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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그 천년의 이야기 - 상식으로 꼭 알아야
김동훈 지음 / 삼양미디어 / 2010년 10월
평점 :
“어? 저 아파트 그새 다 지었네?”
아침마다 큰아이 등교하기 전에 베란다 창문을 열고 바깥을 내다봅니다. 날씨가 어떤지 비가 오거나 바람이 많이 부는지 살펴보려고 그러는데요. 며칠전엔 깜짝 놀랐어요. 저희 아파트 앞엔 시가지가 조성되기 전부터 살던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는데요. 그곳에 새로운 아파트가 들어서게 됐습니다. 그 공사 때문에 소음과 먼지에 시달리던 게 엊그제 같은데, 세상에 벌써 다 지어서 마무리작업, 아파트의 외부를 단장하고 있는 거예요. 뚝딱뚝딱 하니 아파트 단지가 완성이라....정말 놀랍습니다.
이런 제게 있어 건축은 오로지 건물을 짓는다는 의미로 통했습니다. 다만 옷도 유행이 있듯이 건물에도 시대마다 흐름이 있어서 모양새가 달라진다고만 여겼는데...삼양미디어의 ‘상식으로 꼭 알아야할’ 시리즈의 하나인 <건축, 그 천 년의 이야기>를 보니 그게 아니더군요. 집이나 성 같은 구조물 하나를 지을 때도 그 목적과 쓰임에 따라 당시의 사회상과 생각, 의미를 담아낸다고 합니다.
책은 가장 먼저 서양의 두 가지 건축 양식 ‘그리스 건축양식’과 ‘기독교 건축양식’에 대해 짚어줍니다. 파르테논 신전이 전자의 경우라면 쾰른 대성당은 후자를 대표하는 건물인데 이는 곧 건물을 짓는 방식에 따라 기둥을 세우고 대들보를 얹어 건물을 짓는 ‘가구식’과 벽을 쌓아올려 건물을 짓는 ‘조적식(기독교 건축양식)’으로 구분되는데 이는 당시의 기후나 풍토 같은 자연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런 다음 ‘서양의 고대건축’ ‘중세 기독교 건축’ ‘서양의 근세. 근대 건축’ ‘동양의 건축 문화유산’ ‘기타 지역의 건축 문화유산’ 총 다섯 개의 파트로 나누어 각각의 파트마다 그에 해당하는 지역과 시대의 건축이 어떠했는지를 각각의 건축양식이나 특징에 따라 대표되는 건축물에 관한 것들을 사진을 곁들여 설명하고 있는데요. 세계 7대 불가사의로 알려진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비롯해 히브리어로 ‘평화의 도시’란 뜻의 예루살렘 곳곳의 건축물들, 고대 로마 유적의 대명사나 다름없는 콜로세움(플라비우스 원형 극장)처럼 그동안 책이나 사진, 혹은 텔레비전을 통해 알고 있던 건축물도 있었지만 여인상이 머리로 기둥을 받치고 있는 독특한 모양의 에렉테움 신전, 새하얀 석회 언덕의 도시 히에라폴리스의 유적 파무칼레와 같이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건축물도 많았습니다.
특히 벨렘 탑은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탑의 위치가 바다와 강이 만나는 지점인데 제일 아래층을 바다에 잠기는 구조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탑의 제일 아래층을 정치범을 가두는 감옥으로 사용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물이 들어오고 빠질 때마다 정치범들에게 고문을 가했다니...정말 끔찍하지요? 하지만 보자마자 탄성이 나오는 건축물도 있었습니다. 체코의 성 요한 순례 성당인데요. 오렌지빛 지붕을 한 회랑의 외벽을 뾰족하게 모퉁이를 만들어 둥글게 이어지도록 지으면서 그 가운데에 별 모양의 예배당을 지었는데요. 높은 곳에서 그 성당을 아래로 내려다보면 어떤 모양일까...궁금해지더군요. 아마 활짝 핀 꽃모양이겠지요?
유네스코의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건축, 그 천년의 이야기>를 통해 세계의 건축물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스의 여러 신전을 비롯해 네델란드 암스테르담의 방어선과 섬 모양의 팜프스 요새, 꿈속을 거니는 듯한 기이하고 환상적 모양의 스페인의 가우디 건축물, 알람브라 궁전, 인도의 타지마할, 중국의 만리장성, 일본 고베의 히메지 성...은 언제든 꼭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그 웅장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을 제 두 눈으로 직접 바라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습니다.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에서부터 독일의 바우하우스까지, 그 건축물이 지닌 역사와 문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싶어졌습니다.