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의 인문학 - 삶의 예술로서의 인문학
도정일 지음 / 사무사책방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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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이 대체 뭔가. 한때 궁금했던 적이 있다. 사전을 찾아보면 언어, 문학, 역사, 철학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이라 하고 인간과 인간의 문화에 관심을 갖는 학문 분야하고 한다. 명확한 것을 알고 싶었지만 어디에서도 알아내지 못했다. 지금은 학문의 분야에 칼로 구분하듯 명확함을 바랬던 건 잘못된 접근이었다. 그저 인문학이란 인간과 인간을 둘러싼 문화(..)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문학평론가 도정일 선생의 책이 출간됐다. 예전에 국내의 석학들과 교육, 종교, 사랑, 생명, 문화 등의 주제로 대담을 한 것을 책으로 출간한 것에서 도정일 선생의 글을 처음 만났다. 오래전이라 선명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도정일 선생은 대담집에서 인문학이 왜 우리에게 필요한지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람은 누구나 사랍답게 살고 싶어 하기 때문에 인문학적 가치를 추구하며 산다던 말이 인상적이었다. ‘삶의 예술로서의 인문학이라는 부제의 <만인의 인문학>은 저자와 두 번째 만남이면서 동시에 처음 만나는 책이기도 하다.

 

인문학이 의미가 있는 것은 그것이 우리네 삶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삶을 대상으로 하는 인문학을 우리는 삶의 인문학이라 부를 수 있다. 삶의 인문학은 삶을 살아가는 기예이자 예술로서의 인문학을 의미한다. - 책머리에, 4.

 

<만인의 인문학>은 저자가 여러 잡지와 매체를 통해 발표한 글을 모아서 출간한 것이다. 책 뒤쪽에 기록된 날짜만으로 보면 대략 1992년부터로 시기만 보면 오래되지 않았나 싶지만 책을 읽어나갈 때는 전혀 그런 느낌을 받지 못한다. 30년 전의 일이지만 지금에도 변함없이 적용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리라.

 

책은 만인의 시학’ ‘만인의 인문학’ ‘다시, 인간이란 무엇인가?’로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만인의 시학에서는 대체로 언어와 문학과 관련한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인간은 누구나 이야기하기를 즐기고 모든 것을 연결시킨 것이어서 인간은 말하는 동물이 아니라 이야기하는 동물이라거나 인간의 인생이 과연 문학과 별개이겠냐는 대목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아이들의 반어적 언어사용을 얘기하는 대목에선 대중탕에서 흔히 겪는 일화가 생각났다. 뜨거운 온탕에 몸을 담근 어른이 어유, 시원하다를 연발하자 아이가 온탕에 한쪽 발을 담궜다가 얼른 빼면서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고 중얼댔다던가. 고놈 참 맹랑하네 라고 생각하고 말았지만 저자는 부모가 그런 아이를 북돋아줘서 그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반대로 말하고 돌러대며 말하면서 더 나아가서는 세상을 새롭게 보는 눈 또한 길러진다는 것이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늘, 부단히, 거꾸로 생각하고 반대로 말하기를 연습시킬 필요가 있다. 창조적 사유와 관찰을 위한 교육,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게 하는 교육은 거기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 62.

 

2만인의 인문학부터 하나의 글마다 해당 되는 키워드를 달아놓았는데 인문학적 탐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느낌이다. 인간이 왜 동물과 다른지 알기 위해서는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우선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잘먹고 잘사는 건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는 소망인데 그 잘 산다는 것의 의미가 행복이라면 무엇이 행복인지. 인간은 어떨 때 행복한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깊게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 ‘근원적 질문을 통해 우리 사회에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한다.

 

근원적 질문을 잃어버린 개인과 사회는 근원적으로 불행하다. 무엇이 행복인가에 대한 의미의 틀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철학자가 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철학적 반성의 순간을 놓치면 우리는 인간이 아닐지 모른다. - 125.

 

로마황제인 아우렐리우스에게 특별임무를 띤 노예가 있었는데 그의 임무는 바로 하루 중에 몇 번씩 황제에게 폐하, 폐하는 인간이십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가장 높은 위치, 최고의 권력을 거머쥔 황제가 자신이 인간, 그것도 유한한 생명을 지닌 약한 존재임을 망각하지 않도록 취해놓았다는 조치는 그가 어떤 인물이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여행이 몹시 그리운 요즘이어선지 여행이란 키워드의 글도 인상적이다. 여행자는 흔히 두 가지 만남을 경험한다면서 여행지에서 아름답고 진기한 많은 것을 보지만 그 어느 것도 소유하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와야 한다면서 여행이란 소유와 집착으로부터의 자유로움과의 만남이라고 한다. 그리도 또 하나 여행자는 여행지에서 일상으로 돌아오면 문득 자신이 이전과 달라졌음을 깨닫는다는데...

 

남의 고장에서 제 나라를 발견한 사람은 제 나라에서도 남의 고장을 발견한다. 그에게 가장 익숙하고 친숙한 것들에서 그는 그가 몰랐던 타자의 얼굴을 만나는 것이다. - 152.

 

도대체 인문학이란 무엇인가. 다시 질문을 던져본다. 무엇이 인문학인가. 인문학이 우리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은 무엇이고 나라는 인간은 무엇을 통해 정의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해 저자는 인문학이 인간과 그의 삶에 대한 의미. 가치. 목적을 생각하고 표현하고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다만 이때의 가치는 물질적인 가치가 아니며 어떤 목표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가치도 아니다. ‘본질적인 가치는 수단적 가치가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인 가치라면서 일본에서 취객을 구하기 위해 철로로 뛰어든 의인 이수현의 예를 들어 설명한다. 결국 좋은 삶을 추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 나에게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좋은 삶, 행복한 삶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인문학의 중요한 사회적 효용의 하나는 그것이 민주주의의 토대를 다진다는 것이다. 인문학이 실패하는 곳에서는 정치가 실패하고, 경제가 실패하고, 사업이 실패한다. () 수단과 목적의 자리가 뒤바뀌고, 어떤 것이 중요한 사회적 가치인가를 따지는 토론도 불가능해진다. 인문학자를 정치인으로 뽑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나는 인문학 같은 것 잘 모른다고 공공연히 말하거나 행동하는 사람에게는 표를 줄 필요가 없다. - 192~3

 

길은 아직 멀어 보인다 ()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들이 결국 자기 사회의 관용의 수준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탈레반을 손가락질하고 있지만, 사실 그 손가락은 동시에 우리 자신을 가리킨다. 우리 속의 탈레반은 얼마나 많은가! - 211.

 

평소에 늘 접하는 일상의 예를 들어 이야기를 풀어놓은 곳에서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게 되지만 사회적인 문제, 세계적 아니 인류가 풀어야 하는 질문, 경고에서는 누가 나의 잘못을 지적하기라도 한 것처럼 가슴이 뜨끔해졌다.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 세계 카톨릭 성직자들에게 보냈다는 질문을 보고선 둔기로 머리를 세게 맞은 기분이었다. 그야말로 근원적이고 근본적인 질문들이지만 누구도 생각하지 않는 질문들. 나란 존재가 이 지구상에 살면서 적어도 민폐가 되지 않으려면 한동안 깊이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인간은 왜 이 지구에 있는가? 이 지상에서의 인간의 삶의 목적인 무엇인가? 애당초 인간이 지상에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지상에서 우리가 하는 일의 목표는 무엇이며 우리가 기울이는 모든 노력의 목표는 무엇인가?

이 지구에 인간이 필요한가? -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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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육체노동은 인간을 고취시킨다. 자식에게 노동의 기쁨을 가르치지 않는 것은도둑질을 가르치는 것과 같다.
『탈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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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아들 때문에 구입했는데 다시 보니 새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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