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나카무라 코우 지음, 현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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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접하는 나카무라 코우라는 작가. 생각보다 괜찮은 소설이었습니다.
보통 소설의 장르가 정해질 때 미스터리가 아니면 연애소설이라는
분류가 되기 쉽상인 것 같습니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살인, 시체
얘기 속에도 사랑 얘기는 등장을 하니까요.

그리고 그런 확고한 형태의 이야기가 아니면 대게는 지루해지기 쉬운
문제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결말에 헤어짐이라던가 범인 찾기 같은
끝을 봐야하는 이야기가 아니니까 지속적으로 잡고 읽게 되지 않거든요.

보통은 소설을 선택할 때, - 특히 처음 읽는 작가 - 유명하다던가 혹은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소설의 내용이 흥미가 가는 경우를 선택하곤
합니다. 물론 번역서의 경우 어느 정도 검증되어있기 때문에 출판하는
일이 많아서 취향에 맞느냐 아니냐가 더 맞는 판별법이겠지요.

유명하거나 수상작이라고 하더라도 나랑 맞지 않는 소설도 있으니까요.
이 소설은 2003년 제129회 아쿠타가와 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그러고
보면 역시 아쿠타가와 상 후보에 3연속 오르고 결국 수상한 이토야마
아키코의 소설과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이 소설의 표지 덕분에 학생들의 이야기인가 했습니다. 그러나 학생들
이라면 여름방학이라는 제목이 되었겠지요. 장모님과 함께 사는 부부
중 사위 쪽이 이야기를 끌고 갑니다.

독특한 직업인 매뉴얼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부인 유키와 아주
친한 친구 마이코 씨와 그의 남편 요시다 씨. 이렇게 다섯명이 등장
인물입니다.

주인공은 매뉴얼을 만드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상당히 사물을 찬찬히
보고 정리하는 면이 있습니다. 그가 서술하는 장모님에 대한 표현들은
참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의 성격이 공감이 간다기 보다는
사람들은 사람과 마주 대했을 때 그 사람의 행동이나 말투를 보면서
그 사람에 대해 '어떤 사람인지'를 끊임없이 정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면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성적인 스타일들은 꼭 즉흥적인 타입에게 휘둘리기 마련입니다.
물론 부인 유키가 그런 성격인지 정확하게 묘사되진 않았지만 자신의
결혼 문제를 엄마에게 맡긴다던가 (의견을 구하는 것과는 좀 다른 방식
인듯 합니다.) 친구와 행동을 살펴보면 주인공 마모루는 절대 이런 타입
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습니다.

저도 약간의 그런 경향이 있기 때문에 유키와 마이코의 행동에 조금 화가
나기도 하고 이해가 가지 않기도 했지만 작가가 결과적으로 결론 맺은
스타일은 참 괜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극단적인 모습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더 즐거웠다고 느껴집니다.

그런 성격의 마모루이기 때문에 장모님과의 이별은 더더욱 큰 안타까움
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그는 정말 그 존재에 대해서 존경을 했달까
대단하다고 여겼으니까요.

사람이 사람을 만나면서 그런 마음을 갖기란 쉽지 않습니다. 물론 상대의
사람 됨됨이의 문제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겠지만 그런 느긋한 평가
랄까 정리정돈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물이나
사람에 대해 받아들이는 정도의 성실성에 대해서요.

보통 그럭저럭 괜찮은 작품엔 별 3개, 너무 좋았지만 추천하기는 살짝
그런.. 대중성은 조금 부족할 법한 작품엔 별 4개, 누구에게나 추천도
할 수 있고 나도 엄청 재밌게 봤을 때 별 5개를 매기는데 이 소설은 좀
지루해할 분들도 계실 것 같아서 별 4개를 매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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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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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 회 오에 겐자부로 상 수상작. 신간 목록을 뒤적이다가 수상작에 눈이 가서
보게 된 작품입니다. 다른 분들의 평가도 꽤 높았는데 저는 글쎄요. 그다지 좋은
점수를 주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왜 이런 작품이 수상했는지 모르겠다는 감상까지는 아닙니다. 왜 수상
했는지는 알겠지만, 작품의 스타일이 전혀 제 취향이 아닙니다.

주인공 니시무라는 소매치기 입니다. 그는 고아로 홀로 살아왔습니다. 천재
소매치기라고 작품 소개에 자주 등장하는데 그렇다고 뻐긴다던가 그런 분위
기의 캐릭터, 이야기는 아닙니다.

작품 전반에 우울함이 흐릅니다. 주인공의 삶과 그렇다고 그 소매치기 하는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괴리감까지는 아니고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의적처럼 부자들의 지갑만을 노립니다. 그는 알 수 없는 흐름에 의해
한 남자와 엮이게 되고 그의 일에 끼어들게 됩니다. 그러나 그 흐름은 자신이
결정한 것도 아니고 운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가혹합니다.

정말 이런 인간도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끔찍한 사람에게 이용당합니다.
이 작품의 속편이 있어서 그가 보기좋게 복수극을 펼치는 이야기가 진행되길
바랬습니다. 그랬다면 좀 통속적인 작품이 되었으려나요.

너무도 힘든 평생을 살아왔고, 현재도 그렇고 누군가에 의해 짓밟히는 삶.
그러나 다른 사람은 그렇게 살지 않기를 바라는 그의 따스함이 애절하게
느껴지는 그런 인물. 그 주인공이 이끌고 나가는 이야기라서 기분을 참
쳐지게 합니다.

그런 처절한 삶도 있다고, 그런 모습을 처절하게 그려서 상을 받았다고 할지라도
저는 좀 더 행복한 이야기가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정도 복수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결말을 보고 느낀 점이었습니다.






Suri by Fuminori Nakamura
자음과 모음
초판 1쇄 발행 2010년 6월 9일
양윤옥 옮김

p. 161 오타 : 어째서 휴대전화인가 하면 이 사람의 교유 관계를 -> 교우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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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하드 럭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요시토모 나라 그림 / 민음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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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와 '하드럭' 두 가지 이야기로 되어 있는 얇은 책입니다.
제목에서 얼핏 느낄 수 있듯, 두 이야기 다 편하고 가볍기만한 소설은
아닙니다. 역시 죽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하드보일드'는 홀로 여행을 떠난 주인공이 자꾸 괴담과도 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서 겁에 질립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신경이 날카로울 뿐이었지만, 사당에 불길했던 돌을
곳곳에서 발견하고 불안해합니다. 귀신도 보게 되고 잠을 못 이루며
피곤해하는데 함께 있어준 아줌마의 포근함에 겁이 나면서 글을 읽던
제게도 편안함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런 상황들과 함께 과거를 회상하는데 집을 나가버린 새엄마의 배신
과 함께 살았던 친구 치즈루와의 일 또한 주인공의 불안정한 인생을
여실히 보여주는 모습입니다.

그녀가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받아들여가면서 홀로 살아가는데 괜찮
겠다는 모습이 보였을 때, 안도하게 됩니다. 앞으로 잘 살아갈 것이
라는 확신이 든달까요.

그리고 하드럭은 분위기가 많은 다릅니다. 너무 친하고 좋아했던 언니.
그 언니가 결혼을 앞두고 뇌사상태에 빠집니다.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만 있다면 계속 둘 테지만, 언니는 이제 뇌사 상태라고도 할 수 없
게 가망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탈리아로 유학을 가려던 주인공은 모든 것을 정지해 둔채
있었지만 이제는 다시 자신의 인생을 가동시킵니다. 그러면서 언니를
지키지 못하고 고향으로 내려간 약혼자 대신에 그의 형이 문병을
오곤 하는데 그와의 대화들도 따스합니다.

어쩌면 죄책감이나 쓸쓸함만을 가져야하는 것이 죽음을 앞두거나,
죽은 가족 앞에 해야할 일이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살아야 한다는..
이제는 각자의 인생을 또 살아가야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 이 소설
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하드보일드보다는 하드럭이 더 기억이 남는 소설인 것 같습니다.



Hard-boiled / Hard Luck by Banana Yoshimoto
drawings by Yoshitomo Nara (1999)
(주) 민음사
1판 1쇄 2002년 3월 10일
1판 36쇄 2010년 3월 12일
김난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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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할머니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나라 요시토모 그림,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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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의 책 중에서 '키친' 다음으로 유명한 책이 이 책이 아닐까 싶어요.
진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제게는 그렇더라구요. 많이 언급되는 편이 아닐까 해서요.
이 작품으로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더라구요. '아르헨티나 할머니'라고 읽기 전에는
아르헨티나 얘기인줄 알았어요 ^^; 작은 동네에 살고 있는 이상한 할머니 이야기
였답니다.

쓰러져가는 건물에 살고 아르헨티나와 혼혈인지 까무잡잡한, 오래된 물건들을 지니
고 사는 이상한 할머니. 그래서 그다지 좋은 의미로 불리워지지 않는 사람이예요.
덕분에 사람들과 소통도 없는 편이구요.

이 작품도 죽음에서 시작을 합니다. 엄마가 죽고 석공의 딸과 결혼해 석공으로 살
아온 아버지가 길을 잃습니다. 그 아버지가 그 유명한 아르헨티나 할머니와 만난
다는 소문이 나면서 주인공은 아르헨티나 할머니를 찾아갑니다.

정말 두 사람이 사귀는건가? 싶을 정도로 그런 연애 관련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
구요. 정말 그 아르헨티나 할머니 집은 편하다는 것으로 그려집니다. 이상한 냄새
가 나는데도 곧 익숙해지고 당연하다는 듯 그곳에 편해지는, 그런 독특한 인물입니다.

아버지가 만들어내는 것과 아르헨티나 할머니 - 유리 씨와 살아가는 것, 그리고
주인공도 영향받는 인생을 엿보면서, '맞어. 사람의 관계라는 것은 편해야해.'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음이라는 단어로 이 소설은 시작하지만, 치유되고 나아가고 더 행복해지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더 힘이 나는 것 같습니다. 그런 행복한 소설을 쓰고 싶었다는 요시
모토 바나나의 이야기처럼 이 소설은 참 이상하고 독특하지만, 행복해지는 소설
입니다.




Aruzenchin Babaa by Banana Yoshimoto
drawings by Yoshitomo Nara (2006)
(주) 민음사
1판 1쇄 2007년 4월 6일
1판 12쇄 2009년 8월 7일
김난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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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의 인생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나라 요시토모 그림 / 민음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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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와 요시토모 나라의 코라보레이션! 요시토모 나라의
일러스트가 곳곳에 있는 중편 소설입니다. 단편이라기엔 살짝 긴 것
같기도 하고, 중편이라고 하기엔 좀 짧은 것 같기도 한 그런 소설인데
요. 세 권으로 되어 있습니다. 앞으로 더 출간할지는 모르겠네요. 세
권을 다 읽고 제일 마지막에 읽은 데이지의 인생을 먼저 쓰게 되었네요.

'죽음 3부작' 이라는 표현을 써도 될 것처럼 세 권 다 죽음에 관련된
에피소드들을 담고 있습니다. 저는 요시모토 바나나를 좋아하지 않습
니다. 책 구입도 요시토모 나라의 일러스트 때문에 구입한 것인데 역시
읽어봐도 나랑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다고 이 작가에 대한
험담이나 글을 저평가하는 것은 아니구요. 왜 인기가 있는지에 대해서
는 공감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냥 취향이 다르달까요.

온다 리쿠나 에쿠니 가오리, 앞의 세 여류 작가보다는 덜 유명하겠지만
이토야마 아키코까지 네 작가의 스타일이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그 중
온다 리쿠는 좀 몽상적인 면이 강하고 에쿠니 가오리는 감정 표현이 강
하달까, 좀 어른의 글인 느낌이 들고 어떤 면에서는 이토야마 아키코와
스타일이 비슷한 면이 있는데 아무래도 요시모토 바나나의 이 3부작은
좀 행복한 결말이 있기 때문에 더 눈에 띄는 작품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데이지의 인생'의 데이지는 주인공의 이름입니다. 원작은 히나기쿠라는
일본식 표현으로 쓰여졌습니다. 소꼽친구인 달리아와 함께 꽃 이름이고
워낙 친했던 이야기들이 추억담으로 등장합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
품들은 저랑 맞지 않아서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캐릭터의
인생이 순탄치만은 않습니다.

이 3부작도 그렇습니다. 데이지는 아빠는 모르고 엄마를 일찍 잃고
이모집에서 사는데 그나마 가장 친했던 달리아가 죽습니다. 그래서
소설 전반에 암울한 분위기가 가득합니다. 그러나 죽지 않고 살기 때문
에 점점 살아간다는 것에 익숙해지고 행복을 찾는 것 같은 이야기로 진
행되어 마음이 따스해지는 면이 있습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묘사는 특히나 추억에 관해서 강렬한 것 같습니다.
달리아와의 추억과 엄마를 떠올림에 있어서 정말 자세히 묘사합니다.
'헤어짐'이라는 것은 안다는 것은 또 다른 성장이 될 수도 있지만,
언제까지고 성장하지 못한 채, 그 아픔에 갇혀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
습니다. 데이지는 이제 겨우 성장을 시작한 것은 아닐까, 책을 덮으며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행복해지기를 바라기도 하구요.




Hinagiku no Jinsei by Banana Yoshimoto
drawings by Yoshitomo Nara (2000)
(주) 민음사
1판 2쇄 2009년 12월 15일
김난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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