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타라 - 상
후지타니 오사무 지음, 이은주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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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서평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이 소설은 저자의 자전적 소설입니다. 고등학교 시절의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단순히 연애 소설 류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예상했는데 하권까지 다 읽고나면 이미지가 상당히 달라집니다. 사랑 이야기보다는 고등학교 시절을 담고 있는 성장 소설에 더 가까울 것 같습니다.

 

단순히 이런 설명만 하면 별 얘기없을 지루할 법한 성장 소설을 상상하게 되지만 이 소설은 뭔가 특이한 매력이 있습니다. 저자의 철학에 대한 관심이라던가 음악계에 대한 이야기들도 독특한 점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저자가 잘 써내려갔다는 장점 때문에 재미있게 읽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인생과 배경을 지닌 저자. 저자는 첼로를 전공했습니다. 게다가 집안이 전부 유명 음악가라서 좋은 환경도 타고난 엘리트입니다. 만화에나 나올 법한 설정이지요. 그런 음악가 집안에 유일하게 본인의 부모님만 음악을 전공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어릴 적부터 음악과 당연히 함께 하는 삶을 살고 고등학교도 첼로 전공을 하게 될 정도였지요.

 

그러나 본인이 원했던 국립 예고를 들어가지 못하고 삼류 학교를 가면서 자신의 이상과 다른 삶을 살게됩니다. 사립대학의 학장으로 있는 할아버지를 두고 있고 유학파 할머니에 본인 역시 예고는 가지 못했지만 첼로도 수준급이고 어려운 철학서를 달고 살고 자신은 고귀한 존재라고 믿는 평범치 않은 고등학생입니다.

 

상권에서는 첼로를 전공하기로 한 것부터 입학해서 고등학교 2학년 여름까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여름 방학 때 독일 하이델베르크의 한 첼리스트에게 두 달간 레슨을 받기로 결정하는 부분까지입니다.

 

한 학년에 남자는 10명도 되지 않는 센세이 대학 부속 고등학교에서의 생활은 참 독특합니다.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일반 학과는 거의 의미가 없고 에스컬레이터식의 진학이 가능한 사립 고등학교라 그다지 공부에 열중하지 않습니다. 특히 윤리 과목 같은 것은 전혀 공부를 하지 않지요. 그러나 이 윤리 담당 선생님은 참 좋은 선생님입니다.

 

단순히 철학자를 암기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맞는 화두를 던지면서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 의문을 갖게 하고 그렇게 철학자를 이야기 합니다. 주인공 쓰시마 사토루는 이해도 못하면서 어려운 철학서에 탐독했다고 나오지만 이 수업 시간을 통해서 이해하지 못한 인물로 그려지진 않습니다.

 

그리고 전공 수업과 연습들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11월의 발표회에서 연주할 오케스트라의 연습 부분이 가장 많은 면을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부전공 학생도 단순히 연주할 수 있을 만큼 별거 아닌 부분인데도 악몽처럼 전혀 맞추질 못하게 됩니다. 시민 오케스트라에서의 아르바이트와 학원제, 홈콘서트, 2학년이 되어 다시 시작된 오케스트라 이야기까지 정신없이 진행됩니다.

 

그러면서 전혀 결실을 맺을 수 없을 것만 같던 사랑 이야기도 조금씩 진행되구요. 마지막은 왠지 불안한 결말을 맞습니다. 정리해보면 음악과 철학 이야기 뿐인 소설인데 소설보다도 더 소설같은 현실의 이야기라서 그런지 이런 삶도 있구나 싶을만큼 드라마틱한 이야기들인 것 같습니다. 하권에서는 더욱 더 그러해서 상권만 읽고 중단하지 말았으면 하는 부탁을 하고 싶을 정도로 하권이 꼭 읽혀져야합니다.

 

독특한 고등학생의 이야기. 단순하고 어디에서나 볼 법한 청소년이 아니라 깊이 사유하고 싶어하고 고행과도 같은 첼리스트가 되고자하는 그 과정을 겪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책 정보

 

Fune ni Nore! by Osamu Fujitani (2008)

배를 타라 (상)

지은이 후지타니 오사무

펴낸곳 (주)미래엔 (북폴리오)

초판 1쇄 인쇄 2012년 3월 10일

초판 1쇄 발행 2012년 3월 20일

옮긴이 이은주

디자인 김지혜, 김아름

 

 

 

   도덕의 지구는 둥글다!

   도덕의 지구도 양 극점을 가지고 있다!

   양 극점도 실존의 권리를 지니고 있다!

   발견해야 할 하나의 세계가 있다!

   하나 이상의 세계가 있다!

   배를 타라, 철학자들이여!

   - 니체

 

 

   p. 376

   나는 이미 여러분이 아주 싫증이 날 정도로 몇 번이나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다시 한 번 말하겠다. 철학은 대학에 있는 책을 읽고 이미 고인이 된 훌륭한 사람의 사상을 분류하거나 정리 정돈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자신이 반드시 생각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는 것이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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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깜짝 상자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
아카가와 지로 지음, 정태원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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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서평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이 책은 아카가와 지로의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의 아홉 번째 작품입니다. 1976년에 대뷔하여 2008년까지 500편 이상의 다작을 한 작가로 심지어 영국의 '셜록 홈즈'를 몰라도 아카가와 지로의 '홈즈'는 알 정도로 일본에서 범국민적인 작품이라고 합니다. 저는 첫 번째 '추리'편 다음으로 읽어봤는데 이 책에서는 총 여섯 가지 단편을 실은 모음집입니다.

 

첫 번째 편과 다른 점은 단편이라는 부분도 있겠지만 주인공 홈즈와 가타야마 요시타로이외에 가타야마의 동생 하루미와 동료 형사 이시즈가 계속 함께 하며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각 단편의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깜짝 상자

가타야마의 상사인 구리하라 경시는 20년 전 일어났던 미해결 사건과 관련된 파티에 가타야마를 대신 보냅니다. 자산가인 기리나가 가문에서 일어난 첫째 사위의 죽음에 관한 수수께끼를 풀어주기 위해 기일마다 파티를 열어 손님들을 초대한다고 합니다. 거기에 초대받은 가타야마가 홈즈의 힌트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밝혀 줍니다.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명연주

데뷔를 눈 앞에 둔 지휘자 토가와 기요토는 리허설 중에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합니다. 프라이드 높은 오케스트라 S교향악단에서 이 젊은 지휘자를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것 같습니다. 클래식에 조예가 깊지 않은 가타야마는 졸지 않기를 바라면서 불안을 감추고 있는데 휴식 시간에 살인 사건이 일어납니다.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패닉

8층 건물의 완공 파티에 오게된 고양이 한 마리와 세 사람. 자수성가한 전형적인 벼락부자 타입에 과시 경향이 있는 이쿠하타 다쓰오의 초대로 오게 됩니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불안하더니 이 이쿠하타의 적들이 곳곳에 있고 건물도 위태위태 합니다. 결국 지진이 일어나 패닉 상태가 되는데 역시 살인 사건이 일어납니다. 조금 예상 밖의 진상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유령 퇴치

서른이 다 되었지만 경시청 수사 1과 형사다운 관록이 몸에 붙지 않은 동안인 주인공 가타야마. 이번 이야기는 그의 초등학교 친구의 집에서 유령이 나타난다는 얘기를 듣고 진상을 밝혀주려는 곳에서 시작이 됩니다. 공포감 가득하지만 이시즈 덕분에 코믹스러운 면도 있고 역시 진상은 그리 가볍지만은 않은 이야기였습니다.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피로연

가타야마는 어릴 적 친구인 시라이 신이치의 결혼식에 초대받습니다. 호텔 연회장으로 가는데, 유능한 덕분에 옛상사가 부하직원이 된다던지 적들로 가득한 분위기입니다. 게다가 어리고 돈 많은 신부를 얻어서 더욱 심각합니다. 역시나 결국 살인 사건은 일어나고 홈즈 덕분에 사건도 해결되고 재밌는 일도 생깁니다.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보물찾기

동생 하루미를 기다리며 레스토랑에서 굶고 있는 가타야마와 이시즈. 갑자기 한 남자가 나타나 배고프다며 밥을 얻어먹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이상한 일에 말려 모든 삶을 팽개치고 보물 찾기에 나섰다고 합니다. 결국 이들은 주인공의 진짜 보물을 찾아주는 훈훈한 결말로 마무리 됩니다.

 

내용은 이렇구요. 아카가와 지로의 소설을 읽으면서 늘 느끼는거지만 문체가 참 유려합니다. 구성도 그렇고 군더더기가 없는 느낌이 들지요. 거기에 다작까지 하는 작가라니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싶을만큼 놀랍습니다.

 

배태랑 형사인 아버지를 뒀지만 전혀 형사같지 않은 주인공 가타야마와 반대로 사건이라면 사죽을 못쓰는 동생 하루미, 먹는 것에만 관심이 있어서 얼빠진 상황을 번번히 연출해내는 이시즈, 그리고 사람보다도 영리하고 정상적인(?) 삼색털 고양이 홈즈까지. 각기 다른 성격이 만들어내는 앙상블이 참으로 재밌습니다.

 

거기에 일어나는 사건과 뻔하지 않은 진상, 풀어내는 과정의 색다름 등은 이 시리즈가 무려 1978년에 시작되어 지속된 것을 보면 얼마나 큰 인기를 얻었는지 알 수 있지요. 게다가 이 책은 단편 모음집이라 골고루 여러 색을 가진 사건들을 접할 수 있어서 재밌습니다.

 

 

 

 

 

 

책 정보

 

Mikeneko Holmes no Bikkuribako by Jiro Akagawa (1987)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깜짝 상자

지은이 아카가와 지로

펴낸곳 씨엘북스

초판 1쇄 인쇄 2012년 3월 20일

초판 1쇄 발행 2012년 3월 27일

옮긴이 정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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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바로크
유키 미쓰타카 지음, 서가영 옮김 / 혼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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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이 책은 2008년 제12회 일본 미스터리문학대상 신인상 수상작입니다.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결정되었고 환호와 절찬이 끊이지 않았다는 소설입니다. 크게 보면 형사물이구요. 출판사 홍보 내용에는 예순 여섯 구의 시체가 냉동 컨테이너에서 발견된다는 부분이 충격적으로 다가옵니다. 제목과 표지를 보면 그리 끔찍해보이지는 않거든요.

 

우선 예순 여섯 구의 시체가 등장한다는 면에서 가졌던 선입견과는 다르게 조금 말랑말랑한 소설입니다. 형사물이지만 여자가 주인공이거든요. 아무래도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추리물의 경우 좀 감성적으로 흐르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작가가 의식을 하고 그렇게 쓰는거 아닌가 싶죠. 동일 작가의 남성 주인공일 경우 전혀 다른 것과 비교해보면요.

 

여형사가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유추할 수 있는 뻔한 내용은 역시 뻔합니다. 조금 감성적이고 마초적인 일부 동료 형사들에게 멸시 당하지만 유능하고 결국 미인이라는 설정 말입니다. 그런 뻔한 설정을 갖고 있는데도 이 소설은 재밌습니다.

 

감성적이지만 너무 개인적인 부분에 치중되진 않습니다. 감성적이라는 것이 뭔가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거든요. 작품만의 특성이 되어주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주인공 구로하는 유능하지만 특출나게 유능한 편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추리를 강하게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덕분에 저는 재밌게 읽었지만 추리적인 요소를 중시하는 독자에겐 조금 시시할 수 있습니다. 그런 부분은 좀 특별하진 않거든요. 그러니 '시체 예순 여섯구'라는 설정이라면 분명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에 순위 좀 올라갔을 법한 쇼킹한 면이 있는데 신인상이니까요. 아무래도 신인상 수상작은 조금 허술한 면이 있지요.

 

그런 추리적인 면을 제외한 부분들이 참 괜찮습니다. 일단 초기 설정을 얘기해볼께요. 구로하는 기동수사대입니다. 시체가 발견되서 탐문에 참여하길 기대하지만 수사에서 제외됩니다. 임항서 경무과의 일을 도와 렌탈 컨테이너를 여는 일에 입회하라는 명령을 받습니다. 투덜거리면서 도착하는데 사건은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 렌탈 컨테이너 속에서 냉동된 시체 열 네 구가 발견됩니다. 합동수사반이 세워지지만 시체의 모습이 동반 자살인듯하여 그리 큰 이슈는 되지 못합니다.

 

시체가 발견될 즈음에 도착한 유서 메일과 이상한 첨부 파일이 발견되고 생존자의 행방을 알게됩니다. 그러나 사건은 이제부터 시작. 렌탈 컨테이너 속의 냉동된 시체는 계속 계속 발견됩니다. 이로써 사건의 중대함을 알게되고 경시청이 움직이게 됩니다. 흔히 이런 형사물에서는 이 경우 경시청의 이야기로 옮겨갈 법도 한데 그쪽 이야기는 전혀 없이 관할 경찰 얘기들만 지속됩니다.

 

그리고 인터넷 상에서의 만남과 진상들을 조사하게 됩니다. 이 과정들을 상당히 흥미있게 잘 끌고 갔는데 아쉬운 면은 추리물을 좀 읽어본 사람이라면 뻔히 알 수 있는 인물 설정들 덕분에 색다를 껀 없더라구요. 그런데도 재밌습니다. 아마도 구조적으로 잘 짜여있어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만 아쉬운 면은 너무 구로하 혼자만의 원맨쇼 같은 부분 때문인데 좀 더 동료 형사들과의 관계성을 세밀하게 다뤘다면 좋겠다는 정도랄까요. 아니면 파트너쉽이라던가 좀 더 부곽되는 인물이 나왔어도 좋았겠다 싶기도 하구요.

 

이야기는 진상에 도달하고 마지막 중요 인물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에 도달하면 여기서부터가 본격적으로 이 작품의 평가를 좌우하는 부분이 되지요. 갑자기 드라마틱한 면도 있었지만 드라마나 영화화하면 재밌을 것 같겠다는 생각은 들더라구요.

 

다 읽고 나서 삶의 의미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삶을 지속하게 되는 이유란 또 무엇일까요. 사람마다 다르고 정답도 없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명확한 생각을 갖지 못하고 허황된 것에 휘둘린 피해자들. 그리고 복수라는 이름 하에 가해자가 되지만 역시 자신의 인생도 파괴하게 되어 결국 역시 피해자가 된 가족.

 

정말 중요한 관계를 생각하지 못하고 단순히 인터넷 상에서 만난 관계가 어디론가에 자신을 데려가줄 것 같고 대단한 사람이 되게 해 줄 것처럼 속인 것이 이 소설의 가장 큰 주제이겠지요.

 

잘 만들어진 캐릭터는 작가로 하여금 그저 글을 쓸 수 있게 해준다고 하는데 구로하라는 인물이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어쩌면 뻔한 캐릭터일 수 있지만 뭔가 특이한 매력을 지니고 있어서 후속작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보게 되는 인물입니다. 형사물을 좋아하지만 시리즈가 의외로 없는 편이라 아쉬운데요. 형사물을 주로 많이 쓴다는 유키 미쓰타카의 다음 작품도 번역되길 기대해봅니다.

 

 

 

 

 

 

 

책 정보

 

PLA-BAROQUE by Mitsutaka Yuki (2009)

플라바로크

지은이 유키 미쓰타카

펴낸곳 도서출판 혼

초판 1쇄 인쇄 2012년 3월 9일

초판 1쇄 발행 2012년 3월 16일

옮긴이 서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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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윤's 소소한 서울 - 골목골목 숨겨진 그녀만의 비밀 아지트 탐방기
최정윤 지음 / 페이퍼북(Paperbook)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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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연예인이나 그 외의 유명인이 에세이 형식으로 내는 책은 아무래도 큰 기대를 하게되진 않습니다. 대필을 하지 않았다고 해도, 아무래도 본인만의 결과물이라고는 볼 수 없지요. 포토그래퍼가 따라붙고 의상 협찬에 수 많은 편집인들, 어시스트들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이라 아무래도 내용이 알차지 않은 경우가 많지요. 설령 글을 잘 쓰는 편이라고 해도 한번에 모든 사진을 찍었다던가 후에 풍경 사진만 따로 작업됐다거나 그런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기대를 하고 봤더라도 좀 실망하기 마련이지요.

 

이런 면을 염두해두고 어짜피 출판사는 책을 팔아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유명인을 내세워 잘 꾸민 책 한권으로 홍보를 하고... 그런 생각을 어느 정도하고 보게 되면 책에 대한 기대치는 낮아지기 마련입니다. 그런 것을 빼고 이 글의 주인공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거든요. 아이돌이나 한류의 주역인 스타들이 아니면 아무래도 잡지나 TV 인터뷰, 쇼 프로 이외에는 접할 수 없는 인물이라면 더 반갑구요. 저는 그런 매체보다 책으로 만나는 편이 좀 더 편집인의 필터링을 덜 거친 것 같아서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배우 최정윤하면 꽤 오래 전 시트콤을 통해서 보여줬던 한 캐릭터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그 시트콤에서 단 한 에피소드의 내용과 배경 음악 덕분에 제게는 꽤 크게 각인된 배우인데요. 단순히 시나리오와 연출력의 문제라 그 밖에는 잘 아는 인물은 아니었습니다. 저 역시도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딱 부러지는, 조금은 까다롭고 새침할 것 같은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좀 의외의 면들을 보게 되었는데요. 왁자지껄하게 여러 명이 함께 어울리는 스타일은 아니라고 선입견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싶더라구요. 생각해보면 사람은 한 가지 면만을 가진 채로 살아가지 않는데 인간의 선입견이란 얼마나 뿌리가 깊은지 깨닫게 되기도 했구요. 반성도 좀.

 

책은 총 네 개의 부분으로 나뉘어져있습니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거리 가회동, 안국동을 시작으로 나 홀로 통의동, 예술의 전당, 삼청동, 도산 공원 앞, 좀 이국적인 서래마을, 이태원, 마지막으로 푸르름이 머무는 풍경 삼정공원, 효창공원, 양재천 산책까지입니다.

 

에세이라고 하기엔 이 지역들에 있는 가게 정보들이 좀 첨가되어 있는 편이구요. 협찬 받은 쇼핑을 위한 책자라고 하기엔 좀 더 개인적인 감상들이 많아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좀 더 개인적인 글이 더 할애된 페이지가 있구요.

 

보통 이런 류의 서적에선 책 나오기 전에 한번에 찍었을 법한 사진들이 나오곤 하는데 계절이 다른 때의 사진도 있고 해서 장기간 준비했구나 싶더라구요. 너무 개인적이지 않아서 좋기도 했습니다. 좀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선이 가장 좋은 것 같거든요. 아무리 많은 이야기를 해도 그 사람의 본질에 접근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너무 감정만을 쏟아내는 것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지치는 면도 있으니까요. 가볍게 보기도 좋구요. 그래서 책 읽기 싫어하는 사람도 잡지 보는 감각 정도로 접근하면 될 것 같습니다.

 

대학 때의 이야기나 연기의 전환점 부분들을 보면서 저 또한 옛 시절을 회상해보기도 했구요. 좀 더 자신이 도달하고자 하는 연기를 할 수 있었으면 하고 응원하는 마음도 생기더라구요. 겉으로 화려해보이는 직업이지만 연기를 잘하려고 해서 잘한다기 보다 잘하는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배역을 맡는 것도 쉽지 않으니까요.

 

자주 가는 곳들이 나와서 반가웠는데 들어가보지 않았던 레스토랑이나 카페에 다음에 꼭 가봐야겠다 싶기도 했구요. 한동안 그곳을 다니면서 이 책의 내용들이 많이 생각 날 것 같습니다.

 

 

 

 

 

 

책 정보

 

최정윤's 소소한 서울

골목골목 숨겨진 그녀만의 비밀 아지트 탐방기 Seoul Diary

지은이 최정윤

펴낸곳 (주)페이퍼북

초판 1쇄 인쇄 2012년 3월 12일

초판 1쇄 발행 2012년 3월 15일

디자인 김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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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뒷면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9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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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소설은 2000년 발표작으로 2001년 'SF가 읽고 싶다!' 3위,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10' 3위,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1위에 랭크된 성적을 지니고 있습니다. 온다 리쿠는 미스터리, 판타지, 호러, 종종 SF까지 정확한 장르로 나누지 않고 모호한 경계에서 넘나드는 특이한 작품들만을 써내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이 소설에서는 SF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되어 있어서 더 독특함을 자아냅니다.

 

가상의 '야나쿠라'라는 작은 도시를 배경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언제나 그렇듯 한 청년이 이 새로운 곳을 찾게 됩니다. 그는 인디 밴드를 발굴해 데뷔시키는 일을 하는 쓰카자키 다몬. 미쿠마 교이치로의 부탁을 받고 야나쿠라에 오게됩니다.  이 야나쿠라는 물이 가득한 도시라 수로가 많이 닿아있는 수향도시 입니다.

 

이 도시를 설명하기 위해 상당한 묘사를 곁들이고 있습니다. 온다 리쿠는 영화도 좋아하기에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듯, 이 야나쿠라의 모습을 묘사합니다. 읽다보면 영화의 한 장면을 보듯 야나쿠라를 그려보게 됩니다. 교이치로는 어떤 일로 다몬을 불렀는지 전혀 본론부터 얘기하지 않습니다. 오랜만에 재회한 지인과의 만남일 뿐인듯 이야기는 느긋하게만 진행됩니다. 

 

온다 리쿠는 한 지역이 지니고 있는 지역색이랄까 그 작은 도시의 색깔, 전통성 같은 것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이 작품 전후로도 수 많은, 자칫 비슷해보이는 이야기들을 써왔습니다. 그러나 매번 작품을 읽으면서 전혀 다른 이야기를 그려내는 독특함이 있지요. 이번 소설도 단편적으로 말하자면 그런 방식은 정말 비슷합니다. 작은 도시를 설정하고 그 도시만의 특징과 고향 사람과 타향 사람의 대조적인 면을 통한 서술, 추억을 돌이킨다던가 하는 스타일 말입니다.

 

그러나 이야기는 완전히 다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자면 이 소설 안에 '달의 뒷면'의 해답은 나오지 않습니다. (책 표지 뒷면을 보면 작게 'The Dark Side of The Moon'이라는 설명이 있긴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온다 리쿠의 미스터리 세계는 질문과 정답이 단순하지 않다는 특징도 역시 동일합니다.

 

교이치로가 다몬을 부른 이유는 이 도시에 노인들이 사라졌다가 일정 기간이 흐른 후 돌아온다는 괴상한 사건 때문입니다. 온다 리쿠 소설 안의 나이 든 캐릭터들이 늘상 신중하고 비밀을 간직하고 있듯 다몬을 불러놓고 진상은 정말 천천히 알려줍니다. 그런 과정 덕분에 독자로 하여금 몰입력을 엄청 높이는 작용도 하구요.

 

거기에 이 사건을 본격적으로 조사하는 신문사 기자 다카야스 노리히사가 개입됩니다. 그가 인터뷰한 내용들을 다몬에게 들려주고 이 셋은 사건의 진상에 도달하고자 각자 조사를 하게됩니다. 다몬이 인터뷰 녹음을 통해 들은 기묘한 소리가 첫 힌트가 되면서부터 기묘한 이야기가 점점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교이치로의 딸이자 다몬의 친구인 아이코가 잠시 친정으로 돌아왔다가 이 수사에 휘말리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미스터리물은 단순히 어떤 사건을 통한 해결이나 범인 찾기에 주목하는 면이 있다면 온다 리쿠의 소설은 그보다 좀 더 큰 부분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좀 철학적인 부분이 있지요. 그래서 결정적인 해답을 주는 결말로 끝내지는 않습니다. 이 소설 역시 주제는 그렇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개인을 지키는 것과 큰 '우리'가 되는 것. 그 부분에 대해 생각해보다가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이 소설 속에 나오는 현상이 결국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이렇게 행동하는지 전혀 해답을 주지 않습니다. 소설 속 네 명도 역시 그 해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SF적으로 표현해보자면 지구 정복을 위해 외계인의 침공으로 모든 의식을 지배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온다 리쿠가 자주 써왔던 작은 도시가 가지고 있는 땅의 기억이랄까 땅의 의지 때문에 이 도시를 위한 땅의 의지가 갖는 목적일지도 모릅니다.

 

혹은 이 소설은 성장 소설로 사람이 살아가면서 10대 때는 싫다고 발버둥치던 어른들의 모습, 인생은 다 그런거라는 자조적인 수긍에 대한 면을 이런 식으로 표현 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질감을 갖고 타향에서 적응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아이코가 한계를 느낀 시점에서 돌아오는 것으로 나오는 것과 관련성을 갖고 생각해봤거든요. 자신을 잃은 아이코는 이제는 달라져서 평범하게 시댁으로 돌아가 잘 살겠지요.

 

어쩌면 물이 이 세상을 지배하기 위해서 사람들의 의식을 단일화시켰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SF적으로 회귀하게 되는 결론이지만 SF적이지 않다고 이 소설을 단정할 수 없는 면이 분명 있으니까요. 다몬의 꿈에서 달의 이야기가 단 한번 나오는데 그 부분을 보면 이 이야기는 분명 외계적인 문제라기 보단 지구적인 문제 쪽이 맞지 않나란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왜 제목은 '달의 뒷면'일까. 제가 고민한 결론은 달의 뒷면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면이 어떨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 면이 어떤 영향을 낳을지도 모릅니다. 아이코의 이야기처럼 달이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도 있겠지만 그 해결책이 좋은 면이 될지 나쁜 면이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이 소설 속에서 결국 야나쿠라의 모든 사람은 변화하지만 그 후에 어떻게 변화되고 그 의지는 무엇인지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지구에서 보이지 않는 '달의 뒷면'처럼 그 누구도 보장할 수 없고 예측할 수 없는 미래라고 작가는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까요.

 

그러나 사람이 자신을 잃고 하나가 된다는 것은 분명 제대로된 형태는 아닙니다. 모두가 같을 수는 없습니다. 아이코가 그들의 행동을 발견했을 때 놀란 그 공포감은 누구에게도 절절히 느껴졌을 것입니다. 그러니 어떤 상황이 됐든지 자신을 지켜야한다는 점이 독자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들 독특하다고 생각했고 의지하고 좋아하는 다몬처럼 그 누구에게도 영향받지 않고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지만 그것이 괴로운 것이 아니라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 모습처럼 말입니다.

 

 

 

 

 

 

 

책 정보

 

Tsuki no Uragawa by Onda Riku (2000)

달의 뒷면

지은이 온다 리쿠

발행처 도서출판 비채

1판 1쇄 인쇄 2012년 3월 26일

1판 1쇄 발행 2012년 4월 6일

옮긴이 권영주

coer illust 정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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