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빌려주는 도서관 그래요 책이 좋아요 5
미셸 멀더 지음, 설은정 그림, 김은영 옮김 / 풀빛미디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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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월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것이 멈추고 집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을 때, 나는 식물을 주문하고 화분을 얻어오고 집에 있던 곁가지를 잘라 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집 밖으로 나갈 수 없었던 나는 그렇게 자연을 집 안으로 끌고 왔다.

우리는 자연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마당이 없는 주거형태를 지닌 지역에 살고 있기 때문에 햇볕을 충분히 받지 못해 웃자란 식물들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낀다. <씨앗 빌려주는 도서관>을 읽는 내내 나만의 텃밭이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그렇다고 <씨앗 빌려주는 도서관>이 단순히 씨앗과 식물을 가꾸는 이야기만 하는 책은 아니다. 작은 씨앗 하나하나에 담겨있는 사연과 차마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풀어내며 가족과 가족의 뿌리까지 그 안에 온전히 담아낸다. 초반은 인물들 사이의 갈등에 답답한 느낌이 들면서 주인공 클로에의 기분을 느낄 수 있지만,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할아버지와 아빠 등 다른 가족들의 심정도 각각 이해하게 되며 이야기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덧붙여서, 삽화가 너무 친숙한 분위기여서 신기하다 했더니 그림은 설은정 작가님의 그림이다. 수채화 느낌의 맑은 삽화들도 마음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책의 말미애 서울식물원의 씨앗 도서관을 소개해준 페이지도 정말 좋았다. 조만간 방문해서 씨앗을 빌려와야겠다.

73.p "다시 자전거에 올라타서 계속 연습하는 거야. 그러면 평생 네 힘으로 원하는 곳에 갈 수 있어. 처음 몇 번 넘어지는 게 무슨 대수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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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라 그런 게 아니라 우울해서 그런 거예요 - 십 대들의 우울한 마음을 보듬어주고 자존감을 높여주는 심리 에세이
양곤성 지음 / 팜파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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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생이라면 한 번씩은 들어봤을지도 모르는 말이 있다.

'사춘기라서...'

 우리나라의 양육과 교육은 아이 한명한명에게 초점을 두고 개별화해야 된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양육에 지친 보호자와 많은 학생을 만나야하는 교사들이 지치는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그때마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모든 개별적인 특성을 가릴 수 있는 마법의 문장을 꺼낸다.

"사춘기가 와서 그런지..."


'사춘기'는 참 마법같은 단어이다. 어른들의 시선으로 보는 아이들의 문제행동들을 '어쩔 수 없는 특정 시기의 문제'로 싸악 덮어버린다. 특정 시기에 온다는 것은 그 시기가 지나가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는 전제하에 큰 문제 없이 이 시기를 지나가자는 염원도 담겨있다.


 최근 우리 사회는 우울증과 우울감은 백안시하며 바라볼 것이 아니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것임을 강조하며 널리 알리고 있다. 감기에 걸리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것처럼 우울증에 걸리면 상담과 약물치료를 받으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아이들의 우울까지 보듬어주는 여건은 갖추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 아이들은 반항적이고 반사회적이거나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사춘기이기 때문이다.


 <사춘기라 그런 게 아니라 우울해서 그런 거예요>는 어른들이(그리고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 스스로가) 놓치고 있는 '우울'을 재조명한다.


 우선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여 상황이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 읽는 내내 '나만 그랬던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춘기'라는 단어로 뭉뚱거렸던 동질감과는 다르다. 책을 통해 읽는 이가 자신의 상태를 명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상태가 어떤 것인지 그 실체와 이름을 파악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책 중간중간 자신의 상태를 파악해보도록 자기에 대해 생각하고 직접 적어볼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이 제시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책에는 낙서 하나 없이 깨끗하게 유지하는 편이라서 쓸 일은 없지만 자기의 이야기를 적어나가며 감정을 추스르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단이 되어줄 것 같다.


+추가로, 늘 미소지으며 바라봐주고, 안아주고, 응원하고, 도와주는 쿼카 캐릭터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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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된 아이 사계절 아동문고 99
남유하 지음, 황수빈 그림 / 사계절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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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순이가 나무가 됐다.

2반 현오는 무당벌레가 되어 날아갔고,

3반 수아는 청설모가 됐다던데,

우리 반 필순이는 나무가 된 것이다.


필순이는 왜 하필 나무가 되었을까.

현오나 수아처럼 동물이 되었다면 그 교실을 벗어나기라도 할텐데.


어떤 교실을 들어가더라도 그 해에 나무같은 학생이 한 명은 있다.

가끔은 여학생 한 명, 남학생 한 명일 때도 있다.

교실을 날아다니는 벌레나 학교 안으로 날아든 참새는 학생들의 이목을 끌기라도 하는데

나무같은 그 아이들은 그저 교실에 조용히 뿌리내리고 있다.


내가 학생일 때도 그런 나무 같은 친구가 있었고, 그 나뭇가지를 꺾고 나뭇잎을 떼는 다른 친구도 있었다.

나무가 되어버린 아이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 학생들.

그리고 나도 그 나무를 지키거나 물을 떠다주는 친구는 아니었다.


-


「나무가 된 아이」는 아이들이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아픔과 상처에 환상을 덮어 풀어낸 작품이다.

반쪽짜리 사람이 정상인 세계

무당벌레, 나무로 변해버리는 친구

뇌만 남은 엄마

마녀와 마술

가슴에 구멍이 뚫린 아빠

가면처럼 웃는 친구


동화처럼 읽는다면 으스스한 분위기의 환상적인 이야기라고 치부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누구나 한 번 쯤은 그 환상의 주인공이 되었거나 등장인물을 본 적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무가 된 아이」를 온전히 이해하려면 적어도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은 되어야 좋을 것 같다.

단편 모음이라 두께가 매우 얇은 책이지만 다 읽고나서 후폭풍이 무척이나 길게 온 책이었다.

상처 입고 아팠던 어린 시절이 거의 20여 년 전이어도 마음 한구석이 조여오는 기분이다.


아이들이 혼자 읽고 넘기게 하지 말고 꼭 보호자분들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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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레벨 업 - 제25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작(고학년) 창비아동문고 317
윤영주 지음, 안성호 그림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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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레벨 업> 소개글을 읽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쏟아져나오고 있는 웹소설이었다. 나도 몇 작품은 끝까지 재미있게 읽기도 했고 웹툰화 된 소설도 많아서 학생들이 즐겨찾는 장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래서 '제 25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 수상작'='가상현실','SF동화','VR게임'배경이라는 점이 정말 인상깊게 다가왔다. 내가 좋아하고 재미있게 읽는 장르를 학생들에게도 추천할 수 있겠구나! 싶어서 정말 큰 기대를 하며 읽기 시작했다.

우울하고 감옥같은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어하며 환상적인 가상현실세계에서 행복을 느끼는 선우.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 친구가 된 원지. 두 사람은 보호자의 그늘 아래 있을 수 밖에 없는 아이들이지만 그 아이들이 갖고있는 고민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생각해봤으며 인간이라면 생각해봐야 할 것들이다. 작가는 진짜와 가짜, 삶과 죽음, 자유와 속박 등에 관한 철학적인 의문과 질문들을 어렵지 않게 풀어내고 있다.

139p 논리적으로 완벽하게 설명을 할 수는 없었지만, 마음속 깊은 곳의 무언가가 외치고 있었다.

교육의 목적은 무엇이든 논리적으로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게 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과 삶에 대한 질문, 그리고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지원해주는 것이 교육의 목적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레벨 업>은 흥미를 유발하는 소재와 철학적인 주제의식을 지녀서 학생들이 한걸음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훌륭한 발판이 될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게임 쪽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이라면 보호자와 함께 읽어보고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을 것 같다.

+첫 장에 '화리스탈'이라는 이름을 가진 드래곤이 나와서 이영도 작가님의 <눈물을 마시는 새>에 나오는 '아스화리탈'이랑 이름 비슷하네~ 하면서 읽었는데 작가의 말에 이영도 작가님 언급하셔서 놀랐다 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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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버 드림
사만타 슈웨블린 지음, 조혜진 옮김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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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어디 두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때, 돌이켜 떠올리다보면 내가 어디서 어디로 움직였고 무슨 행동을 했으며 누구와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하나하나 생각이 난다. 하지만 내가 그 물건을 어딘가에 내려놓은 그 순간. 바로 그 순간이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마치 내 모습을 촬영하던 누군가가 그 순간에 카메라 앵글을 돌린듯, 건너뛰기를 한듯. 너무나도 중요한 그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다비드와 아만다는 질문을 주고받으며 기억을 더듬어간다. 모든 것을 아주 자세히 묘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다비드는 끊임없이 '벌레가 생기는 정확한 순간'을 찾아야한다며 아만다에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다그친다.

처음에는 꿈 속에서 느리게 울리고 몽롱하게 대화가 이어지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다비드가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계속 다그치고, 아만다가 구조 거리의 변화 때문에 긴장감을 느끼고 딸 니나가 어디있는지 수없이 묻길 반복하면서 이야기는 점점 빠르고 어지럽게 흘러가는 꿈처럼 느껴진다. 열에 들뜬 사람의 중얼거림처럼.

책을 읽는 내내 다급하지만 느리게 흘러가고 숨이 차오르지만 진공 같은 침묵에 점점 먹히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다비드가 찾던 벌레가 생기는 지점은 어디있는가? 그래서 니나는 지금 어디있는가?

낮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고 가족들 모두 잠든 조용한 밤에만 읽힌 책이었다. 내가 놓친 무언가를 찾으려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기분이었다. 간만에 참으로 으스스한 작품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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