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추리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
아카가와 지로 지음, 정태원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서평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저자 아카가와 지로는 1976년 《유령열차》로 제15회 올 요미모노 추리소설 신인상을 시작으로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추리》, 《세 자매 탐정단》, 《스기하라 사야카》 시리즈 등으로 라이트 미스터리의 기수적인 존재라고 합니다. 2008년까지 집필작이 500편이 넘었다고 하니 대단하지요.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미스터리 팬이라면 한번쯤은 제목을 들어봤음직한 시리즈의 작가입니다.

 

일본에서 이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는 현재 47권까지 나와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1편인 이 '추리'편은 1978년작입니다. 이 집필 연도를 책을 다 읽은 후에 보게되었는데 전혀 시대감이 느껴지거나 촌스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라구요.

 

국내에서도 몇 출판사를 통해서 이 시리즈가 번역되었는데 일본에서 이 시리즈를 대상으로 드라마 방영을 앞두고 있어서 저도 관심을 갖고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우선 고양이 탐정물로는 《고양이 탐정 쇼타로》시리즈를 읽어본 바 있어서 그런 류의 고양이가 주인공이 되는 일종의 코믹 추리물로 추측을 했습니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았고 고양이가 힌트를 주는 정도의 개입만 합니다. (후편에서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주인공 가타야마 요시타로가 형사이다보니 이 추리물의 큰 틀은 형사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가 유능한 형사였기 때문에 유언에 따라 형사가 되긴 하지만 이 인물은 형사하면 떠올릴 법한 정의감이나 열정같은 것이 없는 그저 삶에 찌든 중년의 회사원같은 느낌입니다. (연령은 20대같습니다.) '실제 형사는 소설처럼 그런 열혈 형사는 있을 수 없어! 그렇게 수사를 지속할 수 있겠어!' 라고 하는 것만 같달까요. 그래서 읽으면서 조금 독특한 매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본격 미스터리하면 아주 심각하거나 반대로 코믹한 느낌의 실소를 머금게되는 작품으로 나뉠 것 같다는 고정관념이 있어서 그런지 그 어느 쪽도 아닌 면이 있어서 좀 독특한 감각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좀 일상에 가까운 미스터리 물 같달까요. 피해자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 분명 비일상적인 쪽으로 코믹한 장르에 가까운 것 같은데 그리 가벼운 재미를 주는 방식은 또 아니거든요.

 

스토리를 가타야마의 상사이자 아버지의 친구로 수사 1과장인 미타무라 시게루 경시가 하고로모 여자대학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조사하라는 명령을 하게됩니다. 아무래도 매춘업이 성행하는 것 같고 그와 연관된 사건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그러나 학교 측에서는 공식화시키고 싶지 않기 때문에 조용히 진행되기를 원합니다.

 

시체와 여성에게 공포증이 있는 가타야마가 하필이면 이 조사를 맡아 여대로 가게됩니다. 그곳에서 학과장 모리사키 도모와 그의 고양이 홈즈를 만나게 됩니다. 사건의 이야기를 듣고 조사를 하게 되면서 여러 상황들에 직면하게 되는데 이상하게도 살인 사건과 전혀 관련없는 이상한 일들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두 번째 시체가 발견됩니다.

 

난데없는 밀실 살인의 등장으로 모두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진짜 이 소설의 주인공인 삼색털 고양이 홈즈가 종종 등장해서 사건의 힌트를 주곤합니다. 가타야마는 우연이라고 몇 번이나 생각하게 되지만 뭔가 깊은 생각을 하는듯한 묘한 고양이라 단순한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홈즈의 행동을 따라 힌트를 얻게 됩니다.

 

그 밖에 가타야마와 동생 하루미에게 결혼을 하라고 맞선을 부추기는 숙모의 등장이나 동료 형사들, 학교 내부인들이 중간중간 등장해서 이야기의 상당한 리얼리티를 더합니다. 범인 후보 역할들만 등장하지 않아서 '본격 미스터리'에서 느껴지는 '이 안에 범인이 있다'는 스타일의 추리물과 좀 다르게 일상을 그린 소설같기도 하거든요.

 

그러나 역시 미스터리답게 살인은 계속해서 일어나게 되고 원래 수사했던 부분과 다른 문제가 발견되면서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져드는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을 '라이트 미스터리'라 인정하고 접근하면 가볍고 재밌게 읽을 수 있지만 아무래도 범인으로 추측되는 인물이 짐작이 가고 관계자 진술의 모순을 찾는다던가 몇 인물을 다른 사건으로 의심하는 부분같은 경우는 확실히 단순하긴 합니다.

 

그래서 좀 더 치밀한 작품을 원하시는 분들에겐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저는 진행 방식이나 서술 방식들이 색달라서 신선했습니다. 전형적인 본격 미스터리와 코지 미스터리의 조합같은 기분이 들더라구요. 다만 마지막 진범이 밝혀지는 부분은 조금 더 시간을 들여서 섬세하게 가타야마의 의심이 있었으면 어떨까란 아쉬움은 있더라구요. 물론 가타야마가 그리 유능한 형사로 나오는 것도 아니고 주인공은 홈즈이긴 하지만요.

 

47편까지 소설이 나왔다니 작가의 저력이 없다면 불가능 했겠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판매량에 있겠지요. 역시 나만 재밌게 읽은 것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라이트 미스터리라곤해도 충분히 여러 사건들이 섞여있고 진행 방식도 깔끔하고 재미있게 봤습니다. 다음 편과 드라마가 기대됩니다.

 

 

 

 

 

 

 

책 정보

 

Mikeneko Holmes no Suiri by Jiro Akagawa(1978)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추리

지은이 아카가와 지로

펴낸곳 씨엘북스

초판 1쇄 인쇄 2012년 3월 20일

초판 1쇄 발행 2012년 3월 27일

옮긴이 정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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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가도 : 연옥의 교실
모로즈미 다케히코 지음, 김소영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서평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이 소설은 2009년 제 13회 일본 미스터리 문학 대상 신인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읽기에 앞서 책 뒷표지에 적힌 글을 보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방황하는 칼날'이 떠오릅니다. '집단 따돌림에 자살한 여학생의 아버지가 교실에서 학살극을 벌이다.' 다른 어떤 설명이 없어도 딸을 잃은 아버지의 비통함이 그려질 것이라고 예상이 되지요. 그러나 이 소설은 그런 류의 소설이 아니었습니다.

 

딸을 죽음으로 몰아놓은 범인을 찾기위해 절망하는 아버지의 이야기가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는 그 아버지가 교실에서 칼부림을 하여 한 여학생을 죽인 사건에 대한 재현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애초에 피해자 가족이었는데 이야기의 시작은 가해자가 된 것으로 시작이 되지요.

 

학생들을 숫자로 표기한 표가 소설의 진행 전반에 걸쳐 보여집니다. 경찰에 의한 이 현장 검증은 지속적으로 계속되어서 이 소설의 장르가 형사물인가? 하고 생각하는 순간 또 다른 장르로 전환됩니다.

 

굉장히 짧은 템포에 변화되는 상황들 덕분에 소설이 질리지 않습니다. 다만 여러 꽉 찬 문장을 통한 서술이라기엔 좀 부족한 면이 있어서 순수 문학이라기 보다는 좀 파격적인 라이트 노벨과 엔터테인먼트 소설을 섞어놓은 듯한 느낌도 듭니다.

 

가장 큰 문제는 가해자인 그 자살한 여학생의 아버지 히가키 요시유키가 사건 당시 기억을 잃었기 때문에 이런 현장 검증이 지속적으로 된다는 면이고 전혀 사건의 갈피는 잡지 못하겠고 정의로운 한 여경찰 후유시마 야스코가 경찰 내부의 부조리함을 폭로하려들면서 이야기는 언론쪽으로 옮겨가게 됩니다.

 

목차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이 소설은 한 다큐멘터리 제작자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이 사건을 방송하기 위해서 고다 료스케가 등장합니다. 그는 언론에서 증거없이 추측하고 있는 이지메의 정황을 좀 더 정확하게 바라보기 위해 한 학생의 움직임을 주목합니다. 물론 그에게도 정확한 근거는 없습니다.

 

이 학교 세오 중학교의 재단인 세오 학원 이사장 세오 노부히코의 아들이 바로 이 반의 일원임을 알고 그 아이 쇼가 반의 보스로 학대의 주범이라는 주장 아래 사건 당시 아이들의 움직임을 재조명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이사장에 얽힌 인간 관계와 쇼에 대한 조사가 펼쳐집니다.

 

단순히 이런 방식을 통해 도달되는 진상으로 이 이야기가 끝이 났다면 이 소설은 그리 대단한 소설은 아니었을테고 수상도 못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야기 중간 중간 삽입되어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독자로 하여금 상상 못한 어떤 감추어진 면이 있음을 잊지 않게 합니다. 무언가 보여지는 사건과는 다른 진상이 숨겨있음을 기대하게 됩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고다 료스케는 자신의 추측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사건이 밝혀지는 것을 알고 방송을 내보낼 수는 없어서 고민하게 됩니다. 아직 진상을 모르니까요. 단순히 날조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은 아니라 신뢰가 가게 되지요. 복선처럼 등장했던 몇 단어를 통한 진상이 드디어 보이기 시작하고 이 사건 이전의 진상이 등장하게 됩니다.

 

사실 제목에서 느낄 수 있는 것만큼 이 소설의 진행 방식이나 분위기는 그리 무겁다던지 무섭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사건이 무거워도 그리 무거운 마음으로 읽게 되진 않습니다. 그러나 마지막에 밝혀지는 진상은 단순히 살인자의 모습보다도 더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읽고나서 얼마나 무서운 상황인지를 실감하게 되었고 그 누구도 그것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면에서 이 소설의 진행과정이 그리 무겁지 않았던 것과 같은 맥락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300 페이지가 조금 넘는 짧은 소설이고 표가 많이 삽입되어있는 것을 생각하면 중편 정도의 짧은 분량밖에 안되는 소설이지만 다 읽은 후의 공포감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작가의 다음 작품도 기대됩니다.

 

 

 

 

 

책 정보

 

Ragado Rengoku no Kyoushitsu by Takehiko Morozumi (2010)

라가도 연옥의 교실

지은이 모로즈미 다케히코

펴낸곳 폴라북스 ((주)현대문학)

초판 1쇄 펴낸날 2012년 2월 29일

옮긴이 김소영

디자인 김은영

 

 

   p. 135

   "라가도라고 아십니까?"

   "라가도? 괴수 영화인가?"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도시 이름이죠. 과학자 수백 명이 이 라가도 시에서 연구를 하는데, 그 연구라는 게 하나같이 공리공론이라 구체적인 성과는 하나도 나오지 않는 겁니다. 방대한 연구비만 헛되이 나가고 있었죠."

   "흐음."

   "이것과 이름이 같은 정보취급기관이 최근 일본에 만들어졌다더군요. 다시 말해서 라가도란 이 기관의 가칭인데."

   "정보기관이라. 찜찜한 소리군. 치안유지법의 재현인가."

   "정보기관이 아니예요. 정보 '취급' 기관입니다. 정보를 국가 고유의 자원으로 보고 다른 나라와 매매 혹은 정보 대 정보를 교환하는 비지니스 기관이죠. 이 라가도라는 기관이 획기적인 점은 시스템의 초월성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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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집의 살인 집의 살인 시리즈 2
우타노 쇼고 지음, 박재현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서평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이 소설은 우타노 쇼고의 데뷔작인 '긴 집의 살인'의 후속작입니다. 본격 탐정물은 아니지만 탐정 역할을 하는 시나노 조지가 나온다는 점과 '집의 살인'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움직이는 집의 살인'까지 총 3부작으로 되어있는 이 시리즈는 작가의 초기작이다보니 여러 시도를 한 점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전작에서 상당히 풋풋함이 느껴졌던 이유는 대학생들이 주인공이라는 점과 저자 취향의 음악이 많이 언급됐다는 면이었습니다. 본격 미스터리 류라기보다는 일상에서 만난 사건이라는 면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미스터리의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한듯 느껴지는 본격 미스터리 부류입니다.

 

사실 전작을 통해서 느낀 신선함 때문에 이 시리즈가 기대가 됐습니다. 그런데 후편에서 갑자기 본격 미스터리에 뻔히 나올 법한 저택이나 재벌의 이야기가 나와서 처음에는 좀 실망했습니다. 전편에서 전혀 탐정같지 않은 행동을 하지만 결국 사건을 해결하는 시나노 조지의 모습도 이번 편에서는 꽤나 탐정같은 느낌이 듭니다.

 

화자는 역시 동일하게 이치노세 도오루로 이카리 가의 딸인 시즈카의 가정교사를 하다가 사건에 얽히게 됩니다. 이런 소설의 뻔한 설정인 가족간의 재산 싸움이나 유산 상속에 관한 의심은 당연히 등장합니다. 그 중에서 좀 특이한 면은 바로 '조로아스터교'에 대해서 나온다는 점 정도일 것 같습니다.

 

거꾸로 매달려 살해당한 시체가 발견되고 이 상황은 조로아스터교의 예언과 관련이 있는 것인지 누군가의 트릭을 위한 설정인지, 단순한 모함인 것인지 전혀 알 길이 없습니다. 그리고 역시 살인은 한 건으로 그치지 않고 계속됩니다. 이치노세는 급히 시나노 조지에게 연락을 해서 부탁을 하게되지만 폭설로 인해 그의 도착이 늦어집니다.

 

전편과 동일하게 사건에 대한 많은 설명을 정확하게 해주는 이치노세와 그로부터 추리에 도달하는 시나노 조지의 관계는 여전합니다. 이 역시도 셜록 홈즈와 왓슨의 관계 설정과 닮아있음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셜록 홈즈 시리즈가 그런 패턴이었다가 중반부쯤에 들어섰을 때 자신이 무조껀 앉아서 추리만 하는 안락의자형 탐정이 아니라 직접 현장을 보고 증거들을 알아봐야한다는 패턴으로 가게 되는데 이 시리즈 역시 전편과 달리 직접 현장을 찾아 뛰는 시나노 조지의 모습을 만나게 됩니다.

 

역시나 누구나 추측할만한 뻔한 인물들이 범인이 아니라는 점이야 추리물을 읽어온 사람으로썬 예상할 수 있는 결과이지만 전혀 뜬금없이 숨겨진 이야기가 마지막에 등장해서 사건이 마무리됩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방식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건 추리의 영역을 벗어난 문제이니까요. 그래도 범행의 방식같은 부분들은 추리해내는 과정이 등장해서 진상이 전부는 아니긴 합니다.

 

기본적으로 본격 미스터리를 싫어하시는 분이 아니라면 이 소설 자체가 재미없다거나 지루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별 3개와 4개에서 상당히 고민을 했는데 개인적으로 진상에 도달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작품을 더 좋아하는 편이라 전혀 힌트없이 마지막에만 드러나게 되는 방식은 무척 싫어해서 별 3개로 정했습니다. 그 부분을 제외하면 긴박감있고 흡입력 있고 특이한 소재를 썼다는 점은 괜찮습니다.

 

다음 편이자 시나노 조지가 등장하는 마지막 작품인 '움직이는 집의 살인'은 연극 극단에서 일어나는 이야기 입니다. 아마도 저와 비슷한 평가가 있어서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너무 본격 미스터리 같지는 않지만 새로운 무대를 착안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시나노 조지의 등장 분량이 점점 늘어가는 패턴이라 다음 이야기가 더욱 기대되면서도 시리즈 마지막 편이라 좀 아쉽기는하네요. 다음 작품도 재미있게 볼 것 같습니다.

 

 

 

 

 

책 정보

 

Shiroi Ie no Satsujin (New Editioin) by Shogo Utano (2009)

흰 집의 살인

지은이 우타노 쇼고

펴낸곳 폴라북스 ((주)현대문학)

초판 1쇄 펴낸날 2011년 10월 28일

옮긴이 박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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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형의 계절
온다 리쿠 지음, 임경화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서평

 

-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소설은 일종의 성장 소설로 고등학생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소문과 실종에 얽힌 진상 파악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온다 리쿠 소설답게 사건의 진상이 범인을 잡는 형사물, 탐정물과는 전혀 다른 결말을 맞습니다. 배경이 되는 곳은 도쿄에서 그리 멀지 않은 도시입니다.

 

인구가 15만 명 정도 되는 소도시. 도후쿠 지방에서 가장 넓은 현의 내륙부에 위치한 I시 중심부에 있는, 너무 크지도 않고 그렇다고 작지도 않은 그런 도시 '야츠'. 갇힌 듯한 느낌을 받는 아이들은 도쿄를 선망하며 떠나가지만 결국 90% 이상이 고향으로 돌아오고야마는 그런 묘한 일들이 일어나는 곳입니다.

 

그 밖에도 뭔가 알 수 없는 일들은 전통처럼 있어왔는데 그 중 가장 큰 것은 정기적으로 퍼지는 소문을 통한 유행이나 사람이 실종되는 문제입니다. 5월 17일에 기사리기 산에 UFO가 나타나고 엔도라는 아이가 끌려간다는 소문이 일제히 퍼지게 됩니다. 흔히 어린 시절에는 소문이라던가 괴담같은 것들이 유행처럼 번지는 일이 많기는 한데요. 그저 소문으로 흘러가버리고 마는 경우와 다르게 이 마을에서는 정말 실종 사건이 일어나고 맙니다.

 

너무도 무료한 일상을 보내는 여고생들은 소문의 진원지를 찾아 설문 조사를 실시하여 대체 어디에서 소문이 발생했는지를 찾아보지만 일종의 패턴만을 알게될 뿐 설문을 통해서 진상은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온다 리쿠 소설답게 영능력이랄지 그런 몇 인물도 등장하고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사건들이 있었음을 회상하는 이야기들도 종종 삽입됩니다.

 

형사물이나 탐정물의 추리 소설의 경우 이야기는 상당히 단순한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범인의 트릭이나 작가의 트릭이 아무리 변화무쌍해도 우선 사건이 일어난다는 점에서는 변화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결국 그 범인은 붙잡히는 것이 최대 목표이지요. 그러나 온다 리쿠의 소설은 분명 추리물에 속하는 형식을 갖고 있지만 단순히 살인 사건이 일어나서 범인을 찾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지 않습니다.

 

만일 이 소설이 그런 전형적인 형사물, 탐정물이었다면 실종자를 찾아나선다던가 시체가 등장했겠지요. 그러나 온다 리쿠 소설 속의 이야기는 그것은 단 하나의 매개체에 지나지 않고 좀 더 커다란 흐름이랄지 그 사건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그 상황에 주목합니다.

 

그러다보니 등장 인물이 아무리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해도 결국 방관자일 뿐이고 하나의 말에 지나지 않게 됩니다. 물론 좀 더 중심적인 캐릭터가 등장해서 활약하는 두드러지는 소설도 있기는 하지만 그들은 단지 그 정황을 드러나게 한 인물일 뿐입니다. 작가 역시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딱히 어떤 캐릭터에도 애착은 가지 않는다고 인터뷰한 바가 있습니다.

 

덕분에 이 소설도 역시 수많은 등장인물이 나타나서 자신의 이야기를 해나갑니다. 그러나 소설은 반 이상의 분량이 지나갈 때까지도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 대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가늠할 수 없게 합니다.

 

소설이 아닌 실제 일상을 기록해둔 듯이 이야기는 방향을 바꾸어 아이들의 귀여운 유행에 대해 써내려가고 있지만 이것은 뭔가 귀엽다고 할 수준을 넘어선 주술적인 바람을 담고 있는 행위로 점점 짙어져가고 또 다른 이야기가 삽입되듯 새로운 사건과 소문이 등장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단순히 평범한 고등학생들의 소문 이야기가 아니라 뭔가 의도를 품고 있는 진상이 뒤에 있는 것이 아닐지 추측하게 됩니다.

 

결국 이 소설의 모든 진상이 드러나고 일련의 소문이나 유행에 관한 내막도 드러나게 되지만 소설의 목표는 그곳에 있지 않습니다. 단순한 사건의 해결이 문제가 아니라 좀 더 나아가서 이 소도시에 사람들이 돌아오는 이유와 이 야츠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의 진정한 의미가 드러나게 됩니다.

 

한 사람이 그런 행동을 하게 된  진정한 이유는 전혀 다른 곳에 있습니다. 그것은 어떤 단순한 계기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실존의 가장 밑바탕이 되는 것으로부터 시작했음을 알려줍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자신이 이 땅 위에 서서 살아가는 것,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을 직시하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요.

 

10대 때, 무언가 새로운 것을 열망하면서 살아가지만 결국 그 모험이나 시도들의 끝엔 결국 자신이 지니고 있었던 것을 더 좋아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것은 단순히 어떤 물질적인 문제나 명예적인 측면이 아니라 다 함께 즐겁게 살아가는 것, 아무것도 아니고 늘 곁에 있을꺼라고 생각한 그 보잘 것 없어 보이던 그것을 자신이 만들어내어 새롭게 얻고자 하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특히 이런 작은 도시에서 살아온 아이들에게 대도시의 거리감이란 무척이나 클테지요. 인간은 기본적으로 혼자 태어나서 혼자 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공존하는 것을 그리워하면서도 꺼려하는 것은 아닐까요. 그 애증의 관계에서 비로소 사회가 존재하고 굴러가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듭니다.

 

아무 것도 하지않고 그저 이 아츠가 좋고 이대로 그저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 미도리는 어쩌면 가장 현명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새로운 것을 열망하는 욕구를 지닌 그들은 이 강을 넘어서지 않으면 자신의 인생이 무언가 정체되어 있는 것 같고 잘못 살아가고 있는 것만 같아서 결국 강을 넘기로 결정합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강은 아츠를 넘어서는 새로운 곳은 아닙니다. 그보다 더 아츠의 중심부로 들어가는 곳인데 말이지요. 갈 수 있지만 가지 않는 사람과 가야만한다고 여기는 사람의 차이는 실로 큽니다. 마치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자하는 열망을 지닌 이들이 더더욱 성장하고있는 것 같고 더 멋있어 보이지만 사실 이 모든 것의 정답을 아는 것은 그 반대인 쪽이지요. 그리고 그들의 결말은 결국 미도리가 살아가는 이 현실의 아츠로 돌아올 것이라는 것을 이 소설의 처음을 읽은 사람이라면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10%는 어쩌면 어떤 깨달음도 얻지 못한채 그저 방황하고 있는 실종자가 아닐런지요. 청소년기의 자아 정립을 이렇게 그려낸 온다 리쿠에 대해서 다시 한번 놀랐고 표현 방식도 그렇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기 위해 평범한듯 10대들의 소문에 대한 접근을 풀어낸 이야기의 앞부분도 다 읽고 보니 또 새롭게 보입니다.

 

이 아츠란 마을은 어쩌면 뫼비우스의 띠 안에서 영원히 이어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세월이 흐르고 수많은 것이 변해도 결국 인간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듯이 말이지요.

 

 

 

 

 

책 정보

 

구형(球形)의 계절

Kyuukei no Kisetsu by Riku Onda (1994)

지은이 온다 리쿠

펴낸 곳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년 8월 23일 초판 1쇄 인쇄

2007년 8월 30일 초판 1쇄 발행

옮긴이 임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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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더 선 시스터 문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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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글을 쓰기에 앞서 온다 리쿠를 좋아하고 이 책을 읽은 예정인 분은 본 서평을 읽지 않으시기를 추천합니다. 추리물은 아니지만 독자로 하여금 시간 순서나 관계의 재각색을 필요로하고 그 과정을 통한 재미가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정리된 관계를 읽으시게 되면 재미가 반감될 염려 때문입니다.

 

제 글 역시도 그렇지만 검색으로 볼 수 있는 출판사 소개나 누군가의 설명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온다 리쿠의 소설은 아무래도 스스로 읽어내는 과정 속에서 찾게되는 감각을 믿어야할 소설이 아닐까 싶습니다.

 

표지의 그림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 소설은 세 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 때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일종의 청춘 소설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저자가 온다 리쿠이기 때문에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그런 류의 청춘 소설은 아닙니다. 오히려 인간 관계에 대한 철학적인 사고를 하게끔 만드는 면이 있고 등장 인물의 관계를 재각색하게 만드는 면에서 추리물을 떠올리게 하기도 합니다.

 

제목은 세 명이 함께 봤던 영화의 제목과 같습니다. 소설가인 니레자키 아야네는 자신이 언제 소설가가 되고 싶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단편이 먼저 시작됩니다. 이시자카 요지로의 소설 '그애와 나'와 동명 제목입니다. 

 

이어 도자키 마모루는 대학 때의 이야기를 합니다. 그의 성격답게 재즈 동아리의 베이시스트로 활동하는 현재의 이야기를 합니다. 제목인 '파란 꽃'의 의미는 모르겠네요. (검색해보니 일본의 록 밴드 '블랭키 제트 시티'의 곡 제목이라고 합니다. 책에서는 그려지지 않지만 도자키 마모루가 훗날 록 밴드 카피를 하게되는데 그 곡이 바로 이 곡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코자키 하지메는 영화감독이 되어 인터뷰를 하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그가 좋아하는 영화 '젊은이의 양지'가 제목입니다.

 

처음 아야네의 글을 읽다보면 저자의 에세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소설가의 이야기가 쓰여져있습니다. 앞으로 진행될 두 사람의 이야기는 전혀 예상하지 못할 담담한 한 문학소녀의 대학 때 이야기가 그려집니다. 성에 '자키'가 공통되게 들어가서 고등학교 때 '자키자키 트리오'로 불리웠던 세 사람. 그 셋은 한 영화를 같이 봤습니다. 그 영화가 공통되게 등장하지만 각자가 느낀 바를 전혀 다릅니다.

 

아야네는 하코자키 하지메에 관해서는 종종 등장시키면서 사귀었던 마모루는 정작 그리 많은 부분을 얘기하지 않습니다. 다만 영화 속에서 알몸뚱이로 큰 문 앞에서 밝은 빛을 향해 무방비하게 걸어가는 그 인물과 마모루를 겹쳐봅니다. 이것은 무방비하게 본인이 모르는 세계로 살아갈,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자신과 반대로 그 미래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은 마모루를 드러내는 장면입니다.

 

이에 대한 감각은 도자키 마모루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셋 중 유일하게 현재를 살아가는 마모루는 과거를 떠올리는 일도 많지 않고 미래를 고민하는 일도 없는 '미래는 가도가도 미래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현재를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자신의 결단이나 과거의 감정을 내비취기 부끄러워하는 자신의 선이 뚜렷한 아야네와 다르게 그저 단순히 현재를 살아가는 마모루랄까요.

 

그래서 마모루는 아야네와의 접점이 있었지만 과거를 위해서라거나 미래를 위해서 그녀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지 않고 그저 흐르는대로 놔두기만 합니다. 그에게는 모든 열정이 재즈 음악에만 관통되고 있는 대학 시절의 그 현재만이 그려지고 있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하코자키 하지메의 이야기는 참으로 흥미롭습니다. 아야네가 설명했던 하코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의 사람으로 그려집니다. 오히려 그는 마모루와 비슷하다는 기분이 듭니다. 냉정하고 어딘가 부정적입니다.

 

연극을 보여줬던 '호텔 정원에서 생긴 일', 영화를 보는 것 같았던 '여름의 마지막 장미'가 떠오르는 스타일입니다. 영화 감독이 된 하코는 인터뷰를 하면서 자신이 왜 영화감독이 되었고 무엇을 찍고 싶어하는지에 대해 생각합니다. 단호히 자신을 얘기했던 앞의 두 이야기에 비해서 상당히 머뭇거리고 모호합니다. 그래서 더욱 영화같은 영상입니다. 그렇게 그는 목적에 도달합니다.

 

아야네와 마모루와 함께 했던 그 때를 영상화시키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문장으로 써보면 과연 그 이야기가 맞는 것인지 의문이 생깁니다. 온다 리쿠의 소설이 늘 그래왔듯이 정답은 없고 스스로 그 답을 정해보라는듯 하지요. 그래서 제가 정한 이 소설의 정답은 바로 이 소설 자체가 하코의 영화라는 점입니다.

 

아야네와 함께 했던 그녀의 방에서의 한 장면을 시작으로 그는 아야네와 마모루와 자신의 이야기를 그려냅니다. 인생의 아주 단편적인 접점이 있는 세 명이지만 결국 모두 다른 인생으로 뿔뿔이 흩어지는 그런 결말을 가질 세 사람의 이야기를 말입니다.

 

금융기관에서 함께 일했다는 하코의 부인은 아야네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답이 없는 문제를 홀로 풀어보면서, 결국 이런 성격의 하코는 사실 아야네를 좋아했고 본인 역시도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지만 마모루는 알고 있었다는, 어쩌면 이 이야기는 하코의 사랑 이야기는 아닐까라는 결론에 도달해봅니다.

 

그래서 무의식 중에 하코는 영화 '젊은이의 양지'를 보면서 마음에 새겼고 마지막 대사인 '우리는 헤어지기 위해서 만난 거군요.'에 마음이 울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야네와 마모루와 자신이 함께했던 그 시간들이 너무 좋았고 오히려 사귀는 둘 보다 더 아야네와 가까운 듯하게 느껴졌지만 정작 그 관계를 그대로 두었던 하코.

 

뒤엉켜있다가 뿔뿔이 흩어진 뱀 세 마리처럼 언젠가 자신들도 그러한 때가 올꺼라는 예상을 했던 그에게 세 명이 가진 영상이 참으로 강력했음을, 그러나 그것을 자신이 영상화하고 싶다는 것조차도 깨닫지 못했던 자신. 유일하게 마모루만이 하코에 대해 느끼고 있었지만 마모루는 그 어떤 과거도 미래도 움직이지않으려하는 인물이기에 그대로 두었겠지요.

 

헤어지기 위해서 만난 세 사람에게 이제 접점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온다 리쿠는 늘 답을 주지 않는 소설을 쓰니까요. 그 뒷 이야기에 대해서 판단할 수는 없지만, 너무도 사랑했지만 그것을 견딜 수 없었고 그 이야기도 자세히 쓰지 않는 아야네, 그녀가 미래에 대해 느끼는 강력한 두려움. 아야네가 느꼈듯이 미래를 향해 아무렇지도 않게 나아가는 마모루.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지 못하지만 영화를 통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발견한 하코. 이 세 사람의 이야기가 그저 활자로 쓰여진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으로하여금 그들의 감정을 재각색하게 만들고 추측하게 하는 그런 매력이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얼핏 청춘 소설 같기도, 혹은 연애 소설 같기도한 이 소설은 생각해보면 인간 관계를 그리고 있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한 때 엉켜있었지만 뿔뿔이 흩어져 각기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 한 사람, 한 사람처럼 갈망해도, 갈망하지 않아도 결국 자신의 인생을 홀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모습을 각기 다른 형태로 그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아야네와 마모루는 상당히 냉정한 인물입니다. 함께있음으로 느끼는 그 버겨움은 어쩌면 자신들을 냉정히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정열적으로 사랑할 수 없음을 알기에, 서로에게 선을 그어놓는 자신과 상대를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느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느 쪽도 관계의 발전을 위해 움직이지 못함을 알기에.

 

고등학교 시절에 그들 사이엔 하코가 있었기 때문에 그 둘의 관계가 문제있음을 알지 못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러나 대학 때 그 둘은 그저 그 둘만이었기에 그 관계가 잘 되지 않았겠지요. 하코는 자신을 냉정하다고 생각하지만 아야네의 관점에서 그려진대로 따스한 면이 있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의외로 감정적인 부분은 냉철하지 못하지요. 그것을 마모루는 꿰뚫어봤구요.

 

자신의 이야기 속에 살짝씩 드러내는 마모루에 대한 아야네의 감정을, 전혀 아니었던 것처럼 살았지만 사실 강하게 사랑했던 아야네를 마치 한 편린으로만 끼워둔듯한 마모루를. 그리고 깨닫지 못했지만 너무도 소중해서 결국 인생의 목표가 되어버린 아야네와 함께했던 그 장면을 떠올리는 하코.

 

우리는 미래를 두려워하기도 하고 과거도 미래도 어쩔 수 없으니 담담히 살아가기도 하고 미치도록 그리워하는 어떤 때를 회상하면서도 살아갑니다. 같은 때를 공유하면서도 결국 이어지지 않는 인생을 살아가는 한 사람, 한 사람처럼 이 소설은 그것을 표현해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그런 인생이 있었다는 단지 그 이야기를 했을 뿐인지도요.

 

174 페이지의 짧은 소설을 읽고 오히려 그보다 더 많은 추측을 한듯 하네요. 덕분에 전혀 짧은 소설이 아닌 기분이 듭니다. 관계의 이야기라던가 각자의 시점이 다른 점은 꼭 '흑과 다의 환상'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오랜만에 마음을 강하게 울리고 과거를 떠올리는 그런 소설을 읽은 기분이 듭니다.

 

 

 

 

 

책 정보

 

Brother Sun Sister Moon by Onda Riku (2009)
브라더 선 시스터 문

지은이 온다 리쿠
펴낸곳 (주) 문학동네
초판 인쇄 2011년 12월 27일
초판 발행 2011년 1월 10일
옮긴이 권영주
디자인 김선미 유현아

 

 

 

p. 166
<브라더 선 시스터 문>.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 이탈리아 영화, 1972년 작품.

텔레비전에서 방영한 적도 있었는데, 아름다운 풍경 묘사가 인상에 남아서 영화관 스크린으로도 한번 보고 싶었다. 이탈리아의 수호 성자 성 프란체스코의 청춘 시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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