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칼랭
로맹 가리 지음, 이주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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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프랑스의 저명한 문학상 콩쿠르 상을 1956년에 수상한 로맹 가리. 러시아에서 태어나서 14살에 프랑스에 이주하여 여러 공부와 직업을 거친 이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공군으로도 복무하고 외교관으로도 근무 했었습니다. 그리고 수상 이후 비평이 거세져서 - 실제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 필명, '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으로 소설을 내면서 같은 작가에게 수상은 절대 하지 않는 콩쿠르 상을 유일하게 두 번 받은

작가가 됩니다.




그러나 아내가 죽은 다음해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저는 20대 초반에 처음 만난 작가인데 그의 생애라던가 글이 참 독특한 인상을 주어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잘 안다고 할 순 없을 것 같지만요. 특히 유명한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라는 단편집은 정말 독특하지요. 프랑스적인 느낌도 있고 좀 여러 나라의 감성이 섞인 것 같달까 그런 몽환적인 느낌도 있구요.




이 '그로칼랭'이라는 소설은 '에밀 아자르'의 데뷔작입니다. 국내에서는 '로맹 가리'란 이름으로 나왔더라구요. 같은 사람이지만 '에밀 아자르'란 이름이 붙어나왔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을 토해봅니다.




그로칼랭은 열렬한 포옹이라는 뜻입니다. 주인공 미셸 쿠쟁은 혼자 살면서 회사를 다니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그는 아프리카 여행을 갔다가 비단뱀을 본 즉시 무언가 통하는 것을 느끼고 데리고 와서 함께 살게 됩니다. 그 비단뱀에게 붙인 이름이 바로 '그로칼랭' 이 소설의 제목입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낙태의 자유에 대해 반대하여 '낙태소'를 만들었다는 신문 기사로 시작되며 막상 내용은 그로칼랭을 기르면서 관찰 일기처럼 글을 쓰라는 대화로 시작됩니다. 그러므로 이 이야기는 그로칼랭에 대한 관찰 일기를 표면적으로는 표방하고 있습니다.





   …… 국립의사협회는 낙태의 자유에 대한 반대 입장을 거듭 표명하며, 입법부에서 낙태를 허용한다면 그 '과업'은 '특정한 집행 인력'에 의해 '특별히 지정된 장소', 즉 '낙태소'에서 시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ㅡ1973년 4월 8일자 신문



주인공 쿠쟁이 이 그로칼랭을 좋아하는 것은 외로움 때문에 자신을 안아줄 사람이 필요한데 그것을 그로칼랭이 해주는데에 위안을 얻고 있습니다.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한 외로움도 없구요. 그러나 이것을 처음부터 밝히는 것은 아니고 나중에 언급됩니다. 사실 처음에 이야기는 단순히 외로워서 동물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어느 새로운 '자연'적인 존재에 대한 열망같은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러나 그로칼랭에게 줄 먹이인 흰쥐를 사오지만 차마 주지 못하고 '블롱딘'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키우게 됩니다. 신기하게도 이 셋은 잘 지내게 됩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결말은 혹시 그로칼랭이 쿠쟁을 잡아먹는 것이 아닐까 라고 추측해보지만 그런 가벼운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쿠쟁이 먹이 문제에 대해서 겁을 내고 주질 않으니 이 그로칼랭은 어떻게 살지 걱정되면서 읽게 되었거든요. 그는 신부님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기도 합니다. 전체적인 내용은 그로칼랭에 대함보다는 쿠쟁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그는 이야기를 하다가 다른 쪽으로 화제를 전환시키는 방식을 많이 쓰는데 결국 원점으로 돌아와 이야기를 끝맺기는 합니다.




유쾌함으로 가득한 글들은 아니지만 살짝 웃을 수 있는 부분들을 많이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쿠쟁이라는 사람이 외로워서 비단뱀을 기르고 게다가 그 뱀의 이름을 그로칼랭이라는 점이 사람들에게 비웃음거리가 되고 심지어는 쿠쟁을 그로칼랭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는 회사의 흑인여자를 짝사랑하고 있습니다. 조금 차별적인 발언이 나오기도 하는데 쓰여진 시대상을 반영하는 정도로 인식해야할 것 같습니다. 쿠쟁은 종종 이야기를 하면서 비단뱀에 빗댄 이야기를 할 때가 있어왔는데 이것이 어느 순간 자신의 이갸기가 됩니다. 사고 방식 자체가 그런 언어 유희를 사용했기 때문에 부자연스럽다고 느끼지 않았지만 한 사건을 계기로 정신 분열로 치닫게 됩니다.




그의 그런 모습은 단순히 미친 사람이라는 정의보다는 그의 외로움이 얼마나 컸고 그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해 과정들을 봐왔기 때문에 안타까움이 느껴집니다. 당시 이 소설이 출간될 때 결말 부분에 많은 삭제가 있었기 때문에 소설 자체의 장르는 단순히 현대 사회의 외로운 한 남성이 뱀을 기르면서 살아가는 이야기 정도가 되었지만 원래 이 소설은 당시 시대 상황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처음 언급했던 낙태소 이야기입니다. 그는 종종 자신이 이야기가 원래 했던 부분이 아닌 다른 쪽으로 언급되는 것이 '자유'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러므로 이 이야기는 낙태소를 설치함으로써 '자유'를 억압하지 말라는 부분과도 닿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부분의 시위 참여 장면은 정확하게 그곳에 참여했다는 부분이 언급되진 않고 있지만 충분히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제 입장은 불확실합니다.)





'뱀'이란 존재는 먹이를 먹고 서서히 소화시켜 죽입니다. 뱃속에 담아둔다는 점에서는 임신과 닿아있다고 할 수 있고 자연 그대로 살아가는 뱀을 등장시킴으로 자연적인 것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가 낙태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에 관한 언급은 없습니다. 어느 쪽에도 마음을 확실히 정하지 않은 글들은 몇번 언급됩니다.




그리고 반대로 부정적인 측면에서 뱀은 사회 제도를 상징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먹이는 서서히 죽어가기 때문에 잘못된 것들이 죽어가는 것을 정확히 볼 수 없다는 그런 관점에서요.




겉으로는 단순히 인연이 닿지 않아 외롭게 살아가는 남성의 조금은 이상한 뱀과 살아가는 이야기가 되겠지만, 이 소설은 좀 더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되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비평가들은 이 소설에서 궁극적으로 얘기하는 바는 평범하고 고독한 사람 쿠쟁이 결국 희망이라는 것은 잃어버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는 레지스탕스도 아니면서 잘 모르는 것에 강한 인상을 받는다고 그들의 사진을 붙여놓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들킬까봐 늘 염두해둡니다.





작가는 뛰어난 지식인을 통한 이 사회의 변화를 도모한 것도 아닙니다. 그런 것들 보다 자신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는 주인공이 지속적으로 자유로워지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사회가 어찌되었다는 문제 보다는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없는 사회에 대한 불만일 것 같습니다. 이것이 바로 희망이 아닐까 싶기는 합니다만, 이 소설을 파악하는데는 좀 더 고심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책속 좋은 글


GROS-CÂLIN by Romain Gary (Emile Ajar) (2007)
(주)문학동네
초판 발행 2010년 6월 24일
이주희 옮김

* 그로칼랭 : 열렬한 포옹 (p.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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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우 J 미스터리 클럽 3
미치오 슈스케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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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서평




본 서평에 스포일러는 없음을 밝힙니다. 이 소설은 2007년 제 7 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2006년에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은 후보에 그쳤지만 확실히 수상작의 저력은 남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과 마찬가지로 화자는 소년입니다. 패턴은 비슷한 편이지만 조금 다른 분위기를 가집니다.





주인공 오스케는 엄마를 잃습니다. 그리고 엄마 친구인 아줌마를 대면했을 때 환영이 보이면서 자꾸 이상한 일이 생깁니다. 부모님끼리 친구인데 전부 의대 재학 시절에 만난 사이입니다. 아버지끼리 어머니끼리 친구이며 자식들끼리도 같은 학년입니다. 아버지는 신경외과 의사로 병원에서 근무하고 친구 쪽 미즈시마는 대학에 남아서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신의학이나 약에 관한 언급들이 종종 나옵니다.




등장인물은 다섯 사람으로 각자의 시각에서 번갈아가면서 이야기가 써집니다. 숨기고 있는 일들을 언뜻 비추기 때문에 누가 범인일 것인가에 대한 추리를 하게 만들지만 전통적인 추리물의 방식을 따르지 않는 작가 덕분에 이번에도 무참히 틀렸습니다. '해바라기가~' 이후에 불만의 평들이 많아서 이번에는 조금 따스한 이야기로 선회한 것 같습니다.




'해바라기가~'에서는 무지한 아이인 것처럼 나오지만 어느 순간 돌변하여 똑똑한 척 하는 괴리감 덕분에 조금 매끄럽지 못하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이 책의 아이는 - 역시 비슷한 패턴이긴 합니다만 - 꽤 그럴듯한 느낌으로 매끄럽게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아이가 추리를 한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작가가 독자를 보기좋게 속이는 방식은 좀 더 발전된 느낌을 줍니다. 오스케 아버지의 이상한 점, 미즈시마의 분노, 피해자 아키, 그리고 메구미의 이야기가 소설의 쟁점입니다. 뻔한 추리를 주면서 이 작가가 실은 다른 면으로 속일 것이라고 알고 있지만 한번 더 꼬아놨달까요. 속인달까요. 단순하지 않은 결말에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가는 추리물을 더 좋아하는 제게도 재밌게 읽게 썼습니다.





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부분의 장점은 비극적인 상황이나 사건을 좀 덜 충격적으로 느껴지게 한다는 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단점은 조금 가볍게 그려진 것 같은 인상을 받습니다. 물론 그렇게만은 볼 수 없을 것 같기도 한데 극의 흐름이 좀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재밌게 봤기 때문에 별 3개에 조금 괜찮은 결말이라 한개 더한 4개를 매겼지만 2% 부족한 느낌이 든달까요. 4개에 조금 못미치지만 3개 반쯤 보다는 조금 더 낫다는 감상입니다.


 

 











책 정보




 SHADOW Who's the Shadow? by Syusuke Michio (2006)


 노블마인 ((주)웅진씽크빅)

 초판 1쇄 발행 2008년 4월 14일

 오근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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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잉 아이 - Dying Eye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책 서평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다잉 아이. 2007년에 일본에서 발표된 작품이네요.




네이버에서 정보를 찾아보니 '문예지 『소설보석』에 1998년 2월부터 1999년 1월까지 연재되었던 장편소설 『다잉 아이』는 연재 후 8년이 지난 후에야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특이한 주제를 정교한 구성과 복선, 치밀한 심리묘사로 끌고 가면서 조성되는 공포와 긴장감, 그리고 각 인간 군상의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서 의외의 결말로 치닫는 과정 등은 과연 히가시노 게이고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라고 설명이 되어 있네요.




'미스터리 호러'라고 광고되고 있듯 좀 으스스한 면이 있습니다. 우선 처음부터 살인 사건이 일어납니다. 저는 읽으면서 좀 다른 쪽이 아닐까라고 추리를 해봤는데 틀렸네요. 계획 범죄라서 잔인한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우선 피해자 미나에는 아르바이트로 피아노를 가르치는데 아이의 욕심으로 무려 새벽 3시에 귀가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교통 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한편 이야기의 진행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바텐더 신스케. 그의 시점으로 이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그는 한 남자 손님을 맞게 되고 기묘한 대화를 나눈 후 귀가길에 습격을 당해서 쓰러집니다.





죽지 않고 살아나지만 예의 그 교통사고에 대한 기억이 없습니다. 형사가 찾아왔는데 자신이 가해자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도무지 그 사고에 대한 죄책감이나 두려운 그런 마음이 들지가 않아서 조사를 시작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미스터리 호러 라는 장르쪽이지만 비전문가에 의한 추리물의 장르에도 속하게 됩니다.




'명탐정의 규칙'에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바대로 히가시노 게이고는 정통 추리물의 형태를 취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많이 합니다. 그러나 반대로 이 소설은 그의 다른 소설들보다도 더 정통 추리물에 가까운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재밌는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호러의 부분도 있고, 사회파 미스터리적인 요소도 있습니다. 그리고 비전문가에 의한 추리와 복수, 반전, 저주의 요소도 함께 담고 있습니다. 정신없이 읽게 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한 소설에 꽤 많은 것을 담고 있는 부분이 작가가 고민을 많이 한 공로를 인정해주고 싶다가도 뭔가 너무 많은 것을 담아낸 것은 아닐까란 생각도 듭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다작을 하고 노력도 하는 작가이면서 독자의 사랑도 받는 작가이지만 저는 이상하게 1순위로 좋아하는 작가는 아닙니다. 아마도 너무 변화를 추구하다보니 자신의 스타일이 고정되지 않아서 히가시노 게이고 스타일하면 떠오르는 일관성이 없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얘기하면 일관성을 갖고 있는 작가들이 숙명처럼 가져야하는 지루함 같은 것은 없다고 할 순 있습니다.





가가 형사 시리즈나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를 좋아하긴 하지만 가장 괜찮았던 소설은 '용의자 X의 헌신'이라고 꼽습니다. 장르가 조금 다른 면이 있지만 이 소설 또한 거기에 견줄 수 있을만큼 괜찮은 미스터리입니다. 조금 무섭다는 것만 염두해두시면 선택에 좋은 도움이 될 것 같네요. 반전과 추리적 요소가 중요한 소설이라 스포일러가 될 것들을 생략하느라고 내용 언급이 많지 않았네요. 스포일러에 주의하시고 꼭 보실 분은 바로 읽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인기 작가라 내용 언급이 인터넷에 많더라구요.










책 정보

 

Dying Eye by Keigo Higashino (2007)

도서출판 재인

초판 1쇄 펴낸 날 2010년 7월 30일

김난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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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래의 발소리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표지가 무서워보여서 읽기를 꺼려왔다가 미치오 슈스케 책이 괜찮다는 소문과
읽어보니 하드코어한 수준은 아니라서 이것도 읽게 되었습니다. 원래 아무리
두꺼운 일본 소설도 꽤 빨리 읽혀지는 편이라 이 책은 얇은 편이여서 2시간
안걸리게 읽었네요~

여섯 가지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야기입니다. 항상 문제의 인물은 S라는 이
니셜을 사용해서 지칭을 하곤 하는 것 같네요. 방울벌레, 짐승, 요이기츠네,
통에 담긴 글자, 겨울의 술래, 악의의 얼굴. 이런 제목입니다.

이 여섯 가지의 소설의 공통점은 모두 곤충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끔찍한 사건과 연결된 주인공은 곤충의 모습을 보면서 자아 분열을 일으킵
니다. 그래서 이 소설들의 속에서 곤충은 정말 그런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
인지, 아니면 단순히 주인공의 환상 속에서 보여지는 것인지, 혹은 곤충은
단순히 자아 분열의 매개체만 되는 것인지 작가의 의도는 잘 모르겠습니다.
중의적인 의미일지도 모르겠구요.

서술 트릭을 적절하게 섞어서 뒤에는 반전을 통해 뒷통수를 치는 스타일은
역시나 이 짧은 단편들에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좀 으스스한 느낌이기
때문에 국내 소설 '모던 팥쥐전 (조선희)'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매개체는 많이 다르지만요.

'방울벌레'는 죽은 친구 S와 지금의 부인 쿄코가 커플이었고 자신은 쿄코를
짝사랑했던 이야기입니다. S가 죽은지 10년이 지나서 시체가 발견됩니다.
그래서 경찰과 이야기 하는 장면, 회상 장면이 뒤섞여서 진행됩니다. 방울
벌레의 습성과 이들의 이야기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짐승'은 배추흰나비가 매개체가 되어 이야기가 됩니다. 너무도 똑똑한 집안
에서 아무런 지식도 없는 재수생 주인공은 형무소에서 만들었다는 의자에
새겨진 글을 우연히 보고 탐정인듯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게 됩니다. 숨겨진
내막을 알게되고 역시 충격적인 결말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요이기츠네'는 '술 취한 여우'와 '저녁 여우'를 합친 말로 '좋다'는 말과도
통해서 전통 예능의 명칭이 되었다고 합니다. (p. 109) 주인공은 고등학
생때 S와 친구들과 함께 악질적인 장난을 하는 그룹이었습니다. 20년 만에
일 때문에 돌아가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입니다.

'통에 담긴 글자'는 오리하라 이치의 '도착의 론도'를 생각하게 하는 면이
있습니다. '요이기츠네'와 함께 대체 결론이 무엇일까 궁금한 그런 기분이
드는 이야기입니다~

'겨울의 술래'는 아름다운 연애 소설인줄 알았는데 결말이.. 좀 슬프고도
끔찍한 이야기였습니다.

'악의의 얼굴'은 부모를 잃은 아이의 이지매가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피
해자가 주인공입니다. 이 아이는 너무 심한 괴롭힘을 견딜 수가 없어서
어느 이상한 아줌마의 도움을 받는데 그림 안에 사물이고 사람, 감정 까지도
가둘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 문제의 캔버스에 그 친구 S의 감정을 가두고
괜찮아졌는데 마지막은 대체 어떻게 될 것이라는 얘기일까요. S가 캔버스를
가진 것일지 혹은 S가 캔버스를 사용해 그렇게 만든 것일지요.

각 이야기들은 죄를 짓고 그것을 숨기는 이야기 그리고 곤충을 매개체로
자아가 분열되기도 하고 진상을 알 수 없는 이야기가 되기도 하는 스타일
입니다. 확실히 미치오 슈스케는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에서도 그랬
지만 이 소설도 '여름'과 맞닿아 있는 묘사가 많기 때문에 요즘 딱 읽기
좋다는 생각도 드네요. 무섭다기 보단 좀 으스스합니다.




Oni no Asgioto by Shusuke Michio 2009
(주) 학산문화사 북홀릭
2010년 6월 10일 초판 발행
김은모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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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윤수 옮김 / 들녘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2006년 제6회 본격 미스터리대상 후보에 올랐던 작품입니다.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으로는 '외눈박이 원숭이' 이후로 두 번째 읽는 것인데 이번엔 좀 별점을
낮게 매겼습니다. 일단 스토리를 끌고가는 글 솜씨는 확실히 탁월합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주인공이 아이라는 점 때문에 살짝 심각성이 떨어진달까요.
끔찍한 사건인데도 끔찍하지 않게 느껴지는건 그런 아이의 시각으로 바라본
거리감 때문이기도 하고, 작가의 자세한 묘사가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이야기의 시작부터 동생의 죽음을 전제 하에 회상하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에, 그리고 '외눈박이 원숭이' 때도 그랬듯이 몇 가지 일들은 대략 유추
할 수 있습니다.

이 책 또한 일종의 서술트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언급하는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결말이 존재합니다. 서술 트릭은 항상 대단하다고
작가를 극찬하게 되는데 이 소설의 스타일은 좀 취향이 아니라서 점수를
낮게 매겼습니다. 미물로의 '환생'이라는 개념보다는 캐릭터를 내세우는 것이
좀더 정정당당하다고 생각하는 면이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미치오 슈스케의 등장 인물들은 모두 행복하지가 않습니다. 말할 수 없는
취향을 지닌 수상한 사람, 괴롭힘에 대한 반작용에서 나타나는 파괴적인
성향을 지닌 사람,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 등.. 시체가 나오는 소설이지만 범인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숨겨져있던 한사람 한사람의 모습이 드러남으로써 그들의 어떤 당위성이
보이게 된달까요.

그런 면에서 취향이 아닌 소설이었지만 당분간 미치오 슈스케의 소설은
관심을 갖고 읽어보고 싶은 면이 있습니다. 정통 추리물은 아니지만
단순히 악인이 가해자가 되어 피해자를 만드는 개념의 소설은 아니기
때문에 작가의 인간에 대한 생각이 관심을 가지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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