채우자, 행운을 찾아가자 등의 조금 더 능동적인 작전/방법들을 제안한다. 후반부는 비슷한 시기에 읽었던 <세렌디피티 코드>와 일견 비슷한 내용을 다룬다. 다른 점이라면 <세렌디피티 코드>는 조금 더 현학적으로 쓰여진 책이고 <운을 부르는 습관>은 쉽게 설명하고 일상의 액션 플랜에 초점을 맞춘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이 책이 미국에서 인기있었던 이유는, 아무래도 미국도 출신 배경에 따라 꿈꿀 수 있는 미래가 좀 정해지는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아메리칸 드림"으로 대변되는, 배경과 출신에 상관없이 큰 꿈을 꿀수 있는 사회로 브랜딩되고 있기는 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계층 갈등이나 인종 갈등 등이 만연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인 것 같다 (고 나는 생각한다). 내 주변 사람들을 봐도, 학자금 대출을 많이 받아야만 대학교에 갈 수 있었던 사람들도 있고, 부모님이 내주셔서 대출 부담이 없는 사람들도 있다. 부모의 도움으로 다른 친구들은 할 수 없는 경험 (연구에 참여하거나 인턴을 하거나) 을 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학부생들은 본인이 가족 내에서 최초로 대학교에 입학한 사람이라고 했다. 대학교 졸업장 유무가 중요하지 않은 빌게이츠나 마크 주커버그같은 사람도 있겠지만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백인 남성이고),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한국 사회와 마찬가지로 분명히 대학 졸업장의 유무가 직업 선택과 임금에 큰 영향을 미친다. 물론 사회적으로도 이런 계층화나 불평등같은 문제들은 해결이 되어야 하겠으나, 개인적인 차원에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실제보다 작게 인식하는 일이 왕왕 벌어진다면, 그 일을 개인적 차원에서 극복하게 하는 데에 이 책의 초점이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스스로가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지고 싶은 사람, 과거의 불운한 일에 얽매여 있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나서 빛나는 인생을 살게 되면 좋겠다. 책을 읽으며 나도 여러 가지를 생각해보고, 마음을 다잡고, 내 생활에 넣고 싶은 새로운 루틴을 찾기도 했다.





『운을 부르는 습관』

 게이 헨드릭스, 캐럴 클라인 지음, 김은경 옮김

 중앙books (중앙북스)

 2021.04. (전자책 기준)






아참. 이 책의 원제는 'Conscious Luck'인데 그 제목이 더 주제를 잘 관통하는 것 같다. :) 



바로 ‘운‘이다. 많은 사람들이 성공을 거두는 데 있어서 운의 중요성에 대해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다. 운이란 그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서 발생되어 우연히 주어지는 것에 불과하다고 여긴다. 그래서 행운이 찾아오면 ‘오늘은 운이 좀 좋네‘ 하고, 반대로 불운이 닥치면 ‘역시 난 운이 나빠‘ 하고 쉽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틀렸다. 행운이든 불운이든 모든 운은 항상 바뀐다.

"운이란 단발적이고 극적으로 일어나는 벼락같은 게 아니라 끊임없이 불어오는 바람과도 같아요. 운을 바꾸기 위해서는 이 개념을 이해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니 행운이라는 바람을 받고 싶다면, 매일매일 작은 행동으로 쌓아올린 돛을 먼저 만들어야 하죠."

나는 내 삶을 이끄는 사람이 바로 나임을 인정한다. 그리하여 나는 앞으로 내가 원하는 인생을 만들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유능한 원예사는 일단 씨앗을 심으면 잡초가 자라지 않게 항시 살핀다. 행운을 키우는 과정도 이와 다르지 않다. 첫 번째 행운의 비밀이 운 좋은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함으로써 행운의 씨앗을 심는 일이라면, 두 번째 비밀은 행운의 상해물을 제거하는 일이다.

죄책감은 내 개가 다른 사람을 물었을 때 느끼는 감정 같은 것이다. 그 순간 몹시 괴롭고 기분이 안 좋지만, 상대방에게 사과와 보상을 한 뒤 개를 조심시키겠다는 약속을 함으로써 이 감정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반면 수치심은 습하고 더운 날 모직담요를 덮는 일과 같다. 숨쉬기가 힘들고 가슴이 답답하며 비참한 기분까지 든다. 이 둘의 중요한 차이는 수치심은 바뀔 수 없는 근본적인 결함이 자신에게 있다고 여긴다는 점에 있다. 더군다나 나에게 결함이 있다는 생각은 마치 저주가 내려진 것처럼 나의 무의식을 순식간에 지배한다.

제 결정에서 비롯될 모든 결과를 온전히 받아들이자 심장이 뛰었어요.

인생에서 항상 과감하게 용기를 내야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절호의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알아채고 적극적으로 붙잡는 데 집중해야 한다. 실패는 영구적이지 않지만 지난 일에 대한 후회는 계속 남는다.
결정적인 순간에 용기를 내어 쟁취한 성공은 또 다른 성공으로 이어진다. 다시 말해 어떤 모험이라도 일단 성공적으로 해내면, 그 성취 경험이 강력한 원동력이 되어 새로운 도전이 훨씬 수월해진다.

최근 한 조사결과에 의하면, 운이 좋은 사람과 운이 없는 사람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회복탄력성‘에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회복탄력성은 역경에 직면했을 때에도 감사하는 능력에서 어느 정도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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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 2021-09-15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문>에 나오는 두 가지 예들 중, 두 번째 예는 솔직히 조금 많이 갔다. (ㅋㅋㅋ)
 
[eBook] 나는 오늘 나에게 ADHD라는 이름을 주었다 - 서른에야 진단받은 임상심리학자의 여성 ADHD 탐구기
신지수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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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ADHD 에 관한 담론이 시작된지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다. 누구나 다 ADHD의 개념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책의 저자인 신지수씨는 임상심리학자로, 정신과 병원에서 내담자들과 상담하며 그들의 병명을 찾아내는 일을 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 본인이 ADHD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스스로 진단을 위한 검사를 진행하게 된다. 그 결과, ADHD가 의심된다는 결과를 확인하고 치료를 받기위해 적극적으로 나선다. 


임상심리학자이며 임상심리 전문가로 현업에서 일하고 있는 저자도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ADHD 를 자각하는데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만큼 ADHD 라는 질환은 특히나 '집중력이 부족한 남자 어린이'의 모습을 하고 있어 그 스테레오타입에서 벗어난 사람들의 경우 진단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메시지를 이 책을 통해 전한다. 


먼저, 스테레오타입에서 벗어나 초기 발견이 어려운 여자 ADHD환자들의 일반적인 모습, 어떤 문화적/역사적 배경에서 이런 유병률 차이가 발생했는지 등을 자세히 다룬다. 사회적, 집단적 차원으로 관찰하고 고찰하는 과정으로, 책 전반부~중반부를 이룬다. 나는 ADHD 증상과는 거의 정 반대되는 성격을 가졌으므로, 이 부분이 더 흥미롭게 다가왔다. 


다음으로는 개인적인 차원으로 넘어가 ADHD를 가진 여성들이 전형적으로 겪는 경험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저자가 개인적으로 어떤 치료를 받았고 어떤 개인적인 노력을 '일상'을 다시 얻기 위해서 노력했는지 등을 서술한 것이 책의 후반부이다. 개인적인 경험이나 조언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부록으로 들어있는 약물일기를 (아마도 저자 개인적인 기록이라서 조심스럽게 첨부했겠지만) 흥미롭게 읽었고, 덕분에 주변에 ADHD를 가진 사람이 있다면 내가 이해해줄 수 있는 폭이 늘어난 것을 느꼈다. 


저자가 에필로그에서 적고 있다시피, 사회적으로 조명을 적게 받아온 '여성 ADHD'를 알리기 위해 서술되었고,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책 제목과 표지 디자인을 기준으로 독자들은 책의 전반~중반부에 나오는 학술적인 내용을 기대하기 보다는 후반부의 개인적인 기록이나 상담 일기 등을 기대할 확률이 높을 것 같다. 사실 나도 처음에 읽기 시작했을 때 본인의 ADHD 장애발견, 치료 과정, 약물치료, 개인적 차원의 노력 등 경수필 류의 글을 기대했다가 갑자기 학술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놀랐다. 


그리고 저자가 초반에 언급했다시피 이 책만으로는 ADHD 자가 진단이나 치료의 목적으로 쓰일 수 없으므로, 주변의 ADHD를 가진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하는 데에, 주변의 어린이나 여성이 ADHD 를 가진 것은 아닌지 감지하고 상담을 받도록 도와주는 데에 쓰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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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COVID-19 백신 접종 후 여성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부작용이 '공식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한 건 백신접종을 일반 대중에게 시작하고 나서 한참 후였다. 그 부작용은 월경과 관련된 부작용들이었는데, 이를테면, 많은 사람들이 생리 주기 변화, 출혈량 변화, 생리통 강도 변화 등을 겪었다. 나도 모더나 백신을 맞고 나서 2-3개월간 평소와는 다른 생리 양상을 겪었는데, 출혈량이 변화하기도 했고 생리통이 너무 심해서 바닥에서 데굴데굴 구르기도 했다. 분명히 임상 실험에 여성도 남성도 피험자로 (적지않은 수가) 참여했을 텐데, 왜 제약사들은 월경과 관련된 부작용에 대해서 고지하지 않았을까? 여전히 의료계에는, "여성과 남성은 결국 똑같은 인간이니 호르몬 변화가 심한 여성보다는 남성의 결과를 일반화하는 것으로 하자"는 제안이 공공연히 떠도는걸까? 


​여성들 중 병원좀 다녔고 약좀 먹어본 사람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의료 서비스를 받을 때 모든 것들이 묘하게 남성에게 맞추어져 있는 것 같은 느낌. 이런 일은 사실 갑자기 튀어나온 담론도 아니다. 몇 년 전 읽었던, 김승섭 교수님의 <우리 몸이 세계라면>에서도 '남성의 몸을 표준으로 상정하고 쌓아올려진 의학 지식과 경험'이 여성에게 그대로 적용이 안될 수도 있고 종종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는 주제로 한 장(章)이 구성되어있다. 


정신의학계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어서, ADHD의 경우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성별 차이가 크다고 한다. 특히, ADHD는 '집중을 못하고 부산하게 돌아다니는 남자 어린이' 라는 이미지가 큰데다, 사람 개개인의 행동 양식 등은 사회의 영향을 크게 받는 편이라 여자 어린이의 ADHD의 경우 '덜 전형적인' 행동양식을 보이기 때문에 진단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요즘에는 아마 덜 하겠지만, 내가 어렸을 때에도 직/간접적으로 여자 어린이들에게 '조용히 차분하게 ' 생활할 것을 요구했으니, 집중을 잘 못하는 어린이여도 부산하게 돌아다니고 커다란 행동을 부주의하게 하기보다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거나 계속해서 낙서를 하는 등의 작은 행동을 눈에 띄지 않게 지속적으로 하게 될 것이다. 결국 ADHD는 통계적으로 남자 어린이들에게 유병률이 크게 나타나게 되고, 그 통계는 다시 한 번 양육자나 의료 서비스 제공자로 하여금 여자 어린이를 ADHD로 진단할 확률을 낮추고, 결과적으로 ADHD에 대한 통계는 양의 되먹임을 통해 성별 차이가 강화된다. 


​실제로 정신질환의 발현에 있어서 성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여성과 남성을 가르는 것은 유전자이고, 많은 질병들이 유전자와도 밀접하게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환경적 요인을 차치하고 봤을 때 순전히 유전자에 의한 유병률 차이는 얼마나 날 지 아무도 알수 없는 노릇이다. 아마도 영원히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유병률 통계에서 성별 차이가 두드러지는 것이 사회적인 이유라면 응당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성이 여성의 '남성형'이 아닌 것처럼, 여성도 남성의 '여성형'이 아니다. 






『나는 오늘 나에게 ADHD라는 이름을 주었다』

 신지수 지음

 휴머니스트

 2021. 06. 


주로 부주의형 증상이 두드러지는 ‘조용한 ADHD‘ 환자들은 주의를 ‘유지‘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한 가지 목표나 대상에 주의를 ‘지속적으로‘ 기울이는 걸 못 견딘다.

반면 우울장애와 같은 기분장애는 상대적으로 일시적인 장애에 속하므로, 증상 이전과 이후를 기점으로 ‘변화‘가 발견되는 편이다. ‘이전에 비해‘ 초조해 보이고, 집중 시간이 짧아지고, 기억력의 저하를 보인다. 그렇기에 이들의 증상은 주변으로부터 감지되기 쉽다. 이런 경우 우울감이나 불안 또는 신경학적 문제를 발견하고, 호전을 도울 수 있다.

만약 ADHD가 유아기 때부터 발현되는 신경발달장애가 아니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증상이 어릴 때부터 발현되기 시작해 성장 과정 내내 별다른 기복 없이 표출되는 병이기에 보호자조차 ADHD 환자의 특정 행동이 손상에서 비롯된 ‘증상‘ 인지, 고유한 ‘특성‘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아니, 구분을 시도하는 일조차 어렵다. 그럴 만한 계기가 없기 때문이다.

‘나와 같이 아동, 청소년기에 ADHD를 진단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데, 과연 나는 제대로 하고 있는걸까?‘ 그런 생각이 들면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도 멈칫댔다. 그럴 때마다 퀸 박사의 논문을 펼쳤다. 나는 ADHD 여성 환자들을 위해 연구하고, 여자아이와 성인 여성 ADHD 환자를 위한 국립 센터를 연 그녀의 이력에서 힘을 얻었다.

여성과 남성은 결국 똑같은 인간이니 호르몬 변화가 심한 여성보다는 남성의 결과를 일반화하는 것으로 하자는 제안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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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같은 책이었다. 글의 호흡이 짧고 (나는 이북으로 봐서 항상 같은 아이패드를 들고 있지만) 두께도 아마도 얇고 가벼울 것이다. 


저자 조경숙씨는 아마도 나랑 비슷한 나이대일 것이다. 자라오면서 경험했던 것들 중 궤적이 겹치는 것들이 많다. 세상을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태도도 내 세대의 그것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는 '다소 복잡한 일상을 산다. 낮에는 개발자로 일하며 회사에 다니고, 회사에서 퇴근하면 곧바로 어린이집으로 달려가 아이를 하원시키는 엄마가 되며, 아이를 재우고 난 뒤에는 만화평론가와 캠패이너로서 활동한다.' 반면 나의 일과는 퍽 단순하다. 아침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밥을 먹고 커피를 들고 일을 시작한다. 일은 왕왕 늦은시간까지 계속된다. 저녁시간을 좀 길게 잡아 먹고 좀 놀다가 자주 다시 책상으로 돌아가 일한다. 그리고 늦은 밤이 되면 조금 쉬었다가, 씻고 잔다. 


이렇게 생각하면 박사과정이라는 것은, 연구자의 삶이라는 것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일인지. 나도 연구 외에 관심있는 것들이 많다. 그러나 반쯤은 대학원생의 쓸데없는 죄책감으로, 나머지 반쯤은 매일 계속되는 실패에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가 고갈되어서 거의 아무것도 하지 못한 지 꽤 오래되었다. 그래도 그 와중에 가장 꾸준히 계속하고 있는 것은 독서와 웹툰 읽기. 이것들은 'input'이라서 'output' 에 해당하는 활동들에 비해 적은 에너지가 든다. 


후드티를 입고 개발자로서 일을 하고, 시위를 하러 나가는 등 캠페인 활동을 하고, 육아를 하는 생활은 어떤 것일까? 나도 후드티나 맨투맨티를 자주 입는데, 일하기 좋기 때문이다. 연구실에는 의외로 몸을 써야하는 일이 많고, 시료 분석을 하러 여러 건물을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다. 역시 편안한 것이 짱이다. 


꼭지들 중 가장 재미있게 읽은 것은 '덕질은 나눌수록 커지잖아요' 였다. 저자의 순수한 즐거움이 느껴져서 좋았고, 계속해서 등장하던 '아이'가 비교적 능동적으로 저자와 상호작용하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또, 마지막에 온가족이 굿즈를 사는 모습은 정말 귀여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이런 질문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나는 이대로 사회에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않을건가?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빚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무튼, 후드티』

 조경숙 지음

 코난북스

 202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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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제로 웨이스트는 처음인데요 - 하루에 하나씩, 나와 지구를 살리는 작은 습관
소일 지음 / 판미동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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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권하는 세상에 살고있는 우리에게 ‘제로 웨이스트‘는 이상이지만 현실이 되기 어렵다. 이 책은 다양한 측면의 ‘제로 웨이스트‘ 실천 방법을 알려주고, 독자들의 실천 의지를 북돋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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