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마지막 질문 - 나를 깨닫는다는 것 다산의 마지막 시리즈
조윤제 지음 / 청림출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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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子曰(자왈) 吾十有五而志于學(오십유오이지우학)하고 三十而立(삼십이립)하고 四十而不惑(사십이불혹)하고 五十而知天命(오십이지천명)하고 六十而耳順(육십이이순)하고 七十而從心所欲(칠십이종심소욕)호되 不踰矩(불유구)호라. 15세가 되어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이 되어 스스로 바로 세울 수 있었으니 마흔이 되어서는 결코 흔들림이 없었고 쉰이 되어서는 하늘의 뜻을 알았다. 예순이 되어서는 귀로 들으면 그대로 이해되었고 일흔이 되어서는 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를 따라도 법도를 넘지 않았노라.


 


공자는 공자였다. 나의 삶은 그의 말대로 되지 않았다, 마흔이 되어 유달리 흔들림이 많았고 쉰이 넘었지만 아직도 하늘의 뜻을 알지 못한다. 그렇다고 이생망, ‘이번 생은 망했노라고 포기하는 것도 해결책은 아닐 듯 하니 어찌해야 좋을까. 생의 절반을 훌쩍 넘어서 내리막길에 접어들어서 다시 고민에 빠졌다.



 

<다산의 마지막 질문>은 저자의 다산의 마지막시리즈 세 번째 작품으로 최종 완결편이다. <다산의 마지막 공부>에 이어 <다산의 마지막 습관>을 읽었기에 <다산의 마지막 질문>을 읽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럼에도 의문이 들었다. ‘다산의 마지막시리즈의 처음이 아니라 완결편인데도 제목이 질문이라니. 왜일까.


 


조선 후기 실학자이자 최고의 학자인 정약용은 그야말로 극과극의 삶을 살았다. 그의 출중한 학식과 재능을 높이 산 정조의 총애를 받아 마흔도 안된 나이에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다산이었지만 일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다. 18년 유배도 모자라 그의 집안은 멸문지경에 이르고 만다. 중심에서 단번에 구석으로 내쳐진 상황이었지만 다산은 민초들의 참상에 눈을 돌리고 본격적으로 책을 써내기 시작한다. 하지만 귀양지에서 그의 건강은 급격히 나빠졌고 아들은 굴복을 권하는 편지를 보내기에 이르렀지만 다산은 단호하게 거부한다.



 

내가 살아 고향에 돌아가는 것도 천명이요,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는 것 또한 천명이다. 그러나 사람의 도리를 닦지 않고 천명만 기다린다면 이 또한 이치에 합당치 않다. 나는 사람의 도리를 이미 다했다. 그럼에도 끝내 돌아가지 못한다면 이 또한 천명일 따름이다. - 19~20

 



다산은 늘 [논어]를 가까이 두고 삶의 지침으로 삼았다. [논어]에 대한 많은 학자들의 주석을 모으고 거기에 자신의 생각을 더해 <논어고금주>를 썼다. <다산의 마지막 질문>은 다산의 [논어]에 대한 생각과 관점을 담은 책인데 구성은 단순하다. [논어]의 한 대목을 원문과 의미를 담고 그에 대한 다산의 생각을 저자가 풀어놓았는데 익숙한 대목이 눈에 띄었다. 가장 먼저 소개된 문장은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로 시작하는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않은가?’는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의미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문구다. 때문에 그것이 무얼 뜻하는지 이미 알면서도 다산의 글은 울림이 있었다.



 

학이란 알기 위한 것이며 습이란 행하기 위한 것이니, ‘학이시습은 지와 행이 함께 나아가는 것이다. 후세의 은 그저 배우기만 하고 익히지 않기 때문에 기쁠 수가 없다 36.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속임을 당하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로워진다(위정)편의 글에서 다산은 배움과 생각의 균형을 강조했다. 배움과 생각이 적절하게 균형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오늘날 우리의 교육은 어떠한가. 중년의 나이에 돌아보니 아쉬움이 많았다. 특히 다산의 초서독서법은 나의 책읽기를 점검하고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을 일러주는 것 같았다. 그런가하면 子謂仲弓曰 犁牛之子 騂且角 雖欲勿用 山川其舍諸(자위중궁왈 리우지자 성차각 수욕물용 산천 기사제)’ (옹야)편의 글에서는 호되게 일갈하는 듯했다. 아비가 착하지 않다고 해서 그의 아들을 매도하는 것은 군자로선 절대 해선 안된다는 것인데 이 말은 반대로도 해석된다는 것. 아버지가 아무리 부와 권력을 가지고 있어도 그것을 부당하게 대물림하거나 자식의 삶에 관여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부모의 경제력이, 부모의 학벌이, 곧 자식의 직업과 학벌이 되는 요즘 세태에 누구나 꼭 새겨야 할 말이 아닌가 싶다.



 

훌륭한 목수는 서툰 목수를 위해 먹줄을 고치거나 없애지 않고, 羿는 서툰 사수를 위해 활을 당기는 기준을 고치지 않는다. 군자는 다른 사람을 가르칠 때 활쏘기를 가르치는 것처럼 활을 끝까지 당길 뿐 시위를 놓지 않음으로써 화살이 튀어나가고 싶게 만든다. - 213

 



책으로 만났던 수많은 이들 중에서 한 명을 만날 수 있다면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두어 달 전 독서모임에서 이런 얘기가 나왔다. 발제자가 토론 말미에 던진 질문에 순간 당황했다. 지금까지 책으로 만난 위대한 저자가 한둘이 아닌데 그중에 딱 한 명만 고르자니 난감했지만 멤버들은 바로 지금만나고 사람을 꼽기 시작했다. <일리아스> <오뒷세이아>의 호메로스부터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세계 최고의 극작가 셰익스피어, 아리스토텔레스 등... 그를 왜 선택했는지 이유도 함께 털어놓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 역사 속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을 한 명 고른다면 누굴 꼽을 것인가. 만약 세종대왕과 정조가 장수를 누렸다면 지금 우리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혹은 과거 역사 속 인물이 되어 하루 동안 살 수 있다면 누구를 택할 것인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서 결정하지 못하고 말았지만 지금 다시 내게 묻는다면 이렇게 말하리라. “삶을 바꿀 것인가, 아니면 계속 지금처럼 살 것인가?”라고 마지막 질문을 던진 다산의 생각과 마음자리를 알고 싶기 때문에 그가 되어 단 하루만이라도 살아보고 싶다고.



 

내 나이 예순, 돌아보니 한 갑자를 다시 만난 시간을 견뎠다. 나의 삶은 모두 가르침에 대한 뉘우침으로 보낸 세월이었다. 이제 지난날을 거두어 정리하고, 다시 시작하고자 한다. - 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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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마지막 서점
매들린 마틴 지음, 김미선 옮김 / 문학서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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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책. 이것만큼 어울리지 않는 것이 있을까. 무자비하고 참혹한 전투가 이어지는 전쟁과 조용히 책장을 넘기며 몰입하는 독서는 정반대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결코 한데 묶을 수 없다고 여겨지지만 예측은 여지없이 깨어지고 말았다. 오래전 황석영 작가의 강연회에서 들었던 얘기가 생각난다. 작가는 한국전쟁 때 대구로 피난 갔었는데 모든 것이 부족하던 시절에도 어머니께선 <걸리버 여행기><소공자>를 사다주셨다고. 총성과 폭격이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책을 인쇄하고 출판하고 또 그것을 읽는 것이 가능한가 싶었지만 그래서 더 기억에 남았다.


 

전쟁과 책. 어쩌면 이 둘이야말로 함께 있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전쟁터로 간 책들>에서는 2차 대전이 한창이던 때 나치 독일에 대항하고 군인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책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고 전시 도서 진중문고를 보급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군인들이 배낭이나 주머니에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도록 제작된 페이퍼북은 당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에서는 내전이 끊이지 않는 시리아에서 정부의 무자비한 진압과 학살로 공포 속에서 살아가던 다라야 시민들이 폐허 속에서 찾아낸 책을 모아 만든 비밀 지하 도서관을 포탄을 피해 드나들면서 희망을 발견해나가는 모습을 이야기한다.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사람들로 하여금 삶의 본질을 돌아보게 하는 것은 바로 책이었다.

 

 


그레이스는 늘 런던에서 사는 날을 꿈꿨다. 그리고 그 꿈은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이루어졌다. 낡은 여행가방을 들고 친구 비브와 함께 런던에 도착한 그녀는 곧장 브리튼가로 향한다. 그녀의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삼촌네에서도 쫓겨나는 지경에 이르자 엄마의 친구인 웨더포드 아주머니에게 방을 빌려서 지내기로 한 것이다. 거기다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에번스 씨의 가게에 일하게 되는데, 그곳이 하필 서점이었다. 책에 대한 지식도 책을 읽어본 적도 없었던 그레이스는 실망감을 안고 서점 [프림로즈 힐]을 찾아간다. 하지만 우중충한 외관, 음울한 실내 분위기, 책장 가득한 먼지. 그리고 일하고 싶다는 그레이스에게 퉁명스럽게 대하는 에번스씨. [프림로즈 힐]과는 처음부터 모든 것이 삐걱거렸다. 런던에서 살기 위해 일자리가 절실했던 그레이스는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보조 점원으로 일하게 된다.

 



책에 대해 알지 못하면서 서점에서 일하게 된 그레이스. 그녀의 서점 근무는 첫날부터 우왕좌왕이었다. 에반스씨는 아무 일도 하지 말고 있으라고 했지만 책장의 먼지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던 그레이스는 먼지를 털어내기 시작하지만 이내 감당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고 그런 가운데 서점을 찾은 손님이 그녀에게 책의 위치를 묻는다. 서가의 위치를 몰라 당황하던 그녀는 다른 손님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게 된다. 어렸을 때부터 [프림로즈 힐]에 자주 왔었다는 그는 책 읽을 시간이 많지 않았다는 그레이스에게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추천한다. 먼지를 흠뻑 뒤집어쓰고 집으로 돌아온 그레이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게 된다. 불길한 예감, 바로 전쟁다.

 



피난을 가고 징집이 이루어지고 등화관제와 공습....전쟁 중에 책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그럴수록 더욱 책은 필요했다. 사람들에겐 즐길 거리가 필요했다. 그레이스는 삼촌네 가게에서의 경험을 되살려서 서점에 손님을 더 끌어모으기 위해 노력하는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보면서 느낀 것이지만) 금방 끝날 거라 예상했던 전쟁은 몇 년이고 계속됐다. 평범한 일상은 전쟁으로 인해 송두리째 무너지고 말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사람들은 참혹한 전쟁의 공포를 이겨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전쟁으로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 친구 그리고 이웃을 떠나보냈고 삶의 터전마저 잃었지만 절망 속에서도 실낱처럼 가느다란 희망을 찾기 위해 그들은 서로 위로했다. 그레이스가 낭독하는 것을 듣기 위해 사람들은 서점으로 모여들었고 끊임없이 책을 읽어나가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책이 지닌 무한한 이야기의 힘이란 게 어쩌면 이런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첫 두 문장을 읽을 때에는 혀가 꼬였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렸을까 불편한 마음을 의식했다. 그리고 저 멀리 어딘가에서 폭탄이 터져 굉음이 그레이스의 마음을 마구 어지럽힐 때에는 어디까지 읽었는지 잊어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군중들의 얼굴이 사라지고 오로지 이야기만 머릿속에 들어왔다. 그녀의 세상은 도로샤의 세상속으로 휘감겨 들어갔다. - 269

 


 

제인 에어가 그녀의 무릎 위에 놓여 있었다. 이는 모두를 하나로 묶어주는, 전쟁과 위험에 맞서 그들을 통합하는 상징이었다. 제인 에어에게는 용기가 있었다. 자신과 맞닥뜨린 그 모든 것에 대처할 수 있는 엄청난 용기가. 그리고 그레이스도 그 순간 책 속의 주인공으로부터 많은 용기를 끌어내고자 했다. - 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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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가 들려주는 물리학 이야기 - 45인의 물리학자가 주제별로 들려주는 과학지식
다나가 미유키 외 지음, 김지예 옮김, 후지시마 아키라 감수 / 동아엠앤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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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알람 소리에 잠을 깨서 깊은 밤 전등을 끄고 잠자리에 들기까지 우리의 일상은 온통 과학이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물리학의 눈부신 업적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야 할까.


 

매일 아침 단잠에 빠진 우리를 깨우는 건 휴대폰 알람이나 자명종 시계의 시끄러운 소리가 아니라 휴대폰과 자명종 시계에서 퍼져나온 파동에 의한 것이거나 라디오의 주파수를 맞추려고 채널을 돌릴 때 들리는 지지직...하는 잡음에는 먼 우주에서 폭발한 성운이 내는 소리가 섞여 있다는 것. 가장 놀라운 것은 사람이 모두 외출해서 조용한 상태의 집도 알고 보면 그 속에 소란스러운 움직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간혹 창문이 모두 닫힌 상태인데도 벽에 걸린 액자가 갑자기 바닥에 떨어진다거나 건조대의 그릇이 달그락 소리를 내서 깜짝 놀라곤 하는데 어찌보면 소름이 돋는 그런 상황까지도 모두 과학 현상으로 설명이 된다. 하지만 인간의 눈에 띄지 않을 뿐이어서 우린 그저 정적이라고 말할 뿐.


 

<물리학자가 들려주는 물리학 이야기>는 물리학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13가지 주제(역학·, 대기압과 진공, 온도, 열역학, ·, 소리, 전류, 전자파, 방사선, 양자 역학, 원자, 자기와 전기, 소립자)를 선정하여 각각의 주제마다 공로를 세운 물리학자와 그들이 거둔 성과, 영향에 대해 다루고 있다. 학창시절 과학시간에 배운 부분도 있지만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것도 많았다.


 

이를테면 [1장 역학(운동)]편에서 아리스토텔레스, 갈릴레이, 데카르트를 소개하면서 역학의 큰 흐름을 간단하게 짚은 다음 세 명의 인물이 무엇을 연구했는지 설명하는데 여기서 의문이 들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면서 자신의 존재를 끊임없이 의심했던 철학자 데카르트가 물리학과 무슨 연관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에 저자는 데카르트가 물리학을 폭넓게 연구했지만 실험과 검증을 거쳐 증명한 것이 아닌 사색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어서 엄밀히 따지자면 근대 과학자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에 비해 [2장 대기압과 진동]편에 소개된 파스칼은 완전히 다르다. 그도 역시 데카르트처럼 철학자였으나 수학과 과학에 있어 확실한 업적을 남겼다. 17세기 당시 종교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직접 실험을 통해 진공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자동차의 브레이크 역시 파스칼의 원리를 활용한 것이고 타이어의 공기압을 측정하는 단위도 파스칼을 사용하고 있다니 역시 파스칼은 천재란 생각이 든다.


 

13개의 주제를 15개의 장으로 나누어 각 장마다 세 명씩, 모두 45(뉴턴이 중복되어 44)의 과학자와 그들의 연구성과를 만날 수 있는데 사진과 그림이 곁들여져 있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고대부터 21세기 현대에 이르기까지 기나긴 물리학의 역사를 280여쪽의 책으로 모두 설명하기란 불가능하다. 이 책은 간단한 흐름을 파악하는 정도로 접근하면 좋을 것 같다. 저자가 소개한 과학자들 중에서 특별히 관심이 가거나 호기심이 생기는 부분은 본문 뒤에 수록해놓은 색인과 참고문헌을 참고해서 조금씩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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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 : 서양 편 - 지리로 ‘역사 아는 척하기’ 시리즈
한영준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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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4,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수도에 미사일 공격과 지상군을 투입하면서 침공을 가했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를 추구한다면서 이에 만약 다른 나라가 간섭할 경우 즉각 보복할 것이며 특히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인 나토에 가입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마치 자신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군사시설을 다수 파괴했고 그로 인해 수많은 민간인이 목숨을 잃거나 고향을 떠나는 것을 보면서 전세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과 비서방국가 간이 다시 신냉전을 벌이는 계기가 되었으며 두 나라의 지정학적인 갈등이 주변 국가로 연쇄적인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먼나라에서 벌어지는 전쟁으로 치부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보니 궁금해졌다. 우크라이나는 어떤 나라인가. 러시아는 왜 우크라이나에 침공을 가하는 결정을 내렸을까.



 

나의 궁금증을 간단하게 풀어준 이가 있었는데 바로 [두선생의 역사공장]이라는 유투브 영상이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지도상의 위치를 시작으로 지리적 여건과 환경이 어떠한지 그로 인해 어떤 점에서 차이점을 드러낼 수 밖에 없었는지 설명해주었다. 마치 학창시절 선생님의 열정적인 수업을 듣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역사를 공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번거롭더라도 일일이 지도를 찾아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었다.

 



얼마전에 출간된 <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 서양편>은 부제가 인상적이다. [지리로 역사를 아는 척하기시리즈], 두선생의 역사공장 유투브를 접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아마 이이런 의문을 가졌을 것이다. 지리로 역사를 아는 척 하는 게 가능하냐고. 역사 지식이 아니라 그저 아는 척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고. 하지만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책은 다섯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먼저 중동을 시작으로 유럽, 미국, 중남미를 거쳐 아프리카로 마무리하고 있는데 각 챕터마다 해당 지역의 자연지리와 역사, 인문지리에 대해 풀어낸 다음 챕터 정리로 한 번 더 짚는 방식이다. 이를테면 중동편에서 가장 먼저 언급하는 것이 왜 중동으로 불리게 되었는지에 대한 것인데 유럽의 시각에서 만들어진 용어라고 한다. 중동 대신 메나’ ‘남아시아와 아프리카로 부르자는 주장도 있을만큼 이 지역은 지리적 위치나 민족 구성, 종교에 이르기까지 복잡하고 그만큼 다양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중동에 속하는 각 국가의 지리적인 여건을 짚은 다음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중동의 여러 나라가 왜 끊이지 않는 충돌을 일으키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예전에 종교에 대한 책에서 종교로 인한 중동 국가 간의 첨예한 갈등을 알게 됐는데 지도가 더해져서 시각적으로 접하니 이전보다 더 이해하기가 수월했다.



 

지구는 크게 육지와 바다로 나뉜다. 그리고 육지는 강과 호수, 평야와 산맥, 사막 등 지역마다 다른 환경을 갖고 있는데 여기에 인간이란 요소가 더해지면서 더욱 복잡한 상황이 빚어지게 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종합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바로 역사인데 그 출발이 바로 지리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지리를 아는 것만으로 모든 역사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학창시절 닥치고 암기하는 과목으로 여겼던 역사를 지리적인 면을 살펴보면 그 속에 숨겨진 과거의 사람들과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연결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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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풀한 실전 과학 토론 - 39가지 논제로 ‘과학 토론, 수행 평가’ 완전 정복! 특서 청소년 인문교양 13
남숙경.이승경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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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초등학생일 때 어린이날이 있는 5월 다음으로 4월을 좋아했다. 뭐든 조립하고 만들면서 놀기를 즐기던 녀석들은 학교에서 4월 과학의 달을 맞아 진행하는 행사를 손꼽아 기다렸다. 물대포 쏘기 대회, 글라이더 날리기 대회, 로봇경주대회, 로봇 배틀 같은 행사는 내겐 묻지도 않고 무조건 참가해야 한다던 아이. 현장에서 직접 조립하고 진행되는 행사의 특성상 그날의 컨디션이나 날씨에 따라 대회 성과가 좌우되니 부모는 애가 탈 수밖에 없는데 정작 아이들은 아예 신경도 쓰지 않았다. 중학생이 된 아이에게 친구들과 과학토론대회를 준비해보면 어떠냐고 했을 땐 아이는 단칼에 거절했다. 말을 잘 못 하는데 어떻게 토론대회에 나가냐는 거였다. 토론대회를 위해 미리 책을 읽고 준비해두면 어떠냐고 제안 했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 한마디로 끝이었다.


 

토론은 찬성과 반대의 입장으로 나뉘는 주제에 대하여 각각 서로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하여 근거를 들어 자기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펼치는 말하기이다. 아이는 토론의 특성 중 말하기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사실 토론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해줄 확실한 근거를 준비하는 게 아닐까. 일상에서 토론할 기회를 자주 접하지 못한 아이에게 토론은 무조건 어렵고 복잡한 것이겠지만 그래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어떤 것이든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리는 건 아닌가 해서.

 


<파워풀한 실전 과학 토론>은 제목 그대로 토론, 그것도 주제가 과학인 토론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의 구성은 크게 과학 토론 개요서를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PART 1, 최근 4년 간 전국 학교에서 펼쳐진 토론 대회에서 출제된 논제를 묶어놓은 PART 2, 과학토론준비 과정을 점검해볼 수 있는수 있는 PART 3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PART 2에는 [생명공학, 인공지능, 온난화/에너지, 생태/환경, 지구 과학/과학 기술]처럼 영역을 나눈 다음 구체적인 논제를 소개해놓았는데 눈에 띄는 대목은 개요서 작성하는 과정을 자세하게 짚어놓은 거였다. ‘생각 열기 생각 확장하기 생각 채우기 생각 키우기 생각 정리하기 생각 적용하기 생각 구체화하기를 거친 다음 개요서 쓰기를 하라는 것이다.


 

사실 논리적인 언변을 겸비한 아주 일부의 사람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은 토론에 대해 높고 견고한 진입장벽을 느끼는데 그 이유가 어쩌면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풀어낼 자신이 없기 때문은 아닐까. 나 역시 마찬가지기에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지만 그럼에도 그것이 이유의 전부는 아니란 생각이 든다. 아마도 가장 큰 원인은 해당 주제에 대한 지식이나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은 아닐까. 때문에 주제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있는 사항과 정보들을 꼼꼼하게 취합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그에 대한 자신의 관점이 드러날 것이고. 자신의 생각을 다듬어가면서 개론서를 작성하다보면 토론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털쳐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저자는 본문에 최근 4년간 전국의 여러 학교와 제단에서 진행한 과학토론에서 제시된 논제를 수록해놓았다. 그중에서 온난화와 에너지에 대한 논제는 꼭 짚어봐야할 부분이다. 기억하고 있는 이들도 있을거라 짐작되는데, 얼마전 대선후보의 첫 TV토론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이 나왔다. "RE 100을 어떻게 대응"하겠느냐는 질문에 상대후보는 '그것이 무엇이냐, 모르겠다. 가르쳐달라'고 도리어 질문자에게 되물어보는 촌극이 빚어졌다. RE 100, '리뉴어블에너지 100%'를 뜻한다. 석탄이나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 대신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만들어서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 발생을 줄임으로써 기후위기에 대응하자는 것이다. 이에 세계적인 다국적기업은 참여를 선언했고 그 중엔 이미 RE 100을 달성한 나라도 나온 상황, 근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현저히 부족한 수준인데 거기에 탄소국경조정으로 인해 해외에 물건을 수출을 하려면 패널티 같은 관세를 내야 한단다. 그에 대한 준비는 어느 정도까지 진행되고 있는지 심히 우려가 되는 상황이다. 이에 저자도 태양광이나 풍력을 이용한 에너지와 신재생에너지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만 내용이 너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거기다 탈원전에 대해서 원전이 갖고 있는 위험성 보다 탈원전으로 인한 문제점을 더 비중있게 다루고 있는 점도 마음에 걸린다. 만에 하나 원전사고가 터졌을 때의 위험과 원자력업계 종사자의 실직을 동일선상에 두고 비교할 수 있는 것인지 강한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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