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 - 30년간 정신과 의사로 일하고 15년간 파킨슨병을 앓으며 비로소 깨달은 인생의 지혜 42
김혜남 지음 / 갤리온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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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루를 돌아보게 만드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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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멋진 문장이라면 - 필사, 나를 물들이는 텍스트와의 만남
장석주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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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줄곧 마음속에 계획만 할 뿐, 실천하지 않은 것이 있다. ‘필사’가 그것이다. 아무리 바빠도 하루에 한두 시간은 꼭 책을 읽는데 책읽기가 백 미터달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가속도가 붙는다. 그럴 때 예전엔 골을 목전에 둔 것처럼 막판 스퍼트를 냈지만 요즘은 되도록 잠깐이라도 책을 덮으려고 노력한다. 책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행간에 담긴 의미를 놓치진 않았을까 고민하고 책 속에 담긴 문장을 몇 번 나지막하게 소리 내어 읽기도 한다. 제일 좋은 것은 마음에 드는 문장을 직접 손으로 써보는 거지만 그럴 상황이 아닐 때도 많아서 나중에라도 옮겨서 쓸 요량으로 포스트잇을 붙여두는데 대부분의 경우에는 바로 이 단계에서 그치고 만다. 짧은 문장이라도 노트에 베끼어 쓰는 것, 필사(筆寫), 난 왜 이렇게 시작하는 게 어려운지...

 

이것도 일종의 트랜드인가? 싶을 정도로 필사를 위한, 필사하기 좋은 책들이 자주 출간되고 있다. 누군가가 여러 분야의 글 중에 일부를 추려내어 놓은 책이 있는가 하면 글의 분위기를 켈리그라피로 한층 끌어올린 다음 그걸 옆 페이지에 그대로 따라 쓰면 되도록 편집된 책도 있다. 오, 이거 괜찮네, 싶어서 솔깃해지지만 매번 이내 시들해졌다. 내 마음을 울린 글이 아닌 다른 이가 추려놓은 글이라는 것도 연필이 아닌 이상 한 번 쓰면 돌이킬 수 없는 공간에, 거기다 가족이라 할지라도 나 아닌 다른 이가 볼 수도 있는 책에 무언가를 적고 싶진 않았다. 필사를 한다면 그건 오직 내 마음의 움직임이 느껴질 때 일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장석주’란 이름 앞에 서고 보니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시인이자 수필가이고 독서광이자 출판인이기도 한 그를 난 좋아한다. ‘누가 지금/문 밖에서 울고 있는가./인적 뜸한 산 언덕 외로운 묘비처럼/누가 지금/쓸쓸히 돌아서서 울고 있는가’(‘애인’)처럼 그의 시는 수시로 가슴을 울렸고 ‘나는 부지런히 책을 구해 읽었으니, 이것은 책으로 유폐하는 것이요, 책으로 망명하는 것이고, 책속의 위리안치였다. 나는 기꺼움으로 그 운명을 받아들인다.’는 글을 보면서 나태함을 일깨우기도 했다. 그런 그가 ‘필사를 위한 책’을 출간했다. 장석주가 엮은 <이토록 멋진 문장이라면>, 결코 뿌리칠 수 없는 반가운 유혹이다.

 

필사는 느린 꿈꾸기이고, 나를 돌아보는 성찰이며, 행복한 몽상이다. - 서두에

 

책읽기가 다른 어떤 것보다 가장 우아한 현실도피였다는 그는 힘든 시절을 보낼 때 니체와 단테의 문장에서 잃어버린 길을 찾은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쉬지 않고 읽은 글을 모두 다 기억하지 못하지만 ‘명문장은 지혜와 인생의 정수를 함축된 구조 속에 담아’내기에 때론 거울처럼 우리 내면을 비춰준다는 것이다.

 

명문장을 베껴 쓰는 일은 그 작가에 대한 오마주다. 베껴 쓰기는 교감을 나누는 것이다. 아울러 문장에 깃든 정신과 기품을 닮으려는 능동적인 마음의 발로를 보여준다. - 10쪽. 머리말 중에서

 

책은 장석주가 읽었던 무수히 많은 시와 소설, 수필 등의 글 중에서 마음에 되새길 만한 명문장을 다섯 개의 부분(감정을 다스려주는, 인생을 깨우쳐주는, 일상을 음미하게 해주는, 생각을 열어주는, 감각을 깨우는)으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한 페이지에는 그가 추려놓은 글이, 그 옆의 나머지 한 페이지는 여백이 있어서 책을 보면서 소개된 글을 직접 쓸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서툴더라도 완벽하지 않아도 일단 연필을 들고 써 보라고 옮겨 놓은 글에는 이태준의 [무서록], 함민복의 [미안한 마음], 신영복의 [처음처럼], 박형준의 [저녁의 무늬],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고독의 즐거움],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말테의 수기] 등이 있다. 때론 짧은 문장, 때론 긴 문장을 만나기도 하는데 명문장에 주눅이 드는 걸까? 기억해야 할 것들을 되도록 빨리 메모하는 것에 오래 길들여져서일까? 빈 공간에 나의 필체로 쓴다는 건 솔직히 아직 낯설기만 하다. 하지만 언젠가 머지않은 날에 내면을 비춰보고 마음을 돌아보듯 한 자 한 자 정성껏 꾹꾹 눌러쓰기에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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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아티스트
스티브 해밀턴 지음, 이미정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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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송프로그램에서 외국 출연자들에게 ‘투명 망토가 있다면 뭘 하겠느냐’고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그때 “여탕에 가고 싶다.”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어떤 사람은 “은행에 가서 돈을 마음대로 갖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우리나라 사람에게 ‘투명 망토가 있다면 뭘 하겠느냐’고 물었어도 아마 비슷한 대답이 나왔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화 속 상상의 이야기로 만나는 ‘하늘을 나는 카펫’이나 ‘투명 망토’처럼 만약 자신에게 다른 이와 다른, 매우 희귀한 특별한 물건이 있다면, 혹은 아주 특별한 능력이 있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떤 능력, 어떤 물건이냐에 따라 취하게 될 행동이 다르겠지만 그것이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건 확실하다.

 

‘아직 날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가 있다. 그는 1990년 여름,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의 주인공인 여덟 살 소년이 바로 자신이라면서 이렇게 말한다. 그때의 사건으로 사람들은 자신을 ‘기적의 소년’이라 불렀으며 위로와 용기를 북돋워주는 편지와 카드를 보내주었다고.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응원의 메시지를 받았지만 그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주황색 죄수복을 9년 동안 입고 있는 상황이니까. 그는 문득 생각한다. 난 도대체 그동안 뭘 했던 걸까? 자신이 말문을 닫고 살아야했던 이유를 되짚어봐야겠다고. 

 

자, 정신 바짝 차리길.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이야기, 한때 '기적의 소년'이었던 내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할 테니까. '밀포드의 벙어리' '희대의 총아' '어린 유령' '새파랗게 어린 아이' '금고털이' '자물쇠 예술가'. 이것들은 전부 다 나를 따라다녔던 이름이다.

하지만 그냥 마이클이라고 불러줬으면 좋겠다. - 13~14쪽.

 

마이클은 9년 전 끔찍한 사건에서 다행히 살아남았지만 그 충격으로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게 되어버린다. 가족을 잃은 마이클은 삼촌과 함께 지내면서 정신과 치료와 상담을 받게 된다. 그러다 어느 날 밤, 삼촌의 주류점에 들어선 남자를 보자마자 마이클은 심상치 않은 일, 남자가 강도로 돌변하리라고 예감한 것이다. '의사소통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도 마이클은 제대로 적응하기는커녕 더욱 괴로워한다. 그가 관심을 갖는 것은 오직 낡은 자물쇠였다. 녹슬고 낡은 자물쇠를 관찰하고 그걸 여는 방법을 터득해가면서 마이클은 희열을 느끼기 시작한다.

 

가끔씩 이런 생각이 든다. 주류점 뒷방 문의 낡은 자물쇠가 아니었다면 내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 드디어 자물쇠 여는 법을 완전히 익혔을 때…… 그 느낌이 어떤지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 68쪽.

 

어린 시절의 엄청난 충격으로 말을 잃은 마이클. 그는 어떤 자물쇠라도 단번에 여는 재능이 있지만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마이클이 어밀리아라는 소녀를 마음속에 담고 그녀의 아버지가 사업이 난관에 부딪치면서 상황은 마이클이 생각지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간다. 범죄조직이 마이클의 능력을 알게 되면서 결국 금고털이 생활을 하게 되는데...

 

<더 록>이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미국의 알카트라즈섬을 찾은 관광객을 인질로 삼아 살상가스를 발사하겠다는 무리를 제압하기 위해 생화학무기 전문가와 알카트라즈 감옥에서 유일하게 탈출한 이력이 있는 죄수가 팀을 이뤄 가까스로 위기를 넘기는 영화였는데 난 처음엔 이 영화가 락음악에 관한 건줄 알았다. 그런데 <The Rock>이라는 제목을 보고서야 처음의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됐는데 이번에도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 ‘아티스트’라는 단어 때문이었는지 처음엔 이 책 <록 아티스트>가 락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일거라 생각했는데 <The Lock Artist>라는 원제와 ‘세상 모든 자물쇠를 여는 손’이라는 부제를 보고서 아차, 했다. 하지만 재미는 때로 의도하지 않은 것에서 얻어지는 법. 이번이 그랬다. 스티븐 해밀턴이라는 작가를 알게 된 것만도 큰 소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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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질문들
김경민 지음 / 을유문화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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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이 세상을 바꾼다. 믿겨지시나요? 최근에 출간된 <세상을 바꾼 질문들>에서는 16세기 이후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세상에 큰 변화를 가져온 인물들을 꼽아 그들이 어떤 질문을 품었는지, 자신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이야기 하는데요. 평소에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의문과 질문들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때로 세상을 바꾸기도 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책에는 총 열다섯 명의 인물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제일 먼저 소개되어 있는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는 해부학자로서 당연한 의문을 제기한 인물로 꼽힙니다. ‘왜 인체 해부학 연구는 실제 해부를 바탕으로 하지 않는 걸까?’인데요. 지금 생각해봐도 인체해부학 연구를 실제 해부를 바탕으로 하지 않았다니 이해가 안 되지요? 그렇지만 당시엔 그것이 당연한 일이었다고 합니다. 2세기 그리스 출신의 의사 갈레노스가 남긴 방대한 양의 의학서적이 마치 성경처럼 의학 교과서로 여겨지고 있었는데요. 여기에 어렸을 때부터 해부에 관심이 많아 작은 동물들을 해부하면서 자란 베살리우스가 의문을 품습니다. 갈레노스 연구의 상당부분에 오류가 있는데다가 해부학 수업에서조차 교수가 직접 해부를 하지 않고 이발사가 시체를 해부하자 실망감을 느낍니다. 급기야 두 번째 해부학 수업에서 베살리우스는 이발사의 손에서 메스를 뺏어 직접 해부를 하게 되는데요. 이는 권위를 중요하게 여긴 당시의 의학계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옵니다.

 

인문고전도서 추천목록에서 항상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군주론>. 그 <군주론>을 읽으려고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번번이 도중에 포기하고 말았던 쓰라린 기억이 있던터라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어떤 인물인지 궁금했는데요. 피렌체 공화국의 서기관이자 외교관이었던 마키아벨리가 가진 의문은 ‘군주는 반드시 선하고 도덕적이어야만 하는가?’입니다. 이것 역시, “당연하지!”라고 말하고 싶지만 당시 이탈리아의 상황을 고려하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외세의 침략과 내부 분열로 인해 오랫동안 혼란이 이어지자 그는 이탈리아가 통일하여 나라가 부강해지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도자상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획득한 권력을 잘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다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능력에 초점을 맞춘 거죠. 때문에 그의 <군주론>은 냉혹한 정치세계의 단면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기도 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21세기인 지금도 <군주론>을 읽어야 된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여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트로이 전쟁은 정말 책 속의 이야기일 뿐일까?’ <일리아스>를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품게 되는 의문이 아닐까 하는데요. 하인리히 슐리만은 어린 시절 역사책에서 트로이 전쟁을 읽고 그것이 사실이라고 굳게 믿게 됩니다. 트로이의 거대한 성벽이 어딘가에서 오랫동안 묻혀 있을거라 여기고 언젠가는 그것을 자신이 꼭 발견하겠노라고 다짐하는데요. 1871년 10월, 트로이 유적발굴을 시작해서 20여 년 간 일곱 차례에 걸쳐 발굴작업을 진행합니다. 그 과정에서 발견한 유적과 보물들로 인해 슐리만은 세계적으로 유명해지지만 그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컸습니다. 오로지 트로이의 유적을 발견하는데만 몰두한 나머지 그 이외의 유적은 오히려 손상시켰다는 건데요. 비록 고고학적으로 과오를 남기기도 했지만 슐리만이 트로이를 발굴하려는 꿈을 이루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한 점은 오늘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여겨집니다.

 

이 외에도 프랑스 혁명을 도모했던 막시밀리앙 드 로베스피에르, 여성의 권리를 세우는데 앞장섰던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루트비히 반 베토벤, 찰스 다윈, 현대 무용의 창시자라 불리는 이사도라 던컨, 단순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패션의 새로운 변화를 가져온 코코 샤넬, 추리소설가 애거사 크리스티, 알제리 독립운동에 헌신한 정신분석학자이자 사회철학자 프란츠 파농, 문화인류학자 마거릿 미드, 에드워드 사이드, 크레이그 벤터 를 소개하면서 그들이 어떤 질문을 던지게 되었으며 그것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어 놓았는지 풀어놓았는데요. ‘인간이 화성에 살 수는 없을까?’란 질문을 던진 일론 머스크가 인상적이었어요. 그는 테슬라 모터스와 스페이스엑스 CEO이자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인 토니 스타크의 실제 모델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그의 화성 탐험에 대한 열정은 실로 눈부실 정도더군요. 미래의 설계자라 불리는 일론 머스크, 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0년이었죠. 서울 G20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마지막 질문을 개최국인 우리 한국의 기자들에게 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아무도 없나요?”라며 한국 기자들에게 몇 번이나 질문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선뜻 손을 드는 한국 기자는 없었지요. 기자회견은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그때 한 기자가 일어납니다. ‘아, 이제야!’하고 생각했지만 정작 그는 한국 기자가 아니었습니다. 중국기자 한 명이 “중국인이지만 아시아를 대표해서 질문하겠다”며 나선 건데요. ‘한국 기자에게 질문권을 줬다’는 오바마와 ‘한국 기자가 괜찮다면 되지 않느냐’는 중국 기자가 실랑이 벌이는 장면을 인터넷으로 보면서 부끄럽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참, 씁쓸하더군요. 다른 나라도 아니고 우리나라, 그것도 수도인 서울에서 열린 행사에서 우리의 언론을 대표하는 기자들이 왜 아무도 질문을 하지 않았던 걸까? 아니, 못했던 건가?

 

질문에 대해선 대학생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우리나라 대학에서 연구, 강의를 하거나 여러 기관의 요청으로 초청강연을 한 세계의 석학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바로 “질문하지 않는 한국 학생들에 놀랐다”는 겁니다. "한국의 기술 수준과 인구 규모를 생각하면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10명은 나왔어야 한다"고 말한 노벨 화학상 수상자 아론 치에하노베르 교수는 지나치게 호기심을 억누르고 도전을 꺼리는 우리의 문화가 창의성을 저해한다고 하는군요. 학생들에게 교육할 때도 정답을 빨리 찾는 것에 중점을 두지 말고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서 상상하고 질문을 던져서 스스로 답을 찾아낼 때까지 고민을 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는데요. 두 아이를 기르면서 지금까지 나는 어떻게 해왔던가, 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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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두고 읽는 니체 곁에 두고 읽는 시리즈 1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정은 옮김 / 홍익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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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대학 신입생일 때였어요. 음악감상실에서 클래식을 듣다가 전주 부분에서 귀가 뻥 뚫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귀 기울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정도의 낮은 음에서 시작해서 서서히 높은 음으로 확장되는 사운드가 마치 짙은 어둠이 가득한 곳에서 서서히 빛이 비치다가 어느새 사방이 밝은 빛으로 가득 차오르는 느낌이랄까요? 사방이 온통 어둠으로 뒤덮인 곳에서 길을 찾지 못해 헤매다가 일출을 맞이하는 것처럼, 고대의 암흑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을 때 어디선가 짠~하고 영웅이 등장하는 것처럼 가슴이 벅차오르는, 웅장하고 스케일이 큰 그런 음악이었는데요. 처음 듣는 음악이지만 단박에 감동을 받은 그 곡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중에서 제 1곡 서주부분이었습니다. 그렇게 처음 만났습니다. 차라투스트라를.

 

그리고 몇 년 후 또 하나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알게 되었습니다.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책을 읽고 그 사상에 끌리고 감동을 받아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작곡하게 되었다는 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그렇게 웅장한 곡을 작곡하는데 영감을 주는 원동력이 되었을까 궁금한 마음에 바로 책을 구입했는데요. 처음 시작할 때의 호기가 무색할 정도로 아직도 읽지 못하고 있답니다.

 

<곁에 두고 읽는 니체>를 보는 순간 대책 없는 열정만이 가득하던 20대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읽으려고 구입했지만 어느샌가 기억에서 멀어지고 책장마저 누렇게 변해버린 니체의 책 한 권이. 언젠가 읽어야지 하면서도 그 언제가 언제일지 알 수 없는 혼란과 모호함으로 기억되는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저자가 사이토 다카시가 아니었다면 <곁에 두고 읽는 니체>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믿고 보는 사이토 다카시의 책이고,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니체의 말’이라는 부제가, 작은 등불이 어둠을 밝히는 표지 사진이 저를 이 책 <곁에 두고 읽는 니체>의 곁에 다가서게 만들었습니다.

 

‘니체는 내 평생의 친구다.’

<곁에 두고 읽는 니체> 프롤로그의 첫 문장입니다. 이어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것도 가벼운 관계가 아니라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찾게 되는 영혼의 벗’이며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평소에 항상 곁에 두고 보며 삶의 지표로 삼고 있는 동반자 같은 책‘이라고 털어 놓는데요. 단 몇 개의 문장을 읽으면서 저자가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릅니다. 니체는커녕 그의 책 한 권도 제대로 읽지 못했는데 저자는 철학자 니체를 영혼의 벗이며 동반자처럼 여기면서 살아가고 있다니. 난 언제쯤 그럴 수 있을까...회의가 들기도 했는데요. 저자의 주변에는 아마 저 같은 이들이 많은가 봅니다. 매일 정신없이 살아가다보면 언제든 높은 장벽을 만나게 되고 온갖 어려움에 마주하게 되는데요. 그럴 때마다 혼란의 도가니에 빠져 허덕이지 말고 니체의 문장, 말을 되새기며 힘을 얻으라고 조언을 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경구(警句)나 격언(格言), 금언이나 잠언(箴言) 등을 일컫는 말로써 인생의 깊은 체험과 깨달음을 통해 얻은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적으로 나타낸 짧은 글을 ‘아포리즘’이라고 하는데요. 니체는 이 ‘아포리즘’과 같은 글, 사상을 많이 남긴 철학자라고 하는군요. 때문에 니체의 말과 글을 자주 접하고 그 중에서 유독 가슴에 와 닿는 문구들을 되새겨두면 공부하다 어려울 때 찾아보는 일종의 ‘참고서’ 같은 역할을 기꺼이 해 줄 거라고 말이지요.

 

책은 크게 다섯 개의 파트로 나뉘어 있는데요. 저자가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글을 니체의 사상과 더불어 서술해놓았습니다. ‘한 발의 화살이 되어라’ ‘이것이 삶이던가. 그렇다면 다시 한 번’ ‘몸의 소리를 들어라’ ‘꿀벌처럼 나누는 삶’ ‘창조적인 삶은 어디서 오는가’라는 큰 주제 아래에 몇 개의 에세이 같은 글,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있는데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가장 기본으로 삼고 있는 것은 니체 사상의 엑기스라고 할 수 있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이고 여기에 니체의 다양한 책의 글을 곁들여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마냥 어렵고 난해하게만 여겼던 니체인데, 이렇게 만나니 내가 왜 어렵게만 여겼는지 의아할 정도입니다. 그만큼 니체의 사상을 쉽고 이해하기 수월하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살다보면 기쁜 날도, 슬픈 날도 있는 것처럼 우리에겐 끊임없이 응원해주는 이가 필요한 것처럼 때론 그건 잘못된 생각이라고, 옳지 않은 행동이라며 따끔하게 일깨워주는 이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저도 더 늦기 전에 니체를 만나야겠습니다. 저자처럼 제게도 니체가 영혼의 벗이자 동반자가 될 수 있을까요?

 

 

누구나 자기 미래의 꿈에 계속 또 다른 꿈을 더해나가는 적극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현재의 작은 성취에 만족하거나 소소한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다음에 이어질지 모를 장벽을 걱정하며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멈춰서는 안된다. -26쪽.

 

우리는 친구를 얻는 행복을 칭송한다. 사람들은 사진보다 우수한, 혹은 동등한 친구와 가깝게 지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말에 동의했지만, 만약 그런 친구를 얻을 수 없다면 무소의 뿔처럼 혼자 살라고 말했다. - 54쪽.

 

뱀이 허물을 벗지 못하면 끝내 죽고 말듯이 인간도 낡은 사고의 허물에 갇히면 성장은커녕 안으로부터 썩기 시작해서 마침내 죽고 만다. 따라서 인간은 항상 새롭게 살아가기 위해 사고의 신진대사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 97쪽.

 

한 번도 춤추지 않았던 날은 잃어버린 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하나의 큰 웃음도 불러오지 못하는 진리는 모두 가짜라고 불러도 좋다. - 118쪽.

 

나는 단지 피를 쏟아서 쓴 것만 사랑한다. - 191쪽.

 

어떻게 살아야 할지 삶의 방법론을 담은 책은 많지만, 내게 맞는 것을 찾기는 어렵다. 타인의 방식이 내게 맞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 전혀 이상할 게 없다. 내가 던지는 ‘왜?’라는 물음의 내용을 나 스스로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데 있다. 왜 그 일을 하고 싶은가? 왜 그렇게 되려고 하는가? 왜 그 길로 가려고 하는가? 내면으로부터 이런 물음에 분명한 평가 기준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답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왜?’라는 의문부호에 스스로 답을 제시할 수 있어야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게 됨으로써, 이제 그 길을 가는 일만 남게 되는 것이다. - 2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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