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에 일어수업이 없다는 걸 깜빡하고 학원까지 갔다. 네 시간 후에 또 수업이 있으니 집까지 돌아가기는 좀 그렇고, 시간이나 죽이자 싶어 가까운 데 있는 영화관에서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봤다. 2편은 15세 이상 관람가라는 걸 알고, 꼭 보겠다고 벼르고 있었지만 그렇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킬링 타임용으로는 약간 넘치는 영화였다! 1편은 못 봤지만, 앞 내용을 모르더라도 충분히 재밌게 볼 수 있었다.

브리짓 존스(르네 젤위거)라는 인물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고보면 마크 다씨(콜린 퍼스)도, 다니엘 클리버(휴 그랜트)도 마찬가지였다. 이 영화가 자아내는 웃음도 억지스럽고 고전적일 때가 많아 밍숭맹숭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관 의자에서 히죽 웃으며 일어날 수 있는 것, 그게 바로 이 영화의 강점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세 캐릭터가 뭉쳤을 때의 그 묘한 조화의 힘, 그리고 그 힘이 변화시키는 웃음의 양상이 바로 그것이다. 뭉치면 살 수 있다! 그 세 인물은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듯, 뭉쳤을 때 다른 이의 빈곳을 채울 수 있을 만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브리짓이 가진 엉뚱함, 마크의 귀여움, 다니엘의 섹슈얼한 로맨스는 다른 두 인물이 가지지 못했기에 서로 보완 가능한 특징인 것이다.

휴 그랜트에게서 찐한 매력을 느꼈다. 콜린 퍼스도 좋았지만, 나는 역시 느끼남 체질인가! 그 처진 눈 마음에 든다. 친구는 주름이 너무 많아졌다고 경악을 하더라마는, 그의 최근작 네 편―어바웃 어 보이, 투 윅스 노티스, 러브 액츄얼리, 브리짓 존스의 일기 2―밖에 안 본 나로서는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겠다. 아, 제대로 본 건 아니지만 모리스도 봤구나. 헉, 주름이 많아지긴 했군.

그런데 왜 이 영화는 노래 가사 번역을 안 했을까? <러브 액츄얼리>는 노래 가사가 다 번역되어서 나왔고, <아이 엠 샘>은 노래 제목을 자막에 삽입했었다. 배경음악이 영화 내용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 2도 내용과 가사의 결합을 이용해 한 장면을 더 웃기게도, 아련하게도 만들어주고 있는 게 분명하건만, 코믹하게 이어지는 대사들 사이에 가사를 끼워넣으면 산만할까봐 그런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