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에 본 영화, <이집트 왕자>. 6월 31일에 XTM에서도 해주더니만 이번에는 HomeCGV에서 방송해줬다. 내가 비디오대여점의 이집트 왕자 비디오를 망가뜨려서, 비디오로 빌려보고 싶어도 계속 못 보고 있었는데 최근에 두 번이나 보니 좀 기분이 풀린다.
이집트 왕자를 처음 본 건 초등학교 3학년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같은 해의 <타이타닉>을 시작으로 영화관에 발을 들여놓게 된 나, 월트 디즈니의 공주들이나 봐오던 나에게 이 애니메이션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이건 분명히 만화영환데 어떻게 이렇게나 웅장할 수 있나! 그 날 집에 가는 길에 바로 OST를 샀다. 물론, 엄마가 사줬다. 그 때 이후로 나는 줄곧 이집트 왕자의 팬이었다. DVD는 없지만(지금에 와서 사려고 하니 죄다 품절이다) 꼭 소장하고 있어야만 팬인 것은 아니잖은가. <이집트 왕자>는 <헤라클레스> 더빙판, <타이타닉>, <사운드 오브 뮤직>과 함께 나의 대여순위 1순위를 다투었다. (내가 DVD든 책이든, 뭔가를 사서 소장하기 시작한 역사는 손가락으로도 꼽을 정도라 전부 빌려봤다. 그 돈을 모으면 DVD 타이틀 하나를 사고도 남았으리라. 흑흑...)
대사는 물론 자막까지 외울만큼 봐도 질리지 않는 영화. 히브리 노예들이 해방될 때, 그 유명한 "When You Believe"가 흘러나올 때, 언제나와 다름없이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그렇게 봤다. 그 장면에서 그려진 사람들의 표정은 정말이지... 모세가 바다를 가르는 장면은 TV에서도 몇 번인가 본 것 같은데, 나는 그 장면에는 오히려 별 감흥이 없다. 내 마음이 움직이는 장면이라고 하면 히브리인들이 그 바다가 갈린 길을 걸어가다가 한 할아버지의 수레가 돌부리에 걸리는데, 그걸 그냥 두고가라가고 등을 떠미는 장면이라든가, 람세스가 아들이 죽고나서야 노예를 해방시켜줬을 때, 모세가 길바닥에 앉아 우는 장면이라든가 하는 것들이다.
다음에 어디서 또 방송해준다면, 나는 어김없이 거기 나오는 노래들을 다 따라부르며 TV앞에 앉아있을 것이다.
수요일에 본 영화, <늑대의 유혹>. 원래 <인어공주>를 보고 싶었으나 이미 내렸고, 그래서 <킹 아더>를 보려고 했으나 동생과 둘이 봐야 했기에 나이가 걸렸다. 결국 남은 것이 이것밖에 없었다.
아무튼 강동원은 귀여웠다. 최근 <그녀를 믿지 마세요>를 본 여파로 영화 초반에는 정태성의 이미지를 갖다붙이기 힘들었지만, 아무튼 귀여웠다. 그 짝짝이 눈 하며... 조한선은 영화 보는 내내 '왜 이리 차승원이 생각날까...'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차승원이 더 귀엽지만. 이청아는, 별로 말하고 싶지 않다. 마음에 안 들었다.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도 책을 읽은 사람이 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되어있듯, <늑대의 유혹>도 책을 읽어야 더 재밌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귀여니의 소설을 안 읽은 나에게 이 스토리는 상당히 맹랑하고 시시했다. 결말이 뻔히 보이는 건 둘째치고, (처음 만날 때부터 한경을 누나라고 반가워하는 태성의 모습, 그리고 정태성과 정한경이라는 이름에서 나는 이 둘이 남매일 것을 알아봤다. 성이 같잖아.) 댁들은 고등학생 아닌가? 만날천날 치고박고 주먹질을 하든지 아니면 사랑싸움을 하든지 싸움이 끊이질 않는다. 세상이 이 남자에게 혹은 이 여자에게 달려있는 것 같이 행동한다. 간단히 말해서, 막가파 인생극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